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민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살농정책’이라는 단어가 있다. 농민을 죽이는 농정이란 뜻이다. 법전에선 이미 농민 대신 ‘농업인’이라는 호칭이 쓰이고 있으며, 농정당국은 그 농정의 틀에 맞는 농업인만을 보살피려 한다고 말한다.그 틀이 워낙 강력한 나머지, 농민들이 인간답게 살아보자며 아래에서부터 스스로 만든 농정 ‘농민수당’조차 그 살농정책의 대열에 동참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농업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성·청년·은퇴·고령 농민 등은 받을 수 없어 농민수당이 ‘농업인수당’, ‘농가수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농민수당 도입 운동과 더불어 농업으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진짜 농민’ 판별에 대한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그간 직불금과 양도소득세 감면 등 실경작자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무수한 혜택 탓에 부재지주는 법적 ‘농업인’ 자격을 유지해온 반면, 현장에서 농촌을 가꾸며 영농활동을 지속한 농민들은 그 당연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채 보조·지원 등 대다수 농정에서 소외돼 왔다. 때문에 농민수당 도입에 앞서 그 지급대상 기준에 대한 논의가 최근 꾸준히 진행되는 추세다. 특히 충청남
EU 국가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정말 한 나라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유독 생활 물가인 농산물 등 식료품 가격은 국가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공산품의 경우 각국 조세 체계의 차이를 감안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EU는 주지하다시피 경제적인 측면에서 거의 하나의 국가나 다름없다. 헝가리 등 몇 나라를 제외하면 화폐도 동일하고 노동의 이동도 자유로우며 상품의 교역도 자유롭다.독일에서 생활한 지 5년여가 되는 딸 내외에 의하면 이곳에서의 농산물을 비롯한 식료품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고, 유기농산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는 전국의 농민들이 몰고 나온 1,000대의 트랙터로 고속도로 진입이 봉쇄됐습니다. 수도로 진입하는 모든 주요 도로를 농민들이 막아 통행을 마비시킨 것이죠.지난 2016년 말 정권 퇴진을 위해 우리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나왔던 그 시기, 도로를 동시에 달리는 트랙터의 수가 가장 많을 때조차 2~30대였던 걸 떠올리면, 그리고 그 정도 수로도 정말 대단했던 위용을 생각하면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규모입니다. 지난달 22일부터 농민들이 행동에 나선 독일에서도 베를린에만 5,000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농특위)가 지난 21일 서울 aT센터 세계로룸에서 ‘지속가능한 국가 먹거리 선순환체계의 필요성과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이날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낮은 곡물·종자자급률과 기후위기, 사회복지 확대 필요성, 먹을거리로 인한 국민건강 문제 등의 이유로 국가가 종합적인 먹을거리 계획을 세우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안들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각 부처에서 따로 처리하는 사안으로만 보이지만, 결국 이 사안들 모두 국민 먹을거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국토교통부와 제주도의 제2공항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제주도민들이 상경투쟁을 감행했다.제주도 내 1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비상도민회의)는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나아가 비상도민회의는 16일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비상도민회의는 제주 제2공항 계획 추진에 대해 “환경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개발과 난개발 우려, 높아지는 반대 여론, 도민의 자기결정권 요구와 제주도의회의 공론화 추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친환경농업계가 모여 공익형직불제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공익형직불제 비율을 높임과 함께, 공익형직불제가 지속가능한 농업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와 함께 공익형직불제 개편이 쌀가격 안정대책 및 부당수령 근절방안 마련과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친농연)와 한국유기농업학회(회장 윤주이, 유기농업학회) 등은 지난달 30일 서울 aT센터 세계로룸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 증진을 위한 직불제 개편방안 토론회’를 열었다.이날
에밀졸라의 유명한 소설 ‘제르미날’은 19세기 말엽의 프랑스 광산노동자의 파업을 다루었다. 약 70여 일 동안 지속된 당시 광부들의 파업은 세계 최장기 파업이었다. 그런데 그 기록이 식민지 시대 원산에서 깨진다. 위대한 사건들이 흔히 그렇듯이 처음에는 사소한 불씨 하나가 던져졌다. 중유를 정제하던 ‘일출(日出)’이라는 회사에서 일본인 감독이 조선인 노동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고 노동조합은 이것을 민족적인 모욕이라고 분개하여 감독의 파면을 요구하였다. 회사가 요구를 거부하고 일단 회사 차원에서 파업이 시작된 게 1928년
밤낮으로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한다.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웬 열 받는 소리냐고 언짢아 할 소리를 이번 농사일기의 제목으로 뽑아보았다. 누가봐도 보복성 수출규제조치임이 뻔한데 아니라고 잡아떼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기며, 역사적 진실을 망언으로 일삼는 작금의 아베정권의 행태를 접하면서 나는 아베가 옳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는 자의 소행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베가 수준급의 지도자라면 그의 행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다수의 국민이 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아이폼) 누리집엔 지도가 있다. 세계 각국에서 참여형 인증제도(PGS, 자주인증)에 동참한 조직들을 소개하는 지도다(https://pgs.ifoam.bio/pgs_groups/map).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인도 등으로 지도 위치를 옮겨보면 자주인증 참여 조직들이 빼곡하게 지도를 채우는 걸 확인하게 된다.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자주인증을 통해 친환경농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와 브라질의 자주인증 참여 사례를 보면서, 향후 우리는 자주인증을 어떻
문재인정부의 통합먹거리정책인 푸드플랜이 최근 농업계를 비롯한 먹거리진영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2017년 7월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에 포함된 이후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세부계획이 마련되고, 2018년 9개 선도 지자체 선정, 올해 4월에는 25개 지자체가 추가 선정되는 등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이렇다 보니 민간진영에서는 관 주도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유통 중심의 로컬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푸드플랜은 국가 및 지역단위 생산-가공-유통-소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 1일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도시락 워크숍’ 행사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부르키나베 바운티(풍요의 땅 부르키나파소)’라는 영화였다. 서아프리카 국가 부르키나파소 농민들이 식량주권 수호, 전통농업 보전을 위해 벌인 투쟁을 다룬 영화다.프랑스의 식민지배와 오랜 군부독재를 거치며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다. 전통농업 기반은 파괴됐다. 1983년 대통령이 된 토마스 상카라는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진보적 개혁정책을 실시했다. 부족장과 대지주들이 가진 땅을 무상몰수해 농민들에게 나누는 토지개혁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간편식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간편식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렸다.농촌진흥청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선 ‘지역 농산물의 안정 소비를 통한 농산업체와 농업의 상생협력’이란 주제로 전문가 발표 및 종합토론이 진행됐으며, 지역 농산물로 만든 제품 12종과 농진청의 농식품 가공 연구 성과물 17종이 전시됐다.이날 ‘간편식의 개념 및 국내외 시장 현황’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조영성 국립공주대학교 산업유통학과 교수는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우리나라의 승용마 생산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말산업 선진국의 기술과 인프라를 배우며 하나씩 만들어가는 노력이 요구된다.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지난달 17일과 18일 양일간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독일 승마전문가 초청 교육을 열었다(사진). 승용마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한 이번 교육에선 승용마를 기르면서 어떤 훈련을 진행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진행됐다.초청 강사로는 독일 WRFS 승마학교 요르그 야곱스(Jorg Jacobs) 교장이 방한했다. 그는 독일 최고 등급(마스터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3일부터 5일간 '식물 바이러스병 방제 국제 학술토론회'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최근 바이러스병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기후변화와 국제 농산물 교역의 확대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개발된 치료 약제가 없어 방제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식물 바이러스 연구자간의 연구 공유와 교류를 위해 국제식물병리학회 주관의 식물 바이러스병 방제 국제 학술토론회가 3년마다 열리고 있다. 14회를 맞이한 이번 토론회는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 농진청)과 한국식물병리학회(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12일 일본 니가타시에서 개최된 ‘G20 농업장관회의’에 참석해 식량안보 확보 방안과 농식품분야 국제협력을 논의했다.올해 회의 의제는 ‘농식품 분야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과제와 모범사례’로, 주요 20개국(Group of 20) 농업장관들은 ‘농업 분야 혁신 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이개호 장관은 한국의 스마트팜과 청년 농업인 육성 관련 정책을 소개하고, 스마트 농업 분야와 관련한 국제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뒀다.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농촌
루이 델랑드, 그리고 영천. 델랑드는 프랑스 파리 외전방교회에서 파견한 선교사로 영천성당 신부였다. 1923년 프랑스에서 조선으로 건너와 1934년에 영천군 화산면 용평본당에 도착한 뒤, 15년 동안 영천을 살아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런 이력만으로는 ‘루이 델랑드’와 ‘영천’을 연결하는 문장은 완성될 수 없다. 1946년 10월, 영천에는 루이 델랑드가 있었고, 그가 ‘영천 10월 항쟁’에 대한 일기를 남겼다고 해야 마침내 문장이 완성된다.내가 굳이 이 자리에서 루이 델랑드를 호명하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 앞에서 밝혔다시피 그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옛 몬산토(현재 바이엘에 합병)의 제초제를 사용한 농민들이 여전히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몬산토의 제초제들이 농민 질병 유발의 원인이었다는 판결이 최근 서방세계에서 연이어 나왔다. 그러나 한국에선 여전히 문제의 제초제에 함유된 성분들이 허용되고 있다.지난달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몬산토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으로 인해 비(非)호지킨림프종(Non-Hodgekin Lymphoma)에 걸렸다고 주장한 에드윈 하드먼씨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몬산토에 하드먼씨 질병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돼지농장에 이유두수가 고작 2두인 모돈이 있다면 어떨까. 농장주는 당장 돼지농사를 망쳤다고 탄식을 할 것이다. 다산성모돈이 인기를 끌면서 너나없이 종돈 수입에 열을 올렸던 최근 흐름을 생각하면 기막힌 상황이다.포항시 송학농장은 지난 1992년부터 이 돼지를 27년 동안 사육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종과 교잡하기는커녕 이 돼지의 순종을 골라 보전하는 데 집중했다. 이 돼지의 종 이름은 그저 ‘재래돼지’로 불린다.이석태 송학농장 대표는 1990년대 사라진 토종가축을 보전하는데 뜻을 두고 제주, 남
우정국 낙성식을 기회로 삼아 거사하였던 갑신정변이 결국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김옥균·박영효·홍영식 등의 집권은 삼일천하로 끝나버렸다. 더불어서, 그들 개화파가 꿈꾸었던 ‘우편 행정 근대화’ 정책도 물거품이 되었다. 따라서 일본 대장성에 인쇄를 의뢰하여 미리 제작했던 일명 ‘문위우표’(2종)는 그중 극히 일부가 서울-인천 사이를 오간 서신을 통해 20일 가량 통용되다가 그 쓸모를 다했다.그런데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갑신정변 파동으로 우편업무 자체가 중단돼버린 상황에서, 애당초 국제우편용으로 제작 주문을 했던 세 종류의 고액권 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