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던 들판에 바람이 일어나고 하늘엔 두터운 구름장이 깔린다. 쭉나무 높은 가지에 사는 꾀꼬리 가족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몹시 신경에 거슬리는 이 아침, 온 나라가 태풍에 긴장해 있다. 유난히 무덥고 가물었던 여름의 막바지, 우리 농민들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태풍을 긴장 속에서 주시하고 있다. 바라기는 그저 가뭄이나 해소하고 무더위나 몰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태풍은 이미 남쪽 섬 제주도를 무참히 할퀴고 있다. 이번 태풍은 우리에게 또 어떤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인가. 오늘과 같은 태풍을 앞두고 농민들은 단단히 채비하고 태풍에 맞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의 각 광역단위 회장들의 인터뷰를 격주로 싣는다. 지역 친농연 대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 지역별 친환경농민들의 현안과 고민,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 등을 소개한다.전국 친환경농업 인증면적의 50%를 차지하는 전라남도인 만큼, 도 차원의 지속적 육성과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남도의 친환경농업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현재 전남도 및 도내 시·군들은 친환경농가에 주로 농자재 지원 중심으로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은 기본적으로 농자재 비용이 많이 들 수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최근 전북의 한 지역농협에서 농민조합원이 농협에 매년 벼를 냈지만 수매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있었다.이뿐이 아니다. 또 다른 농민조합원은 지난해 수확한 산물벼를 지역농협에 냈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한다. 건조하지 않은 산물벼라지만 10배미를 냈는데 그 절반인 5배미만 인정했다. 이 농민은 1년 농사를 날린 게 창피해서 주변에 얘기도 못하고 현재까지도 속을 끓이고 있다.또 다른 지역농협에선 나락 1,000톤이 증발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지역농협 결산 총회 당시 결산을 맞추기 위해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망 사건에 관한 경찰청 인권침해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책임자 처벌이 빠진 것에 대해 시민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조사위원회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밝혔고, 관련 책임자들도 밝혀냈다. 하지만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쏙 빼고 피해자 가족에 대한 사과, 민중총궐기 시위에 대한 경찰의 소송 취하 등을 권고하는데 그쳤다.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에게 허용된 법집행의 범위를 넘어 과잉진압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과잉진압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는 조사결과 및 권고조치에
전남 강진군에 이어 해남과 화순에서도 농민수당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농민들로부터 가장 관심이 집중된 정책공약이 농민수당이었는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정책이 도입되고 제도화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농민수당을 포함하여 농민 기본소득 혹은 농가 직불금 등 비슷한 유형의 정책 및 제도가 갖는 공통점은 일정한 금액의 소득을 농가에 균등하게 지급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농가에 균등하게 지급하는 방식의 소득정책에 대해 농민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는 현실은 앞으로 중앙정부의 직접지불제도 개편에 주는 시사점이 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농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대규모의 스마트한 기술과 시설을 판매하는 기업을 위한 것인가?‘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은 농업계의 4대강 사업’이라고 하는 농민단체의 입장은 정확한 지적이다. 농업부문의 수익은 농업의 특성상 대규모로 투자된 자본의 이자율을 넘어서기 어렵다. 과잉공급으로 가격폭락을 초래해 농업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대자본은 끊임없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대규모 투자처를 찾고 있다. 개방화시대에 외국자본이나 국내기업 대자본이나 공히 농민이든 중소상공업자든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이윤
“농민도 국민이다. 더 이상 농민의 숨통을 조이지 말라!”곧 치러질 8.22 전국여성농민대회 대표적 구호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구호를 내세웠을까? 그동안 우리 농민들은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부였기에 그래도 최소한 농민들과 소통하여 농업정책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농민들은 분노가 하늘을 찌르다 못해 상실감까지 느끼고 있다.지난 2일 농민들은 그 뜨거운 폭염에도 문재인정부 규탄 및 스마트팜 밸리 사업저지를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하였다. 지난 1년의 문재인정부 농정에 대한 규탄대회였다. 처음으로 문재인
1980년대 초반, 부모님은 ‘농촌 보다 나을 미래’에 대한 확신과 자식의 학업과 장래를 위해서 당신의 부모가 소중히 일궈오던 고향의 전답을 팔았다. 그리고 선택한 곳이 대도시 부산이었다.20대의 마지막 해 1월에 나는 거창으로 왔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도다.대학 시절을 학생운동으로 제법 울퉁불퉁하게 보내며 걱정을 안겨드리는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기대에 부응하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업을 잘 마친 자식이 농촌으로 가겠다고, 거기서 할 일을 찾겠다고 집을 나설 때 부모의 심경은 어땠을까?당시 어머니는 하얀 봉투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농업계에 장밋빛 전망을 앞세운 대형 투자계획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약 6,000억원에서 1조원 가까이를 쏟아 스마트팜 혁신단지를 만들겠다고 하며 하림그룹 계열사인 선진은 경기도 안성시에 대형 패커를 짓겠다고 한다. 총 사업비가 2,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팜 혁신단지 1곳에 투입되는 사업비와 맞먹는 규모다.취재과정에서 만난 취재원들은 선진의 안성 축산식품복합단지 사업은 축산판 스마트팜 사업이라 지적한다. 두 사업은 스마트 시스템을 내세우는 것, 그리고 네덜란드의 사
역대 정부들이 농가소득 증대의 일환으로 항상 강조했던 정책이 ‘소득작목’ 개발이다. 실제 소득작목 재배로 부농의 꿈을 이룬 다양한 성공 사례들이 발굴되어 정부와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홍보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하여 다양한 연구 및 지도 기관들이 소득작목 개발과 보급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왔다.이에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농업분야에서도 괜찮은 소득작목 아이템을 개발하여 열심히 노력한다면 성공창업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귀농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하지만 정부와 언론 그리고 연구기관 등 그 어디에서도 소득작목의
긴 공백 끝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임명됐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농업분야에서는 초기에 올바른 개혁방향을 잡지 못했고 또한 장관이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농정은 적폐청산은커녕 과거로 퇴행했다는 불신임을 받았다.그래서 신임 장관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임 장관은 다음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기에 본인 스스로 임기가 정해져 있음을 밝혔다. 이개호 장관의 임기는 길어야 17개월이다. 반면 농정개혁의 과제는 차고 넘친다. 17개월로는 감당할 수
날이 더워 슬픈 짐승이여~ 소는 소대로, 돼지는 돼지대로, 닭은 닭대로 모두가 헉헉대고 있다. 자고 나면 갱신되는 날씨 온도 덕에 53년만에 처음으로 에어컨을 장만하였다. 작년만 해도 그 더운 날에도 아랑곳 않고 과수원 풀 뽑고 난 뒤 지하수 물로 샤워하고 선풍기의 품에 안기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포기했다. 결국 나도 이 더위에 환경이고 나발이고 나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덜렁 사버렸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태양이 세상의 모든 것을 녹일 듯한 공포스러운 생각이 든다. 엿가락처럼 모든 물건들이 휘고 축축 늘어나는
동남아 여행했을 때나 느껴지던 습도 높은 고온 날씨가 국내에서도 전혀 새롭지 않은 나날이다. 여름의 상징 같은 모기마저 날이 더워 숫자가 감소했다니 결코 예사롭지 않다. 특정 기후 상황에서의 유별난 폭염이라고 믿지만, 전 지구 차원의 기상 온난화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등 주요 원인을 인간이 만들어 내는 것도 분명하다.이런 기록적 폭염상황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소식마저 들려온다. 사람이 이럴 진데 가축 상황도 충분히 짐작된다. 기실 농촌 현장을 생태적 환경이나 아름다운 노동 현장으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2년차에 접어든다. 그간의 농업정책에 대한 평가부터 듣고 싶다.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 5개월이나 질질 끌다가 이개호 의원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농식품부 장관 자리가 이렇게 긴 공백기를 가진 것은 건국 이래 최초다. 역대 정부에서는 단 1개월도 비워놓은 적이 없다. 농정에 대한 청와대 인식이 투영된 단적인 사례라고 본다. 만약, 국방부나 외교부 혹은 기재부의 장관이었어도 5개월이나 빈자리로 두었을까. 농업에 대한 무관심, 홀대 이런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한낮의 기온이 35도를 육박했다. 열을 추적, 탐지해 폭염 정보를 한 눈에 보여주는 열화상카메라 속 밭의 온도는 50도를 넘나들었다.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카메라 속 밭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게, 낮을수록 푸르게 표시됐다. 온통 붉게 표시된 밭 사이에 한 여성농민이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그녀는 밭을 뒤덮은 비닐을 걷어내고 있었다. 양파를 심은 밭이었다. 호미로 흙을 캐자 굵고 실한 양파가 줄줄이 나왔다. 검은 비닐 아래 수확을 포기한 양파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마트팜 농장은 경기도 화성시 화옹지구의 유리온실이다. 동부팜화옹은 유리온실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90% 수출, 10% 가공이라는 조건으로 사업대상자로 선정되고 정부는 FTA기금 등 국비 106억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동부팜화옹이 사업을 포기하자 정부는 인수자 물색과정에서 90% 수출이 비현실적이라며 독단적으로 60%로 기준을 낮췄다.의무수출물량 60%라는 변경된 조건으로 우일팜이 유리온실을 인수했다. 그런데 우일팜이 인수하고 생산 첫해인 2016년 수출물량은 24.8%에 불과했고 2017년에는 33.1%에 불과한
사상 최악의 폭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 위치한 세계의 대부분 지역이 폭염으로 인한 재해와 사건·사고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과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밤에도 에어컨을 켜고 잘 것을 정부가 권장하였고, 우리 정부도 우선 가정용 전기료에 대한 누진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한편 전기요금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폭염이 불러온 변화 가운데 주목을 끄는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그런데 전기세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폭염이 우리 사회에 던진 중장기 화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먹방(먹는 방송)에 이어 농방(농사 방송)이 인기다. 최근 유튜브 등 1인 방송은 물론 TV에도 농업과 농촌을 다룬 컨텐츠가 쏟아지는 까닭에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보면 브라운관에 등장한 농촌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지금껏 TV에 등장한 대부분의 농촌은 여유롭고 느긋하며 초록빛이 싱싱한 갖가지 작물로 가득했으며, 풍경을 뒤로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일상인양 비쳐졌다. 이렇듯 방송에선 우리 농촌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이에 일부에선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한편 최근 방영중인
휴대폰에서 유례없는 폭염으로 외부활동을 삼가라는 문자가 연일 울린다. 며칠 전 폭염경보 마을방송도 할 겸 복숭아 몇 개 들고 마을회관에 갔더니 70대의 젊은 할매들과 80대의 늙은 할매들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요지는 마을회관에 하나 있는 에어컨 바람이 늙은 할매들 방으로 안 들어오니 바람방향을 바꿔야 된다는 것이었다. 1년 내 마을회관에서 오순도순 정겹게 밥을 해 먹는 의좋은 할매들이었는데 폭염이 기어이 이간질을 시키고 말았다.재난안전처의 문자대로 폭염으로 외부활동을 삼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농사꾼의 팔자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
문재인 대통령이 이개호 의원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내정함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4개월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농정 책임자의 공백 상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그동안 대통령이 농정에 무관심하고 농정 책임자마저 공백인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관료들에 의한 일방통행 농정이 정부와 농민 사이에 갈등과 혼란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조성, PLS제도 전면 시행, 육묘업 등록제 추진 등과 같은 주요 현안 문제들이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관료들에 의해 일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