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지금 나온 꽃들도 전부 시원찮다. 줄기에도 꽃이 많이 왔다. 줄참외라꼬, 꽃들이 마디에 다닥다닥 붙여서 나오는 거다. 그러면 참외가 밀감 맨키로 동글동글하게 달린다. 우리 산악회 회장님은 워낙 따내삐니께네 입이 다 헐었는데 참외꽃 따내삐면서 입 트기는 처음이란다.”지난 19일 경북 성주군 선남농협농산물 산지유통센터에서 만난 농민 정차섭(58)씨가 말했다. 줄참외에 물참외(발효과), 착과불량, 생육지연 등 참외가 심상치 않다. 출하기가 본격 시작됐지만, 이곳은 물론 이날 경매가 진행된 인근 선남농협 참외집
대개는 아이들이 나무를 하러 가거나 소를(소 풀을) 뜯기러 가서 이런저런 열매를 보이는 대로 따 먹지만, 일삼아 군것질거리를 찾아서 산에 들기도 했다. 그럴 땐 목표를 정하고 간다.-나, 딸기 어디 많이 있는지 안다. 지난번에 형이랑 가서 딸기밭 맞춰놨거든. 나만 따라와.오늘은 딸기가 목표다. 길수는 딸기밭을 점 찍어놨다고 했는데, 송남이가 고개를 갸웃한다.-어딜 가자고 그래. 딸기 여기도 많잖아. 봐, 여기도 저기도 온통 딸기밭인데?-바보야 여기 있는 이것들은 다 뱀딸기야. 형이 그러는데, 뱀딸기 먹으면 죽는댔어.-죽는다고? 지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27일 오전 강원 홍천군 남면 유치리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장만진(70)씨가 이달 초에 파종한 뒤 싹이 올라온 대파 모종에 물을 주고 있다. 장씨는 “작목반에서 함께 사용할 대파 모종으로 싹이 올라온 지 일주일가량 됐다”며 “4월 초에 본밭으로 옮겨 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난개발이나 환경오염시설과 관련된 현안이 있는 농촌지역을 다니다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들을 접하게 된다. 업체가 마을 이장 등 마을 임원이나 일부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하려고 하는 바람에 농촌 마을공동체가 깨어지려고 하는 경우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얼마 전에도 어떤 업체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 어느 지역에 갔는데, 업체 측이 마을주민들에게 ‘사업에 동의해주면 가구당 수천만원을 주겠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기업의 자회사가 추진하는 사업인데도 이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니 과거의 기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지난 26일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전국 500여 화훼농가가 ‘생존권’ 총궐기를 진행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집회를 연 화훼농가들은 지난해 10월 타결된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의 폐기를 촉구하는 한편, 지난 10여년 간 서명·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피해가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대책 마련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먼저 농식품부 앞에서 이뤄진 1차 집회에선 국회에 계류 중인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화훼
병호네 집 토방에는 할머니와 아버지 신발 외에도 둥구니신 두 켤레가 놓여 있었다. 황새마을 살 때부터 기창은 약초꾼이나 심마니들과 교류하더니 약재를 받아 중개하는 일로 거간비를 챙겼다. 기창이 어떤 연고로 그들과 어울리는지 알 수 없지만 양반네와도 교류하는 편이라 호구책이 될 만하였다. 병호가 들어서자 백구가 손을 핥으며 법석을 떨었다. 지금실로 옮겨올 적에 거야마을 이모할머니가 선물한 강아지는 어느덧 버티고 서면 늠름한 기상이 엿보였다. 유난히 장씨를 따라 외출할 때 같이 갔다가 한발 앞서 돌아오므로 집에서는 할머니의 귀가를 미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시금치를 캔다. 방수복을 입고 일방석에 앉아 낫으로 뿌리를 캐 올린다. 겨우내 언 땅을 뚫고 올라온 시금치다. 지난해 10월에 파종, 11월에 수확을 시작해 한겨울이 제철인, 남해의 시금치, ‘보물초’다.파란 바구니엔 앞서 캔 시금치가 수북이 쌓여있고 그 앞엔 ‘남해군 보물초’라 적힌 하얀 비닐에 10kg씩 담아 무게를 잴 저울이 놓여있다. 뿌리에 붙은 흙을 털어내느라 목장갑은 이미 흙범벅이다.날이 조금 풀리고 남도의 섬이라 한낮 기온은 영상이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오싹
1959년의 어느 봄날, 서울 홍제동의 주택가 골목으로 한 소녀가 들어서더니 여긴가 저긴가 연신 사위를 두리번거린다. 등에는 세 살쯤 돼 보이는 아이를 업었다.-요상한 일이구먼. 화살표에는 분멩히 이쪽으로 가라고 돼 있었는디….골목길에서 다시 갈라진 작은 골목들을 두세 번 더 드나들더니, 드디어 어느 가정집 대문 앞에 선다. 소녀가 이마의 땀을 훔치고 심호흡을 하더니 이윽고 대문을 밀고 들어선다.-누군가? 아니, 웬 아가씨가…처녀 같은데 애는 들쳐 업고서….오십 줄의 주인 남자가 소녀의 행색을 잠시 훑어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채소류 수급 안정직불제를 통한 채소류 수급안정 △농산물 수입량 관리 및 가격안정 정책 실시 △농가 생산비 절감 위한 필수농자재지원법 제정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전국의 양파·마늘 생산자들이 지난 15일 국회에 모였다.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국회 본관 앞에서 비를 맞으며 ‘22대 국회의원 선거 국산 마늘 양파 생산자 3대 공약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던 농민 120여명은, 오후엔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 모였다. 강성희·김승남·김태호·서삼석·소병훈·신정훈·안호영·윤미향·윤준병·이개호·이원택·조해진·주철현 국회의원 및 (사)전국마늘생산
남산 식물원 아래쪽에는 자그마한 규모의 동물원이 있었다. 남산공원 관계자들은 이 동물원을 소동물원(小動物園)이라 불렀다. 그 호칭이 굳어져서 ‘남산 소동물원’이 공식 명칭이 됐는데, 아마도 서울에 있었던 큰 동물원(창경원)을 의식하고 붙인 이름이 아니었을까?“식물원을 개관하고 나서 3년여가 지난 1971년에 문을 열었는데, 처음엔 30여 종 230여 마리쯤 됐을 거예요. 그 중엔 꽃사슴이나 원숭이 같은 동물들도 있었으나, 원앙이나 공작 등 새 종류가 많았어요. 부모가 아이들 데리고 오거나 혹은 단체로 소풍 온 아이들이 식물원을 관람
한 달 만에 다시 찾아온 희옥이와 학업에 몰두하다 밖에 나서자 송진사네 대문 앞에 필상이 서 있었다. 병호가 아는 체를 하였다.“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방구석에 누워 있댔자 별 수 있나?”그러며 곁에 선 희옥이에게 필상은,“이이가 그이인가보이.”하고 반가워하였다. 정여립의 용마 무덤을 보고 금산사를 다녀온 후 그는 자주 병호를 찾았는데 이야기 끝에 희옥이에 관한 말이 나왔었던 것이다. 하지만 희옥이는 필상에 대해 들은 바가 없어 어벙한 눈으로 쳐다보았다.“거야마을에 사는 사돈 형님이야.”병호의 소개에 희옥이가 냉큼 허리를 굽혔
남산공원의 여러 시설 중에서 일요일이 되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 있었다. 시립 남산도서관이었다. 일요일마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고, 주로 중고등학생들의 시험 기간이 낀 일요일이면 예외 없이 열람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학생들은 도서관에 가서 무슨 특별한 자료를 열람하거나, 책을 대출받아 읽는 경우는 드물었다. 고등학생들의 책가방에는 교과서와 노트, 혹은 나 따위의 참고서가 들어 있었다. 그들은 ‘도서’가 필요해서 도서관에 간 것이 아니었다. 다만 앉을 ‘자리’가 필요해서 몰려
가족 단위로 공원에 올라 식물원을 관람하고, 연인끼리 케이블카에 올라타 공중을 나는 짜릿한 체험을 하고, 친구와 전망대에 올라 시가지를 조망하고…. 하지만 남산이 늘 그렇게 건전한 휴식처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자, 서울 시내 야경 관광할 사람 버스에 타세요! 두 사람만 더 타면 떠납니다! 기가 막힌 서울 밤 풍경 구경 갈 사람 얼른 타세요! 에이, 그냥 출발해야겠다. 자, 출발합시다, 오라이!초저녁, 화신백화점 앞 등의 종로통이나 광화문 부근에서는 서울의 밤 풍경을 구경시켜준다는 관광회사의 버스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이곳저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윤석열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붉은 깃발이 서울 시내 대로를 채웠다. 8개 농민단체 연합인 ‘국민과함께하는 농민의길(상임대표 하원오, 농민의길)’이 1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농업파괴‧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농민대회)’를 열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도 박물관 앞 대로는 전국에서 올라온 6,000여명의 농민들로 가득 찼다.이날은 마침 제28회 농업인의 날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하루 전날인 10일 수원시 옛 농촌진흥청 자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기념행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올해 계속된 기후 재해로 고군분투해 온 농민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도시 소비자들과 교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승현 신부, 천주교 우리농)가 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2023년 가을걷이 감사미사 및 도‧농한마당잔치(도농한마당)’를 열었다.천주교 우리농이 매년 진행하는 도농한마당은 농민과 도시민이 모여 한해 추수를 감사하고 가톨릭농민회(회장 신흥선, 가농) 회원들이 생산한 생명농산물(친환경농산물) 판로 확대 및 직거래 활성화로 농업‧농촌의 희망을 만드는 자리다
-자네 이참에 서울 갔다가 구경 잘하고 왔는가?-아먼. 우리 둘째 아들놈이 서울에서 큰 공장에 댕기는디 말여, 고놈 덕분에 창경원에 가서 호랭이도 보고, 징허게 큰 구렁이도 보고….-그라먼 남산에는 올라가 봤는가?-아, 서울 갔다가 남산 귀경 안 하고 왔겄어. 꼭대기까장 올라가서 그 뭣이냐, 팔각정에서 떠억 내려다 보니께, 와, 남대문이 아그들 장난감만하게 뵉이드랑께.-그라먼 케이블…그 머시기도 타봤어? 전깃줄 타고 공중으로 쭈욱 날아가는 버스 말이여.-그것은 못 타봤구먼.-나는 지지난해에 서울 가서 우리 딸내미랑 같이 타봤제, 허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충남 청양군의 청년농민 이원호(25)씨. 그는 이 땅 곳곳에서 자라온 토종씨앗의 매력에 빠져 2018년 청양으로 귀농한 이래 현재까지 토종콩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70여 종의 토종콩을 재배 중이다.지난 14일 청양군 H2O센터(옛 청양고추문화마을)에서 열린 ‘더 테이스트 포럼 2023 – 청양 맛 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미식회 자리는 `요즘 인기 걸그룹이 누군지도, 어떤 드라마가 인기 있는지도 모르는' 정도로 농사짓는 데 바빴던 이원호씨로선 귀한 자리였다. 자신이 그토록
군관의 재촉에 나졸이 꾸러미를 풀었다. 속단이며 녹각을 뒤적이던 군관이 나졸에게 턱짓하자 다시 포장을 하는데 솜씨가 시원치 않았다. 기창이 대신 포장한 꾸러미를 병호에게 건네자 군관이 말하였다.“나중에 경을 칠 일이 있거든 그때나 한번 뵈입시다. 가보슈!”무리에서 빠져나온 기창이 걷다 말고 뒤를 보았다.“나장님네들! 거 붙잡거든 살살 치시구려. 농사철이 아니오.”감곡천을 따라 뛰듯 걸었는데도 중화참 지나서야 거야마을에 닿았다. 병호는 이모할머니에게 큰절을 올리고 사랑채 쪽방에 봇짐을 풀었다. 해 안에 돌아가야 하는 기창이 길을 서두
이제는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법’으로 더 유명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본지는 이 법안의 문제점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며 이후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 농해수위 전체회의, 법사위 전체회의 등 국회 내 모든 회의를 밀착 취재하고 있다.농해수위가 이 법안을 의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아연실색했다. 법안은 명백히 비상식적이었고, 몇몇 의원들의 법안 반대 의견은 매우 논리정연했으며, 이에 대한 반론조차 개진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원안 가결. 위원장·간사와 여당 의원들은 하다못해 법안 통과를 위한 ‘억지논리’를 만들어내려는 노력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농민운동가이자 편집국장으로 오랜 기간 농업·농촌·농민을 위해 헌신했던 ‘영원한 농민운동가 고 심증식 동지 1주기 추모제’가 지난 20일 경기도 동두천시 예래원 고인의 묘소에서 진행됐다. 본지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주관으로 열린 추모식에는 고인의 가족들과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들, 신문사 임직원 등 40여명이 모여 생전 고인의 치열했던 삶을 기리고 추모했다.1991년 충북 괴산으로 귀농하며 농민운동을 시작한 고인은 2005년까지 괴산군농민회 정책실장·사무국장, 전농 충북도연맹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