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K-TV에서 송출하는 보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국민학생 때 봤던 드라마여서 ‘일용엄니’의 인기는 기억하지만 내용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알겠다. 농촌을 낭만화하고 가족주의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농촌이 처한 현실도 비교적 잘 담아내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양촌리 마을에 ‘응삼이’로 대표되는 농촌총각의 결혼 문제는 매회 관통하는 중심 스토리다. 1985년 방영된 ‘서울행편’에서 마을의 노총각들이 단체로 서울로 맞선을 보러 간다. 이때 서울내기 ‘보배엄마(희옥)’와 ‘기홍’의 맞선이 성사돼
경남 하동군 청암면에 자리한 하동호는 1985년 1월에 착공하여 1993년 11월에 준공한 농업용 댐으로 청학동 계곡과 묵계 계곡의 물들이 흘러들어 거대한 산중호수를 만들었다. 지리산 둘레길 10구간과 11구간이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이 하동호를 한 바퀴 도는 하동호 둘레길이 새 단장을 하고 2000년 봄에 완성되었다.전체 길이 7.5km에 수평의 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 구간에는 포함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 하동호 둘레길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아름드
전봉준,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성두환.1895년 4월 24일(음력 3월 30일) 새벽, 컴컴한 적굴에서 교수형이 집행되었다. 이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은 불과 하루 전 법무아문 권설재판소에서였다. 판결은 그날로 국왕의 재가를 받아 날이 바뀌자마자 형이 집행되었다(속전속결, 훗날 이날의 모범을 충실히 따른 자가 있었으니 박정희다. 이 자는 인혁당 재건위 관련 피고인 8명을 형 확정 18시간 만에 사형시켰다. 세상에는 역사를 이렇게 계승하는 자도 있다).1894년 4월 백산대회에서 이름을 올린 대장 전봉준, 총관령 손화중, 총
처음부터 영해시장엘 가려던 것은 아니었다. 2021년 8월에 다녀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났던 영덕오일장이 궁금해서 길을 나섰다고 하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재건은커녕 철거도 덜 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임시 시장이 있기는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다음날이 근처 영해면에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영해를 찾아가게 되었다.영해오일장은 만세시장이라 불리는 상설시장을 중심으로 5, 10일에 열린다. 만세시장이라 이름 붙여진 배경에는 1919년 3월 1일 서울에서 일어난 3.1만세의거
20여년 전쯤에 여성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성인지(性認知) 예산’에 관한 논의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관련 연구작업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성인지적 관점(gender perspective)’이라는 말 자체가 사회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00인지적 관점’의 중요성‘성인지적 관점’이란 각종 제도나 정책이 특정 성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는 않은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검토하는 관점을 말한다. 이런 관점이 필요한 이유는 단지 ‘여성정책’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정책만이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
지리산의 봄은 코로나19 파동과는 무관하게 해마다 연초록 새순과 온갖 꽃들로 숲을 화려하게 장식해 왔지만 이번 봄은 2020년 이후 마스크로부터 해방된 첫봄인지라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그동안의 억눌림을 봄꽃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특히 섬진강 매화마을이나 구례 산수유마을 그리고 홍매로 유명한 화엄사는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2023년의 봄이다. 그리고 만나기 힘들긴 하지만 봄의 진객인 노루귀나 바람꽃 등을 찾아 깊은 산속을 헤매는 들꽃 애호가들이 SNS에 올리는 화려
1895년 3월, 을미적 을미적 봄이 오고 있었다. 허나 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었다.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를 든 동학농민군과 침략자 일제의 충돌, 조선의 명운을 건 한판 대결, 우금티 패전 이후 조선은 피바다에 잠겼다. 참빗 작전이라 했다. 제국주의 일본은 해외 침략의 첫걸음부터 피바람을 몰고 왔다. 참빗으로 훑어내리듯 씨를 말려 화근을 없애버리겠다는 일본군의 초토화 작전에 조선 관군이 동원되고 민보군이 앞장서는 골육상쟁의 비극이 벌어졌다.임무를 마친 일본군이 인천으로 귀환하고 전봉준을 비롯한 농민군 지도자들은 재판에
부엌 앞 장독대 항아리 밑으로 손톱만한 크기의 어린 쑥들이 올라왔다. 쑥국을 끓이거나 쑥떡을 해먹으면 좋겠다. 하지만 북쪽 지리산에 사는 나 같은 사람은 인내심을 가지고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올라온 쑥을 보고 반기는 것은 어쩌면 긴 겨울을 견디며 기다리던 봄을 만난 것 같은 마음에서일 것이다. 그래서 봄을 만나러 남쪽으로 내려간다. 특히나 바다를 끼고 있는 곳으로.서울의 정남쪽에 있다고 하여 정남진이라 불리는 장흥의 오일장을 만나러 나섰다. 들이 넓고 산도 좋은데 바다도 면하고 있는 곳이라 물산도 풍부하다. 대나무 말고는 초록이
무엇을 전환하고 넘고 싶었던 것일까한때 시민사회 운동 영역의 대주제는 ‘전환시대’였다. 전환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자는 취지였다. 농민운동 부문에서의 ‘전환시대’는 투쟁을 넘어 대안을 만들어가자는 뜻이었다. 또 다른 유행으로는 ‘넘어’라는 동사가 붙는 형태였다. ‘이분법을 넘어’, ‘적대적 관계를 넘어’도 자주 썼다. 너는 너, 나는 나의 갈라섬을 극복하고 동지 관계를 회복하여 체제나 이념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의지 표현이었으리라.전농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지금은 전환시대, 투쟁 아닌 대안
하동 지리산문화예술학교, 남원 산내 진달래산천, 함양 온배움터, 구례 봉서리책방, 산청 공간산아… 지리산 자락에 깃들어 움 틔우고 있는 울타리 없는 학교이자 움직이는 교실들이다. 물론 지리산 5개 시·군에서 한 곳씩만 나열한 것이라 지리산 아흔아홉 골에 숨어 있는 숱한 배움터는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다.그중에 필자가 교사로 참여하고 있는 지리산문화예술학교는 2009년 지리산학교로 출발해서 지금은 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로 그 이름이 바뀌어 14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필자는 올해로 4년째 초록걸음반 수업을 진행할 예정
우금티 혈전 이후 농민군 주력부대가 남쪽으로 퇴각하던 시기 대둔산을 근거지로 유격 항전을 개시한 부대가 있었으니 금산, 진산, 고산 등지의 농민군들이었다.이들은 우금티 전투 이전 를 맞아 금산, 진산 등지에서 치열한 매복 기습전으로 맞섰으며 일본군이 우금티로 몰려간 이후에는 관군이 몰려오면 사라졌다 떠나가면 다시 나타나는 게릴라 활동을 전개했다.이들이 대둔산에 근거지를 마련한 것은 12월 초순(양력) 퇴각하는 농민군 주력부대가
입춘이 지났지만 폭설이 내린 날 이른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예산까지 갔었다. 눈을 핑계로 뒤로 미루고도 싶었지만 이번 오일장 투어도 도착하기 전까지의 설렘과 기대감은 까짓 눈쯤 이기고도 남았다. 아직 제설작업을 시작도 안 한 도로를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운전해 매 5, 10일마다 서는 예산장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설렘과 기대는 딱 거기까지였다. 드넓은 주차장 근처 여기저기에 ‘백종원거리’라 매달린 간판들이 나의 뜨겁던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부분의 오일장들은 상설시장 안과 시장을 둘러싼 골목과 거리 주변으로 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