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수도 서울의 기성 언론들은 할 수 없고, 오직 지역 풀뿌리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일부 사례를 통해서나마 풀뿌리언론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마을신문 창간호, 쭉정이는 날리고 알곡만 남기다지난 1일, 전북 순창군 풍산면 주민들은 마을신문 창간호를 발간했다. 풍구는 ‘풍산 친구’의 약자이자, 곡물 쭉정이를 날려 알곡만 남게 하는 농기구 ‘풍구’의 이름을 본딴 것이기도 하다.풍구는 풍산면 주민자치위원회와 풍산작은도서관 명의로 발행했으며, 제작은 ‘풍구 발간위
[한국농정신문 이승헌·임순만 기자]남북 평화통일의 의지를 이어가기 위한 통일쌀 모내기가 전남에서도 활기 있게 이어지고 있다.영광군농민회(회장 노병남)는 6.15공동선언을 기념하고 평화통일의 기운을 조성하기 위해 2007년부터 매년 통일쌀 모내기 행사를 해오고 있다. 올해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15일, 회원들이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대마면 통일경작지에 모여 모내기 행사 및 영농발대식을 열었다.대마면 태청농악대의 신명나는 농악으로 행사의 막이 올랐고, 노병남 농민회장의 대회사와 배무환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부의장,
[한국농정신문 이승헌 기자] 영광군농민회 대마면지회(지회장 김병수, 대마농민회)는 지난 15일 전남 영광군 대마면 복지회관에서 대마농민회 10기 2차년도 출발을 알리는 정기총회와 영농발대식을 개최했다.오전 10시에 열린 정기총회에서 대마농민회는 지난 사업평가와 회계보고를 하고 2023년 사업계획을 참석한 회원들로부터 승인받았다.정기총회 폐회 후엔 영농발대식이 이어졌다. 대마농악대의 농악 공연으로 시작한 발대식은 김병수 지회장의 대회사, 노병남 영광군농민회장의 격려사, 강종만 영광군수와 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의 축사, 황경순 영광군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꽹과리, 장구, 징 소리가 신나게 어우러지며 농악대의 흥겨운 풍물놀이가 시작되자 고요하기만 했던 텅 빈 들녘 위에 높다랗게 세운 달집 주위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들녘 곳곳을 누비며 길놀이하는 농악대의 구성진 가락과 함께 ‘농자천하지대본’이 새겨진 농기가 석양을 받으며 바람에 펄럭이자 올 한 해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농민들과 면민들은 달집에 제각각 소원지를 엮고는 두 손을 모으고 예를 갖춘다.‘풍년을 기원합니다’ ‘손자 손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되게 해주세요’ ‘소원성취’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
[한국농정신문 이승헌 기자] 전남 영광의 농민단체들과 지역농협이 지난달 30일 영광군청 앞에서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쟁취! 영광군 농민 총궐기대회!’를 열었다.영광은 농민·농협을 망라한 ‘영광군 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해 쌀값 사태 공동대응에 나섰다. 15개 농민단체 및 읍·면 비대위와 4개 농협, 통합RPC까지 참여한 대규모 조직이다. 이날 대회에 모인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쌀값 하락 책임자들(문재인정부·윤석열정부·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등)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정부의 근본적 쌀값보장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군서면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농민들이 특별한 교육에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의장 이갑성)은 전남교육청과 협의해 지난해부터 2년째 학교로 찾아가는 수업 ‘농민의 꿈을 보다’를 진행했다. 선생님으로 역할을 할 농민들은 농업·농촌의 공익성과 농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교재를 자체 제작해 사전교육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지난해 수업 이후 학생들의 평가설문지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농업에 흥미가 생겼다. 앞으로 밥 먹을 때 감사한 마음으로 먹겠다’거나 ‘농업은 막연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치를 배우는 시간이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수년 전만 해도 농기계 광고에 반라의 여성들이 등장했다. 그 광고에 눈살을 찌푸려본 이들은 안다. 농기계 혹은 농자재를 구매하는 중심 소비자들이 남성이구나, 광고주는 구매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농작업복으로는 어림도 없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혔구나. 농촌의 가부장적인 성향을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1기 농촌형 성평등 강사, 21명 탄생도시보다 평균연령이 높은 농촌은 그만큼 변화에 더디다. 도시에서 ‘성평등’ 문제는 상식이 됐지만, 농촌에서는 ‘남자일’과 ‘여자일’ 구분하
추수를 마친 가을 저녁, 시골 전통마을의 널찍한 부잣집 마당에 불빛이 환하다. 한가운데에 모닥불이 지펴지고, 마당의 좌우 양쪽으로는 솜방망이에 붙은 기름불이 활활 타오른다. 저녁밥을 먹자마자 삼삼오오 몰려나온 동네 사람들이 담장 안쪽으로 겹겹이 둘러앉거나 서서, 안마당에 또 하나의 도톰한 담장을 만들었다.이윽고 공연복으로 갈아입은 남사당 단원들이 등장한다.-자, 저녁밥을 배불리 얻어먹었으니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세!풍물패의 상쇠가 꽹과리 소리로 신호를 하자, 이어서 북장구 소리가 어우러져 한바탕 굿판이 벌어진다. 구경꾼들도 덩달아 어
남사당의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보좌관 격인 곰뱅이쇠를 거느리고 마을 안으로 들어간 지도 한참이 지났다. 동네 들머리에 널브러지다시피 모여 앉은 단원들의 낯빛에 피로와 배고픔과 세상살이의 고단함이 역력하다. 벌써 마을을 두 군데나 공치고 지나왔으니….그 때 누군가가 “붉은 기다! 붉은 깃발이 올랐어!”를 외쳤고, 그 소리에 너나없이 날 밟힌 괭이자루처럼 발딱 일어나 마을 쪽으로 눈길을 향한다. 멀리서 곰뱅이쇠가 붉은 깃발을 힘차게 흔들어 보인다.-허허허, 굶어 죽으라는 법은 없구먼. 자, 모두 일어나 들당굿을 한바탕 쳐보더라고!농악대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한 해 농사 시작을 알리는 영농발대식과 추수 전 풍년기원제, 대동놀이 등 농촌 지역사회서 치러지는 행사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우리의 소리, ‘농악’이다.지난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농악은 ‘공동체 의식과 농촌 사회 여흥 활동에서 유래한 대중적인 공연 예술 중 하나’로 정의된다. 그간의 산업화로 우리 농촌이 가진 농경사회 고유 모습은 퇴색되고 있지만 농악을 비롯한 우리 전통문화는 농민들에 의해, 농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의해 유지·보전, 계승되고 있다.특히 대부분의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제25회 우금티추모예술제가 ‘우금티 평화의 꽃피우다’란 주제로 지난 2일 공주시 우금티동학농민혁명전적지에서 개최됐다.행사는 (사)동학농민전쟁우금티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 주최로 공주시농민회(회장 최운주)를 비롯해 10여개 단체가 참여해 진행했다.박남식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125년 전 동학농민군이 이 우금치를 넘어갔더라면 을사늑약도 경술국치도 없었을 것”이라며 “금년처럼 일본이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로 경제제재를 가하려고 할 때 남북의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주·평등의 세상, 인간존중,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자유무역을 강화하고 확대하기 위해 1986년 9월 우루과이에 세계 각국의 통상관료들이 모였다. UR협상으로 알려진 우루과이라운드의 시작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산물이 자유무역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 1994년 UR협상이 타결되고 1995년 발효되면서 우리 농정은 전환기를 맞았다. 농정은 수입개방에 맞춰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소위 말하는 개방농정의 시작인 것이다.규모를 확대하고 시설과 기계를 들여 생산성을 높여야 수입농산물에 맞서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역설적으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기리는 첫 국가기념일 행사가 광화문을 배경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민주주의의 길을 가겠다고 동학농민혁명의 선조들 앞에서 함께 다짐하자”고 독려해 의미를 더했다.문화체육관광부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시민 1,000여명과 함께 제125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 ‘다시 피는 녹두꽃, 희망의 새 역사’를 진행했다. 지난 2월 19일 국무회의에서 황토현 전투 승전일(5월 11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열린 첫 국가기념식이다.이번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상쇠의 신명나는 꽹과리를 앞세운 농악대가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풍물을 울린다. 적막했던 마을에 활기가 돌자 문 턱 낮은 담장 밖으로 나선 마을 주민들이 함박 웃는 낯으로 농악대를 맞이한다. 덩실덩실 추는 어깨춤도 풍악에 맞춰 저절로 들썩인다.정월대보름이던 지난 11일,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두지마을(전북 순창군 풍산면)에 모처럼 활기가 솟는다. 지신밟기에 이은 달집태우기, 쥐불놀이까지 정월대보름을 맞아 열린 마을 공동행사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나서 가가호호의 안녕을 빈다.보름달을 맞이하며 달집을 태우기 전 올린 고사에 쓰인 제문엔 마을의 안녕과 가족의 행복, 풍년 농사와 통일 염원, 혼란스런 나라 걱정까지 모두 담겨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
지난해 11월 14일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졌다. 그로부터 200일이 다가오는 지난달 23~24일, 전남 보성군을 찾아 부인 박경숙씨를 비롯한 농민운동을 함께해 온 동료, 후배, 마을 주민 등을 만나 ‘농민 백남기’의 삶을 되짚어봤다. 짧은 지면에 70년 동안의 삶을 담기란 불가능하지만 단편적인 일화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리고자 한다. 지난달 24일 전남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에 위치한 백남기씨의 한옥 자택을 방문했다. 9대째 이어져오고 있다는 백씨의 집에는 대문도 울타리도 없다. 주변엔 대나무가 무성해 고즈넉한 분위기가 흐른다. 마루에는 백씨가 치던 꽹과리가 아직 남아있다. “여기가 우리 응접실”이라며 백씨의 부인 박경숙(63)씨가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새 생명의 초록이 돋아나는 봄날, 신명나는 풍물장단 속에 영광의 농민과 농민대통령, 군수, 공무원, 농협 등 지역의 농업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풍년 농사를 기원했다. 영광군농민회와 영광군여성농민회는 지난 11일 2016년 영광농민 영농 발대식을 전남 영광군 만남의광장에서 개최했다.‘농민대통령’은 영농발대식에 참석한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일컬은 말이다. 말 그대로 전농 의장이 농민들의 대표라는 뜻이다. 전국을 돌며 아스팔트농사를 지어온 김 의장에 대한 존경의 의미와 함께 얼어붙은 농심을 풀기 위한 사회자의 한 수였지만 일이 쉽게 풀리진 않았다. 맘 놓고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농업농촌이 처한 현실이어서다.현장에서 만난 이석길 영광군농민회 대
정월대보름이던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 진밭마을 들녘에서 열린 ‘갑오년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에서 고양시 향토문화재인 성석농악 진밭두레보존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불타는 달집 주위를 돌며 올 한 해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바보, 조센징 놈!”별 표정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는 적도 없던 교장은 그날 무섭게 성을 내며 짚고 다니던 단장으로 이씨의 얼굴이며 등짝을 미친 듯이 후려쳤다. 연못에는 붉고 노란 잉어들이 배를 뒤집은 채 떠올랐고 교장도 눈이 뒤집힌 것 같았다. 연못들은 작은 수로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똥물이 쏟아진 연못에서 다른 연못으로 물이 흘러가지 못하게 막느라 야단법석이었다. 남자 선생님들이 신발만 벗은 채 물로 들어가 첨벙거렸다. 똥물에 더해 온통 바닥이 보이지 않게 피어오른 흙물 때문에 연못 위로는 더욱 많은 비단잉어들이 떠올랐다. 교장은 미친 사람처럼 일본말로 고함을 치고 몽둥이를 휘두르다가 제 분에 못 이겨 눈물까지 흘렸다. 이씨는, 나중에 알게 된 이름인 병삼은 주저앉아 매타작을 당하면
초저녁잠이 까무룩 깊었었나보다. 일어나 앉은 정선택이 고개를 돌려 눈으로 평촌댁을 찾았다. 저만큼 떨어져서 잠든 아내가 가볍게 코를 곤다. 정신이 든 정선택이 머리맡을 더듬어 자리끼를 찾았다. 몸에 좋은 거라며 애들이 사온 약재 서너 가지를 함께 우린 물이었다. 마른 입술과 목을 적시고 들창을 보니 희끄무레하게 날이 밝아오는 것 같다. 이미 양력으로 삼월이 다 찼으니 일찍 해가 뜰 때도 되었다. 물로 가신 듯이 잠이 달아나고 선택은 오랜만에 맑은 정신이 돌아온 것만 같았다. ‘대체 내가 왜 이러지? 어디가 잘못된 것 같긴 한데.’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선택은 이상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마치 먼 여행을 하고 온 것 같았다. 아내는 여전히 가늘게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선택보다 늘 먼저 일어나는 아내였다. 선
초여름에 접어든 지난 4일 충남 당진시 송악면 월곡리 마을회관 앞에서는 흥겨운 농악소리가 바쁜 농민들의 일손을 멈추게 했다. 흥겨운 농악대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제4회 주민과 함께하는 당진시 귀농귀촌인 어울마당’이 시작됐다. 아직도 모내기가 한창인 농촌들녘에는 이앙기와 트랙터가 부지런하게 논바닥을 오가고 있지만 유재석 당진시귀농귀촌인협의회장과 최치흠 사무국장은 모내기도 미룬 채 행사준비에 바쁘다. 4년째인 이번 행사에 대해 유재석회장은 “귀농귀촌인들이 원주민과 소통하며 융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이 행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도시에서 귀농할 때 대부분 영농기술 습득에 신경 쓰지만 정작 영농기술은 살아가면서 습득되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당장 부딪히는 주민과의 갈등을 풀고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