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마을 이태영 이장(68)은 긴 설 연휴 전에는 농사일이 바빠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설이나 지나거든 보자고 했다. 일하는 얘기, 사는 얘기 그리고 여성농민으로 살아온 소회를 듣는 장소가 방울토마토 작업을 하는 바쁜 하우스 안이어도 좋겠다 생각했지만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설 명절 대목장을 지난 뒤 뵙기로 했다.한층 봄기운이 오른 지난 16일 함안군 군북면 ‘군북역’을 지척에 둔 이태영 이장의 하우스가 인터뷰 장소였다. 일방석을 깔고 앉아 얘기가 시작됐다.“이장들은 면에서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식품기업의 손에 맡긴 우리 장류의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 신문에서 여러 차례 탐구해 소개한 바 있다. 산업자본이 전통 먹거리 체계를 주름잡도록 방치한 결과 오늘날 수많은 주방에서는, 본지 권순창 유통·식품 전문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염산으로 콩찌꺼기를 녹인 정체불명의 화학조미액(간장)’, ‘으깬 콩메주 대신 탈지대두를 띄워 만든 무언가(된장)’, ‘고추장맛 페이스트(고추장)’로 한식을 조리하고 있다.관련기사 ▶ 댁의 간장은 안녕하십니까 ▶소비자 기만하는 시판 간장의 민낯이 공장제 장
헬스장의 러닝머신이 죄수들의 고문기구인 ‘트레드밀(treadmill)’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헬스장에 가면 가장 많은 운동기구가 러닝머신이다. 트레드밀은 트레드(tread, 밟다)와 밀(mill, 방아)의 합성어이다. 즉 ‘밟는 방아’이다. 이 밟는 방아는 1818년 영국에서 개발된 고문기구인데, 죄수들에게 중노동을 시키면서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죄수들은 트레드밀에서 원통형의 계단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밟아 올라가면서 중장비 모터 역할을 했다. ‘인간 풍차’라고도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얘는요, 대선배 어르신이에요. 막 담근 장에 넣어주면 ‘야 장맛이란 말이지,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지도하는 거죠. 새 장이 ‘아 이런 맛이군요?’하면서 따라오니까 항상 평이한, 같은 장맛이 나올 수 있는 거에요.”새 된장을 만들 때 섞을(덧장을 댄다고도 한다) 용도로 묵힌 씨앗장을 설명하는 입담이 예사롭지 않다. 충남 홍성군 금마면에 ‘홍주발효식품’을 세운 이경자씨는 공무직에서 은퇴한 뒤 자신의 일을 돕겠다 나선 남편 김홍재씨와 함께 전통장 제조에 몸을 불사르고 있는 ‘발효명인’이다.상담학 전공으로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대월농협에는 ‘찾아가는 하나로마트’라는 서비스가 있다. 트럭에 하나로마트 판매 상품을 실은 뒤 마을을 직접 찾아가 주민들이 매장에 오지 않고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대월농협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관할 지역 18개 마을을 각각 1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 농촌 주민들, 특히 이동이 어려운 고령의 어르신들을 배려하고 있다.기자가 찾아간 화요일은 오후에 ‘부필1리’와 ‘부필2리’를 도는 날이다. 두 마을은 대월면에서도 아주 한적하고 조용한 편인 농촌마을. 면소재지이자 농협
겨울철 야외운동의 꽃으로는 단연 스키를 손꼽는다. 평창겨울올림픽이 북측의 전격적인 참가로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은 평화올림픽으로, 남북은 물론 세계인 모두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 것이 벌써 3년 전이다. 2018년 1월 말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스키선수들이 공동훈련(1월 31일~2월 1일)을 하면서 남쪽 사람들에게 공개된 북녘의 마식령스키장은 기존의 예상을 넘어서는 멋진 모습으로 알려지게 됐다.예로부터 산세가 너무 험해 말도 넘기 힘들어 쉬어가는 령이라고 하여 그 이름이 마식령이다. 해발 높이가 768미터인 마식령은 한반도 중부 북녘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신론리에 위치한 외갓집체험마을은 ‘농촌관광’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희박하던 지난 200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업계의 대선배격인 체험마을이다. 농협의 팜스테이 사업(1999년)을 비롯해 체험형 농촌관광 모형이 실증 실험에 들어가던 시기, 이곳에선 신론리에서 태어나 자란 농민 김주헌씨가 사업을 기획하고 스스로 ‘촌장’을 맡아 체험마을을 시작했다. 김홍구 사무장은 ‘아무 것도 없던 시절’ 촌장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이 체험마을의 거의 모든 게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며 마을 사람들이 점점 힘을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경기도 안성시 고삼저수지(고삼지)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지난 1963년 축조된 저수지로, 경기도 친환경농산물의 대표 생산지로 꼽히는 고삼면을 비롯해 안성의 많은 농촌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안성의 많은 저수지들 가운데서도 대표성을 지닌 곳으로, 그 면적이 무려 94만평에 달해 안성의 드넓은 평야에 걸맞는 규모를 자랑한다. 호수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고삼지에선 매년 봄 수문이 열릴 때를 즈음해 풍년과 안전영농을 기원하는 통수식이 크게 열린다.여의도보다도 조금 넓은 크기를 자랑하는 면적 덕에 고삼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말 어느 새벽, 따뜻한 이불 속을 나와 살을 에는 칼바람을 맞으며 동네 뒷산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세모(歲暮).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내 나이 70이니 한 해가 아니라 살아온 인생 그리고 남은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공자는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70세가 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從心所欲不踰矩)’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품은 뜻이 세상의 순리를 벗어나기 일쑤니,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오래전부터 한
평양역은 국제역이다. 기차를 타고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 대륙을 거쳐 베트남을 지나 싱가포르까지도 갈 수 있다. 평양에서 열차를 타고 러시아 시베리아를 거쳐 모스크바를 지나 독일, 프랑스에서 도버해협을 지나 영국까지도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다.만약 서울역, 부산역, 목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개성, 평양, 신의주를 지나 압록강을 건너 중국 베이징을 거쳐 베트남 호치민으로 수학여행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서울역, 춘천역, 제진역에서 열차를 타고 금강산, 함흥, 라진을 지나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모스크바를 거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2000년 11월 창간호부터 2001년 12월까지 본지의 지면을 돌아보고자 한다. 20년 동안 450만명에 달하던 농민의 숫자는 300만명도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의 농업계 현안이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것도 많았다. 이에 본지는 20년 전 농업계를 조명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본지는 2001년 5월 31일 1면에 ‘비농민의 300평 이하 농지 취득 허용’을 추진하는 농림축산식품부 규탄 기사를
최근 우리나라의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의 극단적인 변동성으로 인해 안타까운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매년 이와 같은 사례가 지속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농산물 공영도매시장(도매시장)의 미비한 개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최근 10년간 채소 농가소득을 살펴보면 농가소득이 직전연도 대비 감소한 시점은 2011년(-7.8%), 2014년(-11.7%), 2019년(-6.3%)으로 나타났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 채소 품목인 배추, 양배추, 무, 대파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력한 순방 후보지로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8년 10월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문 요청을 전달받고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교황을 접견한 인사가 “북녘을 방문해 그곳 주민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는 말에 교황은 “나도 가고 싶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코로나19가 정리되고 각 나라마다 자유롭게 오고가는 시기가 오면 아마도 교황께서는 첫 방문지로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2000년 11월 창간호부터 2001년 12월까지 본지의 지면을 돌아보고자 한다. 20년 동안 450만명에 달하던 농민의 숫자는 300만명도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의 농업계 현안이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것도 많았다. 이에 본지는 20년 전 농업계를 조명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2001년은 당시 용어로 ‘논농업 직불제’, 즉 쌀 직불제가 처음 시행된 해였다. 점점 어려워지는 농업 현실 속에서 농
유감스런 백서2017년 여름에 일어난 일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나라 전체가 먹거리 안전의 증후군에 시름하던 일, 이른바 ‘살충제 계란’ 사건이다. 당시 언론들은 이 일을 마치 계란을 먹으면 당장에 큰 병에 걸려 쓰러질 것처럼 보도했다. 어떤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과 ‘피프로닐’이 검출된 것이 발단이었다. 기준치는 각각 0.02ppm과 0.01ppm이었는데, 검출량은 0.04ppm과 0.02ppm으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 일이 보도되자 소비자들은 시장에 진열된 계란에 공포를 느꼈고 구매율이 급감해 그해 6월 10개
령통사는 개성시내에서 북쪽으로 12km 떨어진 오관산 령통골에 자리 잡고 있다. 령통사는 우리나라 불교교단에서 처음으로 천태종을 널리 퍼뜨리고 그 시조로 명성이 높은 대각국사가 활동하던 절이다. 이름은 왕후이고 자는 의천이며 대각국사는 시호(사망 후 이름)이다.대각국사는 1055년 9월 개성 만월대에서 고려 11대 문종왕(1047~1082)의 넷째아들로 출생해 1065년 10살 때 령통사에서 승려생활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불교교단에서 처음으로 천태종을 크게 퍼뜨리고 그 시조가 됐다.대각국사는 생애의 전 기간 불교의 학설을 깊이 탐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2000년 11월 창간호부터 2001년 12월까지 본지의 지면을 돌아보고자 한다. 20년 동안 450만명에 달하던 농민의 숫자는 300만명도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의 농업계 현안이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것도 많았다. 이에 본지는 20년 전 농업계를 조명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기후위기 상황임에도 탈(脫)농약, 탈(脫)화학비료 농업은 아직인가? 이미 20년 전부터 은 친환경농업 확대를
올해는 유독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와 여러 번의 태풍을 겪으면서도 논밭에는 작물이 수확을 기다리며 익어간다. 세상사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또 선의를 지니고 이뤄낸 변화 역시 때로는 역작용을 나타내어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 이는 사회 어느 분야를 불문하고 다르지 않다.사회변화에 따른 자체 변화가 요구되는 농업·농촌은 여러 통계 수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다. 이는 목축이나 수렵과 달리 정착 형태로 진행되는 농업·농촌의 특성은 물론 천년을 넘는 긴 역사성을
9월 19일은 2년 전 평양에서 가슴 뛰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평양 릉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을 앞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통일을 희망하는 연설을 한 날이다.이때의 감동은 북측의 최고지도자는 물론 2,500만 북녘동포 모두와 대한민국의 시민 대중 전체의 가슴 속에 생생히 살아있다고 말한다. 남과 북의 모든 사람들은 물론 해외동포들도 곧 통일이 눈앞에 있고, 그동안 꽉 막혀있던 혈맥이 곧 뚫릴 줄 알았다.그러나 그 기대에 부푼 꿈을 허망하게 보내고 2년이 지난 지금은 참담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좋은 시절(?)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2000년 11월 창간호부터 2001년 12월까지 본지의 지면을 돌아보고자 한다. 20년 동안 450만명에 달하던 농민의 숫자는 300만명도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의 농업계 현안이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것도 많았다. 이에 본지는 20년 전 농업계를 조명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농민들의 수입 저지 투쟁은 물론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한 싸움이지만, 동시에 언제나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싸움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