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국민 전체의 대표자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의 가장 중요한 직무 중 하나는 국정의 심의다. 가을마다 열리는 국회 각 상임위의 국정감사는 그 본연의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무대다. 뿐만 아니라 행정부를 상대로 국민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연간 단 한 번의 기회이기도 하다.의 취재기자들은 대체적으로 이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국정감사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농민들이 만족할 만한 속 시원한 질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민생, 즉 ‘농민 생존권’에 온연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1~2022년 겨울, 불과 4개월의 시간 동안 국회에선 네 명의 의원이 똑같은 내용의「농업협동조합법」개정안을 발의했다. 4년 단임제인 농협중앙회장에 1회의 연임을 허용해주는 내용이다. 시급한 민생 혹은 개혁 법안도 아닌데 한꺼번에 발의가 몰렸다는 건 법안이 민원에 의한 것임을 의미한다.민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농협중앙회다. 네 법안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연임제를 굳이 ‘현직 농협중앙회장부터’ 소급적용하게끔 설계했으며, 그렇다면 법 개정의 절대적인 수혜자는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이기 때문이다. 농협중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1년 전, 육우 송아지 한 마리가 농림축산식품부 앞 아스팔트 도로를 딛고 선 일이 있다. 당시 윤석열정부가 축산물 전반에 걸친 대규모 물량의 할당관세(무관세) 적용을 결정하자 축산단체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에서 총궐기집회를 예고했는데, 이를 앞두고 경기도 안성시의 축산농민들은 한발 먼저 세종에 모여 자체적으로 사전집회를 열고 기폭제를 자처했다. 안성은 한우와 젖소는 물론이고 육우 사육도 활발한 지역으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육우 송아지값 폭락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어린 송아지까지 함께 데려온 것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약 7개월여 앞뒀던 지난해 8월 1005호 1면 커버스토리의 제목은 “‘깜깜이’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또 ‘못 본 체’하나”였다. 위탁선거법을 근간으로 두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수없이 많은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이를 못 본 체하는 정부와 국회를 비판하는 한편, 선거전 마지막으로 열릴 정기국회를 앞두고 관심과 성의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한편 조합원들에겐 또다시 똑같은 형태로 진행될 선거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예상대로 국회는 지난해 위탁선거법 관련 논의를 사
2000년 11월 27일 창간호를 내며 출발한 한국농정이 오늘 지령 1000호를 발행하게 됐다. 21년 7개월 만이다.한국농정신문은 ‘농민을 대변하는 농업전문지를 만들겠다’라는 의욕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2006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한국농정신문을 함께 만들기로 하면서 9월 25일 재창간호를 발간했고 진보적 농업전문지를 표방했다. 전문성, 현장성, 운동성을 갖춘 신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다시 신발끈을 동여맨 것이다.전국적 농민조직을 갖춘 전농의 참여로 한국농정신문은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전국적 조직을 통해 구독자를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 16일 농민·먹거리 시민사회의 청년활동가·연구자들이 모인 ‘농업먹거리청년모임’이 주최한 ‘2021 농업먹거리 청년 심포지엄’은, 신체적 연령대 기준으로 청년 끝자락에 걸친 듯한 본 기자에게도 여러모로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그동안 어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된 ‘농업·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이란 담론을, 처음으로 청년들이 주체적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같은 청년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참석자들은 차분한 어조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내용 중엔 먹거리문제와 관련해 청년을 대상화하고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또 학교급식 이야기다. 본지 커버스토리에서 한두 번 이야기한 주제가 아니다. 누군가는 “또 학교급식 이야기야?”라고 질려 할 테다. 예의 그 ‘친환경농산물 판로 확보’, ‘벌레 먹은 친환경농산물의 건강성’, ‘친환경 학교급식 발전’, 이 이야기 또 하나 싶을 테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른 이야기다.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현재 일부 초등학교 돌봄교실 학생들에게 제공 중인 ‘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을 2024년까지 전 학년에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해 4월 해당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7일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이로써 오 당선자는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 자리로 돌아왔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선거 직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 ‘재검토’ 발언이 나오는 데다, 오 당선자도 서울 먹거리체계 발전의 바탕이었던 행정-시민사회 간 협치체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시민사회의 근심이 크다.오 당선자는 공공연히 이전의 서울시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지난달 29일 발표에 따르면, 오 당선자(당시 후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구태여 법을 개정한 것은 현실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지난 2000년 도매시장 단일 거래제도인 경매제를 보완할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시장도매인제는 2004년 강서시장에 일부 도입한 것을 끝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이 의미 없다곤 할 수 없지만, 전국적 영향력이 없는 시장인 만큼 이것이 정상적인 유통개혁으로는 이어질 수 없었다.당연히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됐다. 법 개정 후 10년 20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이대로 말산업을 포기할 것인가.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2월 23일 경마가 취소된 이래, 말산업 전체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 말산업육성법 제정 10년차를 맞은 말산업계는 경마 파행으로 말미암아 마사회부터 일선의 말생산현장까지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코로나19란 세계적 대재앙이 문제겠지만 마사회의 책임도 크다. 말산업을 이끌어야 할 마사회는 그동안 온갖 사건사고에 휩쓸리며 국민적 지탄을 받는 존재가 됐다. 국민들이 1년 가까이 말산업 전체가 올스톱 상태인데도 본체만체하는 이유가 있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선거는 집권여당의 압승, 수구정당의 참패로 판정났다. 그러나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확진자 증가 추세가 줄었다곤 해도 여전히 코로나19가 농민들을 힘겹게 하고, 농민을 대변할 농민 출신 국회의원의 국회 입성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중앙정치에서 농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는 여전히 좁다.그러나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농민들은 지역에서 희망을 만들고 있다. 그 희망의 이름은 바로 ‘농민수당’이다. 2016년 전국농민회총연맹이 20대 총선에서 농정공약으로서 언급할 당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엔 화석정이란 정자가 있다. 화석정엔 임진왜란 당시 이항복이 이 정자에 불을 질러 선조의 피난길을 밝혔다는 설화가 내려오고 있다. 설화에 따르면 10만 양병설을 주창했던 율곡 이이는 늘 화석정의 기둥과 서까래에 들기름을 반질반질하게 먹여 두었다고 한다. 한밤중에 임진강에 다다른 선조가 강을 건너지 못하자 이항복이 정자에 불을 질러 주위를 밝힌 덕분에 무사히 도강할 수 있었다고 한다.촛불항쟁으로 박근혜정권이 물러났지만 농업·농촌은 소외받는 처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
국민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이 매년 늘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축산물 수입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수입 의존도도 높아졌다. 과거와 달리 수입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관세 제로화까지 눈앞에 둔 국내 축산업계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려면 축산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종축개량연구를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형태의 축산이 유지되고 가치를 인정받는 미래를 그릴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Ⅰ. 풍요 속의 빈곤, 축산이 위태롭다Ⅱ.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Ⅲ. 축산을 지켜야 밥상주권 지킨다[한국농정신문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2016년 겨울, 농민들은 역사의 한복판에 섰다. 탄핵의 단초가 된 건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였지만, 박근혜정권의 도덕성과 정당성은 세월호와 백남기에서부터 이미 그 썩은 뿌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농민들은 촛불보다 한 발 앞서 박근혜정권을 겨냥했고, 촛불과 함께 가장 열정적으로 광화문을 누볐다. 그 해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혁명의 발판에는 분명 농민들의 피와 땀이 선연하게 묻어 있었다.누구보다 애썼기에 기쁨도 컸던 농민들이었다. 승리의 그 날, 전주성을 함락한 동학농민군처럼, 농민들은 트랙터에 올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동무!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습네까?”“나이가 드니 쪼그라들었지! 잘 지냈는가!”제3차 남북농민통일대회가 2007년이었으니 기약 없이 끝나버린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10년 전 일이 됐다. 다시 만나면 몰라볼 줄 알았지, 이렇게 대번에 알아볼 줄 알았나. 안 그래도 별 생각 없이 따라온 정동진에서 운 좋게 북측 응원단을 만나 우리는 하나라고 외쳐대는 통에 코끝이 찡했는데 주책없이 눈물이라도 흐를까 애를 먹었다.‘설봉호’의 갑판 위에서 가까워지는 북쪽 땅을 처음 바라본 게 2001년 7월 17일이다. ‘정말 내가 금단의 땅을 넘은 것인가?’ 무더운 여름날의 뭉클함은 도무지 잊을 수가 없다. 엄연히 다른 나라를 방문한 것이지만 음식도 입에 잘 맞고 처음
숫자 8, 19, 31은 무엇을 나타낼까. 바로 임차인 보호를 위한 개별법의 법 조항 개수이다. 큰 숫자부터 보면 31개 조항으로 이뤄진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고, 19개 조항으로 이뤄진 것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며, 제일 적은 8개 조항으로 이뤄진 것은 농지법 중 임대차 관련 조항이다. 같은 부동산이라도 상가와 주택은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농지는 공간 제공뿐만 아니라 농사를 짓기 위한 중요한 생산수단이기도 하다. 농지는 단순한 생산수단의 일부를 넘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그래서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는 농업의 불가결한 요소이다. 하지만 부동산이자 생산수단으로써 주택과 상가와 비교해 그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농지법의 농지 임대차 조항의 수는 다른 법률의 4분의 1 내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 10년간 남북 간 교류 통로가 막힌 상황에서도 새로운 통로를 만들기 위한 농민들의 노력은 이어졌다. 그 동안의 노력에 맞춰 이제 정부에서도 남북 농업교류 활성화와 남북 농민 간의 만남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그 동안 농민들의 평화통일 관련 활동 중 우선 특기할 만한 것은 전농 주도로 각지에서 진행한 ‘통일쌀 보내기’ 운동이었다. 전농은 2002년 처음으로 북측에 200톤의 쌀을 보낸 이래 지속적으로 통일쌀 보내기 운동을 벌였다. 이는 남측의 넘치는 쌀 재고문제 해결을 통한 쌀값 안정, 지형 및 기후환경 상 쌀 다수확이 어려운 북측의 만성적 쌀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이와 함께 남북 농민들의 지속적 교류 또한 남북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접경지역. 남과 북의 대립이 그 어느 곳보다도 첨예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남북 간에 조금만 긴장관계가 조성돼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군사적 충돌을 걱정해야만 하는 공간이다.그러나 접경지역 농민들은 불안감을 갖고서도 한편으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간다. 그들은 남북이 더 이상의 갈등을 빚지 않고 함께 평화롭게 살길 바란다. 이에 대북전단 살포를 비롯한 대북 도발행위들이 있을 때마다 이를 반대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 지면에선 ‘평화농사꾼’으로서 활약했던 농민들을 소개한다.혈혈단신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다 경기도 파주시의 민통선 내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전환식(69)씨. 농장 이름부터 ‘6.15 사과원’으로 범상치 않다. 전씨는 이곳에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이명박·박근혜정권 근 10년의 수많은 적폐 중에서도 ‘남북관계 파탄’은 최악의 적폐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과 북은 평화통일의 길로 함께 나아갔다. 그러나 지난 10년 보수정권들의 냉전 대결주의 정책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금강산으로 가던 관광길도 막혔다. 이에 더해 미국의 지속적인 대북 적대정책과 제재조치는 북의 핵개발을 오히려 부추겼다. 남북관계도, 북미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았다.그 과정에서 남북 농민도 힘들었다. 남측에선 매년 쌀 재고가 각지 창고마다 넘쳐 쌀값이 폭락했다. 재고 해결, 더 나아가 북녘에 부족한 쌀을 지원함으로써 남북 농업의 상생을 추구했건만, 보수정권은 그마저도 틀어막았다. 20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판문점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는 지난 9일 오전 10시, 강원도 철원의 통일쌀 심기 주역들의 얘기도 때마침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시작됐다.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 정경숙·최종수 부부는 지난해 통일쌀 모내기 얘기꽃을 피우다 “철원이 지난해 전국에서 제일 먼저 통일쌀을 심는다고 전국 농민들에게 크게 빚을 졌다”고 한마디 던졌다. 농사지으면 빚만 남는다는데 모내기부터, 게다가 통일쌀을 심는다면서 전국 규모로 지은 빚이란 대체 뭘까, 덜컥한 심경으로 귀를 기울였다.김 회장은 “통일쌀 심기의 시작은 2007년으로 십여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진보연대가 결성돼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인데 농민들과 함께하자는 의미로 쌀농사를 짓기로 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