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노조도 있었다. 조합원들이 일 15시간 주 6일 육체노동에 허덕이는 동안 조합 지도부는 종신집권 체제를 구축하고 고급세단에 개인기사, 월 600만원의 판공비, 친인척 간부 채용의 권세를 누렸다.참다 못한 조합원들이 민주화 깃발을 들어올리자 수세에 몰린 지도부는 조합을 해산시켜버렸다. 사실상의 위장해산으로, 조합 민주화를 백지화하고 주도세력을 축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합 해산을 의결하던 날, 지도부는 반발하는 조합원들을 경비용역으로 저지하고 밀실에서 결정을 내린 뒤 “승리했다”며 기뻐했다.조합원들이 굴하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농림축산식품부의 밀실행정은 어제오늘 문제가 됐던 사안이 아니다. 주요사안을 논의하는 회의는 거의 비공개로 진행되며 확정된 계획조차 좀체 공개하지 않는다.농식품부는 회의 내용의 비공개를 요구하는 서명을 참석자들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한 전문가는 “정보를 공개해도 문제가 안 되는데 밀실에서만 하려는 게 안타깝다. 그러다보니 농가가 정부를 불신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농식품부 과장급 공무원은 “비공개 회의의 첫 번째 장점은 한 번 걸러진다는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팩트에 기초하지 않은 정보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농업계의 기대감이 높다. 농협이 농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막중해서일 것이다. 이 회장은 이런 기대감을 안고 취임사를 통해 ‘농토피아(農+Topia) 구현’이라는 향후 농협중앙회 운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농토피아 구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전임 회장인 김병원 전 회장의 임기 4년을 관통하는 열쇠 말이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었다면, 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진행이 되고 있는 모양인데 소리가 전혀 안 나오네.” “직원한테 소리 좀 켜달라고 해봐요.” “뭔 말인지 하나도 안 들려서….” 제24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 선거가 열린 지난달 31일 농협중앙회 본관 2층에 마련된 임직원 대기실에 모인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던 이야기 중 일부다.대기실엔 선거가 진행 중인 1층 대회의실 장면이 모니터로 생중계되고 있었으나 음성은 일절 끊긴 채였다. 10명의 후보들이 정견 발표를 하는 내용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연설이 끝나고 두 손을 치켜들거나 무릎 꿇어 절을 하는 후보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메뉴를 개발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휴게소 등지서 이를 판매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해당 프로그램은 1월 29일 현재 기준 7회분이 방송됐고 그간의 파일럿 방영분까지 포함해 복숭아 흠집과와 못난이 감자, 태풍 피해로 판매·저장 등 난관에 봉착한 사과, 생산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 마늘, 만성 소비부진을 겪고 있는 한돈·한우 비선호 부위 등 다양한 농축산물을 활용해 색다른 메뉴를 선보이며 소비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방송이 매주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는 만큼 방영된 농축산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대구의 활주로를 농촌으로 옮기는 문제로 의성군과 군위군 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전후보지를 주민투표 결과로 결정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양 지역이 투표율과 찬성률에서 상대를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불렀고, 온갖 깨끗지 못한 행태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판국이다. 합법·불법의 여부를 떠나, 일개 지자체가 어디서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인 600억원의 포상 계획은 국민 누구도 곱게 봐 줄 리 없는, 최소 ‘도의적으로’는 부정한 세출이다. 그러나 이런 행태가 드러나기 전부터 이미 의성과 군위 두 지자체
[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언젠가 유난히 일이 고되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다음날도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혼자가 아닌 남편이나 아이가 있는 상황이라면? 지쳐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칭얼대거나 집안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진저리를 치며 상상을 중단했다.머지않아 상상을 현실에서 마주하게 됐다. 여성농민의 일상을 취재하며 매우 비슷한 상황을 곁에서 보게 된 것이다. 취재차 만난 ㄱ씨는 농민이자 세 아이의 엄마다. 그녀의 하루는 동이 트기도 전에 시작돼 축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고백 하나 하겠다. 4년 가까이 유기농업 관해 기사를 써 왔다. 그럼에도 ‘유기농업’이란 단어의 뜻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유기농업?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농업이지’라 여기며 썼을 뿐이다.유기(Organic)란 단어는 기본적으로 ‘생명과 생활력을 갖춤’이란 뜻도 있지만 ‘생물체처럼 전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짐’이란 뜻이기도 하다. 이대로 해석하자면 유기농업은 ‘살아있는 농업’이자 ‘조화와 연결을 추구하는 농업’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동안 생명과
도매시장 개혁이 여전히 요원하다. 경매 수탁독점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의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시도가 농식품부의 반대 아래 10년째 헛돌고 있다. 최근엔 법률 개정을 통한 강제 도입까지 추진됐지만 역시 농식품부와 보수야당의 반대로 무산돼버렸다.국정감사와 법안심사 과정에서 농식품부는 “공사보다 우리가 농민들의 이익을 더 생각한다”는 취지의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시 출자기관인 공사는 농식품부보다 농민에 대한 생각이 짧을 것이라는 우려다.하지만 생각해보면 괜한 우려가 아닌가 싶다. 공사는 하루하루 농민 출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지난달 29일 부산경마공원에서 문중원 기수가 사망했다. 그가 남긴 유서엔 마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짙게 배어나온다. 그는 유서에서 “죽어서 나간 사람이 몇 명인데 시설 좋고 경주기록 좋아지고 외국에서 좋은 성적만 나면 선진경마냐?”고 한국마사회에 물었다.고인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동안 마사회는 무엇을 했나? 지난 2017년 마필관리사들이 잇따라 숨지며 마사회-마주-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부조리한 갑질 구조가 드러난 지 2년이 흘렀다. 그러나 고인의 사망 직후 나온 마사회의 입장설명을 보면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지난달 20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자신의 저서인 ‘미래의 둠벙을 파다’ 출판기념회를 전남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개최했다.행사엔 정치인과 지자체장, 농협을 비롯한 지역 관계자 5,000여명이 몰렸고, 문희상 국회의장 등이 축전을 보냈다. 지역에선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에서 김 회장의 나주·화순 지역구 출마가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이날 행사는 거물급 정치인의 총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이날 “농업과 농민의 미래를 위해 끝없이 고민하겠다”는 말로 출마 의지를 밝혔다. 다음날엔 이해찬 더불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한 여성농민이 있다. 1983년생. 세 아이의 엄마다. 매일 새벽 5시 반, 집 인근 축사에서 소밥 주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친정아버지와 자신이 기르는 소 30여 마리에 사료와 지푸라기를 주는 일이다. 축사 청소는 기본. 한 시간여 남짓 이어진 작업에 사방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먼동이 트자 장소를 옮긴다. 밭일이다. 친정엄마와 함께 양파 모종을 심기 위해 밭에 검은 비닐을 덮는다. 괭이로 흙을 퍼 올려 비닐을 고정시킨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그러는 사이, 남편이 출근한
[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축산 담당 기자로 처음 배정받으면서 ‘미허가축사 적법화’ 이슈에 대해 알게 됐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축산농가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축산업을 영위하도록 돕고, 동시에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허가축사 적법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하지만 미허가축사 적법화를 취재하며 만난 축산농민들은 대부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질문을 할 때마다 축산농민들은 한숨 쉬는 것은 기본이요, 이행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원만히 해결될 거란 희망보다 회의적이고 불만스런 반응이 많았다. 분명 장기적으로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2019 김제농업기계박람회’엔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농민들로 가득했다. 추수가 거의 끝났을 무렵 치러진 행사기도 했고, 때맞춰 물든 단풍도 농민들의 나들이 기분을 돋우는 데 한 몫을 한 듯 보였다.다양한 농기자재를 둘러보는 농민들의 들뜬 표정은 관찰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흐뭇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배토기와 써레 등을 생산·판매하는 농기계 업체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대호(주)는 지난해 5월 노골적인 문구와 선정적인 사진으로 광고를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대구에는 공항이 있다. 본래 공항은 도심에서 적당히 먼 곳에 있었지만, 도시는 수십 년 동안 농촌의 인구를 빨아들이며 팽창을 거듭했다. 결국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시가지는 시 외곽까지 잠식해나갔고, 결국 활주로 바로 옆에도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늘어서있는 기이한 형국이 됐다.공군비행단의 활주로(K-2)도 겸하고 있는 이 공항에서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이착륙 소음이 가장 시끄러운 항공기가 뜨고 내리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도입된 이후 대구공항에 배치된 최신예 전투기 F-15K의 소음은 민항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최근 과학자들 중 GMO 개발이나 이용을 옹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팽창하는 종자산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미래육종기술 투자의 일환으로 GMO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학자도 있으며, 20여년 간 GMO가 전세계적으로 재배됐음에도 단 한 건의 안전성 문제도 일으킨 바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GMO 먹거리를 섭취할 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20여년 간 단 한 건의 안전성 문제도 일으킨 바 없다는 위 주장과 달리, GM감자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과학자는 개발
속절없이 반복되는 채소값 폭락에 지난 7월 대통령의 입에서 ‘가격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고, 이후 정부가 채소 수급정책 개선에 한창 골몰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농식품부의 ‘산지 압박형 면적조절’ 시도로 인한 한 차례의 소란 외엔 이렇다 할 뭔가가 보이지 않는다. 희망보다는 걱정과 답답함이 앞서는 상황이다.수급정책 개선에 앞서 반드시 준비돼야 할 것으로 두 가지를 꼽고 싶다. 하나는 품목별 농민단체의 정책 참여다. 전국의 수십 수백만 농민들을 아울러야 할 농산물 수급관리엔 조직력을 갖춘 품목별 농민단체의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삭풍이 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올 한해 가금분야 취재를 돌아보면 ‘을’로서 억울함을 속으로 삭여야만 했던 육계·오리농민들이 먼저 떠오른다.지난 봄, 갓 입식한 자신의 육계농장이 질병진단 감정에서 가축전염병 진단을 받았다는 제보를 들었다. 가금류 질병은 고병원성 AI만 있는 게 아니다. 가금티푸스, IB, 아데노 바이러스, 닭뉴모바이러스 등 많은 질병이 가금농장을 위협하고 있다.더 기막한 사정은 그 다음이다. 이 농민은 계약한 계열업체에 매몰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단 키워서 출하하라는 것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지난 2일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정감사라고하면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 속에 정부나 공공기관 등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당혹해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국민의 입장에선 의원들의 불호령이 통쾌해 보이기도 하지만 국정 운영을 바로잡는 회초리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는 사실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이미 문재인정부가 집권하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격에서 수비로 태세를 전환한지 오래고, 국정감사면 두각을 나타내던 진보정당 의원들도 줄어든 입지 속에 그 빛을
3년 전 오늘(25일)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고인의 죽음은 새 세상을 염원한 이들에게 밀알이 됐다. 국민들은 적폐청산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고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사상 첫 모내기대선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사회 전 분야에서 적폐청산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농정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민수당 도입, 개방농정 철폐, 농산물값 보장, 남북 농업교류 실시 등 농민들의 삶과 밀접한 의제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기대치가 높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