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소개된 서학 관련 책자가 줄잡아 칠십 종이라 하니 더 궁구할 필요가 있겠지요. 필상 형님은 한양 나들이를 하시거든 다른 책자도 구해보시지요.”필상을 보고 나서 병호는 다시 말하였다.“저는 저 서양 사람들이 의지를 강조한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에게만 영혼이 있다는 말도 사람이야말로 더 높은 의욕을 가진다는 논변이겠지요. 그 의지 때문에 신부라는 자들도 이 먼 곳까지 찾아왔을 겝니다. 리마두라는 자만 해도 그 방대한 경전을 어찌 독파했는지 유학을 공부하는 제가 벅찰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우리도 더 알아보고 고민하자 요청드립니다.
동무들과 독후감상을 하기로 한 날 필상은 소피가 마려워 새벽잠을 깼다. 희옥이가 애처럼 이불을 차낸 채 코를 골았다. 희옥이는 새벽길 나설 일이 꺽정스러워 하루 먼저 들어와 필상과 담소하고 잠들었던 것이다. 목화솜 덮인 듯한 세상 위로 눈송이가 쌓였다. 소피를 눈 필상은 다시 자리에 들었다가 비질 소리에 눈을 떴다. 문틈에 눈을 대보니 희옥이의 비질을 따라 빗살이 만들어졌다. 박동을 따라 콧김이 뿜어지건만 동저고리 바람으로도 그는 추운 기색이 없었다. 조반을 하자 햇살이 좋아져 문을 열어놔도 춥지 않았고 빗살도 그늘 든 곳만 남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경북 의성의 전통시장에는 대를 이어 100년을 영업하고 있는 솜틀집이 있다. 농민들이 수확한 목화를 가져오면, 100살 먹은 일제 기계가 ‘타르르르…’ 돌아가기 시작한다. 목화에서 씨를 발라내고 솜을 모으는 것이 조면기, 솜을 고르게 뭉쳐 모양을 잡는 것이 타면기다. 솜틀집 주인 양영섭씨가 조면기로 ‘목화를 안고’ 타면기로 ‘면을 타자’, 포슬포슬하게 각 잡힌 이불솜이 완성된다. 모든 게 신통방통한 광경이다.솜틀집이 100년을 꾸준히 영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에 드물잖게 목화를 심는 농가가 있기 때문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한국의 목화농업이 절멸 직전 상태에서 버티고 있다. 개방농정 하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수입 면제품, 국내의 자생적 면직물 공업 단절, GMO 문제로 목화농업은 어려움에 처해있다. 한국 목화농업의 현실과 목화농업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내 혼자 밖에 안 남아삣다”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에서 35년째 유기농 목화를 재배하는 임채장(66)씨. 그가 목화농사를 시작하던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마을마다 최소 3~4농가는 목화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목화농가는 점차 줄어들었다.“1990년대 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