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겉보기엔 농사가 잘된 것 같은데 까보면 빈껍데기가 많아. 비가 많이 와서…. (땅콩이) 달리기는 많이 달렸는데 속이 잘 안 여물었어. 잘 영근 건 표가 딱 나. 이게 오래 놔두면 더 여물까 싶은데 빈껍데기만 계속 갖고 있는겨. 수확을 늦추면 그나마 잘된 것도 썩으니까 제때 해야지. 들깨밭 옆에도 (땅콩이) 좀 있는데 그건 집에 가져가서 해야 돼. 모기가 덤벼서 일할 수가 없어.”
가을이 깊어 가는 날들이다. 들깨, 콩대, 고구마대, 호박고지, 삐져서 소쿠리에 줄 세운 빨간 고추 등속까지 마을 회관 앞 공터, 길이 너른 곳이나 볕 좋은 골목길 곳곳에 농심을 담아 널려있다. 고구마 캔다는 소식, 김장배추밭을 돌아보는 바들댁 아짐, 군섭아재네와 아짐은 아직도 주렁주렁 달린 풋고추를 훑어내고 있다.아재의 서울 살던 딸이 오십 나이가 넘어 홀로 돌아와 읍내에 식당을 차렸는데, 작년에 섬진강 수해로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지붕까지 물이 차고 큰 피해를 입어 상심이 컸다. 오가는 도로 가에 있는 아재네 밭은 딸 식당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평년보다 4~5도 낮은 쌀쌀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0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 들녘에서 서정호(72)씨 부부가 햇볕에 바짝 마른 들깨를 타작하고 있다.
8~9년 전 귀농·귀촌해 무농약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를 얼마 전 방문한 적이 있다. 원목 표고 농사를 비롯해 곤드래·산마늘·엄나무 등 산채와 고추·들깨 등을 재배하는 그야말로 복합영농을 추구하는 농가다. 두 내외분은 우리가 왜 친환경 농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농사짓는 분들이어서 가끔 찾아뵙기도 하며 지내고 있다.그런데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누던 중 안주인께서 불쑥 “이젠 친환경 농사를 그만둬야 될까 보다”라고 말씀하시기에 깜짝 놀라 왜 그러시냐고 여쭤봤다. 8~9년 나름대로 열심히 친환경 농사를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협경제연구소(연구위원 박재홍)가 계간지인 2021년 3호에 ‘북한의 농축산물 교역 동향과 시사점’ 리포트를 게재했다. 북측의 농축산물 교역상황이 급격히 위축돼 있으며 향후 농축산물이 남북 협력의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보고서에 따르면 북측의 전체 교역액은 2013년까지 증가 추세였으나 2014년 대북제재와 최근 코로나19 국경봉쇄로 인해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6년 포괄적 대북제재 이후 수출이 급감, 코로나19 이후엔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국 무역의존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충청북도 괴산군의 중심지 괴산읍의 어느 여름날 아침. 오일장이 열리는 날도 아닌 데다 강한 비가 예고된 터라 거리는 사람 구경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하다. 읍내 상점 대부분이 문도 열지 않은 그 시각, 문을 활짝 열어둔 정형외과가 눈에 띈다. 진료 시작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 시점이지만 대기실은 이미 열 명이 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한 사람의 남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령의 여성들이다. 가족이 태워준 차량에서 내려, 택시에 실려, 혹은 불편한 걸음걸이로 제법 먼 거리를 걸어 들어오는 방문자가 한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 농진청)의 연구·개발 성과가 이전의 것과 큰 틀에서 다름없는 내용으로 반복·홍보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농진청의 이러한 ‘성과 부풀리기’ 의혹은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지난달 14일 농진청은 ‘밭작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아주심기(정식) 기계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작물별로 재배양식이 달라 농기계 현장 적용과 범용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계화 적응 품종 36종을 개발하고, 14개 작물의 재배양식을 표준화
보리타작을 하고 서둘러 모내기를 끝내자마자 뒷정리는 미뤄두고 호미를 들고 대파밭으로 갔다.잦은 비에 답례하느라고 풀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오메! 징한 것들이다. 모내기 시작하면 한동안 밭에 올 수 없을 것을 예상하고 떡잎이 벌어지고 있는 풀까지 없앴는데 그 며칠 사이에 풀들이 도둑처럼 대파밭을 점령하고 있었다.아침 5시에 집을 나서서 오후 8시까지 대파밭을 걷다 보면 하루에 몇 km를 걷게 되는지 측정해 보지 않았지만 그냥 피곤하다. 만사가 귀찮다.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도 반갑지가 않다. 오후 6시쯤에 친구가 전화를 했다. 모내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참깨모여. 봄에 숭궜지. 이파리 솎는 중이여. 두세 개만 남기고 솎아야 잘 커. 이게 요만치만 크면 (참깨 모종) 사이마다 또 들깨모를 옮겨 심어. 들깨는 좀 더 있어야 숭궈. 글면 7월에 참깨 베고 들깨 키워서 일 년에 두 번 수확보는 겨. 좋은 거 알려주네. 논 있는 건 이제 힘들어서 남 줘 불고 복숭아랑 밭농사 조금만 짓는 겨. 저 안쪽에 밭 또 있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대지를 적시는 비 소식이 있던 지난 16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우산리의 한 비탈진 밭에서 농민들이 직접 키운 들깨 모종을 옮겨 심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19일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옥촌리 들녘에서 한 농민부부가 옥수수와 들깨 모종을 심기 위해 밭 두둑에 비닐을 씌우고 있다.
금년 102세가 되시는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를 60~70대라고 했다. 인간적인 성숙함이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측면에서는 공감 가는 말씀이다. 지나온 인생을 관조하며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통찰해 볼 수 있는 좋은 연령대라는 의미리라. 내가 지금 그 연령대이니까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노동력과 활동성은 현저히 떨어지는 연령대다.그런데 지금 우리의 지역사회는 육칠십대가 어쩔 수 없이 농업과 농촌을 이끌어 가야 하는 핵심 주체가 돼 있다. 굳이 통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농촌 현장에서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농촌의 육칠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매헌 생명창고는 생참기름과 들기름을 가공·판매·유통하는 충남 예산군 봉산면의 영농조합이다. 매헌 윤봉길 의사의 농민운동을 계승한다는 뜻에서 매헌 생명창고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지난 12일 매헌 생명창고 상임이사인 엄청나 전 예산군농민회 사무국장을 만나 사업 배경을 확인했다. - 농민운동가가 농산물 가공·판매를 하게 된 이유는?농민회 간부로 활동해 온 사람들의 고민은 늘 생산한 농산물의 제값을 받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농민이 좀 더 편안하게 농사짓기 위해 누
[한국농정신문 윤정원 기자]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김옥임)이 올해 토종씨앗 지키기 활동을 결산하는 축제를 온라인 공간에서 가졌다.전여농은 지난 16일 ‘살림·생명·통일의 토종씨앗과 만나다!’는 주제로 2020 토종이 있는 추수한마당을 열었다. 올해 토종 추수한마당은 전여농 토종 축제로는 10번째 행사다. 당초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토종을 지키는 여성농민과 서울 도시농부, 소비자들이 함께하는 행사로 추진하고자 했으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온라인에서 진행됐다.토종씨앗 전시 및 토종간식 체험에선 전국에서 모은 토종씨앗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키만 크고 콩이 안 달렸어. 털어도 먼지만 많지 얼마 되지도 않어. 600평이 넘으니까 못해도 너댓 가마는 나와야 되는데 두 가마 나오면 다행이여. 털고 자시고 할 게 없어. 힘만 들지. 밭작물은 땅이 질면 더 안 되는 법이여. 배수도 안 좋은데 지난여름에 (장마로) 다 쓰러졌으니…. 들깨도 반 수확이 안 나오더라고. 재미없으나 마나 사람 사는 게 다 그래. 이제 일 그만할 때지. 40년생이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서울서 잘 살다가 속아서 시집왔네(웃음). 농사지은 지 50년 넘었지. 이젠 100세 시대라며? 일할 수 있을 때까진 해야제. 논 조금 있는 건 임대 주고 들깨 좀 심었어. 따로 내다 팔진 않고 애들하고 사돈네랑 주려고. 한 300평 될까. (농사가) 잘 돼서 많이 주면 좋은데 올핸 영 아녀. 하루 종일 털어도 한 가마 겨우 될런가. 뭐, 날씨가 그랬는데 어쩔 수 있나. 적으면 적은대로 먹는 겨.”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한 닷새나 말렸을까. 올핸 들깨도 안 나오고 나락도 안 나오고 뭐든 안 나와. 온 동네가 다 흉년이여, 흉년. 이렇게 두드려봐야 꼬순 향만 나제 양은 얼마 되지도 않어. 비도 많이 온데다가 (태풍에) 다 쓰러졌는디 뭐가 제대로 되겄소. 남이야 얻어서 짓는디 고생만하제 올해는 뭣이 안 나와. 촌에서 노인들이 고생하고 한께 수확이라도 잘 나와야 쓰는디 다 밑져불었어라.”
11월이 되고 된서리가 내리기 전에 가을걷이를 해야 함으로 몸과 마음은 바빠진다. 벼와 사과를 제외하고는 얼마 되지 않는 농사지만 봄에 심어둔 작물들이 제법 일거리가 된다.밭에 풀 반 들깨 반. 지난 7월 많은 비에 토사와 함께 쓸려온 도둑가시풀이 왕성한 번식을 해 그나마 들깨 고랑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들깨를 반나절 찌고 나니 온몸에 도둑가시(풀씨)가 붙어서 마치 큰 도깨비 방망이가 된 기분이다. 도둑가시가 별거냐 꿋꿋이 들깨를 찌어 모아서 갑바 위에 쌓아두고 두드리면 떨어지는 들깨소리는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들깨향은 코끝에서
수확의 계절이다. 우리 동네 방앗간 주변에는, 1톤 트럭이 톤백에 담긴 나락을 한두 개씩 싣고 길 양옆으로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태양초 만드느라 빨간 고추들이 널려 있고, 고추밭에서는 끝물로 열려 있는 푸른 고추들을 따는 손길도 분주하다. 벌써 들깨 터는 분들도 계셔서 온 골짜기에 고소한 들깨 향이 가득하기 시작했다.용케도 몇개 남아 있는 만생종 후지 사과는 아직도 나무에 매달려 그런대로 익어가고 있고, 긴 장마에도 떨어지지 않고 버틴 동철·대봉 같은 감들도 제법 예쁘게 물들고 있다. 최근 1~2년 동안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20일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의 들깨밭에서 유태범(69)씨가 들깨를 털기 위해 도리깨질을 하고 있다. 유씨는 “깨 향은 고소한데 올해 날씨가 워낙 안 좋아 농사가 어떻게 됐는지도 잘 모르겠다. 털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