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계양구의 한 주택가 골목.청‧백‧홍의 이발관 표시등을 따라 들어가 허름한 밀창을 열면, 일곱 평가량의 공간에 이발의자 세 개가 조촐하게 놓인, 전형적인 동네 이발관 내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이발 경력 40년(2000년 12월 당시)의 김호면 이발사가 꾸려가는 ‘인정이발관’이다.김씨는 내게 간이 의자를 내어주고는, 동년배 손님의 머리에 가위질을 하면서 푸념부터 늘어놓았다.“내가 처음 이발을 배울 때만 해도 업소간 거리 제한이 있어서 사방 2킬로미터 이내에는 영업허가를 안 내줬어요. 뿐만 아니라 아무리 어린 남자애라도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보령시농민회와 한국농업경영인보령시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보령시농민단체협의회(보령시농단협)는 지난 12일 보령시농협통합미곡종합처리장에서 농협 개혁 및 쌀값 보장 촉구 2차 농민대회를 개최했다(사진).추수를 해보니 벼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고, 농협이 벼값을 낮게 책정해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농민들이 이날 농협 개혁만이 해결책이라며 대회를 연 이유다.김영석 보령시농단협 회장은 “멀쩡한 논도 수확량은 재해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면서 “농협이 우선지급금으로 벼 1kg당
11월이 되고 된서리가 내리기 전에 가을걷이를 해야 함으로 몸과 마음은 바빠진다. 벼와 사과를 제외하고는 얼마 되지 않는 농사지만 봄에 심어둔 작물들이 제법 일거리가 된다.밭에 풀 반 들깨 반. 지난 7월 많은 비에 토사와 함께 쓸려온 도둑가시풀이 왕성한 번식을 해 그나마 들깨 고랑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들깨를 반나절 찌고 나니 온몸에 도둑가시(풀씨)가 붙어서 마치 큰 도깨비 방망이가 된 기분이다. 도둑가시가 별거냐 꿋꿋이 들깨를 찌어 모아서 갑바 위에 쌓아두고 두드리면 떨어지는 들깨소리는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들깨향은 코끝에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소작료도 못 낼 형편이다!’ 기자회견 제목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한 움큼씩 볏단을 쥔 농민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임대료 떼고, 농자재 비용 떼고, 대출금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호소가 뒤따랐다. 벼농사 농업재해를 인정하라는 구호에 농민들은 오른팔을 치켜들었다.올해 벼 수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나락을 거둔 들판엔 땅이 꺼질 듯한 농민들의 한숨만 가득하다. 올 여름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와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병충해와 쓰러짐 피해를 입은 논에서는 50%에 가까운 수확량 감소가 확인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충남 당진시농민회 10개 읍·면지회가 조직 활성화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지난 6월 공동경작지에 모내기를 한 가운데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수확에 나섰다(사진).공동경작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대호간척지와 석문간척지 농지 6만여평을 10개 읍·면지회가 임대해 조성한 것이다. 10개 읍·면지회는 이 농지를 공동 경작해 농사비용을 뺀 순 이익금은 운영비와 조직 활성화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최원묵 송악읍지회장은 “우리 농민회는 그동안 농민들의 권익과 농정개혁을 위한 투쟁비를 회원들이 십시일반 부담해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본지 공동선정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2020년 국정감사 최우수 의원에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위성곤‧윤재갑 의원이 최종 선정됐다.전농과 본지는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열린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취재하고 모니터링하면서 농해수위 위원들을 각각 평가해 왔다. 지난 26일 오후에 열린 국감 우수의원 선정회의에서 농식품부와 소관기관 국감을 취재했던 기자들은 “정쟁으로 농업현안이 밀리고 맹탕국감은 여전했다”고 총평하면서도 그중 활약했던 의원들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공유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우리나라의 각 행정구역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들 가운데 ‘광역시’들은 수도 서울특별시 다음가는 위상을 가진다.「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광역시는 도·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와 함께 광역자치단체로 분류되지만, 실제론 동일 권역의 ‘도’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원인은 다름 아닌 인구의 이동이다. 서울의 위성도시 역할을 수행하는 인천광역시와 중공업에 특화된 울산광역시를 제외하면, 광주·대구·부산·대전 등 거점 도시의 정주 인구는 각자 마주보고 있는 도 전체의 인구와 대등한 수준까지 육박했다. 수십년 간 탈농·이
지난 2014년 추수·탈곡작업을 마친 뒤 황해북도를 벗어나자 차창 밖으로 펼쳐진 황해남도 재령평야 일대의 전경들이 차량의 속도에 맞춰 필름처럼 내 시야를 빠르게 지나갔다. 평야와 산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북녘의 산야들을 바라보노라니 그동안 수없이 공부했던 우리나라의 산맥들과 평야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오버랩되며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북은 전체 면적의 약 80%가 산지고 나머지 20% 정도만 평지를 이루고 있는 산악 국가인데, 그나마 80%의 산지는 산림이 많이 황폐화돼 있는 실정이고 나머지 20%의 농지로만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하
[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수해와 유실지뢰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 철원의 농민들이 2차 상경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추수 전 지뢰 전수조사와 제거’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농민들은 지뢰폭발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우려했던 사고는 지금까지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으나 불안에 떨며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김종연 이길리 마을 이장은 “논이고 밭이고 지뢰 터질까봐 무서워 들어가지 못한다”라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해결을 위해 1인 시위를 했던 최종수 농민은 “지뢰가 발견된 논이어서인지 제거했는데도 모두 들어가기
시골집의 새벽은 낮보다 소란하다. 봄이 되면 산양의 짝을 부르는 소리가 또 여름이면 고라니의 고약한 소리와 밝아지는 여명과 함께 울리는 매미떼의 합창이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다. 그리고 가을 새벽을 맞이한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집의 모든 창은 닫히고 밤새 내려간 온도를 감지한 똑똑한 보일러는 덜커덩 소리를 내며 먼저 돌아가기 시작한다.집 주변이 워낙 조용한 탓에 보일러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하지만 연료는 곧 돈이라 한없이 돌아가는 보일러 소리는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빨리 꺼야지.”모심기 몇 달 만에 들판은 누렇게 물들어가고 그것
추수를 마친 가을 저녁, 시골 전통마을의 널찍한 부잣집 마당에 불빛이 환하다. 한가운데에 모닥불이 지펴지고, 마당의 좌우 양쪽으로는 솜방망이에 붙은 기름불이 활활 타오른다. 저녁밥을 먹자마자 삼삼오오 몰려나온 동네 사람들이 담장 안쪽으로 겹겹이 둘러앉거나 서서, 안마당에 또 하나의 도톰한 담장을 만들었다.이윽고 공연복으로 갈아입은 남사당 단원들이 등장한다.-자, 저녁밥을 배불리 얻어먹었으니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세!풍물패의 상쇠가 꽹과리 소리로 신호를 하자, 이어서 북장구 소리가 어우러져 한바탕 굿판이 벌어진다. 구경꾼들도 덩달아 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모를 심을 때부터 달랐다. 모 심는 간격을 평소보다 넓혔고 한 번에 심는 모의 수도 줄였다. 모가 편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추수 또한 달랐다. 콤바인이 아닌 바인더로 나락을 벴다. 바인더는 일정량의 나락을 묶어 배출했다. 농민들은 추수가 끝난 들판에 건조대를 만들어 세웠다. 묶여 있는 나락을 일일이 건조대에 널었고 내리 나흘간을 양평의 부드러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에 건조시켰다.탈곡하던 날, 다섯 명의 농민들이 콤바인과 건조대 주위를 쉴 새 없이 오갔다. 잘 말린 볏단을 전달하며 콤바인으로 끊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54일,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를 버텨냈다. 제8호 ‘바비’, 9호 ‘마이삭’. 10호 ‘하이선’ 등 연달아 닥친 세 번의 태풍 또한 이겨냈다. 쉬이 병들지 않았고 허무하게 쓰러지지 않았다. 농민의 바람처럼 꼿꼿이 벼 이삭을 밀어 올렸고 잘 여물어 고개를 숙였다. 서산으로 기우는 햇볕엔 영락없이 황금들녘으로 빛났다. 수확의 계절, 청명하고 완연한 가을날이었던 지난 6일 이동복(44, 전남 강진군 작천면 갈동리)씨가 본격적인 추수에 나섰다.퇴동마을 안쪽,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계단식 논에서 콤바인을 부지런히
올해 태풍 피해도 무척 크고 일조량이 적어서 북녘 농사가 걱정되던 차였다. 북은 올해 ‘자력갱생, 정면돌파’를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고, 그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타격 전선을 ‘식량생산’에 뒀다. 안 그래도 남녘에서는 북 식량 사정을 늘 궁금해 하는데, 아마 올해 농사의 향방이 앞으로 북녘 인민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그러던 차에 추석날 김정은 위원장이 강원도 김화군 수해 지역 복구현황을 둘러보면서 “최고 수확 연도에 못지않은 알곡 소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것이 눈에 확 들어왔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추석 연휴를 10여일 앞두고 청명한 날씨를 선보인 지난 21일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구사리 들녘에서 농민들이 가을걷이에 나서고 있다.
이제 다음 주면 한가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백년, 수천년 전부터 한해의 이때쯤에는 추석 또는 추수감사절이라 하여 사람들은 수확의 기쁨을 가족은 물론 이웃과 함께 누리며 즐거워 했다. 이른 봄부터 밭 갈고 씨 뿌리고 김 매고 벌레와 병균들 잡아주며 애지중지 보살펴 온 농작물을 수확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은 모두 잊고, 풍성한 결실을 가져다 준 모든 것에 감사하는 축제다.농경사회를 지나 근현대 산업사회에서도 그 흔적은 남아 있다. 일가 친척을 만나고, 함께 성묘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함께 즐기는 문화는 아직도 남아 명맥을 유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왕우렁이 투입 관행논이 기존 관행논보다 생물 개체수 및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우위를 보인다는 중간조사 결과가 나왔다.현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회장 김영재, 친환경농업협회)·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주형로, 친환경자조금)는 ‘왕우렁이 농법의 생태환경보전 기여 조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친환경 논농업에 이용되는 왕우렁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통해 효과적인 왕우렁이 관리방법을 찾으려는 목적이다.현재 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자조금은 △왕우렁이를 이용한 논의 생태계와 관행논 생태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초록색도, 빨간색도 한 점 없다. 아직도 물기가 남아있는 고추밭엔 누렇게 말라 죽은 고추가 바닥에 깔린 흙빛과 섞여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벼는 살았지만 고추는 죽었다. 삼면이 논으로 둘러싸인 전남 영광 박영란씨의 고추밭은, 파릇파릇한 벼들 때문에 더욱 황량해 보였다.4월 중순에 심어 아침저녁으로 덮어주고 영양제를 줘 가며 4개월을 넘게 돌봤지만 남은 것은 없다. 전남에 세 차례 쏟아부은 집중호우. 이미 2차 호우 때 박씨의 고추밭은 100% 피해를 입었다. 1,200평의 밭에서 단 한
지난 2014년 방북일정 당시 황해북도 가을걷이 추수작업과 황해남도 신천군을 비롯한 평야·곡창지대를 둘러봤다. 평양 시가지를 빠져 나가며 력포구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평양평야를 둘러봤고, 룡성구역과 만경대구역, 강남군 일대 등을 통과하며 창밖을 바라보니 벼농사와 각종 채소, 과수 등의 농경지로 변모해 이미 평양시의 주요 농산물 공급원이 된 지 오래돼 보였다. 이윽고 황해북도에 진입하니 차창 밖에는 풍요로운 가을 들녘에서 서너 명씩 분조단위로 평화롭게 벼베기 작업을 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내가 평소에 품고 있던 북의 식량문제에 대
북이 올해 ‘자력갱생 정면돌파 방침’을 결정하고 주타격전선으로 농업을 내세웠다.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첫 공식 일정은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이었으며 ‘나라의 쌀독을 책임지는 농민들을 가장 귀중히 여긴다’는 구호로 연일 농업생산을 장려하는 움직임들을 기사화하고 있다.‘나라의 쌀독을 책임지는 농민들’이라니 당연한 말인데 생경하게 들린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과 비슷한데, 값싼 수입농산물에 밀려 생산원가도 못 받고 고생하는 우리 농민들의 처지를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구호를 미국의 대북제재로 식량 수입이 어려운 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