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면접도 가기 전에 사전에 정보를 파악해 ‘안될 곳’은 애초 걸러버리는 요즘 우리 또래들의 습성(이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은 요즘 취업 시장을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는 모순된 세계로 만들었다. 존중받지 못하는 일에 투신했다 몸과 마음을 망칠 바에는 아르바이트나 플랫폼 노동을 하고 말겠다는 이 새로운 발상은, 지난해 단순노무직 취업자가 40만명을 넘겼다는 점만 봐도 충분히 드러난다. 이점을 놓고 보았을 때 지금의 농촌은 바깥 청년들이 갈 이유를 거의 찾을 수 없는 공간이다. 노동환경, 소득, 사회적 인식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양파·마늘 수확철을 맞아 남도에 들를 일이 많았다. 농민을 만나러 가는 길에 본 황금색 보리밭이 장관이었다. 적당한 날씨와 따사로운 햇살, 먼지 없는 파란 하늘과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목적지에 내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농촌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찰나 농민들의 가슴앓이가 시작됐다. 요지는 적기에 비가 오지 않아 마늘 작황이 매우 안 좋은 상태이고,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어도 이대로라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해남에 다녀온 직후 서울에 비가 왔다. 예보 없이 등장한 비였다. 출근길 빗속을 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정권이 교체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나던 순간,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하던 순간을 지켜보며 머릿속이 복잡했다.문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하며 남긴 말은 “저는 해방됐다”였다. 지난 5년간 대통령으로서 짊어져야 했던 책임감, 무게감으로부터 해방됐다는 뜻일 테다. 문 전 대통령은 “뉴스 안 보는 것만 해도 어디냐”면서 해방감을 만끽했다.맞다. 문 전 대통령은 해방됐다. 5년 전 촛불항쟁 당시 온 국민이 한겨울에 촛불 들고 외쳤던 ‘적폐청산’
우리나라 농협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어째서 농협은 농업의 미래를 건 농민들의 투쟁에 함께하지 않는 걸까.농민들의 상경투쟁은 이제 한 해에 몇 차례씩 연례행사가 됐다. 툭하면 몇 시간을 달려와 길바닥에서 먼지바람을 맞는 일이 그들이라고 어찌 기껍겠는가만은, 꼬리를 물고 폭락하는 농산물과 농업·농촌을 짓누르는 가혹한 정치가 농민들을 계속 아스팔트로 내몰고 있다.투쟁 현장엔 농민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농민단체 직원들에서부터 학자·연구자·정당인·법조인, 심지어 몇몇 언론인들까지 취재가 아닌 ‘농업 관계자’ 자격으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인도는 늘 인산인해다. 사회 각계각층,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북새통을 이루며 30분 단위로, 혹은 한 시간 단위로 계속 이어진다.잠깐만 지켜보더라도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정부가 해결해야 할 각종 사회, 경제 이슈가 총 망라된 채 이를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울려 퍼진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증장애인, 여성계, 의료계, 교육계 인사들이 인수위가 내놓는 설익은 정책을 규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관련 정책을 재설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그렇다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지난 4일, 전국 각지의 농어민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이른바 초대형 FTA로 불리는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다.이날 취재를 위해 집회현장을 찾은 나는 자리를 잡고 수천 명의 참가자 면면을 살폈다. 시선은 이내 또래로 보이는 청년들에서 멈췄다. 나이 지긋한 농어민들 사이에서 그들이 들고 있는 만장(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처럼 만든 것)에는 ‘농촌에서 농사지으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농업전문지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가끔 몇몇 질문을 마주한다. 농민들이 왜 재난지원금을 받아야 하느냐, 대체에너지가 필요한데 농지 태양광은 왜 안 되냐, CPTPP 하면 싸게 먹고 좋은 거 아니냐 따위의 질문들이다.바로 옆에서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보통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사를 탐독해볼 것을 권하지만, 딸기 농사지어서 돈 쓸어담겠다는 말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몇 마디 보태고 말았다.딸기나 마늘 가격이 괜찮아도 농민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는 이상하리만치 단순하고 또 명확하다. 현재 유통 구조상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20대 대통령 선거로 당선인이 결정된 이후 벌써 3주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여전히 뉴스 가판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두고 써 내린 기사들로만 가득하다.의 사무실은 국방부 출입문으로부터 1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내 청와대 사랑채 앞을 향했던 경험을 버무려 되돌아봤을 때 당선인이 용산으로 가겠다며 꺼내든 ‘소통’이라는 명분은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현재 국방부 부지는 외부인이 보기에 청와대 못지않은 철옹성이다. 규모는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대선 결과가 발표되고, 풍력과 태양광 관련 갈등을 겪고 있는 농산어촌 주민들의 관심은 자연히 당선인의 입에서 나온 에너지 관련 공약에 쏠렸다. 당선인의 공약이 앞으로의 5년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농산어촌 주민들은 그간 줄곧 신재생에너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방식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펼쳐왔다. 일부 격앙된 경우 원전을 유지해서라도 지금의 마구잡이식 농산어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필요성 자체에는
정치인·학자·공무원들이 농민들 앞에서 절대 해선 안되는 금기 문구가 있다. “저도 농민의 자식입니다.” 얼마나 식상한 말이며 얼마나 뒤통수를 많이 맞아 봤는지, 각종 공개석상에서 이 말이 등장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아…”하는 농민들의 탄식이 터져나온다. 딴에는 농민들의 호감을 얻으려는 발언이겠지만 사실은 시작부터 비호감을 사는 주문이다.대통령들에게도 금기 문구가 생길 판이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습니다.” 박근혜가 그랬고 문재인이 그랬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결국엔 농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 돼버렸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달 2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2차 주말 집중촛불’이 열린 서울 청계광장엔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택배노동자들, 그들과 연대하러 온 시민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우비를 입은 게 소용없을 정도로 거센 비바람에 그들의 몸과 옷이 흠뻑 젖었음에도.그날 오전,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 끝에 병원으로 후송됐다. 지난 5년간 23명의 택배노동자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더는 노동자가 죽지 않게 하려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20대 대통령 선거를 꼭 2주 앞둔 날이었다. ‘1kg 700원, 양파 최저생산비 보장!’ 붉은 깃발을 매단 다수의 트랙터가 겨우내 양분을 머금고 그 몸집을 불려가던 조생양파를 짓이겼다. 양파밭을 갈아엎던 트랙터로 인해 흙먼지가 일어날 때마다 농민들은 담배를 꺼내 물거나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양파의 줄기로 파릇파릇했던 밭이 한순간에 황무지로 변했다.농민들은 밭을 갈아엎기에 앞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온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 관심이 가 있는 동안 국가가 농업, 농촌, 농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