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가 끝나자마자 미뤄뒀던 밭일에 비로소 눈을 돌립니다. 어느새 키가 훌쩍 자란 고추는 여차하면 가지가 쳐질 판입니다. 얼른 줄을 쳐야 고추가 주렁주렁 달릴 터이고, 소독소독 자란 참깨도 솎아줘야 합니다. 밭고랑 사이에 풀은 또 어찌나 빨리 자라던지, 자꾸 손을 잡습니다. 바쁜 일이 끝났다 해도 자잘한 일들이 넘치는 농촌 늦유월의 복판을 삽니다.젊은 시절에는 농사일이 힘들어서 가급적 일을 적게 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많더니, 희한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농사일이 더 재미있고 애착이 가기도 합니다. 그것이 농민으로 살아온 세월의 증거라
40년을 도시에 살다가 선택하게 된 농촌에서의 삶은 비록 몸은 힘들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못하지만 조용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웠다.고라니도 보고 멧돼지도 지나가는 산 바로 아래에 살다 보니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자연의 소리뿐이다. 가끔 경주 아파트에 사시는 엄마 집에 가면 밤새 차 소리와 온갖 소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태어나고 자란 경주를 늘 그리워하고 사랑하지만, 이제는 경주보다 곡성이 더 좋다. 곡성은 그렇게 나에게 제2의 고향이 되었다.그런데 그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 폐기물 처리장이 재가동을 준비하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각 부처가 2024년 예산안을 편성 중인 가운데, 농민단체들이 내년 국가 예산 대비 농업예산을 적어도 5%까지는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농민의길) 소속 8개 농민단체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국가 전체 예산 대비 농업예산 5% 증액’과 ‘농민 직접 지원 강화’ 등 요구안을 농식품부에 전달했다.이날 농민의길은 “농업예산은 2021년부터 3년째 3%에도 못 미쳤다. 이마저도 전략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원장 고상환, 제주농기원)이 자체 육성한 씨마늘 '대사니'를 올해 하반기 농가에 공급한다. 영양번식하는 마늘은 재배를 할 수록 바이러스에 의한 종구퇴화로 수량이 감소하고 품질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제주농기원은 지난 2018년부터 신품종 대사니 마늘의 조직배양을 시작해 현재 4세대까지 증식했으며, 지역농협을 통해 종구 4.5톤을 종구생산 전문 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제주농기원에 따르면 특히 올해는 마늘 ‘대사니’ 종구 생산·공급사업에 참여할 지역농협을 공개 모집해
장수군은 사과, 오미자, 소고기가 특산품이라 몇 년 전부터 레드푸드의 고장으로 불려왔다. 사과와 오미자는 생과로도 잘 팔리고 있고, 여러 종류의 가공품으로도 개발되어 전국으로 팔려나가는 곳이다. 군청 근처에 소고기를 파는 식당인 한우명품관도 있지만, 인사동에 장수하늘소란 이름의 소고기집도 있을 만큼 장수소고기는 전국적으로 꽤나 알려져 이제는 몽골 등으로 진출을 하는 중이란다.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여성농업인 교육을 몇 년인가 했었고, 장수의 떡집을 만드는 레시피 개발과 브랜드컨설팅도 했었고, 중성지방을 낮추는 연간 식단 만들기 등등의
비가 몇 차례 쏟아지고 나니, 풀이 기세등등하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풀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제초제를 비롯한 농약을 쓰지 않는다. 작은 풀일 때는 괭이로 긁고, 조금 더 크면 호미로 뽑고, 풀이 무릎 가까이 크기 시작했다 싶으면 예초기를 사용한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는 적은 규모라서 가능한 선택이다.그래서 농사짓기 시작한 해에 선물 받아 쓰기 시작한 충전식 전기예초기는 내가 좋아하는 영농도구이다. 작동이 쉽고, 가볍고, 무섭지 않다. 게다가 충전한 배터리가 다 되면 작업을 중단할 핑계도 만들어 쉴 수 있게 해주는, 눈치가
오뉴월에 된서리라고 하더니만, 초여름 날씨에 접어든 6월 초 어느 날 이웃 화천군에 지름 2cm에 이르는 커다란 우박이 내렸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 10여일 뒤 첫 수확을 기다리고 있던 오이, 호박 등이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창 봉지 씌우기를 하고 있던 복숭아, 사과 등 과수농가들은 우박피해로 인해 한해농사를 정리해야 한다고 푸념하고 있다.몇해 전부터 간간이 나타나던 기후위기의 징조가 이렇게 농민들에게 다가왔다. 기후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농민들은 앞으로 매년 농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기상청에 대한 신뢰도가 자꾸 떨어진다. 장마철도 아닌데 일기예보가 실시간으로 달라진다. 참깨를 심으려고 일꾼들과 비닐을 씌우면서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했다. 이틀 후에 비 올 확률은 60%인데 날씨는 흐리다고 발표했다. 레이더 영상에 파랗거나 빨간색 색으로 잡히면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인데 60%의 확률이란다. 비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감안하라는 것인지 불안하기만 했다. 일꾼 중에 중국 연길에서 온 사람이 있어 일기예보를 좀 봐달라고 했더니, 중국 기상청 일기예보는 이틀 후에 비 올 확률이 90%였다. 다음날이
충청남도 예산에 내려온 지 3년, 누군가 물어보면 늘 이야기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전입신고를 하고 주말을 지나 예산에서 맞이한 첫 월요일 오전 8시 30분경, 동네 이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네에 한 명 들어와서 전화했다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서울 촌놈이라고 대답했다. 다시, 무엇하러 내려왔냐는 질문이 돌아왔고 아무 생각없이 ‘농사’ 지으러 내려왔다고 전달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일품이었다. “미쳤구만.”한평생 농사지어 살아온 동네다. 그리고 대를 이어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대답한 청년이건만 돌아온 대답은 ‘미쳤구만’이었다. 직
작년 여름부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앉을라치면 “아이구, 다리야”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고 일어나려면 손으로 바닥을 짚어야 했습니다.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여겼는데 8월 말, 무거운 짐을 들고 오랫동안 걷고 난 후 점점 심해졌습니다. 땅을 딛는데 구름을 걷는 느낌이었고 이곳저곳으로 통증이 옮겨 다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국과 반찬들을 만들어 배달을 하는 날은 한숨으로 시작해 한숨으로 끝났고 다리를 헛디뎌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했는데 더했다 덜했다 오락가락하면서 나빠지는 쪽으로 치달았습니다.제 통증 하소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소년이라는 뜻, 반대로 그곳의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라고 한다. 라니냐는 여자아이라는 뜻이다. 태평양 서부의 수온이 2도 오르고 내리는 현상은 지구의 기상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물의 온도의 변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규칙적으로 반복되어왔고, 일부에서는 지구환경 파괴의 생생한 증거로 이야기되곤 한다. 지구가 스스로 균형을 맞추려는 물의 온도변화를 지구온난화의 증후로 볼 수는 없지만 그 변화의 폭이 커진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