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강원도에서는 모내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오늘 아침 그 들판을 봤다. 보기만 해도 그냥 배가 부르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봄에 심은 작물들이 냉해를 입거나, 작년처럼 긴 장마가 올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텃밭농사를 하는 임차농이나 생계 농민들의 마음은 더 냉가슴일 것이다. 농산어촌에 지역구를 둔 19명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농업, 농민, 농촌을 ‘3농’이라고 한다. 이들 문제를 ‘삼위일체 문제’라고 한다. 3농 문제의 교집합에는 당연히 농지가 있다. 자동차공
지난달 22일 00군 00면 일원 친환경 인증 농지가 있는 지방도로변 2.2km 정도에 제초제가 뿌려졌다. 지방도로변 통행 불편 및 사고 예방을 위한 잡초관리 차원으로 종합건설사업소 00지소에서 실시했다고 한다.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농업 특구로 지정된 지역의 도로변에 제초제를 행정기관이 뿌렸다니 믿기질 않는다. 해당 기관은 사전에 시·군청과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고 이 같은 일을 저질러 유기농업 농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현 유기농업 인증은 320여가지 잔류농약검사를 받아 그중 하나라도 0.01
농업·농촌 분야 새로운 정책의 기본구상을 위해서, 부문별 법정·비법정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서 ‘OO계획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것은 어느덧 흔한 일이 됐다.일례로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서 ‘직불제’, ‘직불금’ 키워드를 검색하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총 30여건의 연구용역 결과물이 검색된다. 기관별로 자체 수행한 연구용역까지 합하면 이 수치는 더 증가할 것이다.이 글을 쓰며 처음 접해보는 기본계획도 있을 정도로 농업·농촌 분야에는 수많은 ‘OO계획 연구용역’이 있는데 과연 농민들, 농촌 주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데 얼마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도 자조금 사업비 지원 배정(안)’을 발표했다. 18개 자조금 단체에 95억원을 매칭해 지원하는 것으로 전년도 운영평가 등을 반영해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의무자조금을 추진했던 마늘과 양파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추진 당시 약속했던 매칭 비율만큼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조금 국고 매칭 비율 문제는 근본적으로 예산 부족 문제로 마늘과 양파 자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자조금 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다. 이번 기회에 문
현행 농지법상 비농업 상속인이 적법하게 상속받은 농지를 타용도로 불법 전용한 경우 관할청은 농지처분을 명할 수 있는가?비농업 상속인이 적법하게 상속받은 농지를 타용도로 불법 전용한 경우에도 관할청은 농지처분을 명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2019.2.14. 선고 2017두65357 판결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현재 농지투기와 관련해 투기자들의 공통 관심사는 농지의 타용도 전용에 있다. 그만큼 투기이익이 많아지기 때문이다.이 판결은 비농업 상속인이 상속농지에 대해 적법한 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장건물을 건축하자 관할청이 농지법 제10
국내에서 그리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영화 ‘계백’ 중 신라 침공에 대비하던 계백 장군이 호의호식하던 백제 귀족들에게 황산벌 전투에 내보낼 “군사를 내놓을래? 아니면 지금 내 칼에 죽을래?”라고 협박하는 장면을 보면서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난중일기를 비롯해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여러 소설들을 종합해 보면 ‘명량해전’에서 두려움이 앞서 싸우지 않고 머뭇거리던 안위에게 이순신 장군은 “여기서 나한테 죽을래? 아니면 나가서 싸우다 죽을래?”라고 호통치는 내용이 있다. 또 백제가 어려워지고 망한 책임은 임금이었던 의자왕과 의자왕을 그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도 시흥시 신도시 개발지역 농지 투기 사건은 정치권으로 번져 온갖 군데서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사들인 공직자 윤리위반으로만 해석해도 될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농지법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하고, 농민이 아닌 사람이 쉽게 농지를 취득할 수 있게 열어놓아 농지법을 전면 개정하지 않고서는 제2의 LH 사태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1996년 농지법이 개정되기 전 마을에 농지관리위원회가 있어 최소한 마을의 농지가 누구에게 거래되는지는 알
4년 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인간 문재인’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 그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을 구입해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책 내용 중에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버지는 일제 때 함흥농고를 나왔고 해방 이후에는 북한 치하에서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북한에 진주한 짧은 기간 동안에는 농업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 치하에서 농업계장을 할 당시 문 대통령의 아버지는 공산당 입당을 강요받았으나 끝까지 버텼다고 한다. 그 유명한 흥남부두
회전문 인사에 놀라 이렇게까지 농정을 포기하나 싶었는데 요즘 농업·농촌에 대한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적폐들이 꾸역꾸역 쌓여 있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듯 말이다.가장 뜨거운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농지투기에 대한 것이다. 불공정에 의한 부당 이익에 대한 국민 분노가 가히 어떻게 될지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고 이를 계기로 농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극적인 사건을 통해 문제 제기가 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2018년 서울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민이 생산한 일반 농산물 중 생산자단체(전체 유통물량의 49.4% 담당)를 통해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비율은 24.4%고, 대형유통업체로 직접 출하하는 비율은 18.9%이다. 이때 생산자단체는 동등한 위치에서 가격협상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올해 초, 유통 과정에서의 농민의 의사결정권 및 갑을관계와 관련된 법 개정안이 각각 발의됐다. 하지만 ‘을’의 위치인 농민의 출하선택권, 가격협상 및 의사결정권을 보장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
갈수록 많은 농민이 식품 시장에서 역할을 늘리는 중이다. 바람직하며 유익하다. 소비자들이 식품비로 지출하는 돈이 더 많이 농가에 소득으로 돌아갈수록 농사를 지을만 하다. 국민이 가공식품 제조와 외식에 쓰는 돈이 약 230조원(농식품부, 농림축산식품주요통계)이다. 이 돈의 흐름은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식품 체계를 떠받치는 농업 부문에서 시작한다. 농업은 그저 식자재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농민의 지위와 역할은 논밭에서만 한정되지 않는다. 가구의 44%가 인터넷으로 식품을 구입하는 상
“지난 24시간 동안 당신은 무엇을 먹었습니까?”이는 24시간 회상법으로 식품 섭취량을 조사하기 위한 질문이다. 한국인의 식품 섭취량 순위는 1위 멥쌀, 2위는 우유, 3위는 배추김치인 것으로 나타난다.11종의 김치류 섭취량을 합하면, 김치류는 멥쌀 다음인 2위로 올라선다. 한국인은 채소 섭취량의 35.2%를 김치류로 섭취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인의 식생활이 서구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밥과 김치는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김치는 절인 배추를 고춧가루 양념과 버무린 음식이다. 한반도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고추가 들어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 화성의 산안마을 농장은 인근 양계농장(1.8km)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지자체로부터 예방적 살처분 행정명령을 받자 이의 집행을 중지해 달라며 50여일 넘게 거부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2월 16일 기준). 산안마을은 수십 년 동안 동물복지 친환경 방식으로 닭을 사육해 오고 있으며, 그동안 진행된 모든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미 AI 발생농장의 살처분 완료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한 상황으로 AI 긴급행동지침(SOP)상 예찰지역 전환과 이동제한 해제가 가
전 세계가 완전히 새로운 흐름으로 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전례 없이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모든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그동안 트럼프 체제에서 보호무역, 경제성장 중심의 기존 질서로 회귀하려던 추세의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재정지출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세계적인 교역의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를 주도할 부문으로 미국과 EU에서 모두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보전 활동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뉴딜을
2021년 최대 쟁점은 농지법 개악이다. 지난달 11일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업진흥구역 내 영농형태양광 설비 허용을 골자로 한 ‘농지의 보전과 이용에 관한 법률(농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엔 태양광 설치를 하려면 농지전용허가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최장 8년)를 받아야 하고 농업진흥구역은 불가했으나, 발의안은 농업진흥구역 내에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가능케 하고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최장 20년까지 늘리는 안이다. 이는 지금까지 지켜온 농지보전 정책을 완전히 뒤흔들어 자칫 농지가 투기대상이 될 수 있어 엄청난 논란이 되
농대를 졸업했으나 어찌하다보니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의 일이다. 그래서 이력서, 명함 등에는 사회학박사라고 적어놨지만 나의 정확한 학위명은 법학박사(사회학 전공)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학위명을 쓰기 때문에 사회학 전공은 문학박사 학위를 받지만 내가 대학원을 다녔던 중국은 법학박사 학위를 준다. 사회학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인류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신문방송학 모두 법학박사 학위를 준다. 사회과학 대부분이 법학박사 학위로 귀결된다.대학 때 법학개론 정도의 수업을 들었고 한때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헌법
2020년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겪으면서 문재인정부의 농정 또한 기존의 농정과 다를 바 없음이 드러났다. 문재인정부 농정은 농정대개혁이란 농정목표에 걸맞은 농정의 설계와 실천이 아니라 농정을 설명하는 문구 정도만 정권의 눈에 띄게 바뀌었을 뿐 농정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부터 과거 적폐 농정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고 본다. 정책설계에 전문가들과 소통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자들과 관료들이 농정을 설계하고 농촌 현장과 정책의 주체인 농민은 정책의 대상만 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특히 컨설팅 농정으로 자신의 사욕만 챙긴다고
2020년이 저물었다. 고통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세계 현대사에서 전쟁 말고 이토록 처참한 해가 있었을까?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는 동안, 한편에는 최악의 기상이변까지 닥쳐 몸서리를 쳐야 했다. 국제시민단체 크리스천 에이드는 2020년 가장 충격적인 자연재해 15건을 소개했다. 그중 6건이 아시아지역의 홍수였다. 그리고 미국과 중남미 곳곳을 할퀴고 간 허리케인, 아프리카 동부의 메뚜기떼, 180만ha의 숲이 불에 탄 호주 산불 등을 꼽았다.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와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초지 위에서 말들이 풀을 뜯는다. 제주도 516도로로 한라산을 넘다보면 나타나는 제주 마(馬)방목지가 그곳이다. 가히 이국적인 풍경이다. 관광객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길가에 차량을 세운다. 탁 트인 초지 경관을 즐기고 이를 사진으로 남긴다.2030세대들이 즐겨 찾는 곳도 있다. 초지 위의 나무 한 그루(왕따나무), 1960년대 목장 숙소(테쉬폰), 방목한 젖소의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가게(우유부단), 초지 위의 고깔 모양 오름(궷물오름) 등이다. 초지 경관은 SNS에 사진으로 포스팅되고 웨딩사진으로 남는다.초지는 목초와 사료작물이
2년 전, 기고했듯이 가락시장은 나의 청년 시절에 영향을 끼쳤다. 1980년대 후반 무렵 나는 전남의 상업농 지대, 그곳에서는 ‘개간지’라고 불렀던 농촌에서 잘나가는 청년 일용직이었다. 내가 특별히 일을 잘해서가 아니다. 당시 출렁이던 가락시장 가격을 지켜보고 출하를 할지 말지 고심하던 대농이 마침내 가락시장에 내자고 결정을 하면 신속히 작업할 인부들이 급히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생산지 현지 마을에 거주했기 때문에 별도의 수송 없이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했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나를 찾는 집 전화 소리 중 열에 아홉은 가락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