[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경북 예천군 은풍면에서 25년째 사과를 키우고 있는 박성훈씨는 지난해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듯 농사를 지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 인한 피해가 연중 계속됐기 때문이다. 4월이 다 지나갈 무렵 때 아닌 한파가 등장하고, 우박은 6월과 10월 두 번이나 쏟아져 박씨의 사과들을 수시로 괴롭혔다. 지역에 산사태까지 부른 여름철 집중호우조차 이제는 그저 연중 일어나는 사례들 가운데 ‘하나’로 치부해야 할 정도가 됐다.“아직 추워야 할 3월 중반에 날씨가 이미 따뜻해져버려요. 그러니 잎이 나오려고 막 폼을
조생종 사과인 고이조라, 썸머킹 등의 수확이 끝나고 요즈음은 중생종인 홍로, 아리수, 루비에스 등의 사과가 도매시장과 공판장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년엔 모든 농사꾼이 그렇듯 사과 농사도 1년 내내 고난의 연속이었다. 봄에는 냉해로, 여름엔 긴 장마와 폭우와 폭염으로, 가을 들어서는 탄저병과 갈반병 등의 만연으로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생산량은 30~40%는 족히 줄어든 것 같고 사과 품위도 좋지 않으나 가격은 상당히 높게 형성되고 있다. 관행농사로 지은 사과도 상급은 1kg에 1만원을 훨씬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기후위기의 시대, 농민만큼 고달픈 직업도 없을 것이다. 도시가 경험하는 이상기후는 대개 불편함과 답답함 혹은 일시적 재산 피해 정도지만 농민들은 곧바로 소득과 생계에 지장을 받는다. 도시민으로 치면 월급이나 연봉이 삭감 또는 중단되는 일에 해당한다.농민 중에서도 가장 고단한 건 과수농가들이다. 작기가 짧은 밭작물의 피해는 보통 계절 단위로 일어나지만 과수농가는 1년 동안 닥치는 모든 재해를 고스란히 다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최근 몇 년의 재해는 냉해와 습해, 가뭄과 홍수, 태풍과 폭염, 우박과 서리 등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명절 제수·선물용 사과 ‘홍로’ 가격이 치솟았다. 지난달 한때 10kg 도매가격이 8만원대를 돌파. 평년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부담스러운 가격에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기 두렵지만, 농민들의 고충도 만만찮다. “사과가 없어서 못 따는데 값이 오르면 뭐하나”라는 푸념이다.홍로 주산지인 전북 장수 사과밭엔 예년에 비해 확연히 빨간색이 줄었다. 봄 개화기에 냉해가 덮치더니 7월엔 한 달 내리 비가 쏟아졌다. 가뜩이나 착과 수가 줄어든 와중에 탄저병이 기승을 부린 것이다.피해가 덜한 편이라는 고문재씨의 과원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배는 대표적인 제수용품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일상소비가 잘 이뤄지지 않지만 제사상에만큼은 빠져선 안될 과일. 때문에 일 년에 두 번, 추석과 설이 배 농가들이 기다리는 절대적 대목 시즌이다.모든 과수농가가 그렇듯 올해 배의 상황도 참담하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꽃이 빨리 피었고 곧바로 비가 내리는 바람에 조기 수정을 할 수도 없었다. 이후엔 모두가 알고 있는 냉해의 직격. 냉해 이후 남아 있는 꽃으로 늦은 수정을 해 놓으니 배의 품위마저 형편없이 망가졌다.충남 아산 김태선씨의 과원은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농진청)이 올해 사과 주산지의 꽃눈 분화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평년보다 분화율이 낮고 관측지점 사이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꽃눈 분화율은 사과나무 눈 가운데 열매가 될 수 있는 눈, 즉 꽃눈이 형성된 비율을 의미한다. 이는 가지치기 작업량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므로 농가에선 가지치기 전 반드시 과수원의 꽃눈 분화율을 확인해야 한다.꽃눈 분화율이 낮을 때 가지치기를 많이 하면 좋은 위치에 열매가 달리지 않고 열매 양 또한 줄어 수량 확보가 어려워진다. 반면 분화율이 높을 때 가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17년까지 재배면적이 꾸준히 늘었던 과일류는 이후 수입 과일 성장세에 밀려 수요 감소의 직격을 맞아 재배가 줄고 있다. 연간 노동투입시간이 과일이나 채소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과채류 역시 농촌 고령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수급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재배면적과 생산량 감소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품종별로 일부 예외는 있지만 올해 사과·배·복숭아·단감 재배면적은 품목 전환과 농가 고령화, 인력부족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사과의 경우 후지·홍로 등의 감소세가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올해는 음력 8월 15일이 가장 빨리 다가온 해들 가운데 하나였다. 추석이 이렇게 빠를 땐, 물론 머리 속 대부분은 휴일을 즐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지만, 잠시 ‘명절 과일이 맛있을까’하는 하나마나한 걱정도 살짝 해본다.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으니, 역시나 접할 수 있었던 과일들은 대개 맛이 없다. 이제 당연한 듯 식감이 예상되는 신고 배는 물론이고, 그 달다는 샤인머스캣조차 껍질색을 보는 순간 이미 ‘이건 틀렸다’ 싶다.그나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건 이 대목을 중생종으로 대비한다는 공식이 자리잡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촌진흥청(청장 박병홍, 농진청)이 사과 주산지 꽃눈분화율을 조사한 결과 평년과 비슷하지만 과수원 사이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농진청은 가지치기 전 농장 꽃눈분화율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꽃눈분화율은 꽃눈이 형성된 비율을 의미하며, 겨울 가지치기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꽃눈분화율이 낮을 때 가지치기를 많이 하면 좋은 위치에 열매가 달리게 할 수 없고 열매량도 줄어 수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또 꽃눈분화율이 높을 때 가지치기를 적게 하면 나무가 초기 생장에 많은 양분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명절엔 홍로만한 게 없어. 색깔도 좋고 크기도 적당하니 괜찮아. 오늘 수확한 건 내일 안동(공판장)으로 싣고 가려고. 안동은 선별하지 않고 바로 낼 수도 있거든. 이거 선별하고 포장하려면 기계도 돌려야 되고 박스 작업도 따로 해야 되니까, 우리(부부)끼리 하기엔 일이 많아. 가격? 바람이야 많이 나오면 좋은데…. 5kg에 3만원 정도만 받으면 좋겠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강원도의 험준한 산세를 배경으로 눈 앞에 펼쳐진 사과 열매의 붉은 빛깔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껴 날은 흐릿했지만 홍로의 붉은 빛깔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세차게 때로는 간간이 흩뿌린 가을비로 인해 물방울이 맺힌 사과엔 생기마저 감돌았다.“한 번 맛보실래요?” 젊은 농부가 건넨 한마디를 놓칠세라 염치도 내려놓고 거의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그가 건넨 사과를 손으로 쓱싹, 몇 번 문지른 뒤 덥석 베어 물었다. 홍로 특유의 달콤함이 ‘짜르르’하게 입안에 감돌았다. 과즙이 풍부했고 신맛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 농진청)은 올해 추석 햇사과와 햇배의 추천 품종으로 각각 두 가지 국내 육성 품종을 추천하고 있다. 이들 품종 모두 9월 상순에서 중순 사이 숙기를 맞는다는 공통점이 있다.올해 추석은 9월 하순의 시작점에 온다. 이른 추석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가장 최상의 맛과 신선도를 지닌 사과와 배를 맛보려면 시장에 흔한 ‘부사’와 ‘신고’ 대신 숙기를 맞은 품종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시장에서는 흔히 과일의 ‘제철’을 계절 단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세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25일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삼풍리 한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홍로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비를 맞으며 사과 수확에 나선 농민은 “따로 선별하지 않고 (상자로) 바로 낼 수 있는 안동 공판장에 갈 예정”이라며 “5kg에 3만원 정도만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8일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을 찾았다. 6월 초, 품목을 막론하고 농가에겐 틀림없이 바쁜 시기건만 마을에서는 농번기의 활력 넘치는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따금 2~3명 정도 모인 농민들이 희고 긴 담배 연기를 뿜으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주고받는 모습만 포착될 뿐이었다.산내면 얼음골을 찾은 건 지난해 9월 이후 두 번째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엔 연이은 태풍과 강풍·폭우로 인한 피해 현황을 살피기 위해, 이번엔 1차 적과 작업 직후 들이닥친 낙과 현상 때문에 산내면 얼음골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심은 지 7년 된 나무가 대부분이여. 이 밭에 630주 정도 있는데 여긴 홍로고 저긴 부사. 이제 한창 (열매가) 달릴 땐데 작년엔 우박을 맞아서 제대로 수확한 게 없어. 계통출하도 못하고 피해 많았지. 올핸 재해만 없어도 좋겠어. 여러 사람이랑 다니면서 (가지치기를) 해야 빨리 끝나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아. 인건비도 많이 올랐고 어쩔 수 없이 혼자 하는겨.”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 농산물소득정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사과 생산비는 kg당 2,233원이지만, 올해 농작물재해보험 사과(부사) 표준가격은 kg당 1,742원에 불과하다. 보험 가입이 시작된 최근 사과 재배 농민들이 현실을 개탄하며 울분을 터뜨리는 이유다.보험 가입금액은 쉽게 말해 보험 가입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최대치다. 일반적으로 ‘가입수확량’에 ‘가입가격(표준가격)’을 곱해 산출하는데, 가입수확량 산정과 관련된 가입과실수(평년과실수) 산정방식이 올해 농민에게 불리하도록 바뀐 데 이어 표준가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지난 2004년 우리나라가 외국과 맺은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됐다. 농민들에게는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어 2차 대(對)개방농정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칠레산 포도의 시장진입을 허용한 결과로 지난 2019년 포도를 키우는 농가는 2010년 대비 39%(1만3,371농가)나 감소했다. 면적으로는 9,152ha(28%)다. 은 첫 FTA 협상이 시작된 뒤로 20년이 지난 오늘까지 FTA가 우리 농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점검하고, 수입농산물 개방 여파를 이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지역 로컬푸드직매장에 사과를 출하하던 농민이 위탁운영을 맡아온 농협으로부터 출하 정지를 당한 가운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재판부가 사실상 농민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 이목이 집중된다.전북 군산시 옥서면에서 사과를 재배해 온 조성룡·고미숙 부부. 이들은 10년 전 귀농해 군산에선 최초로 사과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3,000평 가량의 밭에서 부사, 홍로, 미니사과 등 8개 품종의 사과나무를 식재했고, 3~4년 뒤 생산량이 늘며 본격적으로 출하를 시작했다. 이와 맞물려 지역에 로컬푸드 바람이 불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태풍이 세 번이나 왔잖어. 근데 두 번째, 세 번째 때 싹 쓸어버리더라고. (떨어져서) 주운 것만 20kg 상자로 백 개가 넘어. 일손 쓰기도 어렵고 혼자서 하루 종일 주웠지. (색)깔도 좋고 이제 수확만 하면 됐는데 홍로, 부사 할 것 없이 떨어졌어. 병 걸린 것도 별로 없어서 농사 잘 됐다고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가격도 좋다고 하니깐 속이 더 상하지. 이게 다 상품으로 나가는 건데.”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 기쁜 일을 축하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피곤한 심신을 위로할 때, 시판 희석식 소주나 맥주로는 차마 채울 수 없는 그 소중한 순간에 우리는 ‘좋은 술’을 찾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술이라 하면 와인·위스키·사케, 고가의 맥주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소중한 시간엔 대개 외국 술이 함께하고 있다.우리에게도 우리술이 있다. 전통주갤러리가 만든 자료에 따르면 이미 삼국시대 이전에 음주문화가 보편화됐던 것을 기록으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