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기후변화의 영향을 해석하는 데 있어 농업분야에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적인 농산물 공급망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식량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을 강조하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 21%에 머물고 있는 국내 곡물자급률을 상향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주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농업분야에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 및 제초제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EU와 미국이 각각 ‘그린뉴딜’을
얼마 전 농협과 한국단감연합회 행사 사진을 보고, 많은 분들이 경악하면서 전화를 주셨다. 나이든 남성들이 뒤편에 서 있고, 초등학생들이 맨 앞에 맨살이 다 드러난 공연복을 입은 채 감을 들고 찍은 사진이었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연출된 장면이라지만, 많은 분들이 불쾌한 감정을 느꼈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언론사 및 행사주최 측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농협중앙회에서는 바로 사과했으며, 재발방지 및 성인지교육 강화를 약속했다.몇 년 전 대호농기계 광고사건이 떠올라 씁쓸했다. 전여농은 당시 기계성능과 아무 관계없는 여성의 몸을 선전도구화해
지난달 31일, 공주 우금티 동학농민혁명 전적지에 자그마한 알림터(홍보관)가 개관됐다. 내가 근무하는 연구원이 공주에 소재하기 때문에 매년 몇 번씩은 우금티 전적지를 찾곤 한다. 특히 연초에는 그곳을 찾아 한 해의 마음을 다지곤 한다. 그런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동학농민혁명의 우금티 전투를 기념하는 것이라고는 전두환 정권 때 세운 기념탑 말고는 별다른 기념시설이 없어 늘 아쉬웠었다. 동학농민혁명사에서 중요한 전적지가 홍보관 하나 없이 방치돼도 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 우금티 전투를 알리는 알림터 설립이 더
정부는 농산물 생산량 감소와 농가소득 감소에 따른 농민의 생계지원 대책 마련과 말뿐인 농정대전환이 아니라 실제 그럴 의지라도 보여줘야 한다!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농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고 국제기구조차 먹거리의 원활한 공급을 중요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지금 과연 대한민국의 농정은 어떠한가?코로나19로 편성된 추경에는 철저하게 농업을 배제시켰고 2차례에 걸친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농민은 배제됐다. 그리고 각 지자체별로 진행된 추가 지원에서도 농민은 배제됐다.뿐만 아니다. 사회구조 변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160조
제2의 주식(主食)인 배춧값이 요동치고 있다. 3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그랬다. 왜 그런지는 거미집 이론(Cobweb Theorem)으로 쉽게 설명이 된다. 거미집 이론은 수요에 비해 공급의 변화가 느린 시장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균형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이 수요공급 곡선 상에서 마치 거미집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농산물 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농산물의 특성상 공급을 급격하게 줄일 수 없기 때문에 풍년이 들면 농산물 가격은 하락한다. 초과공급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가격은 균형가격보다 낮은 상태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개 주요국(G20) 농업장관회의가 열렸다. 장관들은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역병과 기후 위기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식량을 보장하고 위생적인 식수를 제공하는 일이 급선무임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복원력이 있는 농업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농업은 위기 상황에서 인간 존엄의 최후 보루다. 사람의 먹을 권리를 실현하는 모태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담은 식량접근권은 누구나 그 안전성과 수량에서 사람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켜줄 정도의 먹거리를 누릴 권리다. G20 농업장관
맹자 「중용」에 나오는 ‘시중(時中)’은 때를 알고 그 때에 맞게 처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목적에 맞는 수단일지라도 너무 늦거나 빠르면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 어렵다. 우리 농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농산물 수급조절 정책이야 말로 시중의 도(道)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농산물 수급조절 수단 중의 하나인 시장격리 조치가 너무 느리면 가격 회복에 효과적이지 못하고, 너무 빠르면 출하 물량이 적어지기 때문이다.지난해 양파와 마늘 재배면적 감소는 예측한 반면, 단수 증가는 예상치 못했다. 출하기 가격하락에 대한 원인 분석이 이뤄지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이 올해 종료되고, 제5차 계획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육성계획은 2001년 제1차 계획이 시행됐으며, 그동안 민간중심으로 추진됐던 친환경농업이 정부 차원으로 육성, 확대되기 시작했다. 본 계획은 정부 및 지자체가 5년 동안 추진해야 할 방향과 목표, 부문별 실천과제,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담고 있는 중장기 법정 대책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제4차 계획에서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 비율을 2015년 4.5%(7만5,000ha)에
최근 여당 국회의원이 영농형태양광을 농업진흥지역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사용기간을 최대 20년까지 연장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제출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도 야당 국회의원이 영농형태양광 설치 확대를 위해 유사한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해서 한동안 논란이 있었는데 다시 찬반논란이 불붙는 모양새다. 특히 이 법안에서 영농형태양광 설치와 관련해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기존 농촌형 태양광과는 달리, 농업 생산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부가적인 농가소득 창출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소득증대를 원하는 농민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
올해만큼 기상위기를 피부로 느껴본 적이 있을까? ‘요즘 바쁘시지 않아요?’ 주변 농민들에게 물으면, 잦은 비와 태풍으로 거둘 게 없으니 한가하다는 답변들뿐이다. 과수농가들은 냉해와 태풍으로 열매가 다 떨어져 수확할 게 없고, 채소작물을 심은 농가들은 태풍에 몽땅 쓸려 보내 일년 농사가 날아가 손에 쥐는 소득이 아예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고 한다. 더구나 올해부턴 적과 전 재해보험 보상율도 80%에서 50%로 떨어져 보상이라도 기대했던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사상 유례없는 5월의 폭설, 가장 긴 장마, 태풍 마이삭과 연이은 하이선
청양 출장길에 읍내 한 빵집에 들렀다. 이 빵집은 구기자 등 지역산 천연재료로 빵을 구워 지역 내에서는 나름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읍내는 한산했고 빵집에 손님도 한두 명 밖에 없었다. 얼마 전 청양군 김치공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 자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청정지역이었던 청양군도 패닉상태에 빠졌고 시골의 골목 상권도 더욱 어려움에 내몰렸다. 출장길에 일부러 그 빵집을 찾은 이유다.청양군 인구는 2017년 말 기준 3만2,837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 8월 현재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식량수입국의 식량난이 예측되면서 세계는 다시금 농업과 식량자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OECD 국가 평균 곡물자급률은 102%인데 한국은 2018년 기준 곡물자급률이 21.7%에 불과하다. OECD 내에서 최하위 수준 식량수입국이다. 여기에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이고 밀 자급률은 0.7%에 불과하다.하지만 정부는 식량난을 기우 정도로만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현재 우리나라는 10여개 농산물을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선 현재 홍수와 미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식량위기가 올 수
올해 세계경제포럼 연차 총회(다보스 포럼)의 최대 이슈는 ‘기후 위기’였다. 기후 위기로 인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1/2 이상이 손실될 위험에 처했으며, 특히 농업은 2조5,000억달러, 식음료는 1조400억달러로, 건설(4조달러) 부문에 이어 손실 위험이 2위, 3위라고 경고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블랙스완)보다 더 충격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의 파괴적 위기(그린스완)를 감지하고 전 세계가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하며 신(新)기후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
참 존경하고 좋아하는 여성농민이 있다. 평생 농사를 짓고, 사회를 섬긴 분이다. 올해 어느 날, 내게 편지를 보내, 앞으로는 지역 농산물로 맛있고 소박한 반찬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첫 반찬 꾸러미를 정성스럽게 보내 주셨다. 부추김치, 깻잎무침, 마늘쫑, 손두부, 새송이버섯 장아찌였다. 어쩌면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 보내셨지? 행복한 식사였다.우리 농민은 소농이다. 그 장점을 살리는 데 길이 있다. 사회구성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식품체제’를 소농이라는 토대 위에 지어야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봄 4월 전국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배, 복숭아, 사과 등 개화기 과수들은 저온피해를 입었다. 꽃이 누런 갈색으로 변해 착과율이 감소하고 수확량이 감소할 전망이다.여름엔 최장기간 장마 기록을 갈아치웠다. 평년보다 두 배나 긴 54일이다. 오랫동안 비가 내린 것뿐만 아니라 열대지방 소나기 같이 폭우가 내렸다. 전국에서 산사태가 나고 농경지가 잠기고 소들이 물에 떠내려갔다. 물이 빠진 농경지 작물을 병해충이 습격할 예정이다.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농업재해가 태풍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최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장마와 폭우로 농촌 곳곳의 피해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다. 봄부터 시작된 냉해에 이어 병해충 피해와 낙과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으며, 폭우로 농경지가 침수되고 시설 하우스와 축사가 무너지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민들의 눈물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를 넘어 기후재앙이 다가온 것이 아닌가 두렵기만 하다.지난달 14일 정부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및 불평등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총 163조의
올해 초부터 농업계에서 많은 논란이 됐던 공익형 직불제가 입법 및 공고 과정을 거쳐 지난 5월부터 신청 접수를 받기 시작해 6월 30일까지 총 약115만 건이 신청됐다고 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정개혁의 중요 수단으로 공익형 직불제가 제시된 지 3년 만에 이뤄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많은 논의를 통해서 형성된 정책이고 또 처음으로 크게 농정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미흡한 점은 있을 수 있지만, 일부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졸속’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공익을 지향하는 농업생산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코로나19 이후의 농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고민이 많다. 올해 정부는 코로나19 대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3차에 걸쳐 59조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코로나19는 생태계 파괴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라는 반성 하에 지금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모임들이 생겨나고 있고,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UN)기후협약 총회에서는 ‘파리기후협정’을 채택하고 탄소배출을 줄여갈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5년에 걸쳐 16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한국형 그린뉴
1991년부터 29년 동안 격월간으로 을 발행해온 김종철 선생님이 지난달 25일 우리 곁을 떠났다. 김종철 선생님의 녹색사상을 지지하고 을 아껴온 많은 독자들은 그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비통해했다. 발행인 김종철로서는 마지막이 돼버린 통권 173호를 우편으로 받고서는 한동안 개봉할 수가 없었다.김종철 선생님의 마지막이 돼버린 글 ‘코로나 시즌, 12개의 단상’은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칩거생활을 하면서 적은 단상에 관한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전 지구적인
1995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거의 2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내가 전남 해남이란 곳에 정착해 농사를 지은 기간이다. 그런데 25년이란 시간동안 내가 주변에 이야기하고 외친 소리나 구호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아님 어쩜 동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방농정에 따른 문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일까? 아님 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어 25년이란 시간동안 농업, 농촌 문제는 그대로인 걸까?농촌은 내가 처음 해남에 정착했던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민들이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고 농업의 생산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즉, 농민이 없으면 농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