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사흘 전 갈아엎은 하우스의 흙은 푸석하게 메말라 있었다. 서로 엉키며 짓이겨진 참나물 줄기가 잘게 부서진 토양 사이로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도 안성에서 친환경 참나물 농사를 짓고 있는 남건우(40)씨는 수확 적기를 넘겨 웃자란 참나물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3월에서 4월로 개교가 거듭 미뤄지며 학교급식이 중단된 지 꼭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수확하는 참나물 전량을 서울과 경기도의 학교급식 식재료로 공급해왔던 남씨도 코로나19의 여파를 빗겨갈 순 없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으로 프리지아 2상자를 보냈다. 곧 꽃을 피울, 봉오리가 꽉 찬 프리지아였다. 특품이라 내심 좋은 가격을 기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유찰이었다. ‘A0580-01 프리지아 골드리치 특3 1상자 150속 유찰’ 이날 새벽 장광희(73)씨에게 전달된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무심하게도 낙찰가가 아닌 유찰 결과를 몇 마디의 단어로 알려주고 있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후폭풍이 무섭다. 정치, 사회, 경제 전 분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800평 남짓 하우스에 들어섰다. 보기에도 묵직한 천혜향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수두룩하다. 열매를 맺은 나뭇가지가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파란색 노끈으로 여러 갈래를 묶어 천장에 매단 모습이 꽤 이채롭다.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법한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열매를 따는 여성농민들의 모습이 언뜻 눈에 비친다. 무수히 많은 나뭇가지에서 천혜향을 따 손질하는 손길이 능숙하다. 농민들이 서 있는 자리마다, 또 지나간 자리마다 빨간 바구니 가득 천혜향이 담겨 있다.이를 손수레에 3~4개씩 담아 포장대로 옮기는 건 남자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없다. 계사 특유의 악취도, 대규모 산란을 위한 공장식 케이지도, 가온이나 점등을 위한 전기시설까지. 서천마산협동조합 자연양계 농장 중 한 곳인 벽오리농장은 일반 산란계 농장과 사뭇 달랐다.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6일 충남 서천군 마산면 벽오리농장을 찾았다.닭의 습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연양계, 그 법칙에 따라 만든 계사는 사방이 막힘없이 뚫려 있었다. 암탉과 수탉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계사 바닥은 발효 황토와 짚으로 만들어 폭신했다. 닭들이 자유로이 올라 홰를 칠 수 있는 횟대도 충분했고 암탉을 위한 산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사상은 뿌리 깊게 표현은 낮고 얕게 연대는 넓고 넓게 실천은 무궁토록!눈시울이 붉어졌다. 추모영상 속 고인의 사자후 같았던 육성이 밤하늘에 울려 퍼지자 흐느낌이 이어졌다.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밤을 가득 메운 인파는 생전의 그의 모습을 놓칠세라 몸짓 하나, 말 한마디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고인이 좋아했던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 ‘섬마을선생님’을 같이 불렀다. 고인이 남긴 저 말을 곱씹으며 “의장님의 뜻에 따라 살겠다”고 눈물을 삼키는 이가 부지기수였다.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건조장에 들어서니 감 특유의 단내가 ‘훅’ 코끝에 스친다. 아침 햇살을 받아 도드라지는 주황 감빛은 눈이 부실 정도다. 늦가을을 지나며 알록달록 산하를 물들어가는 단풍만큼이나 색이 부드럽고 곱다. 이미 건조장엔 24만여 개의 감이 빽빽하게 매달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감 타래마다 달린 감만 해도 수십여 개다. 감을 깎고 매다는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 4일 전국 최대 곶감 생산지인 경북 상주를 찾았다.올해로 감 농사만 9년째, 이날 만난 전성도(55, 내서면 신촌리)씨는 중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논 일 중에 제일 된 일이 쓰러진 나락 세우는 일이여. 남편은 진즉 가 불었고 애가 타서 (혼자) 며칠을 세웠네. 저그가 지리산 노고단이여. 아래 태풍 때 센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 갖고 바람 간 길에 (있는 건) 다 쓰러졌어. 살다 살다 이런 태풍은 처음이라. 무서워서 집에서도 못 나왔당게. 세우기라도 했으니 이 정도여. 안 세운 건 나락이 시커매. 잘 말려도 그란께.”세 번째 태풍 ‘미탁’이 몰고 온 바람은 온 사방 논을 들쑤시고 지나갔다. 나락은 헝클어진 머리카락 마냥 뒤엉켜 논바닥에 드러누웠다. 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이대희(35)씨가 나무에서 갓 딴 오미자 열매를 성큼 내밀었다. “일단 먹어보세요. 정신이 번쩍 날겁니다.” 맛보기 전까진 무슨 말인지 몰랐다. 손바닥에 놓인 울긋불긋한 오미자 열매를 한 번에 입속에 털어 넣고 씹기 시작했다.강렬한 신맛이 압권이었다. 머리털까지 쭈뼛 서는 느낌에 이어 몸에 따스한 기운이 돈다할까, 장시간 운전에 잠시 흐트러진 정신이 또렷해질 정도였다. 그 맛에 염치불구하고 하나 더 얻어먹었다. 신맛은 여전히 강렬했다.무더운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오미자 수확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8월, 도심 아스팔트를 달군 폭염은 뜨거웠다. 허나, 통일을 열망하는 농민 일꾼들은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서울 곳곳을 누비며 통일세상을 앞당기기 위한 활동에 온갖 열정을 쏟아냈다.최북단 강원도에서 최남단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모인 농민통일선봉대 30여명은 지난 13일 ‘친일 매국 자유한국당 해체 결의대회’를 열며 본격적인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14일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앞에서 ‘한미군사훈련 중단 및 한미동맹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데 이어 ‘1,400차 수요집회 및 세계 위안부 기림일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경매장 전면에 마련된 전광판에 농민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마늘 경락가가 게시됐다. 대서종 마늘 상품 1kg 1,650원. 중품과 하품은 1,300원선을 밑돌았다. 이날도 마늘 가격은 1,000원대에 머물렀다. kg당 2,300원의 정부수매가가 발표됐지만 경락가는 좀체 오를 기미가 없었다. 마늘 시세는 벽에 못 박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차곡차곡 쌓인, 마늘 20kg가 담긴 붉은 망에 기대어 경락가를 지켜보던 한 농민이 주름이 도드라진 두 손으로 맨 얼굴을 쓸어내렸다. 경매장 밖으로 발길을 옮겼다. 옷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양파 수확이 끝난 비탈진 밭에서 한 농민이 비닐을 갈무리하고 있다. 비닐을 뒤덮고 있던 황토빛 먼지가 바람에 풀썩인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고랑엔 주변 지인들과 나눠 먹을 양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먼지 범벅이던 비닐을 걷어 옆에 두고 밭에 털썩 앉아 담뱃불을 붙인다. 내뿜는 게 연기인지 한숨인지 모를 찰나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윽고 말을 뗐다. “허 참, 양파 농사 잘 지어갖고 거지돼야 부렀어.”중만생종 양파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1일 전남 무안군 현경면 들녘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동이 트고 먼 산 위로 하늘이 붉게 밝아올 즈음, 한 하우스에 들어섰다. 하우스 양쪽 통로를 사이에 둔 세 고랑엔 다양한 크기의 아스파라거스가 ‘우후죽순’ 솟아 있었다. 손 한 뼘 크기보다 훌쩍 큰 아스파라거스도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이승열(65)·이기순(60) 부부는 이미 하우스 한 동의 끝 지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내인 이씨는 갓 수확한 아스파라거스를 군데군데 모아 놓았고 남편인 이씨는 손수레를 끌며 수확과 동시에 아내가 꺾어 놓은 아스파라거스를 손수레에 차곡차곡 담았다.분명 어제도 70kg에 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