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우리가 제일 처음 시작한 것도 아니요,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여성농민들이 결심하면 보다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지역농업정책의 내용과 국가 푸드플랜의 정신으로 확산되고 있으니 우리 모두의 보람이고, 그러니 충분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습니다.”언니네텃밭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언니네텃밭)의 박점옥 이사장이 지난 3월 언니네텃밭의 출범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던진 인사다. 그 말대로 지난 10년 동안 여성농민들은 생태농업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개척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남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의 힘으로 어려움을 타파하여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일.’지난달 25일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만난 윤세주 강진군농민회 군동면지회장은 농민회 활동을 ‘자력갱생’이라 정의했다.이어 윤 지회장은 “다른 관변단체와 다르게 농민회는 행정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힘들지만 회원들과 함께하면 할수록 자부심도 생긴다. 그래서 더욱 보람을 느낀다”며 농민회 활동에 대한 소회도 터놓았다.지난해 3월 28일 발대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한 강진군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절임배추와 메주, 고로쇠수액 그리고 취나물이 들어간 산채누룽지.지리산 둘레길이 감싸 안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의 마을기업 ‘황치마을영농조합법인(황치마을)’에서 판매중인 상품이다.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으로 공동의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공동체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 단위 기업을 의미한다.황치마을은 지난 2016년 마을 소유의 부지를 활용해 공장을 설립했으며, 마을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용태 중흥리 이장이 대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민농업의 당사자인 농민들은 주체적인 존재다. 비록 자본과 사회통념에 의해 잠식되고 핍박받는 현실에 놓여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엔 비판의식이 살아있다. 농민들은 적대적인 환경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한다. 농민층이 두터워진다는 건 우리 농촌과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몇몇 농민단체들은 이같은 주체성과 운동성을 역동적으로 실천하며 농민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아캄페시나가 있다면, 국내엔 농민회가 대표적이다. 시군마다 자리잡은 농민회는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5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네덜란드 와게닝겐대 명예교수. 플루흐 교수는 한국농정신문이 발간한 의 저자다. 이 책을 번역해 펴낸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루흐 교수가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는 농촌사회학자로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드는 인물”이라며 “새로운 농민은 플루흐 교수가 농민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려 일평생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 농촌사회학자의 진지한 통찰이 응축된 결과”라고 소개했다.김 연구위원은 또한 새로운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농업·농민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가 만연한 가운데 농민의 협동은 ‘농민의 존재 가치’를 지켜 줄 한줄기 희망이 아닐까. 여기 친환경농업에 대한 절실함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농민들이 있다.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이사장 김상범, 조합)은 친환경 쌀·잡곡 생산농가가 직접 출자해 지난 2013년 출범했다. 다수의 조합원들이 인연을 이어온 것은 2005년부터다. 2005년 익산 8개 읍·면의 친환경 벼 재배농가가 결성한 ‘새별가리 작목회’가 조합의 전신이다.요즘에야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친환경 농산물의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자유무역을 강화하고 확대하기 위해 1986년 9월 우루과이에 세계 각국의 통상관료들이 모였다. UR협상으로 알려진 우루과이라운드의 시작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산물이 자유무역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 1994년 UR협상이 타결되고 1995년 발효되면서 우리 농정은 전환기를 맞았다. 농정은 수입개방에 맞춰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소위 말하는 개방농정의 시작인 것이다.규모를 확대하고 시설과 기계를 들여 생산성을 높여야 수입농산물에 맞서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역설적으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역 푸드플랜 시범 구축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선정한 9개의 선도지자체 중 서울과 대전은 로컬푸드를 유통·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환경·복지·교육 등 공적인 부분으로 확대해 비교적 완벽한 형태의 푸드플랜을 구현해내고 있다.아이러니하게도 푸드플랜의 본질이 가장 잘 유지·확산되는 곳이 농업과 다소 거리가 먼 도시 지역인 것이다. 부족한 농업 기반 속 두 지역이 푸드플랜 시스템을 비교적 온전하게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민간의 역할이 컸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설명이다.특히 활발한 소비자 중심의 생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언니, 국 올렸어요? 조금 있다가 바로 밥 안쳐야 되는데….”지난 19일 오전 9시가 안 된 시각, 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족동에 위치한 열린부뚜막협동조합(이사장 추경미, 열린부뚜막) ‘언니’들이 부엌 안팎에서 매우 분주하다. 정성을 들여 솜씨를 발휘한 오늘의 메뉴는 상추를 곁들인 고추장불고기와 청포묵무침, 그리고 맛깔스런 두부김치다.잠시 후 식당 한편에선 준비한 반찬이 도시락에 정갈하게 담기고, 도시락은 지역 내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전달된다. 얼핏 보면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재료 대부분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푸드플랜은 애초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위해 문재인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설계하고 추진하겠다는 청사진 속에 내온 정책이다.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주요 농산물의 생산기반 유지나 농산물 수급안정, 취약계층 먹거리 공급 확대, 지속가능한 먹거리 산업, 안전한 농식품, 식생활 교육, 친환경 농산물 확대, 농업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과제들에 대한 부처별 정책을 통합하고, 중앙정부부터 지자체까지 이를 푸드플랜이라는 이름으로 묶겠다는 것이다.거대한 청사진에도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푸드플랜’이라는 이름표를 단 문재인정부의 통합먹거리정책에 방향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에선 다소 늦은 출발을 한만큼 속도를 내고 있지만, 푸드플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농민단체와 생협 등 먹거리진영에서 여러 우려들이 나오고 있어서다.대표적으로 지난 11일 열린 ‘푸드플랜의 올바른 추진을 위한 먹거리진영 대응 방안 모색 실무 TF’ 회의에선 “푸드플랜을 한다면서 로컬푸드 유통 정책 일색”이라는 비판이 주요하게 제기됐다.실제로 이날 공유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단위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추진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4대강 보 인근지역 농민들의 보 개방에 관한 우려에 관해선 면밀한 실태조사 및 의견수렴이 필요한 상황이다. 환경부,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곧 출범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경남 창녕함안보 수문 개방 시 발생한 농작물 피해에 대해 해당농민들에게 8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 지역농민들은 2017년 12월 함안보 수문을 열면서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 수막재배 하우스 농사가 냉해를 입었다며 환경부 장관과 한국수자원공사에게 14억여 원을 배상하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토론회를 빙자한 정권규탄대회를 연 것인가. 4대강 보 개방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이 직접 토론회를 열고 사실과 과학에 근거한 정책방향을 제안하겠다고 했지만 막말과 선동으로 범벅된 채 끝났다.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농민과 주민, 전문가의 목소리를 정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으나 그 내용은 표방한 목적과 달랐다.이날 토론회엔 자유한국당 지도부들이 대거 참석해 문재인정부 규탄에 열을 올렸다. 황교안 당 대표는 “잘못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자유한국당이 공주보 해체는 물론 수문개방마저 반대하는 주된 논리 중 하나가 ‘농업용수 부족’이다. 보 개방으로 인해 인근 농지의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사에 불편을 겪게 된다는 내용이다. 공주시 국회의원인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월 정부의 공주보 부분철거안 제시에 대해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개무시한 문재인정권과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그럼 실제 현지 주민들의 의견은 어떨까? 정말로 자유한국당 주장대로 모든 농민들이 농업용수 부족에 시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 11일 오후 2시 충남 공주시의 아트센터 고마에서 ‘금강수계 보 처리 관련 시민대토론회’가 열렸다. 4대강 사업 당시 만들어진 공주보 처리 문제를 놓고 지역주민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자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러나 토론회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사회자가 토론회를 시작하려던 순간, 자유한국당 소속 이창선 공주시의회 부의장이 일어나서 돌발발언을 했다.“이 토론회는 공주시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묻지도 않고 시작했다. 시민들이 물이 부족해 농사를 못 짓고 있는데 토론회를 한단 말인가? 여기 계신 분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국산 바나나는 모두 무농약으로 재배한다. 제도(PLS)가 허용하는 농약이 없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수입산과의 가격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 외의 장점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거리가 짧은 만큼 수입산처럼 내수용보다 이른 시기에 수확할 이유가 없고 방부·훈증처리를 거치지도 않는다. 안전하고 신선한 바나나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은 국내 바나나 농가들이 농사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문제는 판로다. 국내에서 바나나가 생산된다는 걸 아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으며 그것이 무농약이라는 걸 아는 사람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바나나는 수입과일의 대명사라 해도 좋을 만큼 국민들에게 친숙하고 소비기반이 확실한 품목이다. 농민들이 산발적으로 재배를 시도하고 있는 열대작목 가운데 가장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작목이 집중되고 폭락이 일상화된 우리 농업에 대체작목의 하나로서 가능성을 갖고 있다.하지만 무턱대고 생산을 늘렸다간 농민들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누울 자리 보지 않고 발 뻗은’ 어설픈 대체작목의 말로는 당장 최근의 아로니아 사태만 봐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지금은 몇몇 농가가 생산을 시도하는 참이지만, 체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바나나는 현재 마음만 먹으면 쉽게 먹을 수 있는 맛 좋은 과일이다. 물론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바나나가 수입과일이라는 사실은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실천이 잘 안 되고 있긴 하지만, 농업지 기자의 직업윤리를 지키기 위해 그 매력적인 맛에도 불구하고 될 수 있으면 국산과일을 소비하려 한다.바나나가 수입과일이라는 건 젊은 세대에겐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사 주신 바나나를 까먹으면서 자연스레 옛날 얘기를 전해 듣곤 했다. 처음 등장했을 당시의 바나나는 소위 ‘부잣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자문 제주농업기술원]우리나라에서 바나나를 최초로 재배하기 시작한 건 지난 1981년이었다. 생산은 대부분 제주도에서 이뤄졌는데, 현재 세밀한 통계가 남아있진 않지만 대체로 폐작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1984년에 13.3ha에서 319톤을 생산하던 것이 1986년엔 167.6ha에서 3,316톤, 1989년엔 443ha에서 2만881톤으로 급증했다. 한편 통계청의 자료에는 지난 1987년을 기준으로 재배면적이 약 678ha에 달한 것으로 기록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에서 토종벌을 10년 이상 길러온 최종호씨. 그는 사라져가던 밀랍떡(밀떡) 복원의 1등공신 중 하나다.“원래 서울에서 학원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귀농해서 토종벌을 기르기로 결심했죠. 처음엔 충북 괴산에서 귀농 수업을 받고 난 뒤 전북 남원에서 벌통 150구를 구해 이곳 양평에서 토종벌 사육을 시작했습니다.”최씨와 밀랍떡의 첫 만남은 우연히 이뤄졌다. 2009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쌈짓길의 한 갤러리에서 최씨를 초청해 먹거리 관련 교류를 가졌는데, 그곳에서 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