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농협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런데 일부 농협에서 조합원 제명을 남발하고 있어 우려가 적지 않다. 대부분 현 조합장과의 갈등이 원인이 돼 사실상 보복적 조치로 조합원 제명이 자행되고 있다. 형식과 절차는 대의원 총회의 의결이라는 합법적 과정을 거치지만 사실상 조합장의 의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지난 2013년 6월 강원도 동해농협에서 조합원 5명이 제명됐다. 제명 사유는 조합장 사퇴를 종용하고 보궐선거를 통해 조합을 장악하려 시도하며 동해농협의 신용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명된 조합원들은 소송을 통해 조합원 자격을 다시 회복했다. 그런데 지난 조합장 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현 조합장은 대의원들의 요구를 명분으로 이들 중 조합장후보로 출마한 전직 감사에 대
농협이 대규모 농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시장에 출하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이 농민과 직접 경쟁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농협법 위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축협에서 생축장을 운영하면서 한우를 비육해 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축협 생축장의 한우 비육 사업은 이제 일반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전체 생축장에 사육되고 있는 소 중 비육우가 차지하는 비율이 80% 가까이 된다. 이는 농협법 위반 소지가 클 뿐 아니라 농민을 돕기 위해 만든 농협이 농민과 경쟁하여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협 생축장의 비육 사업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축협의 생축장 사업은 1990년대 초 정부의 지원으로
지난 6일 청와대에서 ‘농수산업 미래성장 산업화’ 등을 주제로 열린 제4차 핵심과제 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시장개방 등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며 “농수산업은 미래성장 엔진이자 대박산업”이라 했다.아울러 농수산업과 ICT 등 첨단과학기술의 융합, 농수산업의 수출산업화, 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연계할 것을 당부했다.이날 대통령의 발언에 농민들은 허탈하고 답답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농업인식이 이 정도에 머물고 있으니 우리 농업이 암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이는 UR협상 이후 농산물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정부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것이다. 표현의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 본질은 최첨단기술 도입, 경쟁력 강화, 수출농업 육성에 있
국내 1호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개장 30주년을 맞았다. 1985년 6월 19일 개장한 가락시장은 지난 30년간 하루 8,200여 톤의 거래물량을 처리하며, 수도권에서 소비하는 농수산물의 45%를 취급해 왔다. 아울러 국내 최대농수산물 시장으로 전국 농수산물 거래 기준가격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 왔다.가락시장은 농안법에 따라 도매법인이 지정되고, 수탁판매에 의한 상장경매원칙에 따라 경매거래가 강제됐다. 가락시장의 운영원리인 두 축은 거래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농산물의 효율적인 분산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허나 5개 청과법인에 의해 독점화 돼 있는 가락시장의 유통구조는 점차 생산자인 농민들 입장에서 논란이 돼 왔다.먼저 경매제도의 문제인 과도한 가격 진폭으로 출하농가의 피해가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농업경영체등록이 7년차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농업경영체등록은 개별 농가의 경영정보를 파악해 농가의 형편에 맞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함이다. 한편 개별 농민들은 2011년부터 경영체등록이 돼 있어야만 면세유, 농기자재영세율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의무제가 됐다. 경영체등록에 연계된 사업은 지난해 22개에서 올해 말이면 62개로 확대되기 때문에 농민들은 경영체등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농업경영체등록 제도의 시행은 면세유 부정유통 근절과 직불금 부당수령 적발 등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명, 주소, 전화번호, 필지별, 품목별 재배면적 등을 조사하던 것을 작년부터 유통, 가공, 소득, 자산, 부채 등을 조사 항목에 포함시켜 농민
농산물 가격에 무책임한 언론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농산물 가격에 대해 주요 언론들은 농산물의 특성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고 가장 단순한 수치로 지난해 가격과 비교해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아 왔다.농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농산물가격 폭등’이라고 대서특필해 마치 농민들이 폭리를 취하는 듯 보도한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농산물가격을 하락시키는 패턴을 반복하게 했다.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 보도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다.올해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장기간 가뭄으로 농작물이 작황이 좋지 않아 겨우 예년 수준의 가격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인데 주요 언론들은 농산물가격 폭등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양파 값은 작년보다 73%
올해부터 쌀 시장이 완전 개방됐다. 지난해 9월 30일 쌀 관세화를 위한 수정양허표를 WTO에 통보하면서 의무수입물량(MMA) 40만8,700톤 외에 누구나 513%의 관세를 내고 쌀을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수정양허표를 보면 지금까지 의무수입 쌀의 30%에 대해 밥쌀용으로 수입하게 했던 용도지정이 폐지됐다. MMA 수입쌀의 30%를 밥쌀용으로 수입하는 의무가 사라졌다는 뜻이다.농민들은 올해부터 밥쌀용 쌀이 수입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정부가 기습적으로 밥쌀용 쌀 수입 입찰을 강행하면서 농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전국을 들썩였다.밥쌀 수입에 대한 정부의 논리는 세 가지다. 첫째 밥쌀용 쌀을 수입하지 않는 것은 WTO위반이라는 주장이다. GATT 제3조 4항 내국민 대우원칙과
2009년 농민들과 생산자단체, 군 예산 그리고 지역 농축협의 출자를 합쳐 자본금 80억원으로 화순농특산물유통이 설립됐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농업정책인 1시군 1유통회사 설립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유통회사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농식품부 장관인 정운천 장관은 시군에 100억원 규모의 유통회사를 설립하면 지역농산물 유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유통회사 설립을 독려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만들어진 화순유통은 지금 자본금을 다 털어먹고 파산 직전에 있다.화순유통은 2012년 쌀 사기 사건으로 57억원을 날렸고 임직원들의 부정과 비리 횡령으로 자본금이 잠식된 상태다. 당시 화순군의원의 말처럼 “이명박 대통령과 초대 농식품부 장관인 정운천의 천박한 장사꾼 논리가 만든 참사”다.화
장기간 가뭄으로 논바닥마저 갈라져가고 있다. 정식을 마친 고랭지 배추는 말라죽어가고 있다. 옥수수는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고, 열흘 후에 수확해야 하는 감자는 알이 크질 않아 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두 달여 계속된 가뭄으로 밭작물 피해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농민들은 농경지 주변의 도랑의 물이라도 퍼서 농작물에 뿌리고 있다. 심지어 1톤 차에 물통을 싣고 물을 퍼 나르고 있는 지경이다.봄철 가뭄은 농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봄부터 이렇게 극심한 가뭄을 겪게 되면 소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생산비는 급증하기 때문이다.특히 올해는 ‘메르스’로 인한 경기 침체, 농산물 소비둔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하락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 농민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
축산농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건 축산물 가격과 더불어 사료값이다. 생산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료값이기 때문이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생산비에서 사료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육계 58%, 비육돈 56%, 한우비육우 44%, 낙농 55%다.최근 축산업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사료값 상승에 있다. 환율, 유가, 국제 곡물시세 등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 사료값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외부적 요인으로 농민들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민간사료업체들의 가격담합을 조사하고 있다.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아직 확정발표 되지는 않았지만 이 업체들은 2006년에서 2011년까지 가격담합을 통해 적게는 수천억, 많
6.15 선언 15주년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역사적인 6.15 선언이 발표됐다. 대립과 갈등, 반목과 증오의 분단 55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와 협력 그리고 나아가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이었다.6.15 선언으로 남북 농민들의 교류와 협력도 시작됐다. 금강산에서 남북농민대회가 개최됐고, 다양한 교류도 시작됐다.민간에서는 북의 어려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영농지원활동을 다각적으로 진행했다.한편 전농을 중심으로 농민들은 북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못자리 비닐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농민들이 해마다 공동으로 통일농사를 지어 마련한 돈으로 북의 농민들이 요청한 못자리 비닐을 보내주었던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한 농업교류는 이명박 정권에 들어 중단되고
지난 3월 11일 전국 동시 농협 조합장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실시하던 조합장선거가 한날한시에 이뤄진 것이다. 선거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부정선거를 차단하고자 하는 의미가 동시선거의 첫 번째 목적이다. 그러나 선거를 관리하는 선거법인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의 문제로 소위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뿐만 아니라 무자격 조합원 문제로 선거 후유증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이는 이미 우려됐던 바, 농민단체와 언론 등에서 법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문제였다. 결국 선거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에 밀려 결과가 왜곡되는 등 농민조합원의 올바른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전국 동시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정책선거에 주력해 왔던 좋은농협 만들기 운동본부가 지역농협 조합장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