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 연일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이 땅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의 근본은 무엇일까. 무능한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만이 그 원인일까.우리가 어렸을 때인 50~60년대의 부모님들이 가장 바라던 것은 내 자식은 농사짓지 말고 도시로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 시절 어린이들은 대부분 장래희망이 대통령이었다. 한마디로 일등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행복해 보였고 인간답게 사는 길이라 생각했을 터였다.그로부터 50~60년이 지난 지금, 일등만을 추구해온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내외로 성장했다. 그런데 왜 대다수의 국민들은 행복하지
[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며칠 전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외부 비선이 열람한다면 그건 봉건시대에나 있을법한 얘기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를 믿겠는가’ 라고 했다 한다. 그런데 그게 사실로 밝혀졌으니 이 시대는 봉건시대요 국민들은 비정상적인 사람이 된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면 그는 왕이요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을 할 자격이 없게 된다. 논리의 비약일까.비선실세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주물러 대고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무려 3년 8개월을…. 이건 분명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국민의 식량을 안전하게 생산하고 공급하려고 대다수의 농민들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농촌을 지키며 농사일을 숙명처
[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 밭에서 일하다 보면 이웃 농민들께서 지나가시면서 꼭 묻는 말씀이 있다. ‘뭘 심었느냐?’ 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못 보던 작물이면 ‘이게 뭐냐?’라고 물으신다. 궁금해서 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작목선택은 농민들의 주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목의 선택이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다. 봄에 씨를 뿌릴 때 이미 그해 농사와 소득이 결정 된다. 중간에 다른 작목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격도 모른체 봄에 재배를 시작했는데 가격은 가을 수확이 끝나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재배과정에서도 날씨 등 자연조건에 따라 작황이 달라질 수 있고, 판로가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니 사실 농사만큼 불확실성하에서의 위험한 경영도 없다.
[한국농정신문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쌀 가격이 폭락해 뒤숭숭한 가운데 여행일기를 쓰려하니 많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 글은 독일 딸네 집에서 쓰고 있다.금년 우리 집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있는데 하나는 나의 명예퇴직이고 다른 하나는 아내의 회갑이다. 요즘 들어 회갑의 중요성이 거의 사라졌지만 지난 2년여 동안 아내는 전신마취수술을 세 번이나 해야 했기 때문에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조금 서둘러 나의 명퇴와 아내의 회갑을 자축하기 위해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번은 해보고 싶었던 지중해 연안 여행을 서두르기로 했다.미니사과나무는 금년에는 아직 열매를 맺지 않으니 수확작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9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근
[한국농정신문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매주 월요일엔 양양농업기술센터 미생물배양실에 간다. 센터에서는 고초균, 유산균, 효모균, 광합성균 등 네 종류의 미생물을 배양하여 원하는 대로 일주일에 한 농가당 20리터씩 나누어 준다. 20리터 빈 통만 준비하면 되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가구당 40리터 씩 나누어 주었으나 농민들이 미생물의 효용과 토양개선은 물론 작물 생장에도 유용하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자 수요가 많아 졌기 때문이란다.금년 3월부터 시작된 친환경농업교육에 참여하면서 미생물의 종류와 효용 등에 대해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지만 고초균은 옆채류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유산균과 효모균은 열매채소나 과수의 뿌리 생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오늘 금년들어 다섯 번째 예초작업을 했다. 지난주 지인들이 휴가차 방문하는 바람에 예초시기가 조금 늦어 졌고 풀은 1미터 가까이 크게 자라 있었다. 어제도 예초기를 돌렸지만 날이 무더워 아침에만 두시간 정도 돌리고 오늘 계속해서 예초를 마쳤다.애초에 미니사과와 히까마(얀빈)를 친환경으로 재배하되 초생재배를 목표로 했다. 골에 나는 풀을 있는 그대로 자라게 하여 가끔 베어 주면 토양의 유기물이 풍부해 지고 벌레며 곤충, 미생물 등이 풍부해져 작은 생태계가 살아나리라는 기대에서였다.또한 용감하게 풀을 키우리라 작정한 것은 예초작업이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예초기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조그마한 발동기가 달린 예초기를
[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귀농·귀촌을 결정한 지난해부터 그 동안 관행농업을 해왔던 밭을 친환경 인증을 받기위해 화학비료나 농약을 일체 투입하지 않고, 석회고토, 퇴비, 미생물 등을 살포하며, 풀을 일부러 키워 갈아엎어 주고, 가을엔 호밀을 파종하여 땅심을 높이는 등 준비를 해왔다. 이를 영농일기에 기록하여 보관함은 물론이다.사실 농사일을 시작할 때부터 난 현행 농정이 일선 농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이뤄지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농민의 입장에서 실제로 겪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조금 사업은 어떻게 이뤄지며, 정부의 각종 투융자 사업이 현장에서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농민의 시각에서 체험해 보고자 했다.이를 위해 내 스스로가 정식 농민이 되어야
농사일은 대체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때를 맞춰야 하는 농작업이다. 파종해야할 때에 파종해야 하고 방제해야할 때에 제때 방제해야 하며 수확할 시기에 수확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반면 반드시 시기를 맞춰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당한 시기에 해줘야 하는 농작업이 있는 것 같다. 예컨대 풀을 베는 작업, 거름 주는 작업, 퇴비 만드는 작업 등이 있는데 이런 일들은 때를 꼭 맞춰야 하기 보다는 약간의 시간적 융통성을 가지고 작업하면 되는 것 같다.귀농 귀촌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농사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지라 일에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숙달된 일은 빠른 시간 안에 할 수 있지만 익숙치않은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능률도 떨어짐은 당연하다.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니 항
[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오늘은 장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비 오는 날이면 공치는 날이니 요란한 빗소리 들으며 농장 한켠에 놓아 둔 1.5평 창고에 무심히 앉아 농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 플라스틱 창고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더욱 크게 울린다. 이런 날이면 난 조금은 감성적이 되곤 한다. 정신없이 살아온 도시생활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평온함에 폭 빠진다.내 나이 이제 60이 훌쩍 넘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고향 양양을 떠났다가 5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사실 어릴 때 친구들이나 친인척들은 모두 외지로 먹고 살기 위해 떠났다. 그러나 어릴 적 뛰놀던 바다며 바위, 들판 그리고 나지막한 야산만은 세월을 잊은 채 그대로일 뿐이다. 고향이지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낯선 곳
[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 지난 목요일 오전 드디어 강원대 친환경인증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오후 1시에 실사 요원이 농장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양지역의 모든 신규인증업무는 농관원 속초양양지원에서 담당했는데 금년부터는 인증업무의 민간이양정책에 따라 강원대 친환경인증센터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농관원 속초양양지원의 도움을 받으며 준비해 왔던 자료와 서류들을 2주 전쯤 강원대 친환경인증센터에 제출했는데 오늘 실제로 인증요원이 현장에 나왔다. 이런 저런 지적과 지도도 해주고 잔류농약검사를 위해 나뭇가지를 채취해 갔는데 만약 잔류농약이 검출되면 인증은 어렵게 된다는 설명과 함께.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도 매우
[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오늘은 양양친환경연구회(회장 이경수) 주관으로 유기액비와 약제를 공동제작키로 한 날이다. 9시 반까지 시간되는 회원은 나와서 도와달라는 공지가 밴드에 떴다. 요즘엔 농민들도 SNS로 소통하고 공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양친환경연구회에는 약 50여 농가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대부분 친환경인증농가이거나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농가들이다. 그런데 양양지역의 여건상 대규모 농가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농가들이다. 그 중 일부가 친환경유기생태농업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그 가치와 삶의 방식에 공감하는 농민들이 모인 매우 귀중한 모임이다. 50여 농가 중 규모가 제법 큰 농가들은 유기액비며 약제를 개별적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지만 나 같이 규
[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꿈에도 그리던 고향땅 양양에서 농부로서 농사일을 막 시작하던 3월 초순의 일이다. 하루는 Y사의 영동지방 담당 기자인데 한번 찾아뵙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늘상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쌀 문제이던가 FTA 문제, 아니면 이슈가 되는 농업문제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전화 인터뷰도 많이 했던 터라 그런 것 때문에 전화했는지 알았다. 그래서 왜, 뭔 일이냐고 했더니 농사짓는 현장도 보고 말씀 좀 여쭤보기도 하겠다고 했다. 굳이 올 것 없이 전화로 하면 된다고 했더니 꼭 찾아뵙겠다는 말만 했다. 처음에는 한창 나무 심고 퇴비 주고 바쁠 때이니 나중에 보자고 했다. 그런데도 사흘이 멀다 하고 전화를 하길래 그럼 시간될 때 밭으로 한번 오시라고 했다. 자꾸 거절하기가 미안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