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도시근교의 농촌이다. 본래의 행정명칭은 ‘창원군’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 창원군을 쪼개어 인근의 진해·창원·마산, 세 개 시에다가 나눠 붙였다가 다시 세 개의 시를 합쳐서 하나의 거대한 시를 만들었다. 지금은 번지르르하게 이름을 붙여 특례시라고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인구가 100만이 넘어가는 기형적인 기초단체 도시다.팽창하는 인근 도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의 질을 높이겠다면서 지금부터 20년 전쯤 전국적으로 많은 농촌의 지역들을 도농 통합하면서 많은 군이 인근의 시와 합병됐다. 그러다 보니 어
오늘날 한국 농업은 농지가 집단화돼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규모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절대다수는 소농이 차지하고 있다. 농지 세분화 방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농의 노동력 및 농기계 투입대비 농업 생산성은 매우 저조하다. 농지를 농민에게 처분하고 이농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지만, 농작물 재배기술이 평생 배운 기술의 전부기 때문에 농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별다른 수익이 없는 고령의 농민으로서는 공익직불금이라도 받아야만 농가 경제를 꾸릴 수 있는 형편이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농사일을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나치게 편협한 방향으로 구성돼 우려를 낳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과장 단 한 명만 실무위원으로 파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기후위기·식량위기 시대에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망각했음은 물론, 농업에 대한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지금, 곡물자급률이 21%도 되지 않는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인 비상체제 돌입은 아닐까.모든 농자재값이 30% 이상 올랐고, 비료값은 1년 전에 비해 3배나 뛰었다. 코로나19 펜데
10년 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개 사료값만도 못한 쌀값’이란 말과 2022년 ‘요소수만도 못한 농업’이라는 말, 어딘가 참 많이 닮은 모습이다.지난해 말엔 사람의 입에 매일 들어가는 것도 아닌 것이 매일 매시간 언론을 꽉 채웠다. 요소 대란은 마치 세상의 이동과 물류가 중단될 듯이 떠들썩했다. 정치권과 대통령은 긴급한 대책을 내놓기 바빴다. 응급 처방과 중장기적 대책이 쏟아졌다.단기적 과제는 다른 나라에서 비싸게라도 수입하는 것이었으며, 중기적 과제는 적정가격에 다양한 수입 다변화를 하겠다는 것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국내생산 계
경칩이 지나고 봄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에도 들길을 걷는다. 아침 들길은 어머니 손길처럼 따뜻하고 평화롭다. 필자는 도시민이면서 농촌지역으로 이사 와서 14년째 살고 있다. 집에서 시청까지는 승용차로 5분, 시외 쪽으로 5분만 가면 격오지 농촌이 있는, 그 경계에 사는 농촌사람이다. 지난 5년 동안도 들길, 산모퉁이길을 거닐며 나태주 시인의 ‘들길을 거닐며’라는 시를 읽기도 하고, 동네 농민들에게 기후위기나 농정에 대한 생각을 묻기도 한다. 오늘도 길가의 들풀에게, 땅에게, 논밭에게 식량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대통령
지난달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2022 대통령선거 농정공약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최덕천 교수는 탈근대적 문명 전환기에 농업·농촌·농민이 직면한 문제로 첫째 농촌소멸문제, 둘째 사회경제구조의 양극화 심화 문제, 셋째 식량주권 문제, 넷째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문제, 다섯째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 팜 기술 확대문제 등을 언급했다.이러한 진단의 배경에는 그동안 신자유주의 개방 농정으로 인한 불안정한 농산물가격과 농가소득 양극화 심화, 농업노동력의 고령화와 농업인력의 부족, 농촌의 사회문화적 및 복지의 소외, 농촌소멸
농업·농촌을 살린다는 명분 하에 존재하는 정부 및 공공 조직(기관)은 다수 존재한다. A 국회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가나다순으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국제식물검역인증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술실용화재단(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농촌진흥청, 농업협동조합중앙회(NH농협), 산림조합중앙회, 산림청,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환경관리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수목원관리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한국임업진흥
기후위기, 농업위기 시대를 극복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짊어질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다음 주에 실시된다. 어릴 적 어른들의 질문이나, 학교에서 자기소개할 때 반드시 나오는 것이 ‘커서 꿈이 뭐냐’ 였다. 최근에는 공무원, 요리사, 프로게이머 등 현실적이고 다양한 직업이 나오지만, 필자가 초등학교 다녔던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에는 대부분 선생님, 과학자, 주부 등이 일반적이었고, 그 와중에 성격이 활달한 꿈이 큰 친구들의 많은 대답은 대통령이나 장군이었다. 유신정권 말기의 박정희와 신군부의 전두환 대통령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28년에 이른다. 그동안 배추 파동, 양파 파동, 김치 파동, 계란 파동 등 기후변화에 따른 수급 불안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생산조절기능 및 유통기능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저렴한 외국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산의 가격파괴를 가속화시켰고, 이로써 생산 포기 농가가 속출하면서 수급조절의 예측 가능성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었다.그 대책으로 정부는 도매시장을 통한 대량유통구조를 근간으로 하면서 소규모 생산농가를 위한 농산물 직거래의 활성화를 권장해 왔다. 농
선거다. 엄청난 약속들이 공개되고 있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그 약속들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제 선거에서의 공약들은 아무 말 대잔치 같은 느낌이다. 과거의 대통령선거에서는 어떤 약속들이 있었을까? 기억에 의존하면 다음과 같다.필자가 농사를 시작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눌한 경상도 말투로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쌀은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그 어투를 흉내 낼 수 있을 정도로 또렷이 기억한다. 김영삼 대통령 임기 시절, 우리나라에도 남아돌던 쌀이 개방됐다. 김영삼 대통령이 특별히 농민들에게
2021년 12월 21일부터 한 달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진보당이 펼친 ‘농민기본법 국민입법청원운동’이 충족요건인 5만명을 달성해 국회에 상정될 절차만 남았다. 까다로운 개인인증과 동의절차 때문에 전자기기에 익숙지 않은 농촌에서 청원을 받기란 대학입시만큼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여농 회원들의 헌신과 열정으로 마을을 누비고, 지역사회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농업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등 절박한 심정으로 나섰기에 이뤄낸 성과다.지난해 사상 최악의 인력난과 이상기후로 거듭되는 농작물 재해를 겪으며, 농민들은 이대로 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농축산물 수입액 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수입액이 84.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농축산물 관세가 철폐되는 등 누적된 FTA의 영향으로 보인다.그중 농산물이 가장 많이 수입된 나라는 미국이다. 한-미 FTA는 쌀을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을 개방했다. 한-미 FTA를 체결하며 한국 정부는 미국산과 국산 농축산물의 소비패턴이 달라 농업부문의 실질적인 피해는 농민들이 판단하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농민들을 달랬다. 하지만 FTA 체결 10년이 지난 지금, 관세 철폐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