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강경은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대규모의 파시가 열리던 큰 포구였고 육로가 거미줄처럼 얽히며 전국을 오가기 전까지는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장이 강경장이었다고 한다. 황석어, 꼴뚜기, 갈치 등 팔다가 남은 것으로 담은 젓갈과 여러 가지 새우젓이 발달해 젓갈시장으로 자리를 잡은 곳이다. 하지만 금강하구둑의 설치로 뱃길마저 막혀 지금은 그저 작은 시골의 쇠락한 시장이 되었다. 그나마 막힌 뱃길에도 불구하고 산지의 생선들을 육로로 들여와 여전히 젓갈을 담아 파는 젓갈시장이 건재한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는 않고 있는 곳이다.충남
젊은이가 뛰어들지 않는 농업, 젊은이가 돌아오지 않는 농촌. 그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기어코 땅을 일구며 공간을 지켜가는 청년들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큰 뜻과 달리 현실은 어제도, 오늘도 순탄치 않다. 농촌의 유일한 미래인 청년농을 지지하기 위해 우리는 충분한 공력을 투입하고 있는가. 11월 좌담회는 현장의 청년농민들을 초빙해 그들의 삶을 청해 듣는 자리로 마련했다.사회 심증식 편집국장·정리 권순창 기자 우리 농업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년농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단한 자기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이 지난달 26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봉화를 올리고 출발했다. 12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매주 1박 2일의 대장정이다. 26일 해남군, 27일에는 곡성군에서 민회를 개최했다. 기후위기, 먹을거리위기, 지역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고, 우리가 주장하는 삼강오략(三綱五略)에 대한 현장의 반응이 뜨거웠다.지난달 칼럼에서는 첫째 강령인 기후위기에 대응한 농촌을 위한 방략,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를 설명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셋째 강령인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을 위한 방략, ‘농촌주민수당 지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 나요? 아무개입니다.”“아니에요, 잘못 걸었어요”2017년 10월 어느 날, 평양에서 마켓 취재를 하고 있는데 휴대폰(그들 말로는 손전화)으로 통화하며 장을 보던 사람이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지 당황해하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북녘 방문 취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손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이었다.음식점이나 백화점에서는 물론이고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도 자유롭게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길거리에서도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손전화로 사진을 찍고 게임을 즐기는 사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강다복 김제시여성농민회장(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을 만나기로 한 김제의 한 식당 주차장 앞에 서성이고 있으니 차 한 대가 들어온다. 문이 열리자 웃음소리가 먼저 땅에 내린다. 분명 하늘이 낮은 흐린 날인데 세 사람의 웃음소리, 인사소리가 화창하다. 김제시여성농민회 회원들이 인근의 토종씨앗 채종포에서 작업을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강다복 회장보다 먼저 도착했다. 단독 인터뷰가 아니라는 데서 살짝 당황했지만, 곧이어 강다복 회장이 남편과 나란히 입장한다. 오늘 강다복 회장 인터뷰는 여러분들의 의
돌이켜보면 처음엔 구경을 하러 갔었고, 다음엔 해마다 몇 번씩 버섯을 사러 다니던 곳이 충북 괴산군의 청천면에 있는 푸른내시장이다. 잡아놓은 날이 가까워지자 나는 오일장이 제대로 서는지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버섯을 시장 안이 아니라 거리의 가게들에서 늘 보고 구입했어서 시장 안 골목을 들여다볼 생각을 안 했었고 면단위 시장이라 혹시 영양시장 같은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면사무소에서는 장이 선다고 했지만, 그날 도착한 청천장은 그야말로 텅텅 비어 있었다. 9시가 지나고 10시가 되어도 여전히 시장 안 골목엔 뭔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권, 1인당 국민소득 3만3,000달러로 명실공히 선진국이다. 그러나 행복하지 못한 경제 선진국, 이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3농(농어민, 농어업, 농어촌)이 국민을 위한 일·삶·쉼터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소멸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농산어촌을 개벽하여 국민총행복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국 순회 대행진을 시작한다. 지난번 글에서 대행진의 삼강오략(三綱五略)의 대강을 밝혔다. 이 글에서는 첫째 강령인 기후위기에 대응한 농촌을 위한 방략,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에 대해서 말하고자
최근 전북 남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1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19 환자를 접촉한 2학년생이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전체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전수검사 결과 10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남원시보건소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 고향을 방문한 확진자와의 접촉을 통한 감염이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동과 만남을 자제하고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즉시 검사를 받아달라”고 말했다.국내 초·중·고 학생의 코로나19 발생률은 고등학교, 중학생, 초등학생 순으로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
어머니는 해마다 추석이 코앞일 때 물고추를 사러 다니셨다. 두물과 세물 고추를 사야 한다는 의지가 대단하셔서 적어도 도시와 산골 오지를 찾아다니실 만큼의 힘이 있는 동안에는 늘 그러셨다. 시장에도 가고 여기저기 많이 다니셨지만 나중에는 괴산의 한 농가를 주로 다니셨다. 결혼을 하고 나도 고추가 필요했으므로 몇 해 동안은 어머니를 따라다녔고 또 몇 해인가는 어머니를 모시고도 다녔다. 물고추는 사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번 씻어 꼭지를 떼고 길이로 반을 갈라 말려야 했다. 비를 맞아서도 안 되고 날이 궂어 곰팡이가 나도 안 되는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촌일손 부족 문제로 농민들의 농사 지속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라남도 농민들이 농촌일손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14일 전라남도의회 초의실에선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전남도 농업정책과, 박진권 전남도의원, 농협 전남도본부 농촌지원단 등이 주최하고 광주전남농민단체협의회가 주관한 ‘농촌일손 부족 대책마련을 위한 전남도민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금과 같은 인력부족 문제가 계속될 시 농민들의 농사 포기 상황이 속출하고, 결국 우리 농업 자체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올해는 남북기본합의서를 합의한 지 30년째 되는 해이다. 남북기본합의서는 1991년 12월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한국의 재통일과 관련해 합의한 뒤 1992년 2월 18일 평양에서 속개된 제6차 북남고위급회담에서 정식으로 효력을 발생시킨 합의서다. 6차례의 남북고위급회담과 13차례의 실무대표 접촉을 통해 합의문이 완성됐다. 중요한 내용은 남북 상호체제 인정과 상호불가침, 남북교류 및 협력 확대이다.전문을 보면 “남과 북은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뜻에 따라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농촌, 산촌, 어촌에 부는 바람이 매섭다. 사람들은 떠나고 텅 빈 마을에 남은 사람은 앞날이 불안하다. 3농(농림어업인, 농림어업, 농산어촌)은 우리 사회에서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무시보다 더 나쁜 게 무관심이다.도시(수도권)와 성장주의에 편향된 정치인들은 도시민이 겪고 있는 주거, 교통, 환경, 일자리, 교육 문제의 근원이 농산어촌의 붕괴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지난 19대 대선 때 텔레비전 토론회가 120분씩 다섯 차례 총 600분 열렸지만, 3농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한 후보에 의해 ‘3초’ 정도
지리산 뱀사골에서 국도로만 가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 의령으로 오일장 구경을 나섰다. 어느 길로 가든 늘 설레는 길이지만 국도는 언제나 고속도로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속도를 포기하면 비로소 보이는 많은 것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푸른 들, 시원한 계곡, 맑은 하늘, 뭉게구름, 그리고 자연과 조화로운 사람들,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오래된 가옥의 모습들이 이른 기상으로 몰려오는 피로감을 이겨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장에 도착해 주차장을 뒤로 하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장터 입구의 간판 아래 재미있는 현수막 하나가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함씨네토종콩식품’ 함정희(69) 대표는 유명인사다. 방송으로 유튜브로, 신문기사로 소개됐고, 인터넷 검색만 해도 정보가 많다. 함정희 대표를 만난 건 지난 9일, 전북 전주에 있는 함씨네토종콩식품 사무실에서였다. ‘대한민국 콩 자주독립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으로 토종콩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그의 소신은 우여곡절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시간들로 꽉 차 있었다.8남매 중 둘째, 대학가고 싶었지만 면사무소에 취업8남매 중 둘째 딸인 함정희씨는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면사무소에
내년 3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나라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여당에서는 예비경선 후 여섯 명의 후보가 본 경선에, 야권에서는 십 수 명의 후보가 다투고 있다.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국정 비전과 정책이 궁금하다. 대선 출마 선언문 등을 검토해보면, 솔직히 말해 아직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내놓은 후보가 보이지 않는데, 사람마다 조금씩 강조점의 차이는 있으나 가장 많이 사용되는 키워드는 공정, 경제(혹은 성장)이다.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뭐가 공평하고 뭐가 올바름인지는
미국 의회 하원에서 지난 19일 우리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미국 하원의원 435명 중 이날 표결에 나선 415명 전원의 찬성으로 민주당 그레이스 맹(뉴욕) 의원과 공화당 밴 테일러(택사스) 의원이 발의한 ‘북미 이산가족 상봉법안(H.R.826:Divided Families Reunification Act)’을 통과시킨 것이다.메를린 스트릭랜드(민주 워싱턴), 앤디 김(민주 뉴저지), 미셀스틸 박(공화 캘리포니아), 영 김(공화 캘리포니아) 등 한국계 의원 4명은 법안 발의는 물론, 초당적으로 만장일치를
전북 무주는 1년 중 어느 시기에 가더라도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가 넘치게 많은 곳이다. 여름의 무주는 산골영화제로 시작하고 반딧불이축제와 함께 끝이 나는 곳이라 여행하기 더없이 좋다. 가을에는 골짜기 곳곳에서 채취한 각종 버섯들로 오일장이 풍요롭고, 눈이 유난히 많이 오는 곳이라 겨울의 무주는 스키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봄에는 각종 산채들로 오일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절로 멈춰지는 아름다운 고장이다.그래서겠다. 무주는 1일과 6일에 열리는 오일장을 운영하면서도 주말에는 관광객을 위한 장을 열기 때문에 문화관광형 시장
2020년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농업직불제는 일대 전환을 맞았다. 농가 소득안정 목적이 두드러졌던 기존의 직불제와 달리, 공익직불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공익적 역할에 주목해 농민들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시행 2년차, 아직까지 직불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체감되지 않고 있으며 간과하기엔 너무나 많은 구멍과 사각이 드러나고 있다. 그 대부분이 제도 도입 이전부터 다분히 예상했던 바라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7월 좌담회에선 현장 농민들의 입으로 그들이 실제 체감하는 공익직불제의 문제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충청북도 청주시의 산간 농촌 지역인 미원면에는 올해로 3년이 된 빵집 겸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OO바게트’ 혹은 ‘매일매일’ 따위의 뜻이 담긴 프랑스어 간판을 달고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은 당연히 아닙니다. 언뜻 보기에 사 먹을 사람이나 있을까 싶은 산골 농촌에 동네빵집이 성업하고 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공간의 이름은 '마을카페 잇다', 여기서 파는 빵들은 '미원산골마을빵'. 이곳에서 1년에 한 번 여는, 도시 사람들을 초청해 빵을 소개하고 교육하는 자리를 찾아가
벌써 3년째 그냥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2018년 이맘때 그 얼마나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가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아쉬움은 더할 수 없이 크다.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실무 지원하기 위한 남녘의 선발대는 16일 판문점을 통과하는 육로를 통해 버스로 방북길에 오른 지 4시간 만에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단장으로 하는 선발대는 이날 아침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북측이 제공한 버스 3대에 올랐다. 180여㎞의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왕복 4차선 도로 곳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