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얼었던 땅이 녹고 퇴비, 비료 뿌리고 밭을 갈기 시작할 때면 농민들이 하나같이 관심 두는 것이 있다. 물론 농약, 농자재 가격이 얼마나 오르는지도 궁금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인건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그리고 제때에 인력이 충원되어서 심을 수 있을 지다.매년 오르는 인건비가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지 오래다. 특히나 코로나19 시대에 외국인노동자 입국이 통제되고, 남아있던 그들마저 출국해버리자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쩌다 대한민국의 농업이 이러한 현실에 직면했는가?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역대 정부
봄은 소년과 닮아 있다. 움직이려는 강한 힘이 지상을 뚫고 햇빛과 교감하는 시기다. 물론 그 힘은 겨우내 축적되어 있다. 빛과 반응하는 잎이 추위에 얼어 죽지 않도록 식물들은 몸체를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심지어는 잎을 스스로 버리기도 한다. 얼어서 동상에 걸려 세포가 파괴되는 대신 스스로 잘라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보는 나무들의 잎을 떨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무 자신이다. 대신 식물들은 뿌리에 힘을 축적한다. 새로 피워 올린 잎이 추위에 죽지 않을 만큼의 온도와 반응하도록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다. 그 시기의 들판에는
농촌 고령화와 청년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지자체마다 청년 유입을 위한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들인 예산에 비해 그 성과는 아쉬운 현실이다. 특히나 청년창업농 유입을 위한 억대가 넘는 대규모 지원사업들은 기존 청년농과 유입 청년농들을 경쟁관계 또는 비교 대상으로 만들게 하는 역효과도 있어 심한 갈등을 빚기도 한다.반면 지역공동체 안에서 청년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자생적 활동들은 상생의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지역 ‘항꾸네협동조합’에서는 사회적농업 지원사업을 매개로 ‘청년자자공(자연자립공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귀농
올 1월에 제주에는 엄청난 한파가 왔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게 큰 한파가 아닐지 모르지만 제주의 평상시 기온으로는 큰 한파였던 것 같다.문제는 농작물이었다. 월동작물들이 전부 냉해를 입은 것이다. 브로콜리, 양배추, 월동무 등 대부분이 얼어버렸다. 농가들은 어떠한 대책도 세울 수가 없었다.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농민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냥 빨리 날이 풀리길 바라는 것밖에 없었다.필자가 살고 있는 곳은 제주도 내에서 월동무를 최대로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기에 주변 농민들의 걱정을 바로 곁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주민자치 시대를 열자면 현재 마을에 놓여 있는 녹록지 않은 상황을 냉정한 눈으로 보되,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마을자치의 경험과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앞선 글에서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마을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할까.우선 크든 작든 마을의 규모와 상관없이, 마을 내 민주주의 운영 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마을별 편차가 심할뿐더러 전국의 수많은 마을을 직접 들여다보지 못해 확증할 수는 없지만, 아직도 마을 대소사를 결정할 때 소수 몇몇 주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꽤 있다.
경칩이다. 좀 더 부지런한 개구리들은 벌써 잠에서 깨어 하우스 안을 뛰어다니며 주인을 놀리고 있다. 흙에서도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농사 준비로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봄날 같지 않다. 처음 친환경 인삼농사로 시작했기에 하우스 여섯 동이 비가림이다. 작목을 바꾸다보니 3중하우스가 아니면 한 작기밖에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보강을 하자니 자재값,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한 동에 1,000만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니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조금 앞당겨 심어 두 작기에 도전하느라 요즘은 잘 하지 않는 터널을 만들었더니 매일 조마조마하고 몸도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2027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푸드테크 전용펀드를 조성하고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14일에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협의회’ 발족식도 개최되었다.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인 식품산업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동물복지나 환경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산업으로 대체육과
설 명절을 일주일여 앞둔 어느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억울해서 못살겠다! 농민회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다.” 요지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저온저장고를 조사하고 다니고 있는데 한두 집이 아니고 여러 집이 단속이 되었고 위약금도 천차만별인데 몇백만원이 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었다. 농민회만으로는 어렵겠다 싶어 그날로 부랴부랴 구례의 모든 농민단체에 연락을 하고 대책위원회를 꾸렸다.상황을 파악해 보니 문제가 심각했다. 사전에 저온저장고 사용에 대한 규정 안내나 계도 기간도 없이 압수수색이라도 하듯이 불시에 단속을 했고 사례 하
“제 목소리 들리세요?” 이 짧은 문장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일터, 그 어디서든 수도 없이 했던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일상어가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절창(絶唱)이 될 때가 있다.“새벽 세 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 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중략)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근래에 비산으로 인한 농약 검출로 친환경 인증이 취소되는 농가들이 바람 심한 제주지역을 필두로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농민들의 고령화로 드론방제가 일반화되면서 그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그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친환경농산물에서는 농약이 검출되어서는 안된다’는 시행규칙 한 구절이 자리잡고 있으며, 기존 300여 종에서 400여 종으로 늘어난 검사대상 농약 종류, 그리고 날로 발전하는 분석기술이 눈에 불을 켜고 농약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미 전 지구적으로 온갖 화학물질의 오염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진 게 작금의 현실이다. 애초에 친
야마시타 유스케의 이라는 책에서는 “소멸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은 대규모 집단 인간은 바람직하고 살아갈 가치가 있지만 소규모 집단은 부적절하고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이니 이제 대규모에 비용을 쓰자는 논리”라고 지적한다. 적확한 표현이다.보수정부가 들어서며 교육정책은 급속도로 역행하기 시작했고, 농촌 지역에서도 전직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의 업적을 지우며 효율성 학습권을 앞세워 통폐합을 추진하려 한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 공론화 위원회를 두고 서서히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결국엔 면 단위 작은학교의 권역별 통폐합
제주 하면 생각나는 게 감귤, 파란 바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작업을 하는 해녀가 대표적일 것이다. 해녀분들이 바다에서 작업하는 것을 제주에서는 물질이라고 한다.요즘 귤 철에는 해녀분들이 감귤밭에서 일하는 게 흔하다. 필자도 이번 감귤 수확을 해녀분들에게 부탁해서 일을 했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이번 감귤 수확은 큰 낭패를 볼 뻔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에 12월 폭설을 맞게 된 것이다. 인력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가 2,000평 정도 되는 감귤밭을 포기해야 할 뻔했다. 2년 전에도 폭설이 와 귤이 전부 얼어 수확도 못 하고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