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이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잉여 밀가루 원조 그리고 1982년 밀수입 자유화, 1984년 정부수매 폐지, 1990년 수입밀 관세 폐지 등을 거치면서 우리밀 기반은 완전히 붕괴됐다. 붕괴된 우리밀 산업은 1980년대 시민들의 자발적인 우리밀살리기운동이 전개되면서 겨우 기사회생했다.그러나 지금 우리밀은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우리밀 정책의 부재 때문이다. 2008년 세계적 식량위기가 부각되면서 정부는 우리밀의 자급률을 2015년까지 10%로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밀 자급률을 높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갖고, 그 합의내용을 평양공동선언으로 발표했다.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정상간 공동선언이다.국내외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현 시점에서 남과 북이 합의할 수 있는 최대치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자 다양한 조치를 담은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상호간 긴장완화 및 적대관계 종식에 있어서 커다란 진전을 이뤄냈다.농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민족경제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나왔다. 동해선
전영길(42, 가명)은 인구 감소, 지역 소멸, 영농 후계자 부재 등으로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그것도 농촌 마을의 보기 드문 청년, 알코올 중독자이다. 그가 돌아왔다. 어디서? 알코올중독 치료시설에서. 전영길의 말에 따르면 치료가 아닌 감금이고, 퇴원이 아닌 탈출이었으나, 어차피 뭐라 말해도 믿지 않는다.그의 집안 내력과 최근 경력을 잠깐 보겠다. 농사꾼이던 아버지는 평생을 논과 술뿐이 모르다 알코올성 간경화로 돌아가신 지 10여년이 지났다. 어머니는 전영길과 우열을 다투기 어려운 알코올 중독자이다. 일찍이 꼴을 봐 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가 올해 재개봉해 화제가 됐다. 잔혹함과 폭력적인 현대사회를 그린 영화 속에서 노인들은 그저 힘없고 쓸데없는 존재다. 제목에서 노인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로 유추된다. 노인들이 무한경쟁 세상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데 대해, 그리고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경험이 풍부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대접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고발한다.오늘 우리 사회에서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는 누군가. 농민이 그 중
얼마 전 한 지자체가 가축사육에 관한 조례의 개정안에 축사의 개축^증축 등을 허용하는 항목을 삭제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지역에서는 다른 시^군의 축산농가로부터 “제발 그것만은 막아 달라”는 부탁전화를 수없이 받았을 만큼 축산농가들에게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또 해당 개정안을 연내에 입법하겠다는 의지가 높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만큼 조례 개정이 현실이 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미허가축사 적법화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지 궁금해 해당 지자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내용이 축사 적법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묻기 위해서
지난 11일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서도 여전히 농민은 ‘등외국민’ 혹은 ‘이등국민’처럼 소외받고 있다는 얘기들이 농촌 현장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로 판단된다.이러한 추세는 농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정책의 변화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결국 농정을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이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대통령의 공약에 큰 기대를 걸었던 농민들의 바람이 점차 사라지면서 그 빈자리가 실망과 분노로 대체되고
올해는 쌀 목표가격을 정하는 해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몇 년 사이 쌀값은 급격한 폭락사태를 겪었다. 시중 쌀값이 30년 전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2016년에는 쌀값이 12만9,915원으로 폭락하여 목표가격과의 차액 85%를 지원하는 변동직불금 총액이 AMS 한도인 1조4,900억원을 초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전적으로 양곡정책실패가 원인이다. 외형적으로는 쌀 소비량 감소, 생산량 증가 탓으로 보이지만 착시현상일 뿐이다.본질은 수입쌀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는 1995년부터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했다. 급기야 2005년부터 밥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인터뷰 섭외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그의 직함이 헷갈릴 수도 있지만, 그는 분명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소속 지속가능농식품전략추진단장이다. 김포의 농민으로, 농민회 회원으로, 대표적 진보 농업전문지 과 의 편집국장으로 농민운동의 흐름에 몸담아 왔던 김규태 단장이 aT에 입성했다. 양재동 aT센터 소재 사무실에서 김 단장을 만나 새로운 직책과 포부에 대해 물어봤다. ‘지속가능농식품전략추진단(추진단)’은 최근 aT에 신설된 조직이다
얼마 전 태풍 ‘솔릭’이 진로를 확정하고 제주도에 상륙한다는 시간부터 우리 모두는 정말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늘만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초조함이 절정을 이루던 그날 태풍 ‘솔릭’의 공포로 밤새 뉴스특보를 보며 불면의 밤을 보내고 서서히 긴장이 풀려 눈이 감길 즈음 요란스레 전화벨이 울렸다.장수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시는 생산자다.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진정하며 전화를 받자, 다행히 생각보다 목소리가 밝았다.“이 대표님 이제 지나간 것 같은데요. 좀 낙과가 지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피해가 큰 것 같지는 않습니다.”“아! 정말
“옥수수 한 봉 심었는데 100통도 못 먹었어. 멧돼지 좋은 일 시킨 거지. 멧돼지가 다 먹어치웠어.” 이웃집 어르신이 작년에 하던 푸념을 올해도 하신다. 해동이 되자마자 완두콩 심어서 첫 현금을 만져보고 7월이 돼야 현금소득원이 되는 옥수수를 고스란히 멧돼지에게 바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까치, 비둘기, 멧돼지, 너구리, 고라니… 이름만으로는 정겹고 보호해야 될 거 같은데 얘들이 밭에 들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콩을 심으면 파먹기도 하고 예쁘게 올라온 연한 콩잎을 똑똑 따먹고, 곁순이라도 키워볼라치면 어느새 새순이 올라온 것도 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가수 박진영이 세운 기획사이자, 걸그룹 트와이스가 속한 곳으로 유명한 JYP엔터테인먼트(JYP)가 지난달 서울시 강동구에 신사옥을 세웠다. 난데없이 왜 연예기획사 얘기를 하나 싶겠지만, 이번에 들어선 JYP 신사옥의 식당이 주목돼서 그렇다. 신사옥 9층에 위치한 이곳은 ‘유기농 식당’이다. 모든 식사를 유기농 식자재로 조리해 제공한다.박진영 PD가 최근 모 방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모든 소속 연예인 및 연습생들에게 유기농 음식을 제공하는 건 예전부터 가진 꿈이었다고 한다. 패스트푸드 위주 음식에 노출된
농림축산식품부가 앞으로 3개월에 걸쳐 농지이용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조사대상은 우선적으로 최근 3년 이내에 신규로 취득한 농지와 부재지주의 소유 농지 가운데 약 30% 정도라고 한다. 아울러 조사결과 현행 농지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농지처분 의무를 부과할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일부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농지이용실태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농지를 대상으로 투기와 난개발이 횡행하고, 농지임대료가 크게 오르거나 직접지불금의 부정 수령 문제 등 농지제도가 크게 문란해진 것은 농지
지금 농촌지역에서는 농민수당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20대 총선 때부터 제기한 농민수당 도입 논의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후보들이 농업분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작금의 농촌위기를 대다수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지난 20여년 개방농정의 폐해가 전국 방방골골 스미지 않은 곳이 없다. 이제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소멸돼 가고 있다. 농촌사회의 초고령화와 양극화는 기존 정책으로는 농촌사회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이제 기본소득 개념의 농민수당
2015년, 박근혜는 ‘대한민국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느냐, 중동에 갔다고’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2016년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던 정운천은 ‘아프리카로 가면 나이지리아, 콩고, 동남아시아에 보면 캄보디아, 이런 전 세계 오지에 우리 청년 약 10만명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한때 대통령 출마를 꿈꿨던 반기문은 2017년 해외취업, 청년인턴 등을 이야기하면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진부한 말을 내뱉었다가 청년들의 반발을 샀다.사실 청년실업에 대한 문제는 최근 몇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가수 이선희의 대표곡 ‘인연’이라는 가사처럼 취한 듯 만남은 짧았지만 마음속에 자리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쌀생산자협회 김영동 회장님을 중심으로 한 이번 일본연수가 나에게 그러하다. 농민들과 함께하는 연구소의 연구원으로써 나는 특히 ‘쌀’과 관련된 인연이 깊었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의 일본연수는 대한민국의 쌀을 책임지고 있는 멋진 농민들과 더욱 깊은 인연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우리가 방문한 곳은 일본의 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아이치현과 시즈오카현 일대였다. 쌀
도매시장은 농산물 유통과정에 있어 가장 밝은 양지에 해당하지만 동시에 가장 그늘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구조와 이해관계들은 외부로부터의 시각에 수많은 혼란과 사각을 부여한다.폐단은 이런 곳에서 쌓인다. 하역비를 부당하게 전가받아도, 농사가 쫄딱 망하는 동안 도매법인 곳간에 수백억이 채워지고 상인들의 차가 벤츠로 바뀌어도 농민들이 부당함을 고하기엔 도매시장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다.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보지 못하는 사이 폐단이 쌓여 간다. 폐단이 쌓이면 적폐가 된다.약자들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가락시장에서 외로
사는 것이 견뎌내는 일임은 오랜 더위와 한 번 지나간 태풍만으로도 알게 된다. 7월 중순부터 씨를 뿌리고 8월이 되면 잔디 싹처럼 땅을 뚫고 서는 당근 싹이 보이지 않았다.“우리 밭에 와서 한 번 봐주라.”비가 오기만 하면 싹이 나련지 늦은 파종이라도 해야 할 건지 나에게도 너무 어려운 문제를 낸다. 30년 넘게 당근 농사를 했다지만 판사처럼 결정을 내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촉촉한 땅에 씨를 뿌린 밭, 검은 흙밭, 모래땅, 바짝 마른 땅 모두가 발아조건이 다르고 씨가 움틀 수 있는지, 아예 씨가 죽어버렸는지, 움트고 나서
촛불집회를 단숨에 촛불항쟁으로 승화시킨 것은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였다. 남녀노소 모두가 축제처럼 참여하는 콘서트 현장에 나타난 트랙터는 지난 70년 쌓이고 쌓인 적폐 청산이야 말로 항쟁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호소했으며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 김기춘의 국정농단 심판이 체제와 질서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발전했다. 이게 나라냐? 촛불 민중은 물었고 분단과 신자유주의, 대기업과 기득권만 행복한 나라는 민중의 나라가 아니라고 스스로 답했다. 체제와 질서에 도전한 전봉준 장군의 정신과 기개는 트랙터
이명박정부는 농민단체와 농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각각 지주회사체제로 분리했다. 그 결과 신용사업을 담당하는 NH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됐고, 금융지주 산하에 NH농협은행 등 금융 관련 계열사들이 편입됐다.농협중앙회-NH금융지주-NH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성립된 것이다. 동시에 NH금융지주 및 농협은행 등은 경영수익의 일부를 농협중앙회에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농협중앙회는 이를 회원조합과 농민 조합원을 위한 교육사업 및 지도사업 등에 사용하는 제도장치가 마련됐다.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농
쌀값이 작년에 비해 크게 폭등했다는 언론보도가 연속적이지는 않지만 이따금씩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 쌀값이 폭등하여 금값이 됐다는 일간지의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단체가 곧바로 그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쌀값 ‘폭등’을 강조하는 주장의 문제점은 매우 간단하다. 최근 쌀값이 작년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사실에 불과하다. 쌀값의 실체적 진실은 전혀 다르다. 2013년 7월 이후 쌀값이 하락세로 전환하여 2017년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