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를 우리 농장 회원들에게 발송하는 일이 끝났다. 양파를 수확하여 발송하는 일은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서면서 하는 큰 일 중의 하나다.작년 8월 말 포트에 씨를 넣는 것으로 양파 기르기는 시작되었다. 싹이 난 양파를 한 달 보름 간 길러 가을에 밭에 내다 심었다. 얼어 죽지 말라고 왕겨로 덮어준 어린 양파는 추운 겨울을 잘 나고 봄이 되자 파랗게 자라나기 시작했다.남편과 나는 가능한 비닐 멀칭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름을 나는 채소는 제초가 감당이 안 되어 비닐 멀칭을 한다. 우리가 비닐 멀칭을 하는 작물은 고추와 토마토 두 가지
“와따 형님, 오랜만이요, 엊그제 시청 앞 사거리에서 본께 현수막 들고 홍보하던디 아직도 팔팔하시데요. 안척하고 갈라 했는디 신호가 바꿔부러 말도 못하고 그냥 가부렀소.”“짜식~ 그래도 큰 소리로 안척하고 가지 그랬냐.”농민회 후배는 엊그제 트럭을 몰고 가다가 시청 앞 사거리에서 ‘바다야 미안해! 대통령 잘못 뽑아서!’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는 나를 보며 지나갔던 얘기를 들려주었다.“그란디 뭣 좀 물어봅시다, 우리농협 조합장이 지난 1월 정기총회에서 부결되었던 우리조합 상임이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이사회 안건으로 다시 올렸는데 어
올해 후계농으로 선발되어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지역의 또래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도시지역이라 농지가 너무 비싸서 고민이라는 얘기와, 농지를 임대하기도 힘들어서 빚을 내서라도 사야겠다고 결심한 얘기 등을 나누다가 작년에 땅을 임대하려고 고군분투했던 얘기를 하게 됐다.작년에 농어촌공사에 웬일로 꽤 괜찮은 땅이 임대로 올라와서 서류를 준비해서 접수를 했다. 나보다 먼저 접수한 인원이 있어 나의 순번은 2번이었고, 청년이 우선이니 내가 되겠거니 하고 있다가 그 농지에 대한 사정을
아산으로 통합되기 전의 온양은 왕이 온천을 즐기러 다니던 곳이라 온궁(溫宮)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역사 속의 지명으로 서서히 잊히고 있는 중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지나면서 ‘온양온천’역으로 불리고 있으니 명맥을 유지한다고나 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양온천역의 역사 한쪽의 고가다리 아래로 4, 9로 끝나는 날마다 장이 서는데, 그 풍경이 실로 장관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온양온천의 풍물오일장은 다른 지역의 오일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에서만 느껴지는 색깔이 있다. 전철이 지나는 고가다리 아
부실한 보리타작을 마치고 모내기하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어떤 작전을 치른 것 같다.보리타작하는 클라스 콤바인이 맨 마지막 논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반대편 논에서 보릿대를 태우기 시작했다. 좋은 유기물을 태우는 것이 아깝지만 보릿대가 무더기로 둥둥 떠다니면서 심어놓은 어린모를 덮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보릿대를 태우면서 논두렁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풀을 한 번 베는 효과가 있긴 하다. 바람 방향을 맞춰 보릿대에 불을 붙여 놓으면 바람이 알아서 보릿대를 태워준다. 보릿대를 태우면서 논 물꼬도 막았다.보릿대가 얼추 태워졌다 싶
그도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다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논·밭을 돌면서 농사짓다보면 오랜만에 가게 되는 밭이 있다. 인간의 접근이 쉽지 않은 그런 밭에서 짐승 피해를 막기 위한 갖가지 방법은 대부분 실패한다. 고라니가 다녀간 후, 줄기만 남은 콩대를 확인하면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다. 그럴 때면 한숨 돌리고, 전화기를 꺼내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농부와 농부가 아닌 사람들의 반응이 나뉜다. 농부가 아닌 사람들은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들을 나열하지만, 농부들은 우선 ‘힘들고 속상하겠다. 힘내라’는 말부터 한다. 그렇게 우
하지가 지나고 장마가 온다니 급한 마음에 토요일, 일요일 감자를 캤습니다. 다 못 캔 감자는 비가 잠깐 그치는 틈을 타 캐야 합니다. 심을 때의 한 상자가 캘 때는 스무 상자도 넘게 나옵니다. 감자는 잘 되었는데 그 감자들을 캐고 고르고 담고 하다 보니 잘 돼도 너무 잘 됐다는 약간의 불만이 나오고, 급기야 다 먹지도 못하는데 잔 것은 담지 말고 버리자는 아들의 제안도 나옵니다. 그래, 저거 주워가봐야 먹지도 않을 텐데 하면서도 아들 몰래 잔 감자들을 통에 담습니다.후덥지근한 날씨에 감자를 캐고 들어와 씻고 밥 차리고 할 일들을 하
과수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올해와 같은 해가 또 있었을까? 이야기로 듣던 기후위기를 몸소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한해가 되고 있다.사과의 경우 4월 평년보다 열흘 이상 빠른 개화로 인한 냉해와 결실 불량으로 전년보다 착과량이 16% 줄었다. 중심화 결실율은 전년에 비해 89% 적다(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 6월호).5월 말과 6월 초순엔 우박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수천ha의 과수원이 초토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전국 곳곳에서 과수화상병이 번지고 있다. 올해 과수 농가들은 냉해와 결실 불량, 우박에 과수화상병까지 3중, 4중의 재난을 겪
[한국농정신문 권순창·한우준 기자]농촌 주민과 농업 관련 전문가·언론들은 식상하다 할 만큼 일상적으로 농업·농촌 문제와 부딪히고 있지만 도시민들에겐 좀체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요행히 농촌에 밀접한 연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편적·표면적인 정보들만 보면서 농촌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대다수는 도시민이며, 도시민들의 농촌 인식은 농촌의 지속성 보장과 농정의 효율적 설계에 알게 모르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본지는 농업·농촌 문제를 바라보는 도시민들의 시각을 살펴보기 위해 기존의 설문조사
기상청이 올해 장마 시작을 예보했다. 기상예보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지만 농민들에게는 1년 농사를 결정하는 사활적인 문제다. 남한 농민들뿐만 아니라 북한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날씨는 국경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특히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엘니뇨와 라니냐현상이 발생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높은 기상이변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최근에 전 지구적으로 폭염과 폭우, 폭풍 등 재난재해를 동반한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이상할 것이 없는 예측이기도 하다.최근 북한의 주요 언론은 밭농사에 필요한 관개시설 정비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