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피사리 (작업) 하는데 풀이 너무 많아. 해뜨기 전부터 나와서 뽑는데도 생각보다 많이 못했어. 풀 나지 말라고 진즉에 약도 쳤는데 별 소용이 없구먼. 날 더워지기 전에 마무리해야 하는데 시간 좀 걸리겠어. 어쩔 수 있나. 뭐, 더위가 가실 만하면 나와서 다시 하는 수밖에 없지. 농사일이라는 게 끝이 없어. 하고 돌아서면 또 일이고. 뭐든지 다 그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지속된 지난 9일 강원도 양구군 남면 심포리의 한 친환경 방울토마토 하우스에서 엄광섭(59)씨가 오전 내내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트럭 적재함으로 옮겨 싣고 있다. 엄씨는 “휴가철임에도 현재 시세가 1kg당 2,600원 정도로 가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사람을 구해서 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9일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자은리의 한 애호박밭에서 변성준씨가 호박의 생육상태를 확인하며 풀약을 치고 있다. 변씨는 “휴가 시즌을 피해 일부러 심는 시기를 늦췄다”며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수확이 시작되는데 값이 기대만큼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건 지난 일요일 아래께 베고, 오늘은 요만큼 베고 했어예. 혼자 하다 보니까 하루에 많이 하진 못해예. 볕만 좋으면 금방 마르는데, 자꾸 비가 온다케서 비닐로 덮는 거 아인교. 그래도 한 일주일께 말리면 충분히 털 수 있을 것 같아예. (참깨) 농사는 한 2마지기 지었는데 잘 됐어예. 기름 잘 짜서 아이들도 주고 이웃에도 주고 하면 좋지예. 그게 정 아인교.”
마이산의 정기가 담긴 진안 고원수박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지난 3일 전북 진안군 동향면 대량리의 한 수박밭에서 윤여춘(62, 왼쪽)씨 부부와 농민들이 이른 새벽부터 수확한 수박을 트럭적재함에 차곡차곡 쌓고 있다. 대전청과시장으로 직접 출하한다는 윤씨는 “휴가철임에도 수박 가격이 그리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소비자들이 좀 더 우리 수박을 즐겨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폭염이 지속된 지난 2일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의 한 들깨밭에서 박경엽(82)씨가 웃자란 깻잎을 솎아내고 있다. 박씨는 “아침 10시만 넘어가도 일하기가 버거울 정도로 덥다”며 “새벽밥 먹고 나와 일하는 게 건강관리에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역전평리의 한 옥수수밭에서 농민들이 비 온 후 성큼 자란 풀을 뽑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양배추도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 비료도 많이 먹고 벌거지(벌레)도 많이 달라붙고 하니 신경이 매 쓰이지. 한 1,000평 가까이 농사짓는데 일이 제법 많아. 사람 쓰기엔 인건비도 비싸고 하니 그냥 이리 새벽같이 나와서 쉬엄쉬엄 일하는 거지. 오늘은 고랑에 풀 약 좀 치려고 나왔고. 구름도 끼고 바람도 선선하니 한여름이어도 아침저녁으론 일할 만 해.”
비 예고가 있던 지난 15일 충남 부여군 은산면 나령리의 임만길씨 밭에서 여성농민들이 직접 키운 들깨 모종을 본 밭으로 옮겨 심고 있다. 임씨는 “원래 콩을 심었는데 고라니가 다 파헤쳐 버리는 바람에 그나마 피해가 적은 들깨를 심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7시하우스 문을 연다. 밤새 또 알알이 익었을 포도만의 달달한 향이 훅, 코끝을 스친다. 혹여 새들이 들어와 수확할 포도에 생채기나 내지 않았을지, 새몰이를 위해 하우스 철골을 툭툭 치며 소리를 울리니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이 조용하다. 안심이다. 잠시 긴장했던 마음을 달래고 본격적인 포도 수확에 나선다. 오전 8시지난 11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 정장리에서 20여 년 가까이 포도농사에 매진해 온 변인기(57)·정영순(57) 부부의 일손이 거침없이 바쁘다. 비가림 포도재배시설의 경우, 이달 하순경에나 포도 수확이 가능하지만 가온을 꾸준히 해 온 하우스포도는 이제 막 출하가 시작됐다. 수확은 아내인 정씨, 선별은 남편인 변씨의 몫. 주로 부부끼리
“노지수박은 풀매는 게 일이여. 비만 오고 나면 풀이 말도 못하게 올라와. 이렇게 풀 뽑고 하지 않으면 답이 없어. 그래도 이제 수확할 때가 돼서 몸이 좀 편치. 이달 20일께나 수확할까 싶네. 저기 평상 보이지? 저기에 매대 만들어서 팔려고. 근처에 수승대가 있어서 이 앞을 사람들이 많이 오가. 휴가철엔 사람들도 많이 다니고 하니깐 제법 사 가더라고. 한 만 원씩만 받아도 경매에 내는 것보다 훨씬 낫지.”
장맛비가 예고된 지난 11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남산리의 참깨밭에서 한 농부가 꽃망울을 터뜨린 참깨대를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줄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농부는 “기껏 키웠는데 쓰러지면 헛일”이라며 듬성듬성 박은 말뚝에 줄을 단단히 묶었다.
지난 12일 전남 구례군 용방면의 한 들녘에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성농민들이 철쭉을 옮겨심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 광의면 구만리의 한 필지되는 논에서 지난 12일 김성만(74)씨가 벼 사이의 잡초를 제거하는 피사리 작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잡초가 생각보다 많아 일이 더디다”며 굽은 허리를 좀체 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