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3년도 더 된 내 얘기다. 꿈에 부풀어 프랑스로 공부를 하러 떠났다가 그 첫날에 여권이 든 가방을 도둑맞고 말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비자를 건네고 1년짜리 체류증을 받기도 전에 벌어진 일. 좌절하고 원망할 새조차 없었다. 다름 아닌 내가, 까딱하면 뉴스에서나 보던 그 추방대상자가 될 판이었다.애석하게도 외국인인 내 사정은 중요치 않았다. 학생비자를 빌미로 눌러앉는 게 아닐까 의심하는 현지 경시청의 불편한 시선, 그리고 비협조적 태도와 싸워야 했다. 사실상 연장이 불가능한 임시체류증을 따낼 때까지, 무비자
< 제12회 > 18세기 중반 인도의 식민지 쟁탈전에서 프랑스에게 승리한 영국은 거대한 면화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으나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영국 자본가들을 괴롭혔다. 수천 년을 이어온 숙련된 인도 방직공들이 생산한 면직물이 너무도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던 것이다. 오히려 인도의 면직물이 유럽의 부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자본가들은 해결책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기계를 통한 생산, 즉 증기기관의 개발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인도 방직공들의 손가락
을사늑약으로 서울에 통감부가 설치되고 초대 통감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부임하였다. 이제 서울에 있던 모든 나라의 공사관은 철수하고 바야흐로 일본의 독무대가 되어 외교권과 입법, 사법, 군사지휘권까지 모두 이토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마치 봉건시대에 어린 왕을 대리첨정 하듯이 고종 위에 이토가 군림하게 된 것이었다. 다만 형식적으로 아직 식민지 수탈을 본격화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뒤늦게 사태가 심각함을 넘어 나라를 빼앗기게 되었음을 안 고종은 저항을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고종의 최후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국내 유성분 분석 정확도가 세계 최상위 수준을 인정받았다. 한국종축개량협회(회장 이재용, 한종협)는 지난 11일 유성분 중 체세포 분석의 정확도가 국제 최상위권에 진입했다고 밝혔다.지난해 국제가축기록위원회(ICAR)에서 진행한 회원국 분석소간 숙달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유성분 분석 능력은 유지방과 유단백에 이어 체세포와 BHB(준임상 케토시스 진단) 항목에서까지 정확성을 인정받으면서 국내 유성분 분석의 수준을 입증받았다.ICAR 분석소간 숙달프로그램은 매년 정기적으로 운영되며 각 나라의 유성분 분석의 정확도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산란계농가들의 시린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다급한 농가들이 정부기관을 찾아다니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의 목소리는 메아리만 칠 뿐이다.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는 지난달 28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란가격 담합 및 불공정 의혹을 공정위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양계협회는 “일부 유통상인이 후장기 거래를 악용해 개당 수십원을 할인하고 담합이 의심되는 통일된 가격을 농가에 통보하고 있다”면서 “유통상인끼리 가격정보를 교환하고 농가와 유통상인 간의 가장 낮은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우리 역사에서 38선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뜻밖에도 1902년 무렵이다. 일본이 러시아에게 한반도를 반으로 나누어 지배하자며 제시한 선이 38선이었던 것이다. 러시아가 39도 선을 제시하여 협상은 깨졌다. 그러니까 일제에서 해방된 직후 38선이 생겨나기 40여 년 전에 이미 우리나라를 두고 분단 시도가 있었고 그 이면에는 조선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치열한 계산이 있었다. 소위 지정학이라는 우리의 숙명이 제국주의 광풍 속에 애처롭게 휘둘리게 된 것이었다. 일본은 영국과 미국을 등에 업었고 러시아는 프랑스와 독일의
현장농민 중심의 농특위가 될 것인가? -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의장노무현정부 시절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 참여했다. 당시 농업예산 수립을 위한 협치에 합의하고, 2박3일 밤을 새며 함께 결론을 내렸는데 결과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증액이 전혀 없는 수준의 예산이 확정된 뒤 커다란 배신감을 느껴 더 이상 정부 측과의 관계가 진전되지 못했다.협치는 약속한 부분을 이행하려는 노력, 존중과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농식품부 관료들이 적폐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농식품부 스스로 어떻게 바뀌겠다고 이야기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종회 의원(민주평화당, 전북 김제·부안)이 국가 먹거리 체계 관리 통합 계획안이 담긴 법안을 제출했다.김 의원은 「먹거리 공공성 지원에 관한 법률안(먹거리공공성지원법)」을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과 식생활·영양·안전·환경 등 다양한 사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통합 관리계획을 마련하는 걸 목표로 한다.해당 법안은 이 먹거리 통합 관리계획의 주관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돼야 한다고 명시한다. 즉, 농식품부 장관은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2015년 밀라노 엑스포에서 맺어진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은 푸드플랜의 세계적인 확대·발전에 큰 계기가 됐다. 포괄적 먹거리정책 수립과 소농 존중, 거버넌스 구축 등 푸드플랜의 표준 이념을 정한 협약이었다. 우리나라도 서울·여수·완주·대구 등의 지자체가 이 협약에 가입해 정부보다 한 발 앞서 푸드플랜 구상에 나섰다.사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서방 국가들은 밀라노 협약 이전부터 지역 및 국가단위 푸드플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007~2008년 세계 식량위기 사태를 전후한 시점부터였다. 미국 시애틀은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은 지난해 12월 20일 부여 여성문화원에서 ‘충남 농민수당의 제도적 실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엔 각 시·군농민회 정책일꾼과 박정현 부여군수, 박지흥 충남도 친환경농산과장 등이 참석했다.정효진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은 인사말에서 “유사 이래 이토록 농업의 가치가 처참해진 적이 없었다”면서 “농민수당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농촌을 지키는 최소한의 대책이며 농사를 짓는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충남에서 최초로 농민수당을 도입한 박정현 부여군수는 “누군가는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당사자의 말하기가 필요한 시점”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이번 정부 청년농민 육성사업인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영농정착과 생활비에 쓰라고 준 돈으로 일부 청년농민들이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외제차를 수리했다는 것이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황급히 백화점, 면세점 등을 카드사용처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수습했다.사실 청년들에게 바우처 카드를 처음 건넬 때 유흥업소 등 제한 업종은 이미 명시돼 있었다. 이 사업에서 문제삼아야 할 본질은 ‘규정상 써도 되는 곳에 돈을 쓴’ 일탈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지난 연재에서 유럽 각국도 청년농민의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후계농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유입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는 말씀도 드렸죠(40세 이하 청년농 비중 : EU 평균 11%, 우리나라 1%).EU 각국의 농업보조금을 총괄하는 EU 공동농업정책(CAP)은 7년에 한 번씩 정책을 개선하고 그를 위한 재정계획을 짭니다. 2014년부터 7년간 시행되는 정책은 ‘직불금의 형평성 있는 분배’를 강조한 것이 특징인데요. 그 일환으로 중
최근 정부는 시중 쌀값이 18만3,000원선을 회복 중인데도 정부재고미 5만톤 방출계획을 세우고, 향후 5년간(2018~2022년산 쌀) 적용될 목표가격을 80kg당 18만8,192원(현재 18만8,000원)으로 고작 192원 인상한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공을 떠넘겼다.정부는 전농과 쌀협회의 재고미 방출 철회요구에 답하지 않고서 지난 1일 대통령의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선 현행 기준으로 목표가격 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며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도록 국회 협력을 요청했다.정부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목표가격 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지난달 31일 충청남도 천안시 천안삼거리공원 일원에서 성대하게 막을 연 ‘2018 대한민국 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KIEMSTA)’가 지난 3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1992년부터 격년제로 치러진 박람회는 올해 14회째를 맞았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와 성과가 크게 성장해 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의 세계 4대 농기계박람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박람회엔 총 33개국 460여개 업체가 참가해 △경운·정지·재배 △이앙·이식·파종 △재배관리 △과수·임업 등 각 분야별 약
1950년대 초의 어느 날 서울 종로거리에, 동대문 방향으로 가는 전차가 달려와 멎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 또 탄다. 탑승객들 중에는 임택근이라는 새내기 아나운서도 섞여 있었다. 이내 전차가 다시 정거장을 출발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임택근이 신문지를 돌돌 말더니 마이크 삼아 쥐고서, 창밖을 내다보며 중계방송을 시작한다. 매우 크고 빠른 소리로.-지금 전차는 종로 3가를 출발하여 동대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좌측에 보이는 간판들은 종로지물포, 사거리전당포, 제일서림, 중앙치과의원, 청계포목점, 한양사진관, 그리고 그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유럽연합(EU)의 공식 통계조사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지난 7월 발간한 농업구조 조사 보고서의 제목은 ‘농업, 상대적으로 청년이 적은 직종’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단 상황이 매우 좋은 편이지만, 유럽 선진국에서도 농사짓는 일은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이 돼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EU 28개국의 농장주는 모두 1,030만명이었는데 이 중 1/3이 65세 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40세 이하의 청년 농장주는 11%에 그쳤습니다.사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것도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우리 농정은 무관심·무책임·무대책의 3무 농정’이라며 ‘농민이 대접받는 나라’를 약속했다. 특히 ‘농지법을 개정하여 경자유전의 법칙을 재확립’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집권 후 농업정책 실천은 어떠한가. 대통령 직속 농특위 설치, 직불제 중심으로의 농정전환, 친환경생태농업 확대, GMO 완전표시제 실시 등 공약은 실종됐다.문재인정부 하에서 농업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달 1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6년 식량자급률은 50.9%이다. 사료용을 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몬산토는 바이엘에 합병됨으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몬산토가 남긴 악영향은 여전하다. 지금도 미국엔 드웨인 존슨 씨를 비롯해 몬산토가 개발한 유독성 제초제 ‘라운드업’ 시리즈로 인해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5,000명 이상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인도, 아르헨티나, 부르키나파소 등 세계 각지에 몬산토의 제초제와 GMO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많다.이러한 상황에서 그 동안 몬산토가 저질러 온, 그리고 앞으로 바이엘이 저지를지도 모를 비윤리적 기업행위에 대한 규제를 만들려는 세계 시민사회의 노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프랑스를 비롯해 EU에 가입된 국가라면 어디든, 농업직불제에 관해서는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CAP)을 따릅니다. CAP는 EU가 유럽공동체(EC)였던 시절인 1968년부터 시행됐습니다.서독,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6개국이 공동농정을 목적으로 설립한 초기 CAP는 시장통합과 경제적 연대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가입국내 농산물에 대한 관세가 폐지돼 프랑스 등 농업강국들은 농산물을 낼 수 있는 시장이 넓어졌습니다. 대신 다른 산업의 생산품을 국내에 개방하는 것으로 농업 비중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최영찬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난 9일 농식품부가 주최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정책 관련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 대규모 스마트팜 밸리 조성을 추진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현재로선 생산기능 대신 연구와 교육, 실증 위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 대부분은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최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 대해 “농식품부는 사실상 (혁신밸리 사업을 추진한다는)답을 정해놓고 간담회를 진행하는 느낌”이었다고 비판했다. 오랫동안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