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이른 새벽부터 내린 비는 어느새 장대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회용 우비를 입었건만 지속된 장대비에 상·하의 모두 속절없이 젖어들어 축축했다.지난 14일 복숭아 주산지 중 한 곳인 경북 영천시 금호읍 냉천리에선 복숭아 수확이 한창이었다. 옷이 젖든 말든 개의치 않던 농민들은 “복숭아는 비가 쏟아져도 때가 되면 따야 한다”며 7~8년생 복숭아나무가 수두룩한 과수원 속으로 스며들었다.이날 수확에 나선 복숭아는 백도였다. 잎이 무성한 나무엔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복숭아가 빗물을 머금고 매달려 있었다. 탐스럽게 익어 빨간빛이 살짝 감도는 복숭아를 흠이 나지 않게 돌려 땄다. 손에 잡힌 복숭아는 제법 묵직했다.“아무래도 비가 오면 해가 날 때보단 당도가 떨어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16일 충북에 쏟아진 폭우로 청주를 비롯한 증평, 괴산 등 도내 대부분 지역의 주택과 농경지 등이 침수·매몰·유실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청주의 경우 평균 290.2mm, 시간당 최고 102mm의 비가 쏟아져 지난 19일 기준 집계된 피해상황은 농작물 2,608ha, 유실·매몰 농경지 223ha로 피해액 규모는 13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정밀조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어 피해규모는 증가될 전망이다.상당구 미원면 운암리의 농민 김용배(66)씨는 3년 전 심은 인삼의 수확을 1년 앞두고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4,000평의 인삼밭 중 3,000평이 침수, 나머지 중 700평은 유실·매몰됐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농민들, 여명과 동시에 옥수수밭으로가뭄 이겨낸 결실, 고스란히 옥수수에여기가 옥수수밭이구나, 분간이 겨우 될 만큼 여명이 밝아오자 키 큰 옥수수밭 속으로 농민들이 하나 둘 숨어든다. 잠시 후 낫질하는 소리와 더불어 2미터 남짓 훌쩍 큰 옥수수 대가 여기저기서 흔들리며 적막한 새벽을 깨우듯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다.잘 여문, 단 한 개의 옥수수를 수확한 뒤 옥수수 대의 밑동을 잘라 밭 사이로 길을 연다. 농민들이 지나는 밭고랑 사이로 옥수수 대가 수북이 쌓이고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노란 포대에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옥수수가 차곡차곡 담긴다.지난 10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 구월리의 한 옥수수밭, 약 1,500평 남짓 되는 밭에서 서동준(57)·오주연(5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5월 한 달 간 태백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14.4mm에 불과했다. 극심한 가뭄 탓에 농민들은 쾌청한 맑은 하늘을 보며 원망을 쏟아내야 했다. 절대적인 강수량 부족은 5월 하순부터 시작된 매봉산 고랭지배추단지의 배추 정식에 크나큰 악재였다.국내 최대 여름배추 산지인 매봉산 배추단지에서 8월 출하를 기약하기 위해선 모종 심기는 6월 하순 전에 마무리돼야 한다. 해발 1,100m에서 1,300m를 아우르는 고산지대이기에 냉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심는 시기를 더 늦출 수도 없다.지난 12일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매봉산 고랭지배추단지에서 만난 농민들은 정식 초기 2주가 전쟁 같은 일상의 연속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배추 모종이 밭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급수차를 이용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해충‘특수’보호복을 입었건만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귓가에 맴돌던 ‘앵앵’ 거리는 소리가 데시벨을 높여 ‘웅웅’ 울리기 시작하자 이미 경직된 몸에선 바짝 식은땀마저 난다. 지난 16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건동리의 한 야산, 꽃 피는 봄이 한풀 꺾일 무렵 올해 첫 아카시아 꿀 수확을 시작한 주영승(79)씨를 따라 나선 길이 시작부터 험하다.솔가지를 태운 훈연기를 뿌리며 벌통 뚜껑을 열고 부직포로 된 보온덮개를 젖히자 소비(벌통에 들어있는 나무틀로 벌들이 벌집을 짓는다) 여러 개가 눈에 띈다. 주씨가 이 중 하나를 꺼내 들자 소비 가득 벌 수백 마리가 군집을 이뤄 무수하게 들러붙어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얌전(?)했던 벌들이 주씨가 그간 생성된 꿀을 확인하기 위해 소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풍년 농사도 좋지만 무엇보다 나라에서 잘해서 쌀값이 좀 오르면 바랄게 없지. 해마다 쌀값 하락 소식만 들리니 우리야 뭐, 그게 걱정이지. 이게 천직이라 농사야 열심히 짓는다고 하지만…. 제발 올해는 나라가 잘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우리도 살지. 모든 물가는 오르는데 늘 쌀값만 떨어지니 거 참, 가을에 쌀값이 없으면 그것만큼 허탈한 게 없어.”봄이다. 어김없이 볍씨를 뿌린다. 상토를 한다. 바닥을 가지런히 편 논에 모판을 놓는다. 볍씨가 뜨지 않도록 모판을 꾹꾹 밟는다. 촘촘히 하우스 대를 세우고 비닐을 친다. 삽으로 흙을 퍼 비닐을 고정시킨다. 논 옆 관정에서 지하수를 끌어 올려 물을 댄다. 마을 선후배 10여명이 모여 반나절 가까이 울력을 한 끝에 못자리를 마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고무벨트가 닳고 닳은 경운기, 엔진 카브레타가 고장 난 관리기, 시동이 걸리지 않는 엔진톱, 조향장치에 문제가 생긴 트랙터까지…. 지난 14일 강원도 홍천군 남면 신대1리 경로당 앞마당은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고장 난 농기계를 갖고 삼삼오오 모인 농민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이날은 홍천군 농업기술센터 주관으로 ‘2017 농기계 순회 정비교육’이 있는 날. 농업기술센터 직원과 제11기계화보병사단 정비대대 소속 군인들은 농민들이 가져 온 농기계의 상태를 우선 확인한 후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듯 농민과 함께 정비를 시작했다. 경찰은 교육 사이의 짬을 이용해 국도 야간통행에 대한 안전교육과 함께 각종 농기계에 붙일 교통반사판을 나눠주기도 했다.홍천군은 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상쇠의 신명나는 꽹과리를 앞세운 농악대가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풍물을 울린다. 적막했던 마을에 활기가 돌자 문 턱 낮은 담장 밖으로 나선 마을 주민들이 함박 웃는 낯으로 농악대를 맞이한다. 덩실덩실 추는 어깨춤도 풍악에 맞춰 저절로 들썩인다.정월대보름이던 지난 11일,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두지마을(전북 순창군 풍산면)에 모처럼 활기가 솟는다. 지신밟기에 이은 달집태우기, 쥐불놀이까지 정월대보름을 맞아 열린 마을 공동행사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나서 가가호호의 안녕을 빈다.보름달을 맞이하며 달집을 태우기 전 올린 고사에 쓰인 제문엔 마을의 안녕과 가족의 행복, 풍년 농사와 통일 염원, 혼란스런 나라 걱정까지 모두 담겨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첫새벽의 짙은 어둠을 뚫고 한 줄기의 빛이 오래된 건물 창밖으로 희뿌옇게 새어나온다.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느껴지는 ‘모시 송편 판매’가 붙여진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할머니가 전열기의 빨간 불빛 앞에서 추위에 언 몸을 녹이고 있다. 할머니 주위로는 갖가지 떡을 찧기 위한 재료들, 쌀, 콩, 쑥 등이 가공해야 할 날짜들이 적힌 종이쪽지와 함께 마대에 담겨 옹기종기 모여 있다. 며칠 전부터 들어온 주문들이다.갑작스레 한파가 찾아온 지난 11일 먼동이 터 올 즈음 능파방앗간(전남 곡성군 석곡면) 주인 강칠수(59)·정명자(55) 부부와 정봉덕(86) 할머니가 문을 열고 방앗간으로 들어온다. “아따, 벌써 오시었소.” “잉, 폴짝 왔지.” “밥은 먹었고.” 서로의 안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막히면 뚫었다. 경찰은 철저하게 막았고 농민은 처절하게 뚫었다. 기어이 트랙터를 밀고 온 힘은 농민의 결연한 의지였다.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결국, 트랙터는 여의대로를 질주해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했다.해남과 진주에서 출발한 트랙터가 약 한 달의 시간을 거쳐 상경하는 사이 국민들은 200만 촛불의 힘으로 정치권을 압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심판대에 세웠다. 국회는 탄핵안 가결로 국민들의 바람에 부응했다.이에 더해 농민들은 ‘2016 새나라 건설 폐정개혁안’을 선포했다. 탄핵안 가결이 끝이 아니라 새 세상을 위한 첫 주춧돌에 지나지 않음을 밝힌 것이다.거리를 질주하는 트랙터에서 펄럭이던 검은 깃발 속 그 이름, ‘전봉준투쟁단’의 치열했던 ‘아스팔트 농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남도에 머문 가을 하늘은 가슴 시리도록 맑았다. 구름 한 점 없이 시퍼런 하늘을 배경으로 주민들이 부춘마을 어귀에 내건 현수막이 스치는 바람에 펄럭였다. ‘의로운 사람 헌신하는 삶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지난 2일 전남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 고 백남기 농민의 밀밭은 오래간만에 생기가 돌았다. 지난 6월 생전의 그가 뿌리고 간 밀을 수확한 뒤 관심 둘 이 없어 발길이 뜸해진 밀밭을 로터리 치고, 퇴비와 유박, 비료 등을 뿌리는 후배 농민들의 일손이 아침나절부터 부산스럽게 이어졌다.지난해 고인의 쾌유를 기원하며 내건 빛바랜 현수막 옆엔 ‘이제 우리밀은 저희들이 책임 지겠습니다’라고 적힌 새로운 현수막이 가을 햇살을 머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마을회관 앞 정자에 걸터앉았다. 잘 여문 나락을 말끔히 거둬들이는 콤바인을 지켜보며 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다른 한 손으론 이마에 맺힌 땀을 훑어 내렸다. 잠시 숨 좀 돌리는가 싶더니 콤바인이 드나드는 자리에서 베어 낸 나락을 한 곳으로 모았다. 탈곡한 벼로 가득 찬 콤바인이 경적을 울리며 논을 가로지를 때면 트럭 적재함 위로 올라가 톤백의 귀퉁이를 잡고 대기했다. 콤바인이 낟알을 쏟아내며 일으키는 먼지를 그는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얼굴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분명 땀일진대 눈물처럼 보였다. 농군으로 살아온 세월이 켜켜이 쌓인 주름, 구릿빛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는 그의 땀이 눈가에 잠시 맺혔다. 톤백에 쌓이는 나락을 보며 누군가 건넨 “사진 원 없이 찍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말이 없었다. 침묵이 무거웠다. 울분, 탄식, 체념이었을까. 굳게 닫힌 입이 열렸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합니까.” 보름 후면 걷이할 나락이었다. 흔히 하는 말로 이런 풍년이 없었고 보는 이마다 “나락 참 실하네” 한마디씩 거든 논이었다.황금물결이 이는 논으로 쇠스랑을 건 트랙터가 굉음을 울리며 진입했다. 벼 이삭은 나락보다 큰 바퀴에 속절없이 쓰러지고 짓밟혔다. 물이 덜 빠져 아직 굳지 못한 논의 진흙 사이로 나락이 파묻혔다. 시퍼런 하늘, 금빛 벼, 가을하면 떠올리는 천연의 빛깔 속에 이질적인 잿빛 진흙이 살풍경스러운 모습만큼이나 도드라졌다.논엔 ‘쌀 대란 대책없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정부는 재고미 종합대책을 마련하라’, ‘쌀 수입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성밖숲 한 편에 1000여개의 의자가 오와 열을 맞춰 일렬로 놓여 있었다. 빈 의자에 순번을 지정받은 성주군민들이 하나둘 들어와 앉았다. 삭발희망자였다. 정부의 일방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자발적으로 삭발을 신청한 군민들이 지난 15일 경북 성주의 성스러운 장소, 성밖숲으로 모여 들었다.앞서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는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사드철회 평화촉구 결의대회’와 함께 군민들의 평화의지를 담아 8·15명의 삭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체 삭발을 위해 성주와 대구의 미용사 80여명이 스스로 손을 보탰다.삭발이 시작됐다. 검거나 혹은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발밑으로 떨어졌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땀과 눈
오전 7시하우스 문을 연다. 밤새 또 알알이 익었을 포도만의 달달한 향이 훅, 코끝을 스친다. 혹여 새들이 들어와 수확할 포도에 생채기나 내지 않았을지, 새몰이를 위해 하우스 철골을 툭툭 치며 소리를 울리니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이 조용하다. 안심이다. 잠시 긴장했던 마음을 달래고 본격적인 포도 수확에 나선다. 오전 8시지난 11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 정장리에서 20여 년 가까이 포도농사에 매진해 온 변인기(57)·정영순(57) 부부의 일손이 거침없이 바쁘다. 비가림 포도재배시설의 경우, 이달 하순경에나 포도 수확이 가능하지만 가온을 꾸준히 해 온 하우스포도는 이제 막 출하가 시작됐다. 수확은 아내인 정씨, 선별은 남편인 변씨의 몫. 주로 부부끼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바다와 맞닿은 비탈진 밭이 끝없이 펼쳐진 곳, 밭과 밭이 만나 이루는 완만한 곡선이 꼭 야트막한 산 능선처럼 이어진 곳에 농민들이 점점이 서 있다.농민들의 노동의 흔적이 오롯이 남은 자리엔 빨간 망들이 촘촘히 놓여 멀리서 보기엔 빨간색 대형 그물을 밭 전체에 펼쳐놓은 것 같다. 흔히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지난 14일 우리나라 양파 주산지 중 한 곳인 전남 무안군 현경면 일대는 막바지 양파 수확에 온 고장이 부산했다. 현경면을 가로지르는 2차선 국도엔 빨간 양파 망을 가득 실은 트럭이 수매장 또는 판매처를 향해 쉴 새 없이 오갔고 국도변 갓길에는 막 수확한 양파를 직접 팔기 위해 농민들이 세운 ‘점방’ 또한 군데군데 설치돼 있었다.운전을 하며 시선이 가닿는 곳 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비포장 농로를 따라 트랙터가 굉음을 울리며 달리자 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트랙터 후미에 달린 트레일러엔 수십여 개에 달하는 모판이 오와 열을 맞춰 촘촘히 쌓여있다. 볍씨에서 터 손 한 뼘만큼이나 자란 모가 얕은 진동에도 바람에 일렁이듯 흔들린다.모 심을 논에 오니 아직 이앙기가 도착 안했다. 3,0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구입한 이앙기에 말썽이 생겨 농기계 수리센터에 맡긴 게 오전, 모내기철에 이앙기가 말썽이니 속이 그만큼 더 탄다. 먹구름 잔뜩 찌푸린 날씨에 저녁부터 내린다는 비마저 흩뿌리니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부담에 마음만 더 초조하다.이윽고 수리센터 직원이 이앙기를 싣고 오자 잠시 시운전을 한 뒤 모내기에 나선다. 6조식 이앙기에 모판과 비료를 싣고 직사각형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볍씨 살포기의 전원을 켰다. 한 쪽에서 빈 모판을 놓자 궤도를 따라 이동하며 상토가 채워졌다. 그 위에 철원의 밥맛 좋기로 유명한 ‘오대’ 품종의 볍씨가 촘촘히 살포됐다. 볍씨가 드러나지 않도록 상토를 다시 덮은 모판이 다른 한 쪽으로 나오자 농민들은 손수레를 이용해 모판을 하우스로 옮겼다.이미 하우스 안에선 예닐곱 명의 여성농민들이 모판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여성농민들은 손수레에 실려 온 모판을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하우스 바닥에 놓았다. 100평에 달하는 하우스 안에 약 1,500개의 모판이 빼곡하게 놓이자 바로 옆 동 하우스에서도 같은 작업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됐다. 흔히 말하는 ‘하우스 못자리’였다. 이날 못자리에 나선 박호일씨는 “하우스 한 동당 2만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더디 올 듯 했던 봄이 시나브로 왔다. 겨울의 황량한 때를 씻어내기엔 아직 이르건만 하우스 문을 열고 마주하는 풍경이 ‘봄봄’ 한다. 알싸하고 향긋한 달래 향이 코끝을 자극하더니 이내 입가에 침이 고인다. 냉이와 더불어 봄이 옴을 알리는 대표적 봄나물, 달래. 겨우내 양분을 머금고 있다가 연녹색 줄기를 흙속에서부터 밀어 올린 달래에 봄의 기운이 한껏 스며든다.지난 15일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달래 캐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방석에 앉은 여성농민들은 고명딸의 머리카락을 빗질하듯 달래 줄기를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모으며 다듬더니 호미 대신 세발 쇠스랑을 이용해 달래를 뿌리째 큰 덩이로 캔다.이어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살살 흔들며 뿌리에 붙은 잔흙을 털어낸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그는 자신을 천생 노동자라고 밝혔다. 구두닦이로 시작해 보일러공으로 60여년 가까이를 기름밥 먹으며 노동자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지난 11일부터 걷고 있다. 전남 보성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는 16박 17일간의 도보순례 전 일정에 동참하고자 가야할 길을 되돌아 서울에서 보성으로 내려왔다.올해 나이 여든하나, 최종대 할아버지. 지난 17일 그는 전북 김제시 금산면사무소에서 전주시 풍남문으로 향하는 1번 국도를 걷고 있었다. 도보순례단의 최고령자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이 새겨진 연두색 조끼를 입고 행진 대열 선두에 선 그는 정면을 응시한 채 묵묵히 걸었다. 시선이 가 닿은 정면엔 백남기 농민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이 선두 방송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