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전사적인 꽃소비 촉진 캠페인을 통한 화훼농가 지원, 345만여 학생 가정에 친환경 농산물 식재료 공급, 농업재해 피해복구에 7,730억원의 무이자자금 투입, 농촌 인력 154만명 중개, AI 재해자금 450억원 지원.지난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농협도 우리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공개한 범농협의 지난해 사업 결과 수치들이다.하지만 이 회장의 인사말에선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LH 직원들의 농지 투기에 있어 북시
올해 아흔셋, 구순을 넘긴 할머니가 짚고 온 지팡이를 내려놓더니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았다. ‘단결 투쟁’이 적힌 붉은 머리띠를 이마에 동여맸다. 화순군풍력대책위원회의 ‘농촌파괴 반대한다’는 깃발을 흔들고 어색하게 쥔 주먹으로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구호도 함께 외쳤다. 점심식사 또한 앉은자리에서 대충 해결했다.“아이고 (풍력발전) 안 하는 것이 좋제. 한 것이 뭣이 좋아. 자연은 그대로 두는 게 가장 좋아.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 나왔제. (풍력발전) 못하게 하려고.”할머니의 말은 간단했고 명료했다. 할머니는 전남 화순군 동복면 가수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다소 극단적인 이 질문에 과연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두 가지 중 한 가지를 구태여 선택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잠시,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됐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터다.성큼 다가온 기후 위기에 탈석탄·탈원전 등의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다.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하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라는 깨끗하고 무해한 이미지의 이름을 내건 채 자행되는 오늘날의 농산어촌 파괴 행태는 너무나 폭력적이고 고약하다.‘환경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오늘날 신재생에너지의 대다수는 환경을 파괴하는 형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비리로 얼룩진 3기 신도시 조성사업 때문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사업 실무를 주관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일부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부지 지정 전 사전정보를 바탕으로 농지로 위장까지 해두며 미리 토지를 확보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우리 사회의 공정이라는 가치는 또 다시 크게 훼손됐다.이런 와중에 LH 내부에서 적반하장식의 반응이 새어나와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핵심만 옮겨보자면 “우리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느냐”는 내용이다.유포된 글들엔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이들이 땅을 그냥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예산이 부족하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반영을 반대한다.”농민단체들이 농업예산 확대, 또는 새로운 사업 확대를 주장할 때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유관기관들이 하는 말이다.최근의 기억나는 사례만 이야기해보자.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농식품부가 제출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예산 23억7,500만원 중 5억원을 깎고자 시도했다. 농식품부의 공익직불제와 정책적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경우 실제로 예산이 삭감됐다.농식품부는 농식품부대로 기재부 눈치를 본다. 농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대대적인 의견수렴 활동이 결국 요식행위에 그쳤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정책 입안자가 진정 열린 자세로 의견을 새겨듣지 않는 이상, 아무리 절절한 의견들이 나온들 이미 정해놓은 답에 견강부회로 짜맞춰져 그저 명분으로 활용되기 십상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대국민 의견수렴과 거래실태 일제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열린 자세로 의견을 듣고 실태를 보고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 17일 도매시장 공익성 강화 심포지엄에서 개혁에 대한 농식품부의 소극적 태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됐기 때문이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는 지난 3일 산지 계란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을 보면 계란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양계농민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한다.산란계농민들은 고병원성 AI 확산에 올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애를 태우고 있다. 가격 상승을 반길 상황이 못 된다. 여기에 정부가 계란 수입에 나서며 불안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정부가 설 명절 물가잡기에 신경을 쓰는 게 어제오늘은 아니지만 이번 계란 수입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기획재정부(장관
[기자수첩]정부는 지난 19일 열린 제3차 국무회의를 통해 설 명절기간인 지난 19일부터 오는 14일까지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선물가액 범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한시적 상향하는 내용의「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사교·의례 목적에 부합할 때 받을 수 있는 선물의 효용범위를 한시적으로 조정한 것이다.이에 농협중앙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 및 기록적인 한파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영
겨우내 감자를 키워 내는 시설하우스도 영하 20도 안팎의 한파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온풍기도, 고체연료통도 전혀 소용없었다. 지난 6일부터 전국에 휘몰아친 ‘북극한파’에 감자 잎은 시커멓게 타들어갔고 제주의 무와 감귤, 브로콜리 등 월동작물은 눈 속에 파묻혀 아예 얼어버렸다. 전북 김제에서만 감자를 심은 시설하우스 96ha에서 냉해가 발생했다.농민들은 새해 정초부터 시작된 자연재해에 망연자실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11일 김제시 광활면에서 만난 한 농민은 11월 중순경에 심은 감자의 8할이 한파에 얼면서 제초제를 뿌린 듯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 20일,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여성노동자가 거주하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31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이주여성노동자 속헹 씨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기 표까지 사놓았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큰 안타까움을 안겼다.그간 농촌인력 관련 취재를 한 적은 있었지만 나 역시도 이번 안타까운 사고를 접하고 나서야 이주노동자의 거주 실태를 직면하게 됐고,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일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누구 책임인지, 고용주인 농민의 탓이라고 해야 할지도 고민하게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한동안 먹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다. 아무거나 먹었다는 의미보다는 그냥 평소 먹던 대로, 딱히 절제 없이 먹었다는 쪽에 가깝다. 그리 살았어도 활동량이 적지 않아 체중이 일정 수준에서 더 이상 늘지는 않았지만 ‘정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 이제는 정말 변화가 필요했다.결심 이후 탄수화물 섭취 제한을 중점으로 두고 칼로리 획득을 조절한 결과 두 달 만에 목표치였던 7kg의 체중을 깎아냈다. 한층 가벼워진 몸에 만족스러운 것도 잠시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르는 생각, ‘내가 쌀을 얼마나 먹었을까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신념. 자신이 가진 사상이나 견해에 흔들림 없는 태도를 취하며 변치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신념을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실천하는 ‘신념의 강자’들에겐 존경하는 마음도 갖고 있다.농민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선 농사도 신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농사란 일 자체가 기후위기 과정에서 더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임에도 그에 걸맞는 농가소득 보전책도, 농산물 가격보장 정책도 사실상 없는 것에 가깝다는 평, 내가 아니어도 다른 전
수입김치를 막아내겠다는 농민들의 운동이 제주에서부터 시작됐다. 연간 30만톤을 넘어서기 시작한 수입김치는 김치의 원료가 되는 수많은 국산 노지채소들의 숨통을 틀어막고 여타 모든 품목에 도미노 피해를 유발하는, 농산물 만성폭락의 최대 원인 중 하나다.하지만 비장한 농민들의 표정과 달리 정부의 얼굴은 천진난만하다. 농식품부가 주최한 제1회 김치의 날 행사는 국내 김치산업과 농민들이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직시하기보다 김치의 우수성과 향후 비전을 설파하는 데 치중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수입김치 대책만 봐도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하기보단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코로나19 대유행이 말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안기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말산업을 일으킬 의지가 있다면 이제라도 시민사회를 향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마사회는 지난해부터 한국마사회법 개정을 통한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에 전력하고 있다. 기실 불법경마를 억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마권 발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행보이기도 하다.결국 국회에 마사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국민적 동의없이 섣불리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했다간 화상경마장으로 불거진 사회갈등을 다시 초래할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양식. 사전적 의미는 정해진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하며 물고기나 해조류를 인공적으로 기르는 일을 뜻한다. 반대말은 자연산이 될 것이다.경북 경주시 양남면과 양북면·감포읍은 1983년 월성원자력발전소(월성원전)가 들어선 이후 40여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거대한 양식장’이 됐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전언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가 미끼를 주듯 각종 보상으로 지역주민들을 포섭해 혐오시설에 대한 잡음을 막아 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첨예한 갈등 속에 지역사회는 반으로 갈라졌다.최근 확정된 맥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소작료도 못 낼 형편이다!’ 기자회견 제목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한 움큼씩 볏단을 쥔 농민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임대료 떼고, 농자재 비용 떼고, 대출금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호소가 뒤따랐다. 벼농사 농업재해를 인정하라는 구호에 농민들은 오른팔을 치켜들었다.올해 벼 수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나락을 거둔 들판엔 땅이 꺼질 듯한 농민들의 한숨만 가득하다. 올 여름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와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병충해와 쓰러짐 피해를 입은 논에서는 50%에 가까운 수확량 감소가 확인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정감사가 차질 없이 마무리 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일정 중 산림청 등 임업 관련 부처 및 기관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딱 기대한 만큼의 말들이 오갔다는 생각을 했다.지난 8월 수해로 발생한 수많은 산사태 현장과 그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를 수도 없이 보고, 듣고, 적었다. 작물과 거주지는 물론이고 소중한 생명까지 여럿 앗아갔던 만큼, 이 국정감사의 주요 내용은 앞으로도 빈번할 이상기후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어떻게 대비하고 또 구제할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역에서 재배한 감자 등의 농산물을 활용하고 경력이 단절된 마을 주부·할머님들과 고용계약을 맺어 감자빵을 생산하는, 또 판로가 없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청년농부의 블랙커런트로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바로 춘천의 ‘카페 감자밭’이다. 청년농부가 개발한, 밭에서 방금 캔 듯 흙 묻은 감자를 꼭 닮은 감자빵은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받았고, 카페 감자밭은 춘천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힐 만큼 지역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하지만 최근 카페 감자밭과 감자밭이 만들어내는 감자빵에 대한 여론의 반응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1980~90년대 세계 대중문화에서 주로 거론된 주제 중 하나는 ‘로봇과 인간의 공존은 가능한가’였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엄지척’으로 유명한 시리즈, ‘움~치키’ 효과음이 인상적인 시리즈 등의 작품은, 결코 공존할 수 없을 듯하면서도 공존을 이루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이야기했다.어린 시절 저 영화들을 보던 당시엔 공존 같은 건 생각도 못하고 ‘이러다가 T-1,000(영화 의 악역 로봇) 같은 못된 로봇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는 거 아니냐’는 공포감에 시달렸다.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농업예산이 엉뚱한 한식진흥으로 새 나가고 있다. 물론 식품과 외식 역시 농식품부의 업무범위이고, 전통식품이나 외식산업 진흥에 농식품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식은 얘기가 다르다. 식재료보다는 기술·특성 등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분야며, 지금처럼 해외 지향적 사업에 집중할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뉴욕에서 비빔밥을 조리할 때 국산 쌀과 국산 채소, 국산 계란을 갖다 쓸 일은 없다. 소스류 등 일부 수요가 있다 해도 극히 미미하거나 수입농산물을 재수출하는 형태에 불과하다. 한식진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