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영농일지를 쓴다. 친환경 인증기관에서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사일이란 매년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이어서 날짜별 영농일지는 농사짓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귀농한 해는 2016년이지만 농사를 조금씩 시작한 해는 2015년부터였다. 귀농하기 1년 전부터 친환경 농사를 위해 시간 될 때마다 내려와 토양개량을 위해 퇴비나 석회고토 등을 뿌려 주기도 하고 녹비 작물을 파종하기도 했다. 그러니 귀농한 지는 8년 차이지만, 영농일지는 금년이 9년 차이다.그래서 문득 9년 차 영농일지를 펴놓고 주요
공익형직불제란 ‘농업 및 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안정을 위하여 일정 자격을 갖춘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전에는 농업인직불제란 이름으로 단위면적당 직불금을 지급했었다. 그러다보니 면적이 적은 농가의 경우 제곱미터 당 100원 남짓한 직불금이 지급되어 1,000평이라고 하더라도 30여만원에 불과했다. 2020년 새로 변경된 공익형직불제의 경우 소농에게도 최소한의 직불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어, 최소 120만원이 지급된다.그런데 이 직불금의 도착지는 경작을 하는 농민보다는 농지의 소유주인 경우가 많다. 농지를
징글징글하던 땡볕을 온몸으로 견디며 참깨 털던 기억이 어제의 기억처럼 아직 또렷한데 어느새 손발이 시린 계절이다. 예년 같으면 12월 중순까지 밭에서 종종걸음이었다. 끈으로 배추를 묶고 고랑에 마지막 웃거름을 뿌리기까지 해야 한 해 일감이 마무리된다. 올해는 웬일인지 이 지역의 겨울배추가 거의 다 계약재배로 바뀌면서 일감이 많이 줄었다. 농민은 배추 심고 물주는 관리만 하고 나머지 과정, 3회의 웃거름과 3~4회의 농약 그리고 끈으로 묶는 일은 상인이 해결했다. 상인은 또 그 일감을 다른 작업자들(외국인 노동자)한테 맡기는 형태로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들의 모임에서 대호농기계 홈페이지에 실린 광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2018년 5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호칭, 성적인 은어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여성모델의 포즈 등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대호농기계의 광고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농기계를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기며 여성농민들을 배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역행한다며 광고 중단을 요구했던 기억이 났습니다.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성명서가 발표된 후 열흘 만에 대호농기계에서는 “농기계의 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것은 불찰이었다. 여성을 성적 대
농지은행의 사업 중 ‘농지임대수탁사업’이라 해서,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소유주와 농지를 임차하고자 하는 임차농의 계약을 체결해주는 제도가 있다. 임대계약금액의 약 5%를 임대인이 수수료로 부담하지만 직접 경작이 곤란한 농지를 처분하지 않고 계속 소유가 가능할뿐더러 이후에 처분하더라도 양도소득세 부과율을 낮춰주는 혜택도 있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언제부터인가 농지를 소유한 임대인이 직접 임차인을 선정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농지은행포털이라는 인터넷 공간에 공고를 올리고 공개입찰을 통해 농어촌공사에
가을 끝 무렵에는 농민들의 나들이가 잦습니다. 농사철에 밀렸던 각종 행사가 물밀듯이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농촌인구가 줄었다고 단체나 모임이 준 것은 아니죠. 활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으니, 어떻게 해서든 책임을 맡은 간부들은 맡은 역할을 해내려고 애를 씁니다. 덕분에 문턱이 꽤 높았던 단체들이 문을 활짝 열고서는, 가는 사람은 붙잡고 오는 사람은 대환영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단체에 중복으로 활동을 할 수밖에 없고, 단체활동도 품앗이로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역사회가 움직여
작년 10월에 대산농촌재단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독일의 농업과 농촌 관련 전문가 3명을 초청해 연 심포지엄인데, 강사 중 한 사람인 요세프 히머는 유럽연합(EU)의 농업 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독일 알고이라는 지역의 농업국 국장이기도 했던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첫머리에 “나는 공무원이지만 농민 편에서 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농업 관료라면 당연히 해야 할 말이고 마음가짐이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EU의 새로운 농업정책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도드람양돈협동조합(조합장 박광욱, 도드람)의 도드람엘피씨공사(도드람LPC, 대표이사 공춘식)가 농림축산식품부 ‘2023 우수축산물유통센터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최우수 업체로 선정됐다.정부는 도축‧가공‧유통을 연계한 통합경영체 육성을 위해 우수축산물유통센터를 지정해 평가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23개소가 지정돼 있다. 도드람은 도드람LPC가 지난 2011년 전국 ‘1호 우수축산물유통센터’로 지정된 이래 수차례 최우수, 우수 업체로 선정됐으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우수 A등급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백마강, 낙화암 등 문화유산의 답사지로 기억되던 부여는 이제 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는 것 같았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식재료나 특별한 음식 등으로 분류되어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곳으로만 기록되고 남아 있었다. 오일장에도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찾게 된 부여오일장은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는 귀한 시장으로 남았다.이번 부여장에선 혹시라도 표고목을 이용해 재배한 질 좋은 생표고버섯이나 건조표고버섯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갔지만 허탕을 쳤다. 엄청난 양의 생표고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이다. 일주일 내내 김장하는 집에 불려 다니다가 몸살 날 것 같다는 후배가 얘기한다. ‘언니, 김장하는데 나이에 따라 급이 있는 것 알아?’라며 본인이 보고 겪은 일을 얘기해 준다.60~70대 어머님들은 아직까지는 정정하게 김장을 해낼 수 있어서 본인들끼리 품앗이를 해서 김장을 한다고 한다. 오히려 도와드린다고 하면, 그만큼 대접을 해야 하니 완곡히 거절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연세 이상의 할머니들은 거동도 불편하시고 같이 일을 해도 한사람 몫을 해내기가 어려우니 그 품앗이에 낄 수가 없다.그래도 도시에 있는 자
나주혁신도시에서 24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후배를 만났다. 7평 남짓한 빽빽한 매장은 한 사람만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좁디좁은 공간이다.“야, 엊그제 언니들이랑 다 서울농민대회에 올라왔는디 한번 올라오제 그랬냐” 하니까 “오빠~ 하루도 쉬도 못해요”라며 하소연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요즘 애들은 정말 상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어느 날은 새벽에 알바 직원이 근무할 때 젊은 청년 몇이 들어와 술이랑 사갔는데 며칠 뒤에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미성년자 학생들한테 술을 팔았다고 신고가 들어왔는데요~.” “그럴 리 없는데요
나락 타작할 때는 5분이 아쉬웠다. 남편이 벼 포기를 4줄씩 콤바인으로 베기 시작하면 15분 정도 후에는 탱크가 찬다. 거치대에 톤백을 걸쳐 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콤바인 탱크에 다 찬 나락을 3분 동안 쏟아낸다. 곧바로 콤바인을 돌려세워서 나락을 베어 가면 톤백 입구를 묶고 새로운 톤백을 거치대에 걸고 입구를 펼쳐 놓는다. 콤바인을 운전하는 사람은 20분의 흐름 속 관성의 법칙에 묶인 것처럼 잠깐의 멈춤이나 기다림을 싫어한다. 20분의 리듬을 깨지 않으려고 식당에 국밥을 포장 주문해 놓고 트럭에 시동을 걸고 악셀을 밟는다. 길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