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신고? 이 자식이 터진 입이라고 못하는 소리가 없어. 글고 지금 늬가 한 얘기가 유언비어지, 별 게 유언비어냐? 진짜로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을 차릴 놈이네.”선택이 핏대를 올리자 석종도 얼굴이 벌개져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선택이 늬가 아무리 나하고 학교 동기라고 해도 호놈을 할 사이는 아닌데, 농협 주사도 벼슬이라고 땅 파 먹는 농민을 시퍼보는 것이냐?”벼슬 어쩌고 하는 데에 꼭지가 돌아 당장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내닫는 선택을 여럿이 달려들어 말렸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식식거리는 선택을 두고 석종이 휑하니 나가는 바람에 사태는 그쯤에서 진정이 되었다.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마을에 들어온 시멘트 삼백 여 포대였다. 시곡리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마을에서도 어떻게 그것을 이용할지
“박원순 시장님이 보통내기가 아니더라.”안티축산 홍보 논란과 관련해 박 시장과의 면담 자리에 참석했던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부회장. 박 시장이 워낙 사과 준비를 잘 해온 탓에 축산단체 대표들이 달리 덧붙일 말이 없었다고. “농식품부의 땜질식 처방에 수입농기계 사용 농민들만 애먹게 생겼다”국회에서 국민혈세인 정책자금으로 외국농기계 업체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최근 농기계 융자 차등 움직임이 있자, 수입농기계 관계자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한 말.
벼농사와 보리, 콩, 팥, 깨 등 잡곡농사가 주를 이루었던 우리나라는 다음해 농사준비를 씨앗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거름도 직접 내고 일소를 몰아 밭도 갈고 수확한 것들 중 가장 좋은 것들을 골라 종자로 남겼다. 하늘이 주는 만큼, 내 한 몸 놀려서 얻을 수 있을 만큼만 짓던 시절. 그래서 그 옛날엔 그다지 큰 욕심을 낼 수 없는 이가 농부였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종자도, 비료도, 이런저런 농자재도 모두 사서 쓰는 시대. 비와 바람을 막은 비닐하우스에선 한겨울에도 쉬지 않고 푸른 것들이 자라나고, 농사에도 도입된 규모의 경제, 각종 FTA와 TPP까지 더해져 조직화되지 않은 가족농, 소농들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슈퍼에 가면, 때로는 생협에서조차도 제철농산물의 개념이 흔들거린다. 5월의
사실 일반 농민들이야 잘 모르기도 했지만 공무원이나 농촌에서 유지 노릇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박정희를 민족을 구원할 인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소문에는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있던 이후락이 박정희 대통령을 교주로 하는 박정희교를 신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도 하늘이 내려준 지도자라고 수군거리곤 했다. 선택도 노는 물이 그 가운데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농촌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오랜 생각 때문이었는지 이미 박정희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지지를 하는 편이었다. 이번에 마을에 시멘트를 보내준 일만 해도 그랬다. 전국의 수만 개 마을에 그렇게 많은 시멘트를 내려줄 생각을 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물론 삐딱하고 아는 체 잘 하는 명오리의
“요 시멘트라는 것이 말입니다. 이렇게 밀가루처럼 보여도 물하고 만나믄 아주 돌뎅이가 되는 물건입니다.”선택이 설명을 하고 마을 사람들은 귀를 세우고 듣고 있었다. 시곡 마을 어디에도 아직 시멘트로 지은 건물은 없었다. 면 소재지나 읍내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브로꾸’라는 게 시멘트로 만든 물건인지도 알지 못했다.“그러니께 요놈을 우째 우리 마을에 이렇게 쏟아놓고 갔느냐, 이 말이여. 이걸 우짜라고?”선택은 아는 지식을 모두 동원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시멘트가 내려올 것이란 걸 미리 알고 있었기에 책을 찾아보고 안 내용이었다.“이 시멘트에다가 모래를 섞고 물을 부으면 반죽이 된단 말입니다. 그 반죽을 아무데나 발라놓고 며칠 기다리면 그놈이 굳어서 돌덩이같이 단단해집니다. 예를 들자면
경남 고성군 마암면 두호마을, 이두선(91) 할머니. 우리 동네에 사는 시외할매다. 시외할매는 걸을 때 허리가 90도로 굽어서 그렇지, 아직 자기관리나 텃밭농사를 짓는데서는 흐트러짐 없이 짱짱하시다. 반찬 해 드시는거나, 집 청소 해놓는 거는 젊은 손주 며느리보다 훨씬 깔끔해서 오히려 우리집에 와서 한 번씩 빨래라도 개 주고 가시고, 나물거리를 다듬어서 갖다 주신다. 그리고 잘 정돈된 할매집 허드렛방에는 할매가 야무지게 말려서 봉지 봉지 싸놓은 씨앗도 있다. 상추, 도라지, 취나물, 호박, 물외, 겨울초, 6월본디, 가을본디, 선비콩, 쥐눈이콩, 팥, 대파, 쪽파, 부추, 시금치, 들깨까지. 연세가 많고 혼자 짓는 농사라 크지 않은 텃밭이지만, 가짓수는 20여 가지가 되겠다.할매텃밭에는 종류에 따라 심는
결과적으로 선택이 주도한 양잠은 산동면에서 꽤 큰 농민들의 수입원이 되었다. 삼년이 지났을 때 면내에서 누에치기로 올린 소득이 천만 원을 훌쩍 넘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로 선택의 인생이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1970년 봄에 대통령은 중대한 발표 하나를 했다. 그 때는 그게 어떤 의미인 줄 잘 몰랐지만 어쨌든 시작은 바로 그 발표였다.‘자조하는 마을은 빨리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한 마을은 오천 년이 지나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앞으로 자기 고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뜻있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일을 구상하고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부락이 총동원되어 하면서 힘이 모자라는 것을 정부에 요청하면 이를 도와주겠다. 앞으로 이러한 운동을 추진해나가야 하는데 이를 새마을 가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선택은 서른 살이 되었고 둘째 아들도 태어났다. 첫째 이후로 이년이나 태기가 없어 괴이하게 생각하던 터에 들어선 둘째였기에 꽤나 각별했다. 그 사이에 삼촌도 둘을 더 낳아 집안에는 밤낮으로 아이들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닌데 삼촌은 어느새 집안의 농사일을 다 추스르는 일꾼 비스름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손에 가진 장애로 삼촌은 밖으로 나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그리고 조금 모자라는 숙모 역시 마을 사람들과 별반 어울리는 일이 없었다. 그 사이에 논밭 여섯 마지기를 더 마련하여 양식 걱정은 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그게 모두 삼촌과 숙모 덕분이었다. 본래 몸이 약한 어머니도 집안일에만 손을 거들뿐 농사는 거의 두 사람에게 맡겨놓은 형국이었다. 선택의 아내는 주로
“우리농협 대의원 중 자기 이름도 못 쓸 사람이 80%다”경주시 한 농협 조합원이 이렇게 말하자 옆의 조합원이 “80%라 하면 안 되고 태반은 된다”고 점잖게 수정해 주기도. “그날그날 다 달라. 시세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쉬운 말로 하면 ‘로또’나 똑같아.”강원도 정선서 브로콜리 재배하는 농민, 며칠 전 시세와 현재 시세 차이가 상당하다며. “대변인실 통해 비공개라 밝혔다. 특정 언론에만 편의를 봐 줄 수 없다”지난 15일 식량정책 ‘소통 강화’를 내세운 ‘식량정책포럼’이 비공개라며 농식품부 관계자가 한 말. 기자가 취재가능 여부부터 확인하고 다니란 뜻인가.
함안군 군북면 동촌마을에는 토종씨앗을 지키는 할머니들이 있다. 동촌마을은 유독 올콩을 많이 심는다. 올콩의 본래명은 유월태로 4월 초에 심어서 8월에 수확한다. 올콩을 수확하고 나면 배추나 무, 파 등 겨울 김장준비를 위한 채소들을 심는다. 밭이 많이 없는 농가들은 최대한 밭을 활용하기 위해 올콩을 심고 있는 것이다.한춘자(75)님의 밭은 늘 바쁘다. 한 해 농사를 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늦여름에 시작한다. 8월 밭에 거름을 주고 땅을 갈고 두둑을 지어 놓으면 배추, 마늘이 한 쪽을 차지하고 잔파, 겨울초, 시금치가 밭에 자리를 잡는다. 봄이 되면 배추, 마늘을 심었던 자리에 올콩을, 마늘을 뽑아내고 나면 참깨 모종을 심는다. 그러고 나면 8월 올콩과 참깨 수확으로 1년 농사를 마무리한다.
선택은 농협에서 구독하는 두 개의 신문을 늘 꼼꼼하게 읽었고 집에서 틈틈이 라디오 뉴스도 들었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밝은 편이었다. 그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챙겨 보는 사람은 면내에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마을의 젊은이들이 세상 일이 궁금하면 선택을 찾아와 묻기 마련이었다. 그 해 신문과 라디오에서는 온통 월남 파병 이야기로 밤낮이 없었다. 농사일에 여념이 없는 시골에서도 단연 그 이야기가 화제였다.“월남이 어디 붙어있는 나라래여?”밤더위를 피해 나온 동네 마당의 멍석에 앉아 누군가 입을 떼면 저마다 주워들은 이야기를 씩둑거렸다.“저긔 동남아시아라고 안혀?”“그럼 동남아시아는 또 어딘겨?”“아, 그 사람. 알고 싶은 것도 많네. 어딘지 알믄 마실이라두 댕겨올라구?”그렇
“구제역, 지방 공무원들도 ‘신고하지 말라’고 하더라.”박호근 한돈협회 부회장. 정부의 살처분 보상정책이 농가의 신고기피뿐 아니라 지자체의 재정 부담까지 초래하고 있다며. “농업문제, 차라리 농식품부 개입하지 말라.”지난달 30일 열린 중부권 농민대회에서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이 농식품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다 분통을 터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