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신재생에너지 정책 혁신 전담반(TF)’까지 구성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혁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의 위법·부당사례 적발과 더불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여러 비리 혐의가 확인돼서다.국조실 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해 9월과 지난 7월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1차 조사에선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2곳을 표본조사했으며, 이를 통해 불법·부당 집행 사례 총 2,267건(2,616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오전 10시가 채 안 된 시각, 아스팔트 위 온도계는 이미 40℃에 육박했다. 지난 8일 타는듯한 더위 속 경북 청송군청 앞 주차장에 차린 천막농성장에는 청송군 현동면 개일리의 농민 약 8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청송환경공익위원회(면봉산 풍력 반대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매일같이 들끓는 날씨에도 청송군청 앞에서 농성을 지속 중이다.천막농성은 면봉산 풍력발전 때문에 시작됐다. 청송공익위의 면봉산 풍력 반대 활동은 올해로 벌써 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그간 암암리에 기정사실화됐던 발전설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산물 관련 정책 전반(수급조절, 농산물 수출입정책 등)에서 국가가 점차 책임을 ‘민간’으로 떠밀고 있다.‘자율적 수급관리체계 구축’ 시도, 예의주시해야우선, 농산물 수급조절 분야에서 민간영역의 책임을 강조하며 은근슬쩍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듯한 기조가 보인다.최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발표한 ‘원예농산물 수급관리 고도화 방안(고도화방안)’에서도 이런 기조가 확인된다. 농식품부는 고도화방안에서 농산자조금 제도 개편을 표방하면서, 의무자조금단체는 품목 특성을 고려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논콩이 멀쩡하게 자라는 논은 전북 김제시의 그 너른 들판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달 중순 쏟아진 폭우는 김제의 거의 모든 논콩에 피해를 입혔다. 정부가 논콩 심으면 소득 보장을 해주겠다 해서 심은 죄밖에 없는 농민들은 허탈한 심정으로 논콩이 심긴 논을 바라봤다.지난달 31일, 김제농민회 회원들과 함께 김제시 검산동·부량면·죽산면 일대의 콩 재배 논을 둘러봤다. 그냥 눈으로 보면 논콩이 멀쩡히 자라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김제 논콩 재배 농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논콩이 현 시점(8월 초)까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달 7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새로운 법안에 서명했다. 필리핀 농민 약 61만명의 부채 전액 탕감 내용을 담은 공화국법 제11953호, 일명 ‘신농민해방법(New Agrarian Emancipation Act)’을 공식화하는 서명이었다.신농민해방법은 지난 시기 필리핀 정부의 포괄적 농업 개혁 프로그램에 따라 농지를 분배받으며 국가에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을 지게 된 농민(소위 ‘농업개혁수혜자’)이 진 부채를 전부 탕감하는 내용을 담았다.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공교롭게도 마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협동조합은 민주적 조직이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조합의 주인이며 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 조합이 정체성을 유지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조합원들의 꾸준한 감시와 참여가 필수다.농협은 협동조합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다.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데다 신용사업까지 수행하는 종합농협인지라 지역농협 각각의 경제규모가 기업에 준한다. 자연히 경영이 고도로 전문화됐고 이에 농협 경영은 대개 전문경영인(상임이사)이 도맡고 있다.오늘날 농협의 정체성 상실 문제는 어쩌면 여기서부터 기인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조합원은 언제든지 자기 조합의 정관, 이사회·총회 회의록, 조합원 명부를 열람할 수 있다. 전체 조합원의 100분의3 또는 100명의 동의를 받으면 회계장부와 운영 관련 서류까지 열람 가능하다.「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과 각 지역농협 정관에 명시된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전남 해남 화원농협(조합장 김복철)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합원들의 자료 청구 ‘싸움’은, 일선 조합의 폐쇄성이 법과 정관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화원농협은 전임 조합장 재임 당시부터 유독 많은 잡음을 양산했던 조합이다. 이사들의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 조합원이 자기 농협의 자료를 열람하려면 조합원 수십명의 서명을 받고 조합이 정한 ‘열람료’까지 내야 한다. 모든 절차를 이행하더라도 조합은 자료 제공을 회피하기 일쑤다. 오창규 전농 경기도연맹 협개위원장은 농협의 개혁과제 중에서도 조합의 폐쇄성을 매우 중대한 문제로 꼽아온 이다. 경기 연천에서 오 위원장을 만나 다시 한번 문제를 정리해 봤다. 지역농협에서 어떤 일을 해왔나.연천 임진농협 감사를 두 번 연임(3선)하다 3년 전 중도사퇴했다. 감사라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문제를 지적해도 반영되지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생산지표 반등 희소식에도 쏟아지는 계약 외 물량 ‘난감’정부는 2020년부터 국산밀 수매량, 계약재배물량, 가공지원량을 지속 늘리고, 밀산업 육성 예산도 계속 증액해 올해는 전년보다 67% 늘어난 403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밀 자급률은 지난 4년간 0.8%(2020년)에서 2.2%(2023년)까지 반등했다. 밀 재배면적과 생산량도 각각 129%, 194%(5월 1일자 농림축산식품부 발표 기준)로 뛰어올랐다. 어느 때보다 국산밀에 대한 정책 의지가 발휘되는 모양새다.하지만 현장엔 이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7월은 정부가 밀 수매에 나서는 때다. 올봄 이상 저온과 잦은 비로 생산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작황은 좋은 편이다. 전체 생산량은 정부 예상보다 1만여톤 많은 6만톤을 웃도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수매 현장에선 알곡 상태도 좋다고 전했다.지난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국우리밀농협(조합장 천익출, 우리밀농협)에 수매 물량을 넘기러 온 농민 김남권씨(동곡농협농민회장)는 “(생산량이) 조금 줄었어. 저온 피해로 꽃이 ‘얼어부러서’ 같은 평수라도 생산량이 들쭉날쭉혀”라면서도 얼굴엔 여유가 묻어났다. 올해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한 뒤 농업을 지속·확대 중인 청년농민도 물론 많지만, 매년 수천명의 청년이 지원사업을 등에 업고 농업의 문을 두드림에도 청년농민의 비중은 크게 늘지 않는 실정이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0세 미만 경영주인 청년농민의 비중은 2000년 6.6%에서 2010년 2.8%로 감소했고, 2020년 기준 1만2,400여명으로 전체의 1.2%밖에 되지 않는다. 연령 초과로 인한 이탈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나 청년농민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실시한 2018년 이후로도 청년농민 비중은 감소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청년농민 육성을 위한 정책 지원 모둠 사업과 다름없는 ‘청년후계농(청년창업형 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로 선발되는 것은 물론, 이후 기반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겪는 청년농민의 애환은 상상 이상으로 혹독하다. 다수의 청년농민에 따르면 농지를 구하는 것부터 주변 도움이 없으면 쉽지 않은 현실이며, 영농기반 마련을 위한 농업신용보증기금(농신보)의 보증과 대출 과정 모두 일일이 발로 뛰며 관련 정보와 절차를 배우며 깨닫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대대적으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쭈그린 채 앉아 호미를 들고 밭일에 열중하는 농민. 탈탈 소리 내는 경운기를 한가로이 운전 중인 농민. 공공근로 조끼를 입고 도롯가 쓰레기를 줍거나 화단을 가꾸는 농민. 지나는 차 한 대 없는 한적한 버스정류장을 우두커니 지키고 앉아 있는 농민.농촌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는 흔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농촌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앞서 언급한 장면 그 어디에서도 20~40대 ‘청년’을 떠올리진 않을 거라 감히 장담하겠다.흔히들 말하는 ‘나이든 농촌’, ‘소멸하는 농촌’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김수나 기자]오늘날 한국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인 농민의 목소리는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고 있을까? 한국 언론지형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편인 소위 ‘중앙언론’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대기업 등 극히 일부 공간만을 바라보거나 특정 현안이 발생하면 그것을 쫓기 바쁜 사이, 도시 바깥 농촌의 이야기는 극히 예외적 사례로서 취급됐다.몇 군데나마 ‘중앙언론’이 최근 농업 현안을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 살피는 것은, 향후 언론이 시민에게 농업문제를 어떻게 전할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민이 생산한 친환경먹거리를 도시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정책. 농민-도시민 간 연결고리가 사라져가는 가운데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했던 몇 안 되는 정책. 대량의 물품 취급에 집중하는 유통체계에서 소외된 지역 소농의 판로 확보를 위한 몇 안 되는 정책.서울시가 2017년부터 진행해 온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은 위와 같은 성격을 가진 정책이다. 그런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이 서울시에 의해 폐지될 위기를 겪고 있다. 몇 안 되는 도농상생의 끈마저 끊음으로써 서울시가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수도(首都)’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2021년 3월, 중국 한 업체의 배추 절임작업 사진이 SNS에 공개돼 대중을 경악게 했다. 배추가 절여진 구정물 속을 녹슨 포클레인이 휘젓고 있고 그 옆에선 상의를 탈의한 남성이 하체를 물에 담근 채 작업하고 있다. 이 사진은 중국산 김치는 물론 국내 김치산업과 외식업 전체에 타격을 입힐 만큼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다. 이른바 중국산 ‘알몸배추’ 파동이다.배추에 문제가 생기자 배추김치 대신 총각김치·열무김치·오이소박이 등의 수요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실은 부질없는 일이었다. 수입농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편집국장]‘안전한 먹거리’를 연결고리로 도시는 소비를, 농촌은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4%인 220만명의 농민이 96%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셈인데, 더는 농사짓고 살기 힘들다는 농민들의 위기감은 도시민에겐 잘 와닿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안전한 먹거리, 건강한 한 끼에는 관심이 큰 도시민들에게 2023년 농업·농촌 현실은 과연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본지는 창간 23주년 특집 기획으로 농업·농촌 문제에 대해 도시민들에게 질문했다. 서울시민 1,000명에게 우리나라 농업·농촌현실에 대해 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한우준 기자]농촌 주민과 농업 관련 전문가·언론들은 식상하다 할 만큼 일상적으로 농업·농촌 문제와 부딪히고 있지만 도시민들에겐 좀체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요행히 농촌에 밀접한 연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편적·표면적인 정보들만 보면서 농촌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대다수는 도시민이며, 도시민들의 농촌 인식은 농촌의 지속성 보장과 농정의 효율적 설계에 알게 모르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본지는 농업·농촌 문제를 바라보는 도시민들의 시각을 살펴보기 위해 기존의 설문조사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농민과 도시민 사이에는 농산물 생산과 소비라는 밀접한 연결고리가 존재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농업·농촌에는 각자 거주하는 장소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큰 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농업·농촌의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며 도시민이, 나아가 국민이 함께 풀어내야 할 문제기도 하다. 은 지난달 23일 농업·농촌을 바라보는 도시민·농민 대표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사회 원재정 편집국장·정리 장수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농업계에선 ‘농업 문제는 섬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정말 섬 속의 농민들만 농업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전라남도 나주시 다시면의 한 들녘에 접한 국도변에 농사용 트럭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트럭 난간을 붙잡고 서있는 농민 A씨는 연거푸 담배만 태우며 자신의 양파밭을 바라보고 있다. 양파 수확기가 거의 저물어가는 지금, 밭에는 내국인 노동자 한 명만이 남아 힘겹게 비닐을 걷고 있었다.사정은 이랬다. 약 1만평 규모의 양파농사를 짓는 A씨는 이날 인력중개업체를 통해 인당 13만원을 약속하고 10명의 노동자를 불렀다. 한 필지의 작업을 끝내고 수확한 양파를 망에 담아 공터에 내려놓기까지는 했는데, 딱 거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