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창 너머 동쪽 볕이 밝아왔다. 오늘 하루 일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습관처럼 핸드폰 날씨 앱을 켰다. 바람 방향, 속도를 시간대별로 훑어본다. ‘음~ 오늘 배 밭에 방제는 배 솎음(적과)이 끝나자마자 오후 6시부터 시작해야겠군.’농약살포 계획부터 확인한다. 5월 4일부터 4일 동안 때 아닌 봄 장맛비에 배 밭에 흑성병 발생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국의 배 농가는 지난 4월 극심한 냉해로 착과가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나주지역 일부 밭에서는 유통 상인들의 밭떼기 거래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가을 수확에 비상이 걸렸
미승인 GMO쥬키니호박 종자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에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와 대응을 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관리체계 실패에 대한 사과나 책임자 문책은커녕 피해자인 농민과 가공생산판매처를 마치 적발하고 있는 듯 언론을 호도해 불안감만 더욱 키우는 형국이다.얼마 전 개최된 소비자, 농민 피해 대책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관리체계와 무책임을 지탄하면서 피해자를 위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GMO쥬키니호박 종자 유통문제는 정부를 믿고
1954년의 어느 봄날,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 바로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던 평지말(평지마을)의 동각(洞閣) 마당에 아침부터 주민들이 모여있었다, 남정네들은 담벼락 아래 삼삼오오 쪼그려 앉아 한숨 섞인 담배 연기만 내뿜고 있었고, 여인네들도 수심 가득한 얼굴로 무슨 얘기인가를 두런거리고 있었는데…. 꽃피는 봄날이었지만, 분위기로 보아 경사스러운 일로 모인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이윽고 검은 양복 깃 위로 하얀 남방셔츠 깃을 펼쳐 덮은 차림새를 한 공무원이 등장하여 마을 사람들을 일별하더니, 연설인지 하소연인지를 늘어놓기 시작했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농번기가 본격 시작됐지만 농민들의 칼갈이 연대활동이 계속됐다. 특히 농촌 마을을 대상으로 한 기존 칼갈이 활동을 넘어 도시민과의 접점 마련을 위한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지난 11일 전주시 호성동 소재 대형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의장 이대종)이 주민들의 칼을 갈아줬다. 오전에만 40여 가구·100여개가 훌쩍 넘는 칼이 접수됐고 이날 하루 모두 89가구가 참여했다.전농 전북도연맹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전주시내 1,500여곳에서 5,000여명의 칼을 갈았다. 갈아낸 칼 개수만 2만개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 2월 전국 인삼농가의 대규모 상경 집회가 열린 뒤 한 달 남짓 만에 정부가 대책안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는 반응이다.인삼가격이 지난 3년간 지속 하락한 데다 인삼 비축량까지 감안하면 올가을 수확 물량 출하가 막막하다. 게다가 생산비가 급등해 적자가 막심한 상황에서 농사자금 대출까지 돌려막아야 하는데, 이번 대책으로 과연 급한 불이라도 끌 수 있겠느냐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지난 3월 정부가 내놓은 인삼가격 안정 대책안은 △(단기)소비 확대, 인삼 식재자금을 농업경영 회생자금으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정부의 유전자조작체(GMO) 관리·통제 부실이 ‘GMO 쥬키니호박 사태’로 이어졌다. 난데없이 농장에서 GMO가 발견돼 애써 농사지은 쥬키니호박이 전량 폐기되고 올해 농사를 못 짓게 된 농민, 지난달 말 정부의 출하정지 조치로 졸지에 호박 출하가 멈췄다가 출하재개 뒤 ‘상자값도 안 되는 호박값’을 마주한 농민, ‘우리가 먹는 것 중 무엇이 GMO일까’라는 새로운 근심거리를 떠안은 소비자. 우리 모두가 ‘GMO 쥬키니호박 사태’ 피해자다.한 상자당 2만원이었던 쥬키니호박, 500원으로 폭락“원래 2만원은 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불법체류자’를 뿌리 뽑아 엄정한 법질서를 세우겠다는 법무부(장관 한동훈)의 의도는, 결과적으론 외국인노동자 없이는 단 하루도 농사가 이어질 수 없는 농촌 지역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현장 농민들은 백번 양보해 단속을 감행하더라도, 최소한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근본 대책부터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경기도 여주시의 경우, 법무부가 단행한 ‘불법체류 외국인(미등록 외국인노동자) 단속’의 주된 타격 대상 지역이었다. 농촌 인력난이 여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호에선 최근
지리산의 봄은 코로나19 파동과는 무관하게 해마다 연초록 새순과 온갖 꽃들로 숲을 화려하게 장식해 왔지만 이번 봄은 2020년 이후 마스크로부터 해방된 첫봄인지라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그동안의 억눌림을 봄꽃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특히 섬진강 매화마을이나 구례 산수유마을 그리고 홍매로 유명한 화엄사는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2023년의 봄이다. 그리고 만나기 힘들긴 하지만 봄의 진객인 노루귀나 바람꽃 등을 찾아 깊은 산속을 헤매는 들꽃 애호가들이 SNS에 올리는 화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법무부(장관 한동훈)의 대대적인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단속이 농촌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법무부는 지난 2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 합동단속’을 경찰청·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경찰청과 함께 진행 중이다. 올해를 ‘불법체류 감축 5개년계획’ 추진 첫해로 정한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 및 추방조치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문제는 봄철 농번기에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농민들은 그 어디서도 인력을 구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미등록 노동자라도 고용하지 않으면 농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근본적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합동단속에 나서 농가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농민 파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법무부는 경찰청·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경찰청 등 5개 부처가 함께 ‘불법 체류 외국인’ 상습고용업체, 불법입국·취업알선자 등을 범정부 차원으로 합동단속한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분기별 1회, 즉 1년에 4번 정례적으로 실시한다. 특히 합동단속 시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적발된 불법 체류 외국인은 강제 퇴거·입국 금지하는 등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단속과정에서 외국
어린 시절, 추운 겨울을 지나 햇볕이 따사로워 지면 양지바른 초가집 흙 담벼락에 동네 아이들과 옹기종기 기대서서 따스한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얇은 겨울옷 사이로 스며들던 따스함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한 포근한 봄날이다.그러나 농장 밖의 세상은 봄날이 가져다 주는 따스함을 느끼기가 힘들다.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는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민족의 자긍심은 내팽개치고 남북의 긴장관계는 군사독제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쌀 농가의 최소한의 가격(소득)안정장치인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정쟁으로 침몰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법무부(장관 한동훈)의 대대적인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단속이 단속 취지와 별개로 농촌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법무부는 지난 2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 합동단속’을 경찰청·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경찰청과 함께 진행 중이다. 올해를 ‘불법체류 감축 5개년계획’ 추진 첫해로 정한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 및 추방조치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문제는 봄철 농번기에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농민들은 그 어디서도 인력을 구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미등록 노동자라도 고용하지 않으면 농작업이 불가능하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월동꿀벌 소멸 피해가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피해 규모는 지난해보다도 더 커 월동 이전인 지난해 가을 동안 이미 50만 봉군(약 100억마리)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꿀벌을 죽인 주범이 응애라는 덴 누구도 이견이 없으나, 그 응애의 발생원인을 농가의 방제에서 찾은 정부 발표를 두고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서울사무소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농식품부의 발표내용을 전면 반박했다. 그린피스는 “응애 피해 규모의 증가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라며 “
2017년 귀농을 결심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교육원에서, 농업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이론을 배우고, 집 앞 텃밭에서 시작해서 300평에서 2,000평으로 조금씩 임대규모를 늘려 실전 농부가 되었다.2018년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3년간 소정의 영농비를 지원받았다. 그 덕에 다양한 단체활동도 경험해보고, 교육도 받고, 돈 안되는(?) 토종 작물들도 다품종소량생산 해보았다. 그리고 나름의 가내수공업으로 꽃차, 과일청, 곡물간식류 등을 즉석 제조 가공하여 인터넷에서도 판매했다. 1차 생산부터 6차 가공 및 판매까지 귀농한
올해 겨울은 바쁜 듯 바쁘지 않은듯하면서 재미있는 겨울이었다.가을에 배추값 폭락으로 어쩔 수 없이 저장했는데 겨울 내내 삼천동 먹거리 직매장과 춘천농협 애막골 엔타점에서 완판했다. 오늘 알배기배추 마지막으로 입고했다.얼마나 매출 올렸는지 다음 주에 따져봐야겠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가을에 배추를 16동이나 심어놓고는 싹 망해부렀어. 농사는 잘해 놨는디 값이 없으니까 장사도 안 가져가불고…. 병 안 걸리고 사니까 다행이지. 평생 배운 게 농사라 지어먹고는 살아야 한께 저짝엔 봄배추 8동 심고 여긴 수박 심으려고. 이짝은 보일러 안 때고 다 수막이여. 중형 모터를 돌려서 지하수를 끌어와야 한디 물이 딸린다고 한께 그것도 걱정이고…. 가온을 안 한께 저녁 내 수막을 돌려야 한디 그놈의 전기세가 문제여.”
“서울에 있던 연탄공장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무슨 소리야? 강남 한복판에도 두 군데나 성업(盛業) 중인데. 압구정 연탄공장하고 신사동 연탄공장….”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실제로 압구정동과 신사동엔 그런 이름의 연탄공장이 있다. 나이가 어지간한 사람들에게 연탄공장은 검은 석탄이 산처럼 쌓여있고, 탄가루나 연탄을 운송하는 트럭들이 부단히 드나드는…그런 모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에서 성업 중이라는 그 ‘연탄공장’은 식당(포장마차) 이름이다. 돼지갈비를 연탄불에 구워 파는.물론 2001년도에 내가 찾아갔던 수원역 뒤편의 ‘대성연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생산비 폭등으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전국 인삼농가들이 정부와 국회에 대책을 촉구하며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북·전북·충북·충남에서 올라온 인삼 재배 농민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당국에 3대 요구인 △대출자금(인삼식재자금) 상환 유예 △정부 인삼독립기관 설치 △인삼 비축자금제도 등을 촉구했다.전국 인삼농업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홍철, 비대위)는 이날 호소문에서 “현재 인삼농업은 기타 작물들보다 낮은 수익구조임에도 정부는 아무런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탄이 가장 많이 팔렸던 최대 성수기는 1986~87년도였다. 이 시기의 전국적인 연탄 수요는 2,400만톤이었다. 산업용은 제외하고 가정용만을 집계해서 그러하였다. 그런데 서기 2000년도의 가정용 연탄 소비량은 120만톤으로 줄었다. 기름보일러와 도시가스의 보급 확대로 13~14년 사이에 무려 95%가 감소한 것이다.내가 연탄 때던 시절의 얘기를 취재해보겠다고 나섰던 때가 2001년 9월 어느 날이었는데, 그땐 이미 ‘연탄의 시대’가 저만치 과거 속으로 물러난 뒤였다.-자, 모처럼 우리 집에 놀러 온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원장 고상환, 제주농업기술원)은 지난 6일 자체 개발한 감귤 신품종의 지역별 재배특성 연구를 위한 농가 실증재배를 확대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주농업기술원은 지난 2011년부터 감귤 교잡육종 연구를 추진한 이래 2018년 ‘가을향’을 시작으로 2020년 ‘달코미’와 ‘설향’, 2022년 ‘우리향’을 품종보호 출원한 바 있다. 또 가을향·달코미·설향의 2~3년생 화분묘를 육성, 지난해부터 도내 농가 15가구를 대상으로 실증재배를 하고 있다.농가 실증재배는 도내 지역별 선정 농가의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