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새벽부터 희옥이가 방 안팎을 수석이며 어찌나 어서 가자 보채쌌는지 필상은 여독을 풀 새도 없었다. 전주 남문밖시장에서 배를 채우고 책방거리 지물전에서 한지 한 동을 희옥이에게 지운 필상은 앞서서 흑석골을 넘었다. 기범이가 돼지 서리를 했다는 구이동을 통과할 즈음 이마를 훔치던 희옥이가 물었다.“아니 무슨 한지를 동으로 산답니까?”필상이 희옥이를 놀렸다.“장가 들더니 힘이 떨어진 게로군.”“한지가 한 동이면 자그마치 이천 장인데 용도가 궁금해 그러지요. 괘서(掛書)라도 붙이시려오?”“곤장까지 맞았다는데 다음엔 붙어야지. 그나저
발해와 통일신라시대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발해는 옛 고구려의 유민들과 말갈족의 일부를 흡수해 대조영이 세웠는데 698년의 일입니다.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했습니다. 고려 또한 고구려를 계승하고 있어 고구려와 발해, 고려는 한 통 속의 물과 같습니다. 대조영은 이렇게 말했습니다(협계태씨족보 발해국왕세략사).‘나라의 복이 길고 짧은 것은 민생의 고락에 의해 달려 있으며 민생의 고락은 전제의 균등여부에 달려있다. 오늘부터 반드시 10분의 1세제를 실시하여 밭 1부에서 곡식 3되를 받도록 할 것이며 백성들에게 3년간의 조세를 면제할 것
2023년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몇 가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전쟁의 일상화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면서 벌써 3년째로 접어든다. 그리고 미국의 지원에 힘입은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전쟁이 확장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모든 전쟁에는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중동권의 전쟁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전쟁의 참화는 참전 중인 군인들의 피해보다는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이들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참혹함을 주기에 그 어떤 경우에라도 전쟁은 즉각 중단돼야 하는 것이
이번 겨울, 감기의 유행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단순히 유행하는 것이라면 그러려니 할 텐데 올겨울 유행하는 감기, 독감 등은 잘 낫지도 않고 오래갑니다. 나았나 하면 또 걸리고, 나았나 하면 또 걸리고를 반복합니다.왜 그럴까요? 왜 이번 겨울에는 유독 감기, 독감 등 감염성 질환들이 크게 유행하는 걸까요? 그리고 잘 낫지도 않고 오랜 시일동안 고생하는 걸까요? 오늘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이번 겨울의 감염병 유행을 살펴보겠습니다.한의학에서는 감기, 독감 등을 바라볼 때 기후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과거 2,000년, 1,000년 전
1960년대 말의 어느 봄날, 서울 남산 들머리에 위치한 국민학교 교정에 끝 종이 울려 퍼진다. 6교시 수업이 파했다. 종례를 마친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경상도에서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사내아이가, 나란히 걷던 두 동무에게 다소 엉뚱한 제안을 한다.-건용아, 재도야, 오늘 저어게 남산으로 아카시아꽃 따 무러 안 갈 끼가?건용이와 재도가 얼굴을 마주 보며 한바탕 웃는다. 경부선 열차에서 막 내린 듯, 싱싱하게 굼틀거리는 전학생 아이의 사투리 억양이 재미나서 웃었으나, 그것만 우스운 것은 아니었다.-뭐라고? 아카시아꽃
70이 넘어 배우는 글모르는 글자 투성이인데일기장에 가득히 쓰여진 나의글씨를 보면 신기합니다.언제 늘었는지 가르쳐주신선생님께 늘 고맙습니다.더 배우고 싶어요!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25일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끝났다. 이성희 현 회장은 퇴임을, 당선자 강호동 신임 회장은 취임을 앞두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교체되는 이 시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퇴임공로금’이다.급여를 받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1년 이상 일을 하다 그만둘 때 퇴직금을 받는 게 제도화돼 있다. 장기근속 정년퇴직이라면 최대의 퇴직금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 그동안의 노력과 공로에 대한 보상이자 새 출발을 격려하는 의미 등이 퇴직금제도에 담겨있는 것이다.농협중앙회장은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지난 2005년 7월 농협법이 개정돼 농협
농지은행 사업은 2005년 도입된 정부의 핵심 농지관리 제도라 할 수 있다. 농지은행 제도는 농지법에 근거해 농지의 효율적 이용관리, 규모 확대, 경쟁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행되고 있다. 국가는 생산기반인 농지를 보전, 유지시켜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농민이 농지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하지만 각종 개발사업을 위한 농지전용이 만연화되고, 농사짓는 농민이 아닌 사람의 농지소유 비율은 날이 갈수록 커져 농지가 그 목적에 맞게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
한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농업부문은 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하락한다. 일종의 시장경제 법칙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생산요소들은 생산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동일한 투입량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토지도, 노동도, 자본도 생산성이 낮은 농업부문에서 벗어나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제조업으로, 서비스업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게 된다.1970년대 말 시작된 개혁개방의 대전환을 통해 중국이 거둔 경제성장 실적은 우리가 받았던 성장의 기적이라는 칭송을 뛰어넘는다
멀리까지 내다보고 깊게 생각하는 것과 흐린 정신으로 가볍게 움직이는 것, 두 종류의 태도가 있다. 자녀에게 심모원려(深謀遠慮)와 경거망동(輕擧妄動) 중 무엇을 가르쳐야 하냐고 부모에게 묻는다면, 당연히 심모원려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가르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아파트나 주식의 가격 상승과 하락에 일희일비하고, 플랫폼에 막 도착한 출근길 전차를 놓치지 않으려 달음박질치고, 어느 학원 선생이 요령 있게 가르치더라는 동네 엄마들 단톡방 정보를 확인하느라 발품 파는 게 대도시 학부모의 삶이다. 멀리 보고 깊게 생각하고
옥문을 넘어가자 나장들이 오라를 감고 둘을 동헌 마당에 끌어냈다. 동헌 마루 의자 위에 관복을 갖춘 현감이 앉아 있었으며 토방에는 서리들이 도열하고 마당 가운데엔 십자형틀이 갖춰져 있었다. 풍신은 좋지 않지만 현감은 수염이 가지런하고 앉은 자세가 곧았다. 한미한 고을에서 세월을 보내다 내직으로 올라가면 최선이지만 뇌물을 바친 어느 놈이 꿰차고 올지 모르니 현감이라도 그는 파리 목숨이었다. 책상에 놓인 다른 지역의 첩보와 관찰사의 지시사항을 내려다보던 현감이 물었다.“어느 쪽이 김기범인가?”“제가 김기범입니다.”“금번 향시에서 소요를
2023년은 모처럼 태풍이 없는 해다. 8월 말과 10월 초 사이 제주와 일본 사이를 지나는 태풍은 평균 3회 정도인데 몇 년 만에 태풍 없는 해를 맞이했었다. 거대한 바람과 쇠못 같은 폭우를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은 그 위력을 실감하지 못한다. 남한 인구의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과 경기 일원, 그리고 서해안 쪽은 태풍의 경로가 아니며, 제주와 남해안을 거친 태풍은 대지와 만나면서 그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한반도 중반부에 이르게 되면 위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평생 태풍의 비와 바람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
지난번 칼럼에서 뇌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이 바로 ‘새로운 것 배우기’와 ‘사회적 교류 확대’라고 했습니다. 이것들을 행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고 뇌에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가 아닌 건강을 증진시키는 스트레스, 즉 ‘호르메시스’로 작용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그렇다면 뇌건강을 위해 더 필요한 것들은 없을까요? 우선 운동이 되겠습니다. 운동은 얼핏 근력 등 육체적인 건강을 위한 인위적 스트레스처럼 보이지만 운동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육체를 넘어 정신적인 각성효과를 가져오
-음반을 내겠다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하기야…이다음에 늙어서 ‘나는 쇼단의 무용수였다’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가수였다’고 기억하는 게 낫겠지. 그럼 ‘기념 판’으로 몇 장만 내자.-나한테 필요한 것은 노후의 추억거리가 아니에요. 여러 말 말고 곡을 받아서 일단 취입만 하게 해줘요. 레코드 회사를 섭외하는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허허, 참. 당신 나이가 서른일곱이야. 팔팔한 젊은 애들이 수두룩한데 어느 회사에서 당신을 신인가수라고 레코드 만들어서 홍보해 주겠어?-당신, 내 꿈이 가수라는 것 잘 알잖아요. 그리고 내 고집이 얼
모르던 핸드폰 문자 보내기 배우니좋다. 신기하고 재미있다.답장이 오면 더 좋다.나도 너에게 가르쳐줄 수 있어서 좋다.이래서 배우나 보다!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전국 화훼농가들이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수입꽃은 이미 차고 넘칠 만큼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소비심리마저 위축돼 화훼농가들의 위기감이 고조돼 있는 상황인데, 화훼 수출 강국 에콰도르에까지 꽃시장을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지난해 10월 SECA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훼농가들은 해를 넘겨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협상 타결 당시 나온 자료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에콰도르에 ‘자동차 수출’이 유리한 반면 ‘농산물 시장’은 불리하다는 전망이다. 에콰도르산 바나나라든가 절화류 특히 장미와
새로운 농협중앙회장이 선출됐다. 농협은 농업협동조합의 줄임말로 농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통해 농민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 도모를 위해 설립된 농업분야 대표 조직이다. 농협은 농업·농촌에 가장 중요한 조직이지만 농협을 평가하는 농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바로 협동조합의 의미를 퇴색시켰기 때문이다. 경쟁과 효율,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장도 정부도 아닌 제3의 영역, 바로 사회적경제의 한 부분이 협동조합인 것이다. 협동조합을 주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의미와 그 가치를 다시금
올해 초부터 북한은 평양과 지방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지방 경제 개선 대책,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 인민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다.이후 지난달 23~24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