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다시 농생태학(농업생태학)을 이야기할 시점이다. 단순히 ‘친환경농법’으로서가 아니라 농민과 생태계의 관계를 회복하는 철학체계로서의 농생태학, 우리 농업과 세계농업의 ‘오래된 미래’다.윤석열정부가 스마트팜·푸드테크 등 자본의 논리가 개입된 구호들을 미래농업의 대안으로 내미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선 농생태학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기회는 거의 없었다. 마침 지난 10일,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소장 유병덕, 이시도르연구소)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충북 충주시 켄싱턴리조트 충주에서 열린 ‘특집 농담진담 : 농업환경
공부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가끔 TV에 역사·교육·건축·과학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을 강의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공부가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얼굴이 제법 익은 연예인들이 가벼운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방식인지라 부담없이 꽤 양질의 강의를 안방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 출연하는 강사들의 면면도 그렇고, 내용도 미래지향적이며 다수의 이익과 철학에 부합하는지라 전체적으로 호평을 받는 것 같습니다.며칠 전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때마침 농업분야였습니다. 농업에 관한 내용으로 TV에서 대중 강좌가 이뤄진
1978년에 발간된 ‘Eating Oil(Westview Press 출판)’이라는 책에서 미국의 화학자이자 저자인 모리스 B. 그린은 농식품 생산-가공-유통-소비 등의 먹거리 체계에 북반구 선진국들이 많은 양의 화석에너지를 얼마나 빨리 소모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아울러 식량 생산에 많은 석유를 투입할 수 없어 기아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세계 인구를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40여년 전 이런 책이 나온 걸 보면, 최근 상황처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과 먹거리 정의를 달성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유감스런 백서2017년 여름에 일어난 일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나라 전체가 먹거리 안전의 증후군에 시름하던 일, 이른바 ‘살충제 계란’ 사건이다. 당시 언론들은 이 일을 마치 계란을 먹으면 당장에 큰 병에 걸려 쓰러질 것처럼 보도했다. 어떤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과 ‘피프로닐’이 검출된 것이 발단이었다. 기준치는 각각 0.02ppm과 0.01ppm이었는데, 검출량은 0.04ppm과 0.02ppm으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 일이 보도되자 소비자들은 시장에 진열된 계란에 공포를 느꼈고 구매율이 급감해 그해 6월 10개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대표 윤병선)은 지난 2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찾아가는회의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농민권리와 먹거리’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대산농촌재단, 농민의길, 글로벌환경변화와지속가능한먹거리연구센터가 후원으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우리 농정과 먹거리 체계가 어떤 변화를 통해 재난상황에 대응해야 할지, 그 답을 유엔에서 채택된 농민권리선언의 내용에서 찾으려 시도했다. 포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계자만 참석해 진행됐으며, 대신 유튜브를 통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본을 유동자본과 고정자본으로 구별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유동자본이란 계속적인 교환을 통해서만 이윤을 가져다주는 자본이고, 고정자본이란 소유주를 바꾸지 않고 수입이나 이윤을 가져다주는 물건이다. 유동자본의 예는 상인의 화물이나 화폐가 대표적이고, 고정자본의 예는 토지, 기계, 생산도구이다. 유동자본은 지출함으로써 이윤을 획득하고, 고정자본은 보유함으로써 이윤을 획득한다.농업자본도 유동자본과 고정자본으로 나뉘는데, 고기를 팔기위해 사육하는 소는 유동자본이고, 일소(역축, 役畜)는 고정자본이다. 젖소가 생산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농특위)가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개최한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농민들의 다양한 속사정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개방농정으로 아스팔트 농사만 30년째라는 경남의 농민이 단상에 올라 “이젠 지겹다, 농정변화 이전에 농정반성부터 하라”고 직언하는가 하면, 양파·마늘값 폭락에 힘겹던 전남 농민도 “농사 열심히 지어봤자 적자다. 무슨 의욕이 생기겠나”라며 국가가 대처해 달라는 토로까지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네덜란드 / 기술혁신과 '새로운 농민·농촌'“지속가능 농정, 환경 살리는 농민농업으로”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전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 교수지구온난화는 인류에게 큰 과제고 상업적 농업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농생태학 중심의 농민농업의 가치가 향후 농업을 주도해야 하는 이유다. 생태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농민농업은 농민들의 노동력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특징도 있다. EU나 한국 모두 농업분야 노동력에 대해 고민이 많다. 노동력을 확대하려면 우선 농업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심증식 편집국장 : 문재인정부 출범 3년차에 접어들었다. ‘사람중심 농정’이 슬로건이었던 문재인표 농정은 어떤 평가를 해야 하나.김정섭 연구위원 : 문재인정부의 키워드가 ‘사람’이었으니, 거기에 ‘농정’을 붙인 정치적 수사일 뿐 특별한의미는 없었다. 다만 이 정부 출범에 굵직한 현안과제와 더불어 농가소득 문제에 대한 대책을 기대했었다. 쌀값을 회복시킨 부분이나 공익형직불제 개편 문제를 꺼내든 것 정도가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체면치레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인 농정기조 재검토나 시스템을 전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민농업의 당사자인 농민들은 주체적인 존재다. 비록 자본과 사회통념에 의해 잠식되고 핍박받는 현실에 놓여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엔 비판의식이 살아있다. 농민들은 적대적인 환경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한다. 농민층이 두터워진다는 건 우리 농촌과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몇몇 농민단체들은 이같은 주체성과 운동성을 역동적으로 실천하며 농민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아캄페시나가 있다면, 국내엔 농민회가 대표적이다. 시군마다 자리잡은 농민회는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5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네덜란드 와게닝겐대 명예교수. 플루흐 교수는 한국농정신문이 발간한 의 저자다. 이 책을 번역해 펴낸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루흐 교수가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는 농촌사회학자로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드는 인물”이라며 “새로운 농민은 플루흐 교수가 농민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려 일평생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 농촌사회학자의 진지한 통찰이 응축된 결과”라고 소개했다.김 연구위원은 또한 새로운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자유무역을 강화하고 확대하기 위해 1986년 9월 우루과이에 세계 각국의 통상관료들이 모였다. UR협상으로 알려진 우루과이라운드의 시작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산물이 자유무역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 1994년 UR협상이 타결되고 1995년 발효되면서 우리 농정은 전환기를 맞았다. 농정은 수입개방에 맞춰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소위 말하는 개방농정의 시작인 것이다.규모를 확대하고 시설과 기계를 들여 생산성을 높여야 수입농산물에 맞서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역설적으
불 때는 부지깽이도 한몫 거든다는 바쁜 농번기다. 새벽부터 일꾼들의 새참 챙기느라 눈곱 뗄 새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여성농민들의 이야기를 하려한다.얼마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민농업의 시대가 온다’는 토론회가 열렸다. 네덜란드의 와게닝겐대학 플루흐 교수는 ‘21세기 농민층과 농민농업의 의미’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경영자형 농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민농업(가족농 포함)의 부활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경영자형 농업(기업농)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표현했다.10년 전만 해도 46마력짜리 트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늦은 오후 4시 30분.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다목적회관에 100여명이 모였다. 플루흐 교수는 네덜란드 북프리지아숲의 사례를 통해 지역을 스스로 조직하는 농민들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북프리지아숲 생울타리 지키며 성장한 농민들북프리지아숲은 네덜란드 북부지역에 있는 곳으로 낙농이 가장 중요한 농업 형태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형성된 매력적인 ‘생울타리’ 경관이 특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경관,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결국 문제가 됐다. 네덜란드 정부가 뛰어난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퇴거조
[한국농정신문 박경철·권순창·한우준·장수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사례발표1 - 독일] 프리츠 울프 ‘슈베비쉬할 농민생산자조합(BESH)’ 컨설턴트농업의 사회적가치 농민에 환원, 농촌의 미래를 열다슈베비쉬할 농민생산자조합(BESH)은 농민농업의 성공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독일 남서부 슈투트가르트 인근인 호헨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50년 동안 농업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농장이 매년 2.5%씩 줄어들었다. 산업적으로 점점 잠식당한 것이다.BESH는 농민들에게 미래를 선사하자는 차원해서 출발한 운동으로 1988
‘오늘날, 21세기의 여명이 밝아오는 지금, 인류 역사에서 이처럼 농민이 많았던 적은 없다.’「새로운 농민」의 저자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와게닝겐대학 농촌사회학부 명예교수는 “농민들이 사라져간다고 확신하는 듯한 이 세계에서, 농민의 존재 그 자체를 의심하는 이 세계에서, 이처럼 농민이 많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라고 전한다. 이어 “농민층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자명하며, 농민과 농민농업의 구성요소는 농민층의 존재이유 그 자체로부터 규정된다”고 설명한다.농민농업. 우리에겐 다소 낯선 용어일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소농이나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네덜란드의 농촌사회학자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교수는 그의 저서 ‘새로운 농민’에서 “인류역사에서 이처럼 농민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면서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도 약 5억에서 5억6,000만개의 농민농장이 있다고 보는데 그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농민이 줄어들고 농촌이 공동화돼 가는 우리 현실에서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아니 농민이라는 단어조차 농업인으로 대체돼 사그라지고 있지 않은가.1990년대 전면적 농산물 개방에 맞춰 우리 농업에선 경쟁력 강화가 농정 최고의 목표가 됐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이춘선 정책위원장] 오랜만에 겨우내 생명을 부지하던 마늘과 양파를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가 내렸다. 농사의 반 이상은 하늘에 달려있다고 했던가? 아무리 열심히 가꾸고 일 년 내내 논밭에 살아도 비가 안 오면 작물이 자라지 않고 병이 오거나 태풍이나 홍수로 한순간에 쑥대밭이 돼 농민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이렇듯 농사는 일 년 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수확해서 수중에 돈이 들어와야 올 농사는 어땠는지 이익계산을 할 수 있다.얼마 전 농업관련 대선농정 공동제안 토론회 참석차 aT센터에 갔다가 양재꽃시장에 들린 적이 있었다. 농민들의 손길을 거쳐서 온 양재꽃시장은 그야말로 생생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농민입장에서 보면 열심히 씨 뿌리고 가꾸고 꽃을 피우면서 제 값 받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식량안보 문제가 전세계적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세계가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곡물생산량은 줄어드는 반면 바이오연료사용, 가축사료 등으로 곡물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희소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곡물메이저들에 의해 곡물 가격은 출렁이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식량자급률 상향 계획을 발표하고 식량자급 범주 안에 외국에서 도입하는 물량도 포함해 ‘자주율’ 개념을 밝혔다.식량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수입대국’ 대한민국 정부의 식량정책의 초점은 어디에 있는지, 농림수산식품부가 7월에 발표한 식량자급률 계획을 살펴본다. 또 이에 따른 변화된 국내 상황도 함께 짚어본다. “값싼 농산물 사다먹으면 된다”는 농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