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26일 충남 태안군 남면 몽산리 들녘에서 여성농민들이 겨우내 키운 냉이를 캐 손질하고 있다. 황토밭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태안 냉이는 맛과 향이 뛰어나 봄철 입맛을 돋우는 역할로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
어느 매체에 실린 탈북민의 고향 이야기를 읽었다. 강냉이에 얽힌 사연이었다. 1990년대를 회상하며 글쓴이는 “그 당시 우리에겐 쌀값이 아닌 장마당 강냉이값이 살아가는 모든 지표의 기준”이었다고 표현했다. “굶지 않으려면, 아니 죽지 않으려면 강냉이가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 처참했던 북한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었다. 필자의 글을 통해 그가 2000년대 중반 탈북했음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그는 지금도 “가끔 북한 소식을 듣는 기회가 되면 쌀값보다는 강냉이값을 묻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강냉이는 여전히
홍천은 어머니의 고향이다. 뿌리를 찾는 사람처럼 한동안은 홍천으로 이사를 갈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을 만큼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그러니 홍천에서 뭔가 일을 하자고 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이 되었다. 휴게소에 들르지 않아도 5시간은 운전하고 가야 하는 곳인데 일년내내 수업을 하러 간 적도 있고, 어떤 마을들과는 뭔가 협업을 하러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그런 홍천으로 오일장을 보러 가는 내 발걸음이 가벼운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설렘 때문이었다. 다른 장에 가던 날보다 일찍 출발해서 홍천의 장에 도착했을 때는
지리산의 봄은 코로나19 파동과는 무관하게 해마다 연초록 새순과 온갖 꽃들로 숲을 화려하게 장식해 왔지만 이번 봄은 2020년 이후 마스크로부터 해방된 첫봄인지라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그동안의 억눌림을 봄꽃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특히 섬진강 매화마을이나 구례 산수유마을 그리고 홍매로 유명한 화엄사는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2023년의 봄이다. 그리고 만나기 힘들긴 하지만 봄의 진객인 노루귀나 바람꽃 등을 찾아 깊은 산속을 헤매는 들꽃 애호가들이 SNS에 올리는 화려
Q.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서 냉이를 세 봉지나 캐서 올려보내 주셨습니다. 이걸로 뭘 해먹으면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요?A. 가문의 비기를 공개할 때가 되었군요. 봄 내음을 한껏 머금고 있는 향긋한 냉이. 이맘때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별미 식재료죠. 살짝 데쳐 참기름에 무쳐도 좋고 구수한 된장국에 한 줌씩 넣어 먹어도 맛있지만, 저희 집에선 냉이가 눈에 띄면 무조건 ‘냉이 콩가루국’을 끓입니다.①냉이를 씻어 물기를 아주 대충 턴 상태에서 날콩가루를 붓고 뒤적여줍니다. ②맹물을 팔팔 끓여서 소금으로 미리 간을 완성합니다. ③약불
우리 몸에 이로운 것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엉겅퀴, 쑥, 냉이, 질경이, 달맞이꽃 등은 산과 들에 자생하는 흔한 풀이지만, 예로부터 약성이 있어 우리를 지켜온 식물이다. 그중에 쇠무릎이라는 풀도 있다. 한자로는 소 우(牛)와 무릎 슬(膝)로 우슬이라 한다. 줄기의 마디가 타원형으로 툭 불거져 소 무릎과 닮은 모양새일 뿐더러, 그 효능이 하체 관절에 좋다기에 유래된 이름이다. 전국의 들판이나 논둑에 자생하는 다년생 잡초이지만, 필자는 씨앗을 받아 밭에 작물로 재배한다. 옛 선조들은 무리한 노동 후에 우슬을 먹어 왔고, 자기 몸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22일 충남 서산시 장동의 한 들녘에서 겨우내 키운 냉이 수확에 나선 여성농민들이 모닥불 앞에 모여 추위에 움츠렸던 몸을 녹이고 있다.
입춘이 지났지만 폭설이 내린 날 이른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예산까지 갔었다. 눈을 핑계로 뒤로 미루고도 싶었지만 이번 오일장 투어도 도착하기 전까지의 설렘과 기대감은 까짓 눈쯤 이기고도 남았다. 아직 제설작업을 시작도 안 한 도로를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운전해 매 5, 10일마다 서는 예산장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설렘과 기대는 딱 거기까지였다. 드넓은 주차장 근처 여기저기에 ‘백종원거리’라 매달린 간판들이 나의 뜨겁던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부분의 오일장들은 상설시장 안과 시장을 둘러싼 골목과 거리 주변으로 서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코로나19·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범세계적 요인으로 북녘의 농사환경도 녹록하지는 않으나, 위기 속에서 식량자급률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북측의 농정이 주목된다.지난 5일 (사)겨레하나(대표 조성우) 평화연구센터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겨레하나 교육장에서 열린 ‘북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분석과 전망 토론회’는 북측 조선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의 논의내용 분석과 함께, 최근 북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행 현황 및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전망하는 자리였다.이날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은 북
뱀사골보다 추운 전라북도 산골짜기 진안고원의 1월 중순 오일장은 출발하기 전부터 이미 춥고 살 것이 별로 없는 장터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갔다. 도로는 물론이고 주차장에도 잔설이 남아 차를 세우고 걸으면서 넘어질까 조심해야 했고 바람은 매서워서 마스크가 없었으면 얼굴이 아팠을지도 모른다. 추운 날이어서 오늘 오일장 돌아보는 일이 말잔치로 끝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됐다.그러나 오일장을 찾아 골목길로 들어서자마자 생각이 달라졌다. 기대가 작으면 실망도 작다고 하더니 이곳이야말로 그런 것 같았다. 작지만 알찬 시장이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만드셨냐고 여쭙자 뉴슈가는 넣지 않고 사카린을 넣었다고 말씀하셨다. 내 기억이 그런 것이지 어쩌면 반대로 말씀하셨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사카린이든 뉴슈가나 신화당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라 단무지와 무짠지와 울외장아찌를 하나씩 사본다. 곱게 화장하고 멋진 모자까지 챙겨 쓰신 콩나물할머니가 사진을 찍으라며 나를 불러 세우셨다. 그렇게 나눈 대화에서 시작된 전북 군산 대야오일장에서의 첫 구매는 달고 짠 장아찌류였다. 소금에 절인 무 한 켜 깔고 정종술지게미에다 이것저것 넣은 양념 한 켜 얹기를 반복해서 팥시루떡 찔 때랑 같
지난달 26일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새로 만든 농기계 5,500대가 한꺼번에 보급됐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번에 대량 보급된 “신형 고능률 농기계는 군수공업부문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군수공장이 무기 대신 농기계 생산에 팔을 걷어붙인 형국이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북은 지난 2016년 ‘당 7차 대회’에서 농업기계화 촉진 방침을 밝힌 이후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으나 그동안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특별한 방안을 강구”토록 다그쳤다. 결국 이 특별한 방안은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충남도농업기술원(충남농기원)이 소면적 재배 작물인 팥의 비료사용 기준 설정 연구에 착수했다.충남농기원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공익직불제 적용 작물 확대를 위한 것으로, 팥은 알타리와 냉이에 이어 세 번째 연구 작물에 해당된다.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익직불제는 농민의 영농활동 시 농촌 환경 보존과 공동체 유지 및 먹거리 안정 등의 공익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다. 공익직불금 수령을 희망하는 농민은 작물 재배 시 비료사용처방에 따라 비료를 사용하고 이행 점검 때 토양화학성 기준을 넘지 않도록 시비관
올 봄 북녘이 힘겨운 도전에 직면한 듯하다. 심한 가뭄은 두벌농사에 차질을 빚게 했다. 이 가뭄은 모내기철 내내 해갈되지 않고 있다. 북녘을 휩쓴 코로나19 감염사태도 심각하다. 올해는 유난히 세계적 식량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농사를 통해 이를 타개해야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친 모양새다.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에는 북녘에서 9만6,000여명의 신규 발열 환자가 발생하고, 10만1,000여명이 완쾌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15일 39만2,000여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약 20만명 수준을 유지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작년에 냉이 씨앗을 세 번이나 뿌렸어. 뿌리기만 하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쓸려가고 쓸려가고…. 고생했지. 9월 중순까지 뿌렸으니께. 요새 냉이값이 한 관(4kg)에 4만원인가. 값은 좋다는데 사람이 없어서 어차피 다 못 캐. 한없이 놔둘 수는 없고 이달 안에 감자도 들어가야 해서 좀 캐다가 접어야지. 겨우내 병원 다니느라 일을 거의 못 했어. 심어놓고 안 캘 수는 없고 몸만 안 아프면 많이 하는데….”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협(회장 이성희) 안성팜랜드에서 이달 7일부터 27일까지 ‘봄!봄!봄! 냉이쏙쏙 행사’를 진행한다.행사 기간 동안 입장객들은 ‘팜피크닉’ 코너에서 호미를 대여(보증금 1,000원, 호미 반납 시 환급)해 무료 냉이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호미와 함께 나눠주는 봉투에 냉이를 담아 가져갈 수 있으며 호미 대여 시간은 오후 5시까지다.주말 및 공휴일 오후 2시 30분엔 냉이왕 선발대회가 열린다. 뿌리가 가장 긴 냉이를 캔 고객을 냉이왕으로 선정하고 다양한 선물을 제공한다.안성팜랜드는 농협이 조성한 대형 체험
순천 아랫장은 내가 가보고 기억하는 우리나라의 오일장 중 그 규모가 둘째라면 서러울 곳이다. 충분히 여유있게 시간을 내서 가지 않으면 아쉬워서 돌아오는 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을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주차장이 시장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서도 좋다. 물론 그것도 일찍 가야 주차할 공간이 있는 것이지만 화장실도 있고 카트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며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여유를 가지고 장을 둘러볼 수도 있고, 그래서 기분 나쁘지 않게 돈은 더 많이 쓰고 오게 된다. 장에 갈 땐 언제나 미리 현금을 넉넉히 챙겨 가지
입춘이 지났지만 설악산의 눈바람과 양강지풍은 살을 에듯 차다. 그래도 양지바른 농막 주변과 언덕 밑에 앉으면 봄볕이 따사롭다. 먼 옛날 코흘리개 소년 시절 초가집 담벼락에 옹기종기 기대앉아 추위와 바람을 피하며 놀던 어릴 때가 문득 생각난다.겨우내 움츠렸던 농장엔 벌써 생명들이 꿈틀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토끼풀이 싹을 틔워 과수원은 이미 푸르스름하고 복수초는 노란 꽃을 내밀었다. 냉이와 쑥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겨울을 견디고 움을 틔우고 있다. 나비도 어디서 왔는지 가끔 나타났다 사라진다. 나무들이 지난해 맺어 놓은 꽃눈과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휴식타임, 쌍화차 드셔요~.”아침부터 바쁘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꾸러미를 싸기 위한 분주한 손놀림이 오고갔다. 잠깐 쉬자는 말에도 계란 싸는 손은 쉬지 않는다. ‘언니’들의 주름진 손은 빠르고 날렵하진 않아도 익숙하게 움직인다. 혹여나 배송 중에 깨지지 않을까 걱정을 거듭하며 신문지를 잘라 몇 번씩이나 꼼꼼히 감싼다.“은자언니 쌍화차 먹고 해! 기자들 왔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웃음)”큰소리가 난 후에야 언니들은 난로 앞으로 다가왔다. 옹기종기 모인 자리는 얼마 전 다녀온 제주도 여행 얘기로 웃
뱀사골 깊은 골짜기에 있는 우리집에서 구례장을 찾아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계곡을 따라 내려와 면사무소를 지나고 고속도로를 달려 쉽게 찾아가는 길이 있고,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올라 성삼재를 넘어 구례와 만나는 길을 가는 방법이 있다. 오늘은 푸르른 봄산을 한껏 눈에 담고 싶어 운전이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성삼재를 오르는 길을 선택해 출발했다. 브레이크 파열이 염려되는 산길을 벗어날 무렵 만나는 천은사를 막 지나면 초록의 물결이 넘실대는 밀밭들과 만난다. 6월이면 수확을 하는 시기니 5월의 밀이삭은 서리를 해 먹어도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