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가 곧 대통령에 취임한다. ‘촛불’은 꺼지고, 이제부터 윤석열의 시간이다. 그런데 국민 지지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새 정부가 출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과연 윤석열정부의 농정은 제대로 전개될 것인가. 그의 농정 공약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약속한 것만이라도 잘 지킨다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역대 정부의 대선 농정 공약(公約)이 빈 약속(空約)으로 끝나는 것을 늘 봐왔기 때문이다.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공약했다.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조원희 : 전국 농민들이 처한 어려움 중 하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영농비 문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농사 규모, 경력 등 자기소개부터 했으면 좋겠다.김관섭 : 친환경농업을 40년째 하고 있다. 수출단지에서 벼농사를 짓다가 클레임 문제로 미국을 드나들면서 블루베리를 알게 됐다. 국내 블루베리 재배 1세대인 셈이고, 올해로 15년째 재배하고 있다. 블루베리는 8,000평, 벼 1만2,000평 규모다.주영원 : 도시에서 사진관, 작품활동 등을 하다가 2010년 귀농했다. 맨 처음 1,000평 캠벨 포도
지리산 둘레길이 이어주는 남원-함양-산청-하동-구례 5개 시·군에 장수군까지 아우르는 ‘지리산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추진을 위한 지리산권 지방의회 의장단 간담회가 지난 3월 전북 남원에서 열렸다. 하지만 지리산권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지역적 경계를 허물자는 ‘지리산공동체’를 꿈꾸며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그 지리산공동체의 일면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지리산 자락의 오일장이다.장 보따리를 바리바리 챙겨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지리산 골골 사람들이 모이는 오일장 중에 필자는 산청장(1/6), 단성장(0/5), 인월장(3/8)
다른 해 같으면 벌써 봄나물이 지천일 시기인데 2022년은 내가 기억하는 한 봄이 가장 늦게 오는 해인 것 같다. 이러다 봄이네 하다가 아니 여름인가? 뭐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장을 어슬렁거린다. 그래도 3월에서 4월로 숫자가 바뀐지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장에는 봄나물이 지천이겠지 하면서 어슬렁거린다. 그런데 이변이다. 봄나물은, 내가 보고 싶은 봄나물인 참두릅이나 개두릅은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지, 하면서 동동거리는데 눈길을 확 끄는 식재료가 있어 봄나물 따위 다 잊게
고부를 빠져나간 전봉준은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고부로 출병했다. 고부 봉기의 해산과 농민군의 출현은 사실상 동시에 진행됐다. 치밀한 사전 준비와 조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3월 20일(음력) 무장에서 기포한 농민군은 고부를 접수하고 백산에 집결하여 격문과 4대 명의를 만방에 띄워 혁명의 성격과 임무, 대상과 주체를 분명히 하고 기율을 엄정히 했다. 그들은 이제 명실상부한 동학농민혁명군, 그 수가 1만명에 달했다. 당시 농민군의 서슬 퍼런 기상이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이라는 말로 오늘에 전승되고 있다.“서면 백산, 앉으면
경남 고성이 나에게 주는 느낌은 서쪽의 전남 순천과 비슷하다. 고성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통영 가는 길에 있으며 바다와 들에 면한 곳이라 물산이 풍부한 것까지 여수 옆 순천과 닮았다. 그래서 순천을 좋아하고 자주 가는 이유와 비슷하게 고성을 사랑하고 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라도 가보는 곳이다. 특히나 경관이 빼어난 볼거리가 많은 것도 고성엘 자주 가는 이유가 된다. 순천은 KTX역이 있고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습지로 유명한 순천만, 태백산맥으로 더 많이 알려진 벌교, 일몰이 아름다운 와온해변 등이 있어 외지인들로 북적
1~2월 겨울철 정비 기간을 마친 지리산 둘레길이 3월부터 본격적인 길동무들의 발걸음으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21개 구간 총연장 295Km의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권 5개 시·군인 구례-함양-산청-하동-남원을 잇는 걷는 길로 고개를 넘어 마을과 마을을 지나고 곧장 오르지 않고 에둘러 가는 길로 들녘을 따라 삶과 노동을 만나고 마침내 자기를 만나 위안을 얻는 생명과 평화의 길이다.그리고 2019년엔 세계 최장의 야생화길로 인증을 받아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필자는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프로그램인 ‘숲샘과 함께 걷는 지리
새벽길 헤쳐가는 사람들 있어 역사는 전진한다. 여기 새벽길 홀로 걷는 이 있으니 그 이름 전봉준, 녹두장군 되시겠다. 얼마나 많은 필사의 노력이 겹겹이 쌓여 그는 혁명의 지도자로 그 이름 역사에 남기게 되었을까?역사는 우연과 필연의 열매다. 난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던 고부 농민들과 일평생 혁명을 준비해 온 전봉준의 만남이 고부 농민봉기를 여느 고을의 민란, 농민봉기와 다르게 했다.죽창을 들건 장두가 되건 피차 목숨을 거는 일, 목숨 아깝지 않은 사람 없을 터 일개 고을의 난리와 고을을 벗어난 반란은 차원이 달랐다. 생존을 위해 죽창
지리산의 골골 물들이 엄천강, 경호강, 덕천강을 지나 남강이 되고 그 강물들이 모이는 진양호, 그 진양호에서 봄의 기운을 머금은 푸른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다. 동쪽 끝 웅석봉에서부터 서쪽 노고단까지의 그 장쾌한 능선이 진양호 푸른 물빛과 깔맞춤했다. 우수 즈음, 지리산에서 만난 봄의 전령사들을 소개한다.섣달에 핀다는 납매섣달 ‘납(臘)’에 매화 ‘매(梅)’ 납매를 성철스님 생가가 있는 산청 겁외사 근처 묵곡생태숲에서 만났다. 납매는 장미과인 매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꽃받침과로 노란 꽃과 은은한 향기가 겨울에 찾아온 손님 같다고 해
순천 아랫장은 내가 가보고 기억하는 우리나라의 오일장 중 그 규모가 둘째라면 서러울 곳이다. 충분히 여유있게 시간을 내서 가지 않으면 아쉬워서 돌아오는 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을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주차장이 시장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서도 좋다. 물론 그것도 일찍 가야 주차할 공간이 있는 것이지만 화장실도 있고 카트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며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여유를 가지고 장을 둘러볼 수도 있고, 그래서 기분 나쁘지 않게 돈은 더 많이 쓰고 오게 된다. 장에 갈 땐 언제나 미리 현금을 넉넉히 챙겨 가지
역사학자 고 이이화 선생은 조선 후기 마지막 100년을 ‘민란의 시대’라 명명했다. 1811년 홍경래의 관서농민전쟁으로 서막을 열고 1862년 임술 농민봉기를 거쳐 1894년 동학농민전쟁으로 타올랐으니 민중사적 견지에서 들여다본 조선의 19세기는 온통 민중들의 변혁 열망으로 들끓었던 셈이다.1800년 정조 사후 그가 추진하던 개혁이 중단되고 극심한 세도 정치가 발호했다. 몇몇 세도가와 문벌이 조선의 모든 부와 권력을 거머쥐었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완고하게 뿌리를 내리며 나라를 좀먹고 거덜냈다. 백성들의 처지는 비참하기 짝이 없었
우리나라의 당산나무에 대한 전통은 참으로 소중하고 또 잘 이어가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이란 생각이다. 마을 초입이나 들판 가운데서 농사일에 지친 농민들에겐 새참과 휴식의 장소로,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되어주던 당산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기도 했다. 당산나무의 너른 그늘은 말 그대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긴 세월 동안 마을과 들녘을 굽어살피며 주민들의 안녕을 지켜주고 있는 지리산 자락의 그 나무 어르신들을 소개한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보았다 하는가”전북 정읍 황토현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나는 커다란 판화 앞에 오래도록 서 있다. 판화 속 농민군, 그들의 부릅뜬 눈을 본다. 내지르는 함성을 듣는다. 콩 볶듯 울리는 총소리, 지축을 흔드는 방포소리, 찢어진 깃폭, 총 맞은 까마귀, 진군의 함성과 쓰러진 이들의 통곡소리 뒤엉킨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는 내가 되어 흐른다. 판화는 우금티 전투를 형상한 것이다. 갑오년이 저물고 있었다.새해 벽두 고부 농민봉기로부터 촉발된 갑오년의 농민항쟁은 3월 봉기와 집강
눈앞의 보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가까운 곳에 있으니 언제든 갈 수 있고,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오히려 멀리 있는 오일장들이 더 근사해 보여서 내 시선은 자꾸 멀리 있는 오일장들에 멈춰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날도 춥고 백신 접종 후 체력도 급격히 떨어진 것 같고 하여 선택한 장이 남원오일장이었다. 그렇다고 처음 간 곳은 아니다. 교육이 있어 가기도 했고 아주 가끔 필요한 것들이 있어서 잠깐씩 들러보기는 했어도 이번처럼 아예 작정을 하고 장엘 나간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너무 기대치가 낮아서였는지 아무리 추워서 발이 시려도
도올 김용옥 선생과 함께 지난해 10월 26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은 12월 15일 춘천시 강원대행진을 끝으로 8개도 18개 시・군 순회를 무사히 마치고 오는 19일 서울 전국대행진을 남겨두고 있다. 우리는 대행진에서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농산어촌(‘농촌’으로 줄임) 개벽의 ‘3강 5략’(3대 강령과 5대 방략)을 제시하고 민회(民會)를 개최하여 민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실천방안을 논의했다.3강이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촌’, ‘먹을거리 위기에 대응하는 농촌’,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은 정월 초하루 설과 팔월 보름 추석이다. 남녘에서는 당연하게 휴일로 정해 온 국민이 즐거운 명절을 보낸다. 그렇다면 북녘에서는 어떻게 보낼까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북에서도 설과 추석은 국가에서 정한 법정 공휴일로 전 인민이 역시 즐거운 명절을 보낸다.설 명절에는 새해 달력 등을 선물로 학교 스승이나, 가까운 친지 등을 방문해 세배도 드리고 떡국을 나눠 먹으며 덕담을 하면서 보내고, 추석에는 조상님께 제도 올리고 분가한 형제자매가 모여 성묘도 함께 가는 등 남녘의 어느 가족과도
통영의 오일장은 중앙전통시장, 중앙활어시장, 통영활어시장이 어우러진 거대한 시장의 외곽을 둘러싸고 길가에 늘어선다. 오일장이 서지 않는 날은 물론이고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거리는 상설시장의 가장자리 도로변에서 오일마다 서는 장이 소박하기 짝이 없다.어떤 오일장은 상설시장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쯤 되면 통영의 오일장은 꽤 쓸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일장이 없어질 만도 한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신기할 정도이다. 그나마 외지에서 온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건 오일장을 따라 걷다 보면 벽화로 유명한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전국이 ‘민주화’ 열망에 휩싸였던 지난 1980년대, 제주 학생운동사에 기록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가 지난 2007년, 6월 항쟁 20주년 특별기획으로 제주의 민주화 운동을 조명했다. 민주화 운동 태동기의 내용을 기록한 기사에서 제주대학교가 ‘1985년 5월 광주학살 규명시위와 횃불시위’를 하면서 학생운동의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횃불시위의 도화선이 된 건 이보다 3개월 앞에 있었던 ‘제주대 여학생들’의 반정부투쟁이었다.제주 학생운동의 주역, 농촌으로1985년 2월 9일 ‘
사람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섭취할 권리가 있다. 유엔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제25조)과 1966년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제11조)’을 통해 ‘적절한 먹을거리(adequate food)’를 인간의 기본권리(인권)로 선언하였고, 우리나라는 국제규약에 1990년 가입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먹을거리 기본권을 보장받고 있는가.전남 해남군에서 지난 10월 26일 시작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은 지금까지 8개도 18개 시·군 가운
최근 북녘을 방문(2020년 1월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북녘 가는 길이 막히기 전)하면서 가장 바뀐 모습 중 하나가 자동차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평양 시내가 정말 한산했다. 국가의 중요 행사 중이라 차량을 통제하고, 행사장소로 이동하는 길은 특히 더 통제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평양 시내에 자동차가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그러나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평양은 자동차로 넘쳐난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자동차가 많았다. “석유 한 방울, 나사못 하나 들어오지 못하는 물 샐 틈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