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나고 봄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에도 들길을 걷는다. 아침 들길은 어머니 손길처럼 따뜻하고 평화롭다. 필자는 도시민이면서 농촌지역으로 이사 와서 14년째 살고 있다. 집에서 시청까지는 승용차로 5분, 시외 쪽으로 5분만 가면 격오지 농촌이 있는, 그 경계에 사는 농촌사람이다. 지난 5년 동안도 들길, 산모퉁이길을 거닐며 나태주 시인의 ‘들길을 거닐며’라는 시를 읽기도 하고, 동네 농민들에게 기후위기나 농정에 대한 생각을 묻기도 한다. 오늘도 길가의 들풀에게, 땅에게, 논밭에게 식량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대통령
지난달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2022 대통령선거 농정공약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최덕천 교수는 탈근대적 문명 전환기에 농업·농촌·농민이 직면한 문제로 첫째 농촌소멸문제, 둘째 사회경제구조의 양극화 심화 문제, 셋째 식량주권 문제, 넷째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문제, 다섯째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 팜 기술 확대문제 등을 언급했다.이러한 진단의 배경에는 그동안 신자유주의 개방 농정으로 인한 불안정한 농산물가격과 농가소득 양극화 심화, 농업노동력의 고령화와 농업인력의 부족, 농촌의 사회문화적 및 복지의 소외, 농촌소멸
농업·농촌을 살린다는 명분 하에 존재하는 정부 및 공공 조직(기관)은 다수 존재한다. A 국회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가나다순으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국제식물검역인증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술실용화재단(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농촌진흥청, 농업협동조합중앙회(NH농협), 산림조합중앙회, 산림청,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환경관리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수목원관리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한국임업진흥
기후위기, 농업위기 시대를 극복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짊어질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다음 주에 실시된다. 어릴 적 어른들의 질문이나, 학교에서 자기소개할 때 반드시 나오는 것이 ‘커서 꿈이 뭐냐’ 였다. 최근에는 공무원, 요리사, 프로게이머 등 현실적이고 다양한 직업이 나오지만, 필자가 초등학교 다녔던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에는 대부분 선생님, 과학자, 주부 등이 일반적이었고, 그 와중에 성격이 활달한 꿈이 큰 친구들의 많은 대답은 대통령이나 장군이었다. 유신정권 말기의 박정희와 신군부의 전두환 대통령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28년에 이른다. 그동안 배추 파동, 양파 파동, 김치 파동, 계란 파동 등 기후변화에 따른 수급 불안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생산조절기능 및 유통기능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저렴한 외국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산의 가격파괴를 가속화시켰고, 이로써 생산 포기 농가가 속출하면서 수급조절의 예측 가능성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었다.그 대책으로 정부는 도매시장을 통한 대량유통구조를 근간으로 하면서 소규모 생산농가를 위한 농산물 직거래의 활성화를 권장해 왔다. 농
선거다. 엄청난 약속들이 공개되고 있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그 약속들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제 선거에서의 공약들은 아무 말 대잔치 같은 느낌이다. 과거의 대통령선거에서는 어떤 약속들이 있었을까? 기억에 의존하면 다음과 같다.필자가 농사를 시작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눌한 경상도 말투로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쌀은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그 어투를 흉내 낼 수 있을 정도로 또렷이 기억한다. 김영삼 대통령 임기 시절, 우리나라에도 남아돌던 쌀이 개방됐다. 김영삼 대통령이 특별히 농민들에게
2021년 12월 21일부터 한 달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진보당이 펼친 ‘농민기본법 국민입법청원운동’이 충족요건인 5만명을 달성해 국회에 상정될 절차만 남았다. 까다로운 개인인증과 동의절차 때문에 전자기기에 익숙지 않은 농촌에서 청원을 받기란 대학입시만큼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여농 회원들의 헌신과 열정으로 마을을 누비고, 지역사회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농업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등 절박한 심정으로 나섰기에 이뤄낸 성과다.지난해 사상 최악의 인력난과 이상기후로 거듭되는 농작물 재해를 겪으며, 농민들은 이대로 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농축산물 수입액 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수입액이 84.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농축산물 관세가 철폐되는 등 누적된 FTA의 영향으로 보인다.그중 농산물이 가장 많이 수입된 나라는 미국이다. 한-미 FTA는 쌀을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을 개방했다. 한-미 FTA를 체결하며 한국 정부는 미국산과 국산 농축산물의 소비패턴이 달라 농업부문의 실질적인 피해는 농민들이 판단하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농민들을 달랬다. 하지만 FTA 체결 10년이 지난 지금, 관세 철폐 및
농촌은 농민이 농업을 영위하며 생활하는 삶의 터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농촌 공동체의 구성은 계속 변모하고 있다.현재 농촌인구 약 200만명 중 50%가 고령자다. 자연적인 인구감소에다 청년층이 수도권 등 대도시로 이탈하기 때문이다. 농민이 떠나 빈집은 늘어나고, 도시 사람들이 들어와 새집 짓고 사는 이질적 구조가 공존하고 있다.아울러 농촌에는 공동체의 존립과 관련된 문제가 많다. 농업생산기술의 혁신, 농축산물 수입개방과 시장수급 환경의 변동성, 비농업생산 부문으로의 농지 전용, 농촌 생태·환경의 오염,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2020년 기준 83.5세다. 1980년 67.4세보다 16년 정도 늘었다. 또한 여자의 평균수명은 86.4세로 남자보다 6년이나 길다. 이렇다 보니 주변에 80대가 넘어서도 정정하게 잘 살고 계신 분들이 많다.특히 농촌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5% 수준에 이른다. 마을회관마다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같이 식사도 하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이처럼 우리나라가 급격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는 사회적 관심거리가 된 지 오래다. 보건사회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에 따라 농축수산 분야는 저탄소 농업, 저탄소 사양관리, 가축분뇨 적정 처리 등 생산 측면의 감축방안만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소비 측면에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를 곱씹어 봐야 한다. 한 끼쯤 육식 하고 싶지 않아도, 육고기 메뉴가 없는 식당 찾고 싶어도 그게 더 어려운 현실이다.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싼 육식 중심의 먹거리 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첫째, 식품제조업 현황이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음식료품 제조업체 중 단일품목으로 사업체 수가 많은 것은 △육지동
올 한 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오미크론까지 나온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고, 대외적으로 올해 시민 진영의 가장 큰 이슈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 할 수 있고, 농업·농촌 내부적으로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대책 마련이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지난 9월 발표한 정의당 기후행동 10대 실천 중 먹거리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내용은 8개나 됐다. 국제적으로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얼마 전 발표한 기후위기 행동 10개에도 △식단 조정하기 △지역 농산물 구매 △음식 낭비하지 않기 △나무 심기 등 농식품 관련 사항이 4개나 제시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