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1871)금구 수류면 원평장터에서 닭뱀이재를 지나면 텃골이 나오고 돌무늬와 상두재를 넘으면 태인 지금실마을이 나타난다. 지금실마을은 상두산에 몸을 의탁했는데 마을 끝자락 탱자울을 두른 초가에서 한 사내가 약탕기를 걸고 부채질에 여념이 없었다. 사내의 이름은 김기범으로 태인 명문가인 도강김씨 가문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오래도록 급제자를 내지 못해 도강김씨가의 가세는 기운 지 오래였다. 그래도 오대조까지는 동약(洞約) 활동에 참여해 체모를 지켜오더니 행세할 조건을 잃은 채 집안은 몰락해가고 있었다. 그나마
얼마 전 강릉에서 열린 지정폐기물매립장 공청회에 갔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강릉시 주문진읍에 무려 904만톤이나 되는 지정폐기물·사업장일반폐기물을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업체가 밀어붙이면서 개최된 공청회였다.그런데 업체측은 ‘지정폐기물 등 산업폐기물이 얼마 나오지 않는 강릉시 주문진읍에 왜 매립장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지역소멸 얘기를 꺼냈다. 주문진읍의 인구가 줄고 있고 강릉시 인구도 줄어드는데, ‘인구를 늘리려면 지정폐기물매립장을 먼저 유치해서 산업단지가 들어오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막힌 주장을 편 것이다.난개발과
한 달 만에 다시 찾아온 희옥이와 학업에 몰두하다 밖에 나서자 송진사네 대문 앞에 필상이 서 있었다. 병호가 아는 체를 하였다.“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방구석에 누워 있댔자 별 수 있나?”그러며 곁에 선 희옥이에게 필상은,“이이가 그이인가보이.”하고 반가워하였다. 정여립의 용마 무덤을 보고 금산사를 다녀온 후 그는 자주 병호를 찾았는데 이야기 끝에 희옥이에 관한 말이 나왔었던 것이다. 하지만 희옥이는 필상에 대해 들은 바가 없어 어벙한 눈으로 쳐다보았다.“거야마을에 사는 사돈 형님이야.”병호의 소개에 희옥이가 냉큼 허리를 굽혔
내 나이 스물하나 꽃다운 나이에신랑을 만나 결혼을 하고 보니깐깐한 홀시어머니와 시누이 다섯옆집 이웃에 시댁 어르신들왜이리 식구가 많고 일도 많은지 시집살이를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텨왔는지 눈물이 난다.왜 그렇게 시집살이를 시켰은지가족을 위해 살아온 내인생 가엽고 힘들었지만참고 잘살아왔다고 생각한다.지금 나는 행복하다나는 배우고 싶었던 한글공부를 시작해서더 더욱 행복하고 설렌다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올줄 몰랐다.나의 전성시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
전 서울대병원장이었던 한만청(89)씨는 생존율 5%라는 말기암 진단을 받고도 회복한 사람입니다. 그는 50대였던 1998년도에 간암 진단을 받고 수술하여 암덩어리를 제거하고 다 치료된 줄 알았으나, 희망도 잠시, 곧바로 폐로 전이되어 생존율 5% 미만의 말기암 선고를 받습니다. 그러나 암을 잘 이겨내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한만청씨가 암 투병을 하면서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현혹되지 않는다, 또한 갑자기 등장한 의학 신기술 등에도 현혹되지 않는다, 오로지 ‘현대의학’만을 신뢰하고 암을 치
남산공원의 여러 시설 중에서 일요일이 되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 있었다. 시립 남산도서관이었다. 일요일마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고, 주로 중고등학생들의 시험 기간이 낀 일요일이면 예외 없이 열람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학생들은 도서관에 가서 무슨 특별한 자료를 열람하거나, 책을 대출받아 읽는 경우는 드물었다. 고등학생들의 책가방에는 교과서와 노트, 혹은 나 따위의 참고서가 들어 있었다. 그들은 ‘도서’가 필요해서 도서관에 간 것이 아니었다. 다만 앉을 ‘자리’가 필요해서 몰려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민간인 대상 무차별 폭격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2023년 10월 이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습으로 이미 1만5,0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고, 사망자 증가 속도가 유례가 없을 만큼 높다. 사망자의 절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아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전쟁은 잔인함 그 자체이다.가자지구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됐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생명, 인권 등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는 헌신짝처럼 무시되고 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무
농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통계청 쌀값이 지난달 15일 19만9,280원(80kg)으로 하락하더니 25일에는 19만8,620원으로 더 떨어졌다. 현장의 농심은 들끓고 있다. 쌀값에 미치지 못하는 나락가격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고, 연말엔 농민들이 지불해야 하는 토지임차료, 농협이자, 농자재값 상환, 농기계값 원금 정산 등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나락값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농민들은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쌀 감산에 힘을 쏟았고, 이에따라 쌀값은
2023년 11월초 북한 언론은 서해곡창지대인 황해남도, 황해북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남포시에서 “최근 년간에 볼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극심한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풍작을 거두고 있는 농업발전의 놀라운 현실”이라는 발언을 통해 예고되기도 했다.1년 농사실적은 봄작물 실적과 가을추수 결과를 종합해 평가한다. 북한 언론은 상반기에 “례년에 없는 풍요한 작황”으로 올곡식(봄작물)인 밀, 보리, 감자를 생산했고, 가을에는 서해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 평안남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축산물을 선호하면서도, 축산업에 대해서는 폄훼 및 혐오 분위기가 팽배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2022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를 합친, 1인당 육류소비량은 58.4㎏으로, 주식이었던 쌀 소비량 56.7㎏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생일상이나 결혼식 등 주요 가족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고기고 축산물이다.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선물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한우고기이다. 닭고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는 치킨과 맥주가 결합된 ‘치맥’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가 되었다.
[한국농정신문 김재영 기자]“그까이꺼 뭐라고! 이제 우리 정치하자!”지난달 28일 진주시농업기술센터 강당에 경남 농민정치의 필요성과 부흥을 바라는 농민들이 모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도연합, 진보당 경남농민위원회가 함께 개최한 1차 정치학교에 참가하는 사람들이었다.조병옥 전농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우리가 정치권력을 잡는 꿈을 꿔보자. 농협중앙회와 국회에 우리가 진출하는 상상을 해보자. 벅차지 않은가?”라며 인사말을 했다.이날 정치학교에서는 김장호 민플러스 교육원 원장이 총선 전망과 농민정치를 주제
[한국농정신문 김재영 기자]지난달 25일 경남 창원시 남양동 다솜어린이공원엔 쌀쌀한 추위에도 많은 인파가 모였다. ‘경남 농부와 함께하는 가을 추수한마당’ 행사에 참가하고자 모인 사람들이었다. 추수한마당 행사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도연합 및 도시 토종 텃밭 농부들이 함께 준비했다. 이들은 지난 7월 아이들과 함께하는 토종씨앗 가꾸기 사업부터 농촌체험,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이번 추수한마당에선 1년 동안 농민들이 정성스럽게 가꾼 농산물과 가공품을 경남 각지에서 들고 와 판매하는 직거래
2021년 쌀값폭락을 불러온 정부의 실패한 양곡정책이 올해 다시 되풀이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수확기 산지쌀값은 지난 10월 5일 20kg 기준 5만4,388원을 정점으로 연속 하락하고 있다. 매 순기마다 1,000원씩 낮아져 11월 25일엔 4만9,625원으로 8.7%(4,763원)나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수확기 쌀값을 20만원(80kg)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쌀값 20만원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쌀값이 바닥으로 폭락한 상황에서 최저가격으로 설정했다고 봐야 하는데 시장
병호는 스승이 내준 제술(製術)을 짓기 위해 경서와 사서를 뒤적였다. 제술은 경서와 사서를 바탕으로 시와 부(賦), 표(表) 등을 짓는 과정이며 식년시나 별시에서도 치르는 시험이었다. 스승은 강회나 백일장을 포함해 초시와 복시까지 겨냥하고 병호를 훈련하는 중이었다. 시제를 찾아 책장을 넘기는데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책만 뒤적여서야 공부가 이루어지는가?”창옷 입은 사내가 안을 굽어보는 중이었다. 훤칠한 키에 얼굴은 길고 볕에 그슬린 그를 병호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일족의 어떤 참서가 벼슬을 사 세도를 부릴 적에 절골 제각에서 재떨이
지난여름의 긴 장마에 잦은 가을비까지 더해져 올해 지리산의 단풍 농사는 영 시원찮다. 단풍나무류의 단풍은 그 어느 해보다 우중충한 민낯으로 가을을 맞았다.광합성에 최적화된 초록잎으로 화장을 하고는 햇빛을 열심히 흡수하던 나무들은 이제 동파 방지를 위해 물길을 닫았고 제 몸속에 지니고 있던 본색을 드러낸 뒤 제 가진 것을 하나둘 땅으로 돌려보내면서 긴 월동을 준비한다.단풍 농사가 흉작인 숲에서도 은행나무가 있어 그나마 지리산의 가을 풍경을 남길 수 있음에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하지만 이 은행나무 단풍을 사진으로 남기기가 결코 쉬운 일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살아요.지난번에 당신과 함께 소이산다녀와서 너무 좋았어요.맛있는 아이스크림도 사주셔서감사했어요.매일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시는 당신이 최고예요.감사해요 여보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다한증 환자입니다. 다한증은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 특정 부위에서만 땀이 나는 국소 다한증과 전신에서 땀이 나는 전신 다한증이 있습니다. 보통은 손이나 발, 겨드랑이 등 특정 부위에서만 땀이 나는 국소 다한증이 많습니다. 다한증은 다른 질환 없이 생기는 일차성 다한증과 특정 질환의 결과로 생기는 이차성 다한증으로 나뉩니다. 이차성 다한증의 경우는 선천성 질환, 내분비 질환, 대사성 질환, 심혈관계 질환, 신경계 질환, 약물 남용, 척수 손상, 당뇨 등으로 인하여 생길 수
가족 단위로 공원에 올라 식물원을 관람하고, 연인끼리 케이블카에 올라타 공중을 나는 짜릿한 체험을 하고, 친구와 전망대에 올라 시가지를 조망하고…. 하지만 남산이 늘 그렇게 건전한 휴식처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자, 서울 시내 야경 관광할 사람 버스에 타세요! 두 사람만 더 타면 떠납니다! 기가 막힌 서울 밤 풍경 구경 갈 사람 얼른 타세요! 에이, 그냥 출발해야겠다. 자, 출발합시다, 오라이!초저녁, 화신백화점 앞 등의 종로통이나 광화문 부근에서는 서울의 밤 풍경을 구경시켜준다는 관광회사의 버스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이곳저
[한국농정신문 김재영 기자]지난 18일 고(故) 정철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조직교육위원장의 49재가 진행됐다. 이날 오전엔 위패를 모신 산청군 정취암에서 제사를 지낸 뒤, 오후엔 묘소가 있는 진주시 나동공원 묘원에서 추모식을 진행했다.‘땅을 믿고 사람을 사랑하며 새 세상을 꿈꾸던 농민의 벗 고(故) 정철균 동지 부산경남농민장 장례위원회’에선 웹자보와 함께 49재를 알렸다. 49재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 50여명이 함께했다.정철균 위원장은 2002년 스스로 농민운동을 결심하고 진주시농민회로 찾아간 이후, 13년 동안 부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