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의 먹이를 마련하기 위해서 밭에다 재배하는 뽕나무는 키가 썩 크지 않아서, 어린아이들도 가지를 당겨서 열매(오디)를 어렵잖게 따먹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산이나 길가에 자생한 뽕나무는 대부분 까마득한 높이의 거목이어서, 동무의 목말을 타고 올라 손을 뻗어 봐야 턱없이 못 미쳤다.-내가 올라갈 테니까 좀 받쳐 줘.사내아이 하나가 동무들의 도움을 받아서, 아름드리나무 밑동을 두 팔로 부둥켜안고는 안간힘을 다해 나무를 오르기 시작한다. 뽕나무는 직선으로 곧게 뻗어 올라가는 수종이 아니라 이리저리 가지가 갈라져 자라기 때문에, 어른 키
며칠 전 낯선 젊은 여성이 농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런 연락은 처음인지라 약간 당황했지만, 되레 이쪽에서 더 궁금증이 생겨서 일정을 잡아 만났습니다. 앳된 용모를 한 그 여성은 한 5년 전쯤 지역의 작은 협동조합과 얘기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고서 연락을 취했다고 했습니다.농사에 대해 고민을 갖게 된 것은 아토피 피부염을 심하게 앓으며 자연스럽게 먹거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먹거리는 결국 농업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농사를 직접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린 나이지만 참으
사내 넷이 눈을 부라리면 위축될 일이지만 스님은 기색이 없었다.“여기 있는 우리는 얼마 전부터 서학에 관한 책자를 보고 있습니다. 어느 높은 곳에 모든 걸 주관하는 이가 있어 세상을 만들고 관장한다는데 어찌된 노릇일까요? 노자는 유무상생(有無相生)을 원리라 하고 더러는 태극을 말하지만 과연 저 광활한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는지 궁금합니다.”“그걸 알면 그때로 가시렵니까?”기범이의 질문은 도발에 가까웠고 젊은 나이에 강백이 되었다니 도전하고 싶었던 것이나 스님은 부드럽게 퉁겨냈다.“우주도 우주려니와 내가 어디서 왔는지 왜 궁금하지 않겠
글을 몰라 남편한테 딱 밤 맞았네구구단을 알러 주겠다고 앉았네나의 자존심은 어디로 갔을까?눈물이 뚝뚝 흘리며 서러운 마음달래길 없네학교가 열린다는 말에 한달음 달려 왔네농사고 뭐고 다 뒤로 하고 구르마 끌고 학교 가야지남편한테 받은 서러움 학교오면 사라지네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튿날 새벽부터 희옥이가 방 안팎을 수석이며 어찌나 어서 가자 보채쌌는지 필상은 여독을 풀 새도 없었다. 전주 남문밖시장에서 배를 채우고 책방거리 지물전에서 한지 한 동을 희옥이에게 지운 필상은 앞서서 흑석골을 넘었다. 기범이가 돼지 서리를 했다는 구이동을 통과할 즈음 이마를 훔치던 희옥이가 물었다.“아니 무슨 한지를 동으로 산답니까?”필상이 희옥이를 놀렸다.“장가 들더니 힘이 떨어진 게로군.”“한지가 한 동이면 자그마치 이천 장인데 용도가 궁금해 그러지요. 괘서(掛書)라도 붙이시려오?”“곤장까지 맞았다는데 다음엔 붙어야지. 그나저
이번 겨울, 감기의 유행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단순히 유행하는 것이라면 그러려니 할 텐데 올겨울 유행하는 감기, 독감 등은 잘 낫지도 않고 오래갑니다. 나았나 하면 또 걸리고, 나았나 하면 또 걸리고를 반복합니다.왜 그럴까요? 왜 이번 겨울에는 유독 감기, 독감 등 감염성 질환들이 크게 유행하는 걸까요? 그리고 잘 낫지도 않고 오랜 시일동안 고생하는 걸까요? 오늘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이번 겨울의 감염병 유행을 살펴보겠습니다.한의학에서는 감기, 독감 등을 바라볼 때 기후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과거 2,000년, 1,000년 전
1960년대 말의 어느 봄날, 서울 남산 들머리에 위치한 국민학교 교정에 끝 종이 울려 퍼진다. 6교시 수업이 파했다. 종례를 마친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경상도에서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사내아이가, 나란히 걷던 두 동무에게 다소 엉뚱한 제안을 한다.-건용아, 재도야, 오늘 저어게 남산으로 아카시아꽃 따 무러 안 갈 끼가?건용이와 재도가 얼굴을 마주 보며 한바탕 웃는다. 경부선 열차에서 막 내린 듯, 싱싱하게 굼틀거리는 전학생 아이의 사투리 억양이 재미나서 웃었으나, 그것만 우스운 것은 아니었다.-뭐라고? 아카시아꽃
지난 1월 여성농업인 복지바우처와 노동경감 지원사업을 신청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2023년 1월 이전 농업경영체에 등록한 여성농업인이면 신청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었다. 작년에 농업경영체를 등록하고 나서 지원사업 책자를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봤다가 농업경영체 등록 후 1년이 지나야 신청이 가능하다는 걸 뒤늦게 알고 실망한 적이 있다. 그렇게 기대하던 일이라서 올해는 지원사업 안내 책자를 찾아보기도 전에 여성농업인 바우처를 신청하라는 문자를 받으니 신이 났다. 아직 받지 못했지만, 이 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 좋았다. 20
70이 넘어 배우는 글모르는 글자 투성이인데일기장에 가득히 쓰여진 나의글씨를 보면 신기합니다.언제 늘었는지 가르쳐주신선생님께 늘 고맙습니다.더 배우고 싶어요!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옥문을 넘어가자 나장들이 오라를 감고 둘을 동헌 마당에 끌어냈다. 동헌 마루 의자 위에 관복을 갖춘 현감이 앉아 있었으며 토방에는 서리들이 도열하고 마당 가운데엔 십자형틀이 갖춰져 있었다. 풍신은 좋지 않지만 현감은 수염이 가지런하고 앉은 자세가 곧았다. 한미한 고을에서 세월을 보내다 내직으로 올라가면 최선이지만 뇌물을 바친 어느 놈이 꿰차고 올지 모르니 현감이라도 그는 파리 목숨이었다. 책상에 놓인 다른 지역의 첩보와 관찰사의 지시사항을 내려다보던 현감이 물었다.“어느 쪽이 김기범인가?”“제가 김기범입니다.”“금번 향시에서 소요를
지난번 칼럼에서 뇌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이 바로 ‘새로운 것 배우기’와 ‘사회적 교류 확대’라고 했습니다. 이것들을 행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고 뇌에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가 아닌 건강을 증진시키는 스트레스, 즉 ‘호르메시스’로 작용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그렇다면 뇌건강을 위해 더 필요한 것들은 없을까요? 우선 운동이 되겠습니다. 운동은 얼핏 근력 등 육체적인 건강을 위한 인위적 스트레스처럼 보이지만 운동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육체를 넘어 정신적인 각성효과를 가져오
-음반을 내겠다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하기야…이다음에 늙어서 ‘나는 쇼단의 무용수였다’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가수였다’고 기억하는 게 낫겠지. 그럼 ‘기념 판’으로 몇 장만 내자.-나한테 필요한 것은 노후의 추억거리가 아니에요. 여러 말 말고 곡을 받아서 일단 취입만 하게 해줘요. 레코드 회사를 섭외하는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허허, 참. 당신 나이가 서른일곱이야. 팔팔한 젊은 애들이 수두룩한데 어느 회사에서 당신을 신인가수라고 레코드 만들어서 홍보해 주겠어?-당신, 내 꿈이 가수라는 것 잘 알잖아요. 그리고 내 고집이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