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바빠요?’ 친한 동생이 연락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이렇게 인사를 꺼내는 통화는 대부분 집안일이다. ‘또 부모님이랑 한바탕 했구나.’나에게 전화를 한 동생은 몇 년 전 귀농해서 부모님과 축산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농민이다. 농대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해외에서 유학을 하다가 집안 사정으로 귀국해서 부모님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농장을 꾸려가고 있다. 많이 배웠고, 능력도 있고, 가축들을 너무 좋아해서 농장 일에 매우 열정적인 친구다.그런데 이 친구는 가끔 자존감이 너무 떨어져서 연락을 하곤 한다. 그 원인은 대부분 부모님
새해가 밝았다. 새해부터 강추위가 기승이다. 주변에 물이 고인 곳마다 꽁꽁 얼어붙었다. 이쯤 되면 우리 집 삼형제는 빙판 위로 달려들 듯도 한데, 추위가 워낙 매서운지 아이들도 집 밖으로 잘 나서지 않는다. 거실 창에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 풍경은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가 드문드문 보인다. 그마저 없었다면 너무 시려 보일 것만 같은 겨울 농촌마을의 모습이다.예전 시골마을에는 저녁이면 집집마다 피워내는 굴뚝 연기로 저녁때를 알리고, 그 자욱한 불 냄새가 저녁밥상을 기대하게 했다. 정지(경상도 방언으로 부엌을 말함)에는 밥을 짓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