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남쪽 지방에선 따뜻한 기후를 이용해 같은 필지에서 두 번의 서로 다른 농사를 지으며 경작지를 최대한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이모작이라 합니다. 이모작의 그 반환점이 두드러지는 시기가 바로 늦봄과 초여름이 바톤을 주고받는 이 무렵입니다. 보통은 빠르게 자라는 조생종 벼를 심기로 작정하고, 6월이 가기 전까지 그 논에서 보리·밀 등의 식량작물을 기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남녘에서는, 지금 농번기 중의 농번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죠.‘의성육쪽마늘’이 나는 경상북도 의성군의 논들도 같
남원의 황산벌까지 올라온 왜구와의 밤 싸움, 기도를 통해 달을 끌어올려 이겼다는 이성계 장군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지명이 인월(引月)인 곳에 매 3일, 8일이면 장이 선다. 내가 사는 뱀사골에서 차를 타고 정확하게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그곳이 어느 곳이든 세상의 모든 오일장들엔 아무리 일찍 서둘러 가도 늦기 마련이다. 부지런하신 어르신들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이기기는 힘들다. 서울서 출발한 사진작가님이 가장 먼저 오신 장에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인 내가 하는 변명이 참으로 구구하다. 내가 늦는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수년 전만 해도 농기계 광고에 반라의 여성들이 등장했다. 그 광고에 눈살을 찌푸려본 이들은 안다. 농기계 혹은 농자재를 구매하는 중심 소비자들이 남성이구나, 광고주는 구매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농작업복으로는 어림도 없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혔구나. 농촌의 가부장적인 성향을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1기 농촌형 성평등 강사, 21명 탄생도시보다 평균연령이 높은 농촌은 그만큼 변화에 더디다. 도시에서 ‘성평등’ 문제는 상식이 됐지만, 농촌에서는 ‘남자일’과 ‘여자일’ 구분하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먹거리 소비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라고 해도 ‘푸드마일’이란 개념을 이제 한번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외식 소비가 줄어든 이후 ‘로컬푸드’ 등 유통단계가 축소된 먹거리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먹거리 시장의 확산은 소비자에게도 이롭지만, 농민들 특히 작은 규모의 농사를 짓는 농가의 지속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번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생산자들이 스스로 결성한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그리고 그 직매장 ‘상주생각’의 사례를 통해 그
3기 신도시 건설 예정지에 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토지투기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 와중에 3기 신도시 지역의 농협 임직원이 가족 명의로 자기 농협에서 ‘셀프 대출’을 받아 투기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또한 5월 25일자 보도에 의하면 3기 신도시 지역농협 34곳은 대출금액이 지난 2년 사이에 21.2% 급증하는 ‘공격적 대출’을 했다.이는 전국 나머지 농협의 대출금액이 13% 늘어난 것에 비해 8.2%포인트나 높다. 한마디로 3기 신도시의 지역농협이 토지투기의 돈줄 역할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바쁜 생활 속에 종종 잊게 되곤 합니다만, 우리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따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너무 오래됐고, 몇몇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도 남북관계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보니 이제 많은 이들이 지친 것도 같습니다. 이제는 ‘통일’을 실현가능성 없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치부하는 분위기조차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 만연해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선 하나 된 우리나라를 만나기 위한 실천을 포기하지 않고 매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분단철폐 또한 우리 농업을 살리는 하나의 길
북녘에서는 취학 전 탁아소와 유치원이 있으며, 남녘의 초등학교와 같은 소학교와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의 의무교육제도가 있다. 유치원은 높은 반과 낮은 반으로 나뉘어 있고 높은 반부터 12년 무상 의무교육과정에 포함된다.북녘에는 대략 8만 개의 탁아소가 있고, 2만 개 정도의 유치원 그리고 6,000여 개의 소학교와 약 5,000개의 중학교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도서 지방과 산간지역에 약 1,000개의 분교가 운영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02년 9월 학기 시작을 기해 인민학교(人民學校)라는 명칭을 소학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대평리는 제주도에서도 손꼽히는 해안 풍경을 지닌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의 마을입니다. 1132번 지방도(제주일주도로)에서 갈라져 나온 대평감산로를 통해 방문할 경우 그 아름다운 전경을 수평선과 함께 감상할 수 있지요. 마을 서쪽 영역 끝에 자리한 조그마한 항 ‘대평포구’는 그 옆에 병풍처럼 자리한 100m 높이 해안절벽 ‘박수기정’의 절경을 노을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한데, 그 덕인지 제주 올레길 제9번 코스의 시작점이자 8번 코스의 종점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그런
뱀사골 깊은 골짜기에 있는 우리집에서 구례장을 찾아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계곡을 따라 내려와 면사무소를 지나고 고속도로를 달려 쉽게 찾아가는 길이 있고,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올라 성삼재를 넘어 구례와 만나는 길을 가는 방법이 있다. 오늘은 푸르른 봄산을 한껏 눈에 담고 싶어 운전이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성삼재를 오르는 길을 선택해 출발했다. 브레이크 파열이 염려되는 산길을 벗어날 무렵 만나는 천은사를 막 지나면 초록의 물결이 넘실대는 밀밭들과 만난다. 6월이면 수확을 하는 시기니 5월의 밀이삭은 서리를 해 먹어도 좋을
농협이 제 역할만 해도 농업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농협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에게도 농협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농협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제구실을 하지 못해, 늘 농민 조합원의 원성의 대상이 돼 왔다.“농협이 돈 장사에만 급급해 농산물 판매 등 경제사업은 등한시한다”, “농협은 농민 조합원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다”, “농업과 농민은 쇠퇴하는데 농협만 번성한다”고 비판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농협 개혁을 농정 개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농촌사회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다뤘던 문제는 역시 개발·자본우선주의에 의한 농민권리의 침탈이 아니었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그것을 가능케 했던 핵심은 오랜 세월에 걸쳐 자본에 잠식돼 버린 법과 제도로, 농민들이 마땅히 가져야할 경작과 거주의 권리, 공동체를 이룰 권리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빼앗는데 일조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폐기물처리장, 산업단지, 신도시, 신공항, 송전탑, 기업형 축사, 공공체육시설(을 가장한 골프장), 그리고 최근엔 태양광발전소까지. 돈을 좇아 농지를 빼앗고 기피시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019년 가을, 전북도의회에선 농민들이 직접 만든 농민수당 주민조례를 처리해달라고 의사당을 방문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찾아온 농민들보다 경찰 병력이 더 많았던 그 아수라장 속, 어떻게든 경찰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외치는 한 여성이 보였습니다. 제가 오은미 전 전북도의원을 처음 접했던 순간의 풍경이 그러했습니다.일전부터 농촌을 직접 찾아다니며 정치하기로 유명했고 또 그 때문에 재선에 성공했던 오 전 의원은 의원직을 떠난 지금도 농촌을 돌며 농민운동을 하고 있는데,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은 평양시 중심에서 남쪽 방향인 만경대구역의 팔골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 1967년 개관한 평양학생소년궁전과 함께 대표적인 소조활동기관으로 1만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활동을 하는 북녘 최대 규모의 종합문화예술 공간이다.소학교부터 고급중학교(남녘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청소년들이 각급학교의 정규수업을 마친 뒤 참여하는 소조활동에 맞춰 각이한 소조활동실, 수영장, 체육관, 10만여 장서의 도서관, 2,000석 규모의 극장, 자동차운전실습장 등이 갖춰져 있다.1986년 9월 공사를 시작해 1989년 5월 완공됐고
특별한 일을 만들어 일부러 가지 않는 한 북쪽 지리산에서 완도로 장을 보러 간다는 건 실제의 거리나 마음의 거리 모두 너무나 멀고 먼 길이었다. 그나마 마음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차로 다리를 건너면 바로 섬이라는 작은 위안이었다.완도에 도착했을 때는 평소 같으면 이미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이지만 미리 오일장이 열리는 곳의 위치도 파악하고 규모도 짐작하고 싶어 완도 5일시장이란 간판을 확인하러 갔다. 생각했던 규모가 아니라 괜한 걸음을 했나 하는 후회를 하며 숙소로 향했다. 아침도 거른 이른 아침에 간밤 주차자리로 보고 온 곳으로 향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교수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함)’는 최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문제 3가지 중 하나를 ‘여성차별’로 꼽았다. 한국 여성들은 다른 어떤 부유한 선진국들에 비해 더 불평등한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그는 “한국은 인구 5,000만의 국가이면서 실제로는 2,500만 인구의 나라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절반의 인구, 남자들이라고 모든 기회가 고르게 주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회적 지위가 남성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세간을 뒤집은 LH 사태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그려지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많은 언론이 기사와 함께 내보내선지는 몰라도, 아무래도 급하게 심어 이제 막 땅에서 솟은 어린 나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농작물도 아니고 고작 나무를 심어 농민 행세를 하는 것이 기막히다는 반응도 종종 보이곤 하는데요, 사실 나무를 재배하는 것도 좁게는 임업, 넓게는 농업의 범주에 포함된답니다. 그런고로 진짜 ‘나무농장’의 모습이 궁금해진 김에, 제대로 그리고 의미 있는 나무농사를 짓는 농토를 찾아가 봤습니다.과수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농지 투기가 부동산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공직자의 투기행위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국민 분노가 임계치에 달한 듯하다. 문재인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부동산 투기와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의 뿌리인 농지 수탈(임야 포함)을 멈춰야 한다.농지 수탈의 흑역사, 국가권력에 의해 기획1960년대 초까지 강남 일대는 행정구역상 경기도였고, 대부분 논과 밭, 과수원이었다. 1963년 서울시로 편입 당시 인구 2만7,000명에 지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모’를 아십니까? 농업에서 말하는 모는 따로 옮겨 심을 작정으로 기른 씨앗에서 난 싹을 말합니다. 이런 싹을 기르는 걸 육묘라 하고, 농촌 곳곳에는 이 일을 담당하는 전문 육묘장들이 있지요. 해마다 영농철이 되면 많은 농민들이 육묘장에서 모를 구매해 농사를 시작하곤 합니다.그냥 땅에 씨앗을 뿌려 키우면 될 텐데 굳이 왜 힘들여 또 옮겨 심으려 할까요? 또 농민들은 왜 직접 씨앗을 기르지 않고 비용을 들여 구매해가며 농사를 지을까요?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한창 바쁜 육묘장을 찾아 답을 구해봅니다.“밭
북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국가에서 관리, 운영하는 탁아소에 들어가 모두 12년의 의무교육과정을 제공받는다. 만 5세부터 2년제 유치원을 시작해 남녘의 초등학교인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 의무교육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치원은 높은 반과 낮은 반으로 나뉘어 있고, 높은 반부터는 12년제 의무교육과정에 포함된다.만 6세 때 유치원 높은 반부터 고급중학교(남녘의 고등학교 과정) 3년을 전 인민이 의무적으로 마쳐야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처럼 사립학교나 대안학교 혹은 다른 교육방법으로 아이를 키울 수가 없고, 국가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겨울 대파 가격의 고공행진에 전국이 놀랐습니다. 1kg에도 못 미치는 대파 한 단 소비자가격이 7,000원에 육박하는 현상이 벌어졌죠. 작년 겨울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의 값이라고 합니다. 대파값은 난데없이 왜 이렇게 비싸고, 이 비싼 파값은 누가 다 가져가는 걸까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대파 주산지를 찾았습니다.우리가 먹는 대파 중 1/3 가량은 전라남도에서 생산되고, 또 그 대부분은 전남 신안군과 진도군에서 자랍니다. 신안군 임자도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대파 주산지로, 해안가 사질토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