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농수산업 대박산업론’ 발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분별한 FTA 체결, TPP 가입, 밥쌀용 쌀 수입 등 수십 년 간 지속된 개방농정에 의해 벼랑 끝 낭떠러지로 내몰린 농민에게 겨우 한다는 말이 ‘미래성장엔진, 대박산업론’이라니. ‘조롱’이고 ‘궤변’에 가까운 말이었다. 박 대통령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그에 따른 알맹이 없는 해법에 다시 한 번 말문이 막혔다.어디서부터 비판해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책 한 권이 나왔다. 개방농정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 사형선고를 받은 우리 농업에 대한 냉철한 진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이 고스란히 버무려진 책,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가 그것이다.한도숙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책을 썼다. 통
실제로 이듬해 봄 인사 때 선택은 산동농협의 정식직원으로 발령이 났다. 선택은 구매부에 속한 말단 직원이었지만 농협 업무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부서에서도 근무할 수 있었다. 특히 신용과 금융 부서에서 돌아가는 내용을 선택보다 잘 아는 이는 드물었다. 조합장을 비롯한 간부들, 그리고 지역의 유지들과 끈끈하게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 즈음에 선택은 우연히 어떤 책을 읽게 되었다. 농협에서 공금으로 구입한 책은 대통령 박정희가 쓴 세 권의 책이었다. 지도자의 길,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 국가와 혁명과 나, 라는 제목의 책들은 5.16직후부터 3년간에 걸쳐서 나온 시리즈 비슷한 책이었다. 농협에 몇 권을 구비하고도 남아서 조합장이 선택에게 나머지를 준 것이었다.“정주사가
그 옛날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종자는 재산이다. 소중히 다루고 잘 보관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며 제철에 나오는 모든 씨앗들을 받아서 돌가루 포대봉지나 무명 자루에 넣어서 방안 천정이나 처마에 주렁주렁 달아두던 때가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내가 시집 온지 41년이 되었지만 시부모님이 쓰던 종자들을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대량 생산은 아니지만 조금씩 보관을 하고 있다. 콩, 메밀, 녹두, 팥, 땅콩, 깨, 배추, 파, 가지, 오이, 호박, 상추 등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웬만한 것은 씨를 지켜오고 있다. 씨가 필요한 분들에게 조금씩 나눠 드리기도 하고 우리집 먹거리를 위해 부지런히 뿌려서 먹고 있다.그러던 중 2010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성군 점곡면) 의성군농촌보육정보센터에 토종텃밭(지역농업연구회)이라는 모
라디오가 생기고 나서 선택의 집에는 한동안 라디오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들끓었다. 어차피 이장을 맡은 뒤로는 마을 사람들이 자주 찾아왔다. 때 아닌 마을 사랑방처럼 되어 적잖이 귀찮기도 했으나 그 덕분으로 갓 시집온 이성분이 동네 아낙들과 빠르게 가까워지는 계기도 되었다. 선택에게도 라디오는 꽤나 귀중한 물건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오는 뉴스가 있었던 것이다. 주로 정부의 발표 내용 같은 게 많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시골에서는 남보다 훨씬 앞서가는 정보였다. 새로 지은 기와집의 대청마루에 누워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서울 살림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집을 새로 지어서 좋기는 대궐같이 좋은데 그 돈으로 전답을 사놓는 게 더 낫지 않나도 싶다. 집에서 식량 나오는 것도 아니고.”어머니가 근
결국 선택은 종가의 창고를 공짜나 다름없는 헐값으로 뜯어왔다. 인부를 사서 꼬박 닷새 동안 뜯고 실어온 목재는 엄청났다.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를 짓고도 남을 분량이었다.“애비야, 우리 형편에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어머니가 근심어린 말로 걱정을 했지만 선택은 의기양양했다.“걱정 마세요. 우리도 사는가 싶게 한 번 살아봐야죠.”“글쎄, 우리 조카님이 어련히 알아서 허겄지만 너무 무리해서 크게 짓지는 말아라. 혹시 빚이라도 지면 큰일이니께.”선택이 집을 짓겠다고 하자 더 좋아하던 삼촌도 어마어마한 목재를 보자 좀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농한기에 접어들면서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선택네 집짓는 일에 손을 보탰다. 평소에도 새로 집을 짓는 집이 있으면 울력하듯이 함께 했지만 이번에는 특
“박근혜정부는 강도 높은 금연정책을 펴고 있는데 한-중 FTA에선 담배 및 관련 제품의 관세를 모두 철폐하도록 규정했다.”17일 한-중 FTA 검증 토론회에 참석한 노주희 변호사가 현 정부의 정책모순을 짚으며 한 말. 달리 아몰랑시리즈와 박근혜 번역기가 유행하는 게 아니다. “‘저는 외국 기계를 싫어해요.’ 그럼 외국 기계를 사지말아야죠. 기계는 본인이 선택해서 사는겁니다.”수입 농기계 구입 후 국내 농작업 환경과 맞지 않아 민원을 제기한 농민을 두고 농식품부 관계자의 한 마디.
마산 바닷가 처녀가 경북 안동으로 시집와서 시어른께 농사라는 것을 처음 배웠다. 수수와 다래기 풀도 구별하지 못하던 마산새댁은 밭을 매면서 수수를 뽑아버리고 다래기 풀을 세워두기도 했고, 밭일이 너무 힘들어 시어른께 밭을 버리고, 밭 농사를 짓지 말자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던 철없던 시절도 있었다. 2013년부터 언니네텃밭 장터 토종씨앗사업단에 앉을양대, 수수, 쥐눈이콩, 팥을 계약재배하고 있으며 밤콩, 검은동부, 조선배추, 토종오이, 옥수수 등 소량다품종으로 토종농사를 짓고 있다.그 중에 나이가 제일 많은 수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방망이처럼 생겼다고 하여 방망이수수로 불리는 붉은찰수수는 시어른들로부터 물려받아 37년째 심어오고 있다. 6월 20일경 파종해 9월 말경에 수확하는데, 알이 여물어가는
이듬해가 되자 종가에서 창고를 없앤다는 소식이 들렸다. 산동면에서는 제일로 큰 창고였고 가득히 볏가마니를 쌓아두던 곳이었다. 종가에는 창고 말고도 행랑채며 정자 따위의 건물이 여러 채였는데 이제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창고를 헌다는 것이었다.“그래도 그 창고를 헐면 큰집 체면이 말이 아닐 텐데요.”선택이 별 뜻 없이 묻자 삼촌이 자초지종을 들려주었다.“글쎄 어느 지관이 와서 창고를 헐어야 다시 집안이 편다고 했다는 겨. 그 창고 앉은 자리가 백년 영화를 끝으로 집안이 망하는 자리라나 뭐라나. 그래도 어르신이 살아계시면 어림도 없지. 큰 아들이 그렇게 결정했다는구나.”삼촌의 이야기를 듣다가 선택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삼촌, 그 창고를 헐면 목재가 엄청 나오겠지요?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언론학자인 손석춘 건국대 교수가 갑오농민전쟁 120주년인 지난해 땅끝마을 농부인 김덕종 해남군농민회 회장을 찾았다. 쌀 전면개방부터 얘기를 풀더니 김 회장의 형인 고 김남주 시인, 아스팔트 농사,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통일농업, 진보정당까지 굵직굵직한 주제가 가감 없이 쏟아진다. 책이 던지는 주제는 무겁지만 문고판 112쪽의 분량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김 회장은 이 책에서 손 교수와 나눈 5시간의 대담이 “한 사람의 운동가로서 진정성 있는 제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시간은 참 빠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 책은 김 회장이 구술한 대자보이기도 하다.최근 농업계는 농업·농촌·농민의 문제를 농민들 힘만
“상대국들이 밥쌀 TRQ를 ‘민간으로 돌려라’ 할 수도 있지 않겠나”농식품부 고위관계자가 어느 정도는 밥쌀 수입을 해야 더 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며 MMA 밥쌀 1만톤 수입에 반대하는 농민단체에 한 말.“양곡도매시장 이전은 기업체를 매각해 선심성 시책사업 재원을 확보하려는 서울시의 획책.”서울시의 양곡도매시장 이전 추진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며 한국양곡유통협회 관계자가 한 말.“저는 비례대표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지역구로 두고 있습니다.”용산화상경마장 개장 반대집회에 참석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지역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반대한다”는 마사회의 주장에, 자신도 충분히 관련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선택이 박달식을 만난 것은 인생의 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장삿속이 밝은 사람이었고 계산도 틀림이 없었다. 선택은 그와 동업 아닌 동업을 하면서 농협에서 받는 월급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게 되었다. 걱정했던 뒷말도 처음 몇 년 동안은 전혀 없었다.“그런 일이야말로 농협에서 해야 할 일 아니여? 더구나 우리 정선택 씨가 하는 일이라면 내가 적극적으로 밀어줘야지.”몇 번 박달식에게 술과 밥을 얻어먹은 조합장도 그렇게 말하며 선택을 비호해주었기 때문에 산동면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수집하는 일은 어려울 게 없었다. 읍내에서 오일장이 열리는 날로 정해서 농협 마당에서 일종의 즉석 거래가 이루어졌다. 농민들은 귀동냥으로 읍내에서 이루어지는 농산물의 거래 가격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서울의 시세를
“호주의 어떤 교수는 우리나라가 TPP 추진하는 것 보고 ‘Crazy(미쳤다)’라고 하더라.”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후발 가입으로 내줄 건 많고 얻을 건 없는 TPP. 그것을 기어코 추진하려는 정부의 행보는, 비교적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해외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출농산물 전용 전세기가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수입품목이 비행기로 들어오니 오고가며 싣는게 어떨까.”토마토 농사를 지어 수출하는 지역농협 조합원이 지난달 26일 농협이 주최한 수출농가 현장토론회에서 한 말. 이런 게 ‘되로 주고 컨테이너로 받는 격’이 아닐런지. 이러지 않아도 지금 농협은 충분히 수입농산물 팔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