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1999년 가을 어느 날, 전북 정읍시 정우면 농민회 회의실에서 면장, 시의원 등 면내 기관장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우면여성농민회 창립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의 첫 순서로 이날 참석한 여성농민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여성농민가를 합창했다.참세상 농민세상 일구어 가는우리는 땅의 사람 당당한 여성이다까만 얼굴 짧은 머리 굵은 손마디억센 가슴에 해방을 심는 세상의 어머니다흙가슴 열고 일어서는 여성 농민, 농민이다세상이 우리더러 뭐라고 해도우리는 땅의 사람 시작이고 끝이다자식치고 곡식치는 땅의 어머니저 억센 땅에 씨를 뿌리는 세상의 젖줄이다흙가슴 열고 일어서는 여성 농민, 농민이다노래를 부르
아이들이 크면서 중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자 고송자씨는 어떻게 하면 애들을 도시 학교로 보낼까, 광주에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해 보자는 생각으로 고추를 많이 심었다. 그런데 고추값이 폭락했다. 근당 100원~200원,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받게 된 것이다.고추농사 망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흉흉하던 차에 농협에서 전량수매를 하겠다면서 조사를 해갔다. 그런데 배정된 수매물량은 달랑 20근뿐. 소문에 의하면 빽 있는 사람은 전량수매를 했단다. 동네 이장은 밤중에 차를 대고 고추를 실어냈다는 소리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잘난 사람만 농협서 고추 사주니 엄마들 불만이 많았어. 억울해서 못살겠더라고. 농협 싣고 가자, 해서 경운기에 고추를 싣고 머리에는 수건 쓰고 농협으로 쳐들어 간 거야. 데모라곤 어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농촌이 어려운 점은 맨 노인만 산다는 거야. 노령화 돼서 일손이 없어. 인부 사서 농사지어도 소득이 없어. 농산물 가격은 싸지, 인건비는 비싸지 타산이 안 맞는다고. 농촌에 빈집이 많이 생겨,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자손이 들어와 살아야 하는데 농촌이 돈벌이 되면 올 텐데 농사지어 봤자 손해를 보니 누가 오나. 지난번 국회 토론회에 가서도 이야기 했지만, 헌법에 농산물 가격 보장하게 해야 해. 손해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가격 너무 비싸면 소비자가 어렵고, 너무 싸면 농민이 살기 어려우니까 이걸 국가에서 조정해야 해.”동네를 가로지르는 큰길 안쪽으로 산 아래로 아늑하게 마을이 들어서 있고 바깥쪽으로 들판이 펼쳐져 있다. 큰길과 들판 사이에 복분자 공판장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지난 7월 19일부터 일주일간 스페인 빌바오에서 개최된 국제 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La Via Campesina)의 제7차 총회에서는 비아캄페시나 지역대표인 ICC를 새로 선임했다. 한국이 소속된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의 ICC에는 김정열 전여농 전 사무총장이 선임되었다. 김정열 신임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ICC와 빌바오 현지에서 인터뷰를 했다. 비아캄페시나에 대한 소개, 이번 7차 총회의 의미, 더불어 취임 소감을 들어 본다.스페인 빌바오=심증식 편집국장 ‘비아캄페시나' 7차 총회가 스페인 바스크국에서 지난 7월 19일부터 일주일
[한국농정신문 스페인 빌바오=심증식 편집국장] 세계 최대 농민조직 La Via Campesia(비아캄페시나) 7차 총회가 스페인 서북부 도시 바스크 지역 빌바오시의 델리오에서 지난 15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각)에 개최됐다. 비아캄페시나는 세계적 농민연대 조직으로 70여개 국가에 2억명의 회원이 있다.비아캄페시나는 4년에 한 번씩 총회를 개최하며, 6차 총회는 201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에서 열린 바 있다. 이번 7차 총회는 지난 총회에서 결의한 선언문에 대한 이행을 점검하고 앞으로 4년간의 비아캄페시나 방침을 선언문으로 발표하게 된다. 이번 총회는 16일 청년총회, 17~18일 여성총회로 구성됐으며 19~24일까지 전체 총회가 이어진다.지난 19일 열린 총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동네 어귀에서 골짜기로 가는 길가 단동하우스에서는 단호박이 열매를 맺고 있다. 강원도인지라 밭에 지어진 하우스는 크지 않았다. 중턱에는 두세 마지기 남짓 돼 보이는 논에 제법 포기가 벌어진 벼가 크고 있다. 가뭄이라지만 물고에서 졸졸졸 물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외딴집을 지나 하우스 너머 대추나무 밭에서 농민이 기자를 반긴다. 오늘 만나기로 한 농민 임문혁씨다.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그는, 길가로 나오자 왼손에 낀 장갑을 오른발로 밟아 벗어 던지고 기자를 한 집으로 안내한다. 이곳은 오랜 친구집이다. 골짜기 외딴 집에는 노인 내외분만 살고 있다. 텃밭에는 참깨와 옥수수가 알뜰하게 심어져 있다. 가뭄에 제대로 크지 않은 옥수수는 벌써 개꼬리를 내밀고 있어서 먹
5월 9일 벚꽃대선 막바지까지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위원장은 ‘기호1번 문재인 후보’의 농정공약 홍보에 매진했다. ‘배꽃’대선의 열기가 가득했던 전남 나주에서 신 위원장을 만나 문재인정부가 준비하는 농업정책을 들어봤다. 신 위원장은 “농업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대담 심증식 편집국장 / 사진 한승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드린다. 문재인정부 출범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무엇보다 국민들이 바란 정권교체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정권교체에 대한 동기에는 같은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21세기 민주공화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조선시대에 횡행했던 수렴청정이 부활했다. 국가의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은 최순실과 소수의 가진 자들의 잔칫상으로 전락했다.3년 전 304명의 생명이 우리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목도하는 순간, 그리고 2년 전 백남기 농민이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순간, 우리는 박근혜정부의 본질을 마주했다. 결국 촛불민심이 세상을 밝히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부패한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전부가 아니다. 사회 곳곳에 쌓인 폐단을 걷어내는 일이 시급하다.적폐청산은 오늘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는 첩경이고, 세월호 참사의 재발을 막는 일이며, 제2의 백남기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겨울 끝자락에 경북 봉화군 춘양면으로 가는 길은 4~5개의 고속도로를 경유해야 했다. 고속도로 끝인 영주에 다 다랐다. 영주에서 봉화까지 20분 그리고 봉화에서 춘양면 석현리까지는 다시 20분을 달려야 한다. 봉화에서 춘양으로 가는 길은 굽이굽이 산길이다.지금은 도로가 나고 차로 다녀 깊은 산골 같이 느껴지지 않지만 백두대간 중앙에 위치한 깊고 깊은 산골 마을이다. 드디어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석현리 춘양목농원에 도착했다. 춘양목농원 대표 류승하씨는 하우스 안에서 솔방울을 손질하고 있었다.어제 “이게 춘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당근 농사를 짓고 있는 백의통씨를 찾았다. 1939년생 78세, 그 세대의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듯 백씨의 삶엔 우리 근대사의 질곡이 그대로 담겨있다. 백씨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이름도 특이하다. 일본에서 지은 이름 ‘히로야마 요시미치(白山 義通)’의 한글식 발음이다.아버지 고향은 제주, 아버지는 일제 때 일본 오사카에 건너가서 생활을 했고 백씨가 9살이 되던 해 해방과 더불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해방된 고국에 돌아온 아버지는 2년만에 4.3항쟁 희생자가 되었다. 이후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아왔다.1972년 제주 구좌농협 창립 멤버로 활동하다가 농협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다. 25년간 농협근무를 하고 1997년 정년퇴직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2015년 11월 14일. 숭례문에서 민중총궐기 부문 행사인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농민들은 청와대를 향해 ‘밥쌀 수입 반대’, ‘쌀값보장’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농민들의 행진은 광화문 사거리를 넘을 수 없었다. 경찰은 견고하게 차벽을 설치했다. 그리고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물대포를 무차별 살포했다. 행진을 막은 차벽을 걷어 내기 위해 농민들은 경찰버스에 줄을 매어 당겼고 경찰은 물대포로 대응했다.경찰버스를 끌어내려는 농민들의 행동은 사실 퍼포먼스에 불과했다. 견고하게 설치된 경찰버스 차벽은 줄을 매 잡아당긴다고 해서 걷어내질 성질이 아니었다. 그러나 경찰은 살인적인 수압으로 물대포를 조준 발사하며 농민들을 제압했다.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언니네텃밭 봉강공동체 생산자로 `현역 활동' 세딸 합동결혼식 축의금, 심장병 어린이 치료비로 보태들판의 벼는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제 막 타작이 시작된 듯 이따금씩 벼베는 광경이 눈에 띈다. 집집마다 울타리 삼은 감나무에 붉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은 여기가 곶감의 고장 상주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했다.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리 문달림 여성농민을 찾아 왔다. 우리나이로 79세. 문달림 여성농민은 어머니의 따스한 마음으로 살아오신 분이다. 농사짓고, 애들 키우고, 외조하고, 여기에 농민운동까지. 그야말로 삶 자체가 운동의 표상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레 하는 말투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