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과 쌓인 것들이 미래 사회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믿는 현대인은 드물다. 미래는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 아니라 개발하고 생산해야 할 제품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농업의 미래’라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열심이다. 그러나 명확한 선분과 정교한 곡선으로 그려낸 설계 도면에 맞추어 미래를 생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몇 가지 숫자와 그럴싸한 짐작으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가 그려낸 미래 농업의 이미지가 허술한 상상에 불과하다며 도외시할 수만은 없다. 조금만 덧칠하고
오늘날 우리는 ‘3고(三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서 삼고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을 말한다.그렇다면 혹시 ‘3무(三無)’의 어려움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귀농·귀촌한 청년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삼무의 어려움이라고 한다. 무자본, 무기술, 무연고의 삼무다. 기존의 농민조차도 정상적인 농업경영이 어려워지는 현실인데 삼무 상태인 청년 귀농·귀촌인의 어려움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그런데,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심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의미의 삼무만이 아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이 없고(無농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한우산업기본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12월 홍문표 의원을 중심으로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한우산업 경쟁력 강화 및 한우 가격의 안정적 도모, 5년마다 한우산업 발전 종합계획 수립, 한우수급 상황을 고려한 적정 사육두수 규모 관리 및 한우산업발전협의회 설치, 수급 조절 목적 도축 및 출하 장려금 지급, 한우산업 경영으로 인한 일정 부채 농가에 대한 경영개선 자금지원, 한우의 품질개선 및 유통 활성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 한우의 수출 진흥 사업 추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인간에게 위안을 선사하지만 급작스런 이상기후로 커다란 시련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 시련이 훌훌 털고 일어날 정도로 경미할 때도 있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농사의 반은 하늘이 짓는다는 말처럼 농업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농민들은 그 누구보다도 일기예보를 발 빠르게 접하고 민첩하게 대비하지만 재해를 막지는 못했다.올해 1월 유난히도 추웠던 제주도는 폭설과 한파로 농작물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제주도의 농작물 재해피해는 역대 발생한 피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질 만큼 제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 동원에 관한 일본 사과와 전범 기업의 배상 관련 내용을 다룬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했고 제3자 변제를 하겠다며 일본에 걱정 말라고 했다.또한 교토 통신에서는 일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과 독도문제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이 되레 윤석열 대통령을 걱정해줬다고 한다.한나라의 대통령이 제 나라 국민의 피해는 나 몰라라 하고
지난해 대표적인 소멸 위험 지자체로 알려진 지역에서 열린 큰 행사에 참여하던 중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 몇 년 사이 인근 시·군을 오가는 시외버스 노선이 거의 없어져 서울과 지역 대도시를 오가는 버스가 몇 대 있는 정도였다. 이용자는 노인이나 학생 몇 명이 고작이었다. 지방소멸의 실상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대개 지방소멸의 원인을 저출산-고령화라고 한다. 맞다. 하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결국 농지문제가 있다. 농지소멸-농민소멸-농촌소멸-농업소멸-지방소멸은 ‘3농’문제-환경문제-도시문제-식량주
3월, 겨울 방학을 끝내고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들도 개학을 맞이했다. 검은색의 겨울 점퍼가 얇은 코트로 바뀌고 화사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두운 경기 전망 속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로 봄의 따스함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봄과 함께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억눌려있던 마음도 여러 어려움도 훨훨 날아갈 만큼 가벼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끝이 나면서 농민들의 몸과 마음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못자리를 준비하는 분주함에 밭 갈기, 마늘과 양파 웃거름 주기에 하루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하지만 여성농민들은 조합장 선거에 관심도가 떨어진다.왜 그럴까?여성농민들은 우선 조합원 가입부터 쉽지 않다. 복수조합원제가 1994년 도입·시행됐지만 여전히 여성조합원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전체 조합원 211만3,437명 중 여성조합원은 33.9%에 불과하다. 농업협동조합법에는 1구좌 5,000원씩 20구좌 이상이면 복수조합원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하지만 지역농협으로 내려오면 지역농협 정관에 의해서 평균 출자금 이상을 내야 한다는 조항과 가구원 수
3월 8일이 농협조합장 선거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시간이 흐르는 것을 깜박했다. 농협 조합장을 했던 사람으로서 너무한 거 아니냐는 주변의 핀잔을 받으며 선거를 앞두고 입장표명(?)을 요구받고 있지만 아직은 묵묵히 있다.필자는 2010년 2월, 조합장에 당선됐고, 5년 5일의 임기를 마친 뒤 처음으로 시행한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2015년 3월)에 출마하지 않았다. 스스로 평가에 지나치게 너그러운 것인지는 몰라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당시 농협의 처지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거의 목표치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다소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정과제에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을 내걸고 있다.목표는 기초 식량 중심으로 자급률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확보해 식량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농업직불금 확대와 위험 관리체계 구축으로 농가 경영안정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밀·콩 전문 생산단지 및 전용 비축시설을 만들고 공공비축의 단계적 확대와 우량농지 보전, 지원 강화 등 기초 식량 자급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비상시 해외 곡물 국내 반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고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소가 위치한 용산은 요즘 핫플(핫플레이스의 줄인말)이라 불리는 곳이다. 주변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새로 들어선 가게 앞에서 환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면용 기기 등을 판매하던 허름한 건물이 이제는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핫플 카페가 됐다.핫플에서 볼 수 있는 먹거리도 변화의 중심에 있다. 김치찌개, 순댓국, 백반 등과 같은 종류에서 이제는 베트남, 태국, 멕시코 음식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늘어났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인스타그램,
기후위기를 가장 구체적으로 체감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해안지역 주민이나,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민, 폭염이나 폭우를 직접 대하며 사는 도시민일까? 어쩌면 태백산맥 주변 지역에서 고랭지 채소 농사를 지어 온 농민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보통 표고 600~1,200m 주변에 형성되는 고랭지는 봄이 짧고 냉해가 자주 발생한다. 여름에도 서늘해서 봄배추 재배가 가능하지만 수년 전부터는 고랭지 배추 재배가 잘 안 되고 있다.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기후온난화 때문이다. 재배가 되긴 하지만 각종 병해와 폭염, 가뭄, 장마 등에 시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