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걱정을 하는지 사람들이 한둘씩 흩어져 이양선을 따르는 무리는 이제 반 토막이나 다름없었다.“넌 이름이 무어냐?”“다금발이요. 아저씨는요?”“난 김필상이다. 전라도 금구에서 왔지.”좌강돈대와 가리산돈대를 무인지경으로 통과한 포함이 갑곶진에 이르러 갑자기 쾅, 쾅 포를 쏘았다. 좌현이 연기에 휩싸이며 포탄이 성곽을 넘어가자 흙더미가 치솟고 어떤 것은 건물을 때렸는지 목재와 기와 조각이 솟구쳤다. 방포는 몇 번 더 이어졌는데 조선 병사들이 개미 떼처럼 쏟아져 나와 줄행랑을 놓았다.“쳐 죽일 놈들!”필상이 이를 갈자 다금발이가 쳐다보
군관의 재촉에 나졸이 꾸러미를 풀었다. 속단이며 녹각을 뒤적이던 군관이 나졸에게 턱짓하자 다시 포장을 하는데 솜씨가 시원치 않았다. 기창이 대신 포장한 꾸러미를 병호에게 건네자 군관이 말하였다.“나중에 경을 칠 일이 있거든 그때나 한번 뵈입시다. 가보슈!”무리에서 빠져나온 기창이 걷다 말고 뒤를 보았다.“나장님네들! 거 붙잡거든 살살 치시구려. 농사철이 아니오.”감곡천을 따라 뛰듯 걸었는데도 중화참 지나서야 거야마을에 닿았다. 병호는 이모할머니에게 큰절을 올리고 사랑채 쪽방에 봇짐을 풀었다. 해 안에 돌아가야 하는 기창이 길을 서두
소쿠리 머리 갓치아침에 아랏다 저역에 이저버려도공부를 하고 싶푼데주거라 가르처주고 까마케 이저머거도그레도 공부가 하고싶푼데겨울 마즌 늘근이한태도 다시 봄이 완는데그레서 공부가 더 미치게 하고 싶푼데이러캐 이저머거도이러캐 늘거도죽도록 공부가 하고 싶픈데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몇 달 전, 공영방송의 인기 건강 프로그램에 맨발걷기가 나오며 중장년층 이상의 환자들에게서 맨발걷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맨발걷기가 열풍이긴 하나 아직 주류 의견이 아니며 신발을 신고 걸었을 때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신발을 신었을 때가 더 낫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습니다. 과학적 검증이 다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맨발걷기는 신발만 벗고 걸으면 되는 아주 쉬운 실천방법을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의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맨발걷기의 효과에 대한 여러 이론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첫 내용은 ‘접지 효과(
1960년대 중반에 군을 제대한 총각 박해수는, 한지 만드는 일을 보다 규모 있게 해 보겠다고 작심하고는, 집안에다 공장을 새로 차렸다. 닥나무 다발을 개울가로 가져가 쪄서 껍질을 벗기고…하는 방식으로는 작업도 힘들뿐더러 생산량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작업환경이 그렇게 열악해서는, 장가를 가는 데에 애로가 있었다.-집에서 종이를 만든다고예? 그거 엄청시리 힘들다카던데….-아입니더. 이번에 공장을 새로 차려서 완전히 신식으로 종이를 만듭니더. 그라고 작업은 인부들이 다 맡아서 하이깨네, 내한테 시집오면 고생시러운
어제는 텃밭을 정리하느라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는데 오늘은 들에 나오니 겉옷 하나를 더 입고 싶은 날씨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펼쳐진 모양이다. 농사꾼은 봄에 바빠야 가을에 볼일이 있다는데 올해의 봄과 여름은 정말 혹독한 시련을 줬다. 봄에는 갑자기 따뜻했다가 다시 추워져서 과실수의 꽃눈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게 했다. 여름에는 몇 번의 폭우,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다 쓸어버리고 말겠다는 다짐이라도 한 듯 앙갚음을 품은 빗줄기였다. 덕분에 배 터지게 애를 썼지만 계산상으로 별 볼 일 없는 농사꾼의 가을이다.이곳의 밭작물은 대파 일색
8년 전 귀농해 친환경 알프스오토메 농사를 시작했으나 경험과 실력 부족으로 4년 만에 실패하고, 5년 차에 시나노골드와 후지를 다시 식재해 올해 처음으로 유기농 시나노골드를 소량이나마 수확할 수 있었다. 그동안 멘토로서 지도해 주신 한연수 농부님께 깊이 감사드린다.오는 11월 초에 수확할 미야비후지를 합쳐 금년도 전체 생산량은 약 300kg 정도 될 것 같은 데, 벌레 먹거나 썩은 것, 못생긴 것, 너무 작은 것, 그을린 것, 떨어진 것 등 내가 먹을 것을 제외하면 약 210kg 정도는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올해는
가나다라 1234 ABCD다시 시작하는 한글 공부 숫자 공부영어 공부 기대가 대내잊어버릴까봐 글씨를 써보고 또 써보다그림을 그리내 재미나서 그리고 또 그리내문해공부를 안했으면 이 그림도 못 그릴탠대오지고도 행복하내누가 보면 웃읍갰지만 내가 봐도 웃읍지만나는 내 그림이 하늘만큼 자랑스럽내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칼럼에 이어 20대와 30대, 2030의 건강과 저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2030의 임신과 출산은 30년 이전 세대보다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결혼과 임신, 출산이 모두 과거보다 훨씬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상 초유의 저출산을 갱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비중은 늘어나는 특이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특이한 모습은 여성들이 단순히 결혼과 임신, 출산을 피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여성들은 결혼이 늦더라도 적극적으로 출산을 선택하고 있습니다.2030의 임신과 출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방문의 창호지를 새로 발랐다.음력 7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밥을 먹고 나자 아버지는 이 방 저 방의 문짝들을 분리해서는 마당의 평상에다 걸쳐 놓았다. 큰방 작은방 할 것 없이 앞뒷문을 모두 문틀에서 뜯어낸 것이다. 방문은 늘 그 자리에 고정돼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어린아이들에게는, 암수가 결합돼 있던 돌쩌귀를 훌쩍 벗겨내어 순식간에 문짝을 분리해버린 아버지의 동작은, 무슨 요술을 부린 것만 같았다.-퍼뜩 나와서 문종이 벗겨라!평소엔 창호지 문에 작은 구멍이라도 낼라치면 호된 지청구로 욱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Q. 농사를 직접 지어보고 싶어도 당장 짓긴 어려워서, 우선 게임으로나마 농사를 체험해 보고 싶어요. 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게임 뭐 없나요?A. 의외로 많은 게임이 있지만, 좀 더 실제에 가까운 농사 체험이 가능한 국내외 게임 일부만 소개할게요.1. 파밍 시뮬레이터 시리즈스위스 게임으로, 트랙터·콤바인·파종기·비료살포기 등 현실의 농기계들을 활용해 밀·보리·감자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게임입니다. 제초, 파종, 비료 투입, 돌 골라내기 등 실제 농작업을 그대로 진행할 수 있고, 계절 변화에 따른 재배
1장 봄은 찾아왔건마는(1866)“네 이놈! 굴비를 내오라 한 지 언젠데 여적지 말이 없느냐?”회갑연에 모인 사람들 이목이 한 곳에 집중되었다. 회갑을 맞은 이는 호서의 비인에서 현감을 역임하고 이조정랑까지 지내다 낙향한 처지로 명망을 얻고 있는 눈치였다. 잔치에는 친인척 말고도 행세깨나 한다는 양반네가 두루 참석하였고 소리꾼까지 합세하여 흥겨운 분위기가 종일 끊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 기창은 아들 병호를 데리고 참례하였으며, 회갑을 맞은 이는 촌수가 먼 처가의 어느 인사였다. 그날 병호는 기창의 뜻을 따라 어떤 이에게는 큰절을 하
추석연휴가 마무리돼 갑니다. 언제나 사람들은 태어나고 세상을 뜨지만 명절이나 기념일 등에 태어나고 세상을 뜨는 건 각별한 느낌입니다. 설날이 생일인 막내 동생, 20년 전 추석을 하루 앞두고 칸쿤에서 자결한 이경해 열사…. 결혼이나 명절을 앞두고 초상이 나면 방문은 하지 않고 조의금만 보내는 게 다반사인 농촌에서, 쓸쓸하게 장사를 지내야하는 것 같아 심난합니다.이번 연휴에도 아들과 딸 초등학교 동창들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적은 농촌에서 초등학교 동창들은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
내가 젊을 때는 돈 많이 버는 꿈이 있었지요장날 깻잎 팔아서 돈주머니에 한나 담으면아이들 배불릴 생각에 참 좋았지요.코로나 온지가 2년이 넘었어요마을회관은 자물쇠가 채워지고친구들은 병원에만 다녔어요.오늘은 선생님이 오셔서 글도 읽고 썼어요선생님도 그립고 친구들이 돌아왔어요다리가 아파도 허리가 아파도공부하는 날이 기다려져요머리에 공부를 담으니 돈버는 것처럼 좋아요날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었어요.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세월이 가면 모두 세월이 흐른만큼 나이를 먹게 되는데, 이 나이를 다른 말로는 ‘세월나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똑같은 세월을 겪었어도 오로지 신체의 노화 정도에 따라 평가되는 나이가 따로 있는데, 이를 ‘신체나이’라고 부릅니다. 건강검진을 하여 모든 수치들이 정상 범위에 들게 되면 그 결과에 따라 어떤 분들은 실제 ‘세월나이’보다 ‘신체나이’가 더 적은 것으로 표시되기도 합니다.최근 수명이 늘어나면서 실제 세월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이 신체나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혈액 한 방
서암리 주민들이 가내 수공업으로 만든 닥종이(한지)를 갖고 나가, 신반 오일장의 지전(紙廛)에 쌓아두고 판매를 할 때, 대량으로 구입을 해가는 주 고객은 각 지역의 지물포 주인들이었다. 지물포에서는 다시 소매상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했는데, 그 소매상인들이 다름 아닌 종이 행상들이었다. 박해수씨의 얘기를 들어보자.“인구가 어지간히 많은 읍내나 면 소재지 정도 되는 곳이라면 지물포가 따로 있지만, 그보다 작은 마을의 경우엔 잡화점에서 창호지를 조금씩 갖춰놓고 팔았어요. 번듯한 잡화점도 없는 마을에는 종이 장사꾼들이 창호지 묶음을 짊어
Q. 버스에서 여학생들이 서로 “김OO 오늘 농협은행!”, “최OO 니가 더 농협은행!” 하면서 좋아하는 걸 봤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농협은행에 제가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나요?A.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특별히 이슈화된 말·영상·이미지 등이 다른 컨텐츠로 재생산되거나 유행어처럼 계속 회자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말·영상·이미지 등을 밈(Meme)이라고 합니다. SNS 시대에 접어들어 특히 활발하게 발달한 대중문화죠.전후 배경이나 파생 컨텐츠들이 꽤나 복잡해서 짧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아
202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육성을 야심차게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꼭 필요한 사업이고, 머잖아 농촌사회에 유의미한 진전이 올 것이라 여기며 1기 전문강사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물론 그동안의 활동에서 간간이 여성농민을 대상으로 여성농업정책이나 농촌현실을 이야기하며 농촌사회의 불평등을 말해왔습니다만, 부족함이 많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지요.공부하는 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그쪽 분야에서 쟁쟁한 경험을 가진 이론가나 정책가, 또는 실천가들이 강사로 편성돼 그동안 강사로서 부족했던 점을 보충
아침저녁으론 제법 선선하다. 가을이 온 듯하다. 그러나 낮엔 여전히 후덥지근하다. 과수 농사꾼에겐 최악의 날씨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엽소 피해가 더 커지는 요즘이다. 올해는 아마 기후·환경변화를 실감하는 한 해인 것 같다.이러한 기후·환경변화로 인한 생산의 어려움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금 우리 농촌의 농민 대부분이 농사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는 데 있다. 올해처럼 사과 가격이 ‘금값’이 되면 소비자만 힘든 게 아니다. 생산자인 농민들도 마찬가지로 힘들다. 생산물량이 줄어든 까닭에, 매출액에 변동이 없으면 그
요즘 날씨가 많이 춥지감기 조심해라몸도 안 좋은데 조심하고또 조심하거라엄마는 너만 건강하면아무 걱정이 없단다또 너가 보내준 약 먹고이제 많이 좋아졌다고맙구나차도 조심하고 잘 지내거라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