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과 관련된 개혁 의제와 기타 생산적 논의는 2022년 이후 완전한 정지 상태다.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논란에 모든 공력이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의 이권이 중심이 된 이 국지적이고 소모적인 의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농협 관련 의제를 통째로 집어삼켜버렸다.문제의 셀프연임법안(「농업협동조합법」개정안)은 단임제인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를 연임제로 전환하고 ‘현직 회장부터’ 소급적용하려는 법안이다. 연임제 자체도 농협개혁의 역사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현직 소급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를 분명히 밝히면서 농민들은 올해를 대통령 규탄으로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 주는 식”, “무제한 수매”라며 ‘농민과 농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주요 농민단체들은 ‘대통령의 농정 무지’, ‘주식인 쌀에 대한 국가 책임을 저버린 대통령’이라고 규탄했다.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여야 대치 속에서 결국 애초 법안보다 정부의 쌀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5월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20개의 「농업협동조합법」개정안을 하나로 묶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올려보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쟁점은 단연 ‘셀프연임’이다. 단임제로 개정해 잉크도 마르지 않은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를 연임제로 되돌리면서, 이를 ‘현직 회장부터’ 소급적용하자는 조항이다. 의원들의 자발적 입법발의라 해도 논란이 있을 내용인데 심지어 농협중앙회의 대국회 입법로비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기까지 했다.반대 목소리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은 단임제의 성과를 채 확인해볼 기회도 없이 곧바로 연임제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이미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그보다 더 노골적인 문제는 ‘현직 소급’ 조항이다. 4년 총급여 40억원에 이르는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현직 회장의 연임길을 터주는 법안. “전두환도 이렇게까진 안 했다”는 냉소가 등장하는 이유다.대한민국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제안할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논란 막판에 이 법안의 처리를 전면에 나서 호소한 건 지역농협 조합장들이었다. 지난달 20일 전현직 조합장 200여명이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법안 처리 촉구 집회를 연 데 이어, 법사위 전체회의 이틀 전이었던 지난 5일엔 일단의 조합장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심의를 유보하고 있는 법사위원들을 향해 “월권·직무유기다”, “저의가 뭐냐”는 등의 비난까지 쏟아가며 심의를 재촉했다. 법안에 담긴 중요한 농협개혁 조항들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호소였다.지역농협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협중앙회장 선거 도래로 최종 국면에 접어든「농업협동조합법」개정안. 1년여를 끌어온 논란은 어떤 결과를 맺게 될까.일단 문제의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조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농협중앙회 측의 열의는 지난 7일 국회 법사위 상정에 실패한 이후 크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오는 20일과 28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20일은 예산안에 집중할 전망이며 28일 논의 물망에 올라 있는 법안 중에도 농협법은 빠져 있다.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일은 내년 1월 25일, 후보자 등록일은 1월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어딘가엔 있어야겠지만 여기에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지난 4일 경북 고령군 쌍림면에 있는 A업체(골재채취업) 정문 앞에서 곽상수 쌍림산업폐기물소각장 고령군 대책위원장(우곡면 포2리 이장)이 말했다. 흙먼지가 가라앉을 틈도 없이 골재를 실은 덤프트럭이 오가는 중에 A업체 관계자들은 취재진이 회사 앞 도로에 서 있는 것조차 경계했다. 마을 환경에 큰 영향을 주는 사업장이라 주민감시가 필요해도 민간기업은 접근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14년 설립된 이 업체는 지난해 현 채석장 옆에 산업폐기물소각장(3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고령군에는 산업·의료폐기물 처리시설 반대 활동을 하는 읍·면 단위 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6개 있다. 1개 읍, 7개 면이 있는 고령군 행정구역을 감안하면, 군 전체가 폐기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현재 운영 중인 지정폐기물(의료폐기물 포함) 처리 업체만도 5개 읍면에 7개소가 있다. 이들 업체는 폐산·폐유·공정오니·납 함유 광물 찌꺼기 등 각종 유해 물질을 처리한다. 최근엔 지역 민간 업체들이 신설에 뛰어들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령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북·대구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조사료도 긁어모으고 일용직도 해보지만…전남 구례군 구례읍에서 한우 40두를 키우는 김일순씨는 한우 사육농민이자 감나무 재배농민이며, 또한 트럭에 장비를 싣고 다니며 트랙터 바퀴를 출장 정비하는 수리기사이기도 하다. 이날도 김씨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정비를 나갔다 땅거미가 지고서야 집으로 돌아온 뒤 랜턴 불빛 아래서 사료를 급이하고 있었다.여기에 요즘은 조사료 값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틈만 나면 여기저기 남의 논까지 찾아다니느라 김씨는 요새 말 그대로 ‘눈코 뜰 새’가 없다. 김씨의 우사 곳곳에선 흔히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작성한 ‘지역별 전년 대비 한우사육동향’을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간 7,180가구의 한우 농가가 사육업에서 이탈했다. 대부분은 한우 소농으로 87.2%가 20두 미만, 8.7%가 20~49두의 사육규모였다.남은 농가들도 사육두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지난 1년간 20두 미만을 기르는 농가들 가운데선 65%, 20~49두를 기르는 농가 집단에선 약 51%가 사육두수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했다. 이탈 농가들의 규모까지 합해 이들로 인해 줄어든 사육두수는 총 11만8,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기후·환경위기 대응을 위해 유통 과정에서도 플라스틱·비닐 등 처치 곤란 쓰레기의 대량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내 현행법 중 무엇도 농산물 유통 과정의 포장재 감축을 강제하지 못한다. 정부가 사실상 농산물 포장재 감축 과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온갖 ‘예외조항’에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 … 머나먼 포장재 감축 제도화현행 법제도 중 농산물 포장문제를 다루는 법률은「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경남 한 지역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농민 A씨가 농사과정에서 하는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큰 고민 중 하나는 ‘포장’ 문제다.A씨는 수확기가 도래하면 아침 7~9시에 딸기를 수확하고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포장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그가 딸기를 납품하는 서울 한 도매시장의 도매법인에선 딸기를 꼭 ‘랩 포장’해서 납품할 것을 당부한다. 랩 포장을 해야 딸기가 더 보기 좋으며, 공기와 딸기의 접촉을 최대한 피할 수 있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A씨는 도매법인에서 랩 포장 방식을 요구하는 데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기후위기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 통용된 건 2010년대 후반부터다. 불과 4~5년 사이 지구는 수십년 만의 폭염과 폭우, ‘봄서리’와 ‘가을태풍’ 등으로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농민들은 기후를 생계 밑천으로 삼는 이들이다. 기후위기를 최전선에서 가장 정통으로 체감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에도 가장 가혹하게 노출돼 있다. 올해는 기후위기의 절정이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꼬리를 문 기상이변이 그간 축적해온 농민들의 농업지식을 무용케 했고 대응마저 무력케 했다. 수많은 농산물의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기후재난과 여성농민’ 토론회가 열렸다.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여성농민의 가치를 조명한 최초의 토론회며, 9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자로 나설 만큼 정치권의 관심이 뜨거웠다.땅과 생명을 지키며 농사를 이어온 여성농민들의 삶은 과학과 개발의 농법이 부추겨온 기후위기 사태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직 그 논리가 반듯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논리를 만드는 첫 과정이라는 점에서 참가자들 모두 이 자리의 의미를 깊게 새기며 대화에 임했다. 여성농민들 스스로가 기후위기 극복의 주체로 나서야 한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기후재난과 여성농민’ 토론회가 열렸다.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여성농민의 가치를 조명한 최초의 토론회며, 9명의 국회의원(아래)이 공동주최자로 나설 만큼 정치권의 관심이 뜨거웠다.땅과 생명을 지키며 농사를 이어온 여성농민들의 삶은 과학과 개발의 농법이 부추겨온 기후위기 사태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직 그 논리가 반듯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논리를 만드는 첫 과정이라는 점에서 참가자들 모두 이 자리의 의미를 깊게 새기며 대화에 임했다. 여성농민들 스스로가 기후위기 극복의 주체로 나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모처럼 마을 경로당은 활기가 넘쳤다. 지난 6일 전북 익산시 삼기면 원서두마을(19명)과 낭산면 하단마을(12명) 경로당에서 각각 진행된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은 하나라도 놓칠라 강의에 집중했다.이 교육은 지난달 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익산시 바이오농업과가 지원하고, 농촌특화형 성평등교육 전문강사단(강사)이 진행한다. 강사인 김덕지·이현숙씨와 최순이 익산시여성농민회 부회장이 이날 교육을 이끌었다. 이들 모두 익산에서 농사짓는 여성농민이니 진짜 농촌을 잘 아는 '농촌특화' 강사인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손가락이 굽도록’ 농사지었어도 여성농민은 농업 경력을 제도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평생을 남편의 그늘에 살다, 남편이 죽어야 비로소 ‘경영주’가 됐다는 이야기는 농촌 현장에서 매우 흔하다. 경영주는 농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작물 결정, 농자재 구입, 수확물 처분 등을 책임지고 총괄한다. 그러니 경영주가 아니면 수십 년을 농사지어도 공식적인 경력은 없는 셈이다.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22년 11월 기준, 여성 경영주 비율은 29.7%에 그친다. ‘시도별 공동경영주 등록현황’에 따르면 경영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농촌 성평등 교육은 교육 대상 대부분이 고령이고,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와 바닥을 치는 출생률을 보이는 농촌사회의 특수성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이에 일반 성평등교육과 달리 ‘농촌 특화형’이라 부른다.농식품부는 제5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2021~2025년)에 따라 지난 2020년부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매년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특화형 교육이고 강사진 양성에도 공을 들인 점에서 의미는 크지만, 정작 현장에선 강의할 데가 없다고 호소한다. 모처럼 양성된 전문강사진이 충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지난달 말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산지 볏값이 최근 하락하는 이유로 정부, 농림축산식품부의 양곡 정책과 수입쌀 방출 등을 꼽았다.최근 농식품부는 소비자를 향해 물가안정용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한편, 농민들의 생산비 보장 요구에는 ‘쌀이 남아돌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폭락했던 쌀값이 제자리를 찾을 새도 없이 ‘80kg 산지쌀값 20만원’ 유지를 정책 기조로 내걸었으며, 조생종 벼가 수확될 지난 8월에도 양곡재고를 방출해 농민들의 공분을 샀다.농식품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