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20대 국회가 실망감만 가득 안은 채 임기를 마쳐가고 있다. 농민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했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활동기간 내내 ‘맹탕’이란 눈총을 받고 말았다.지난 2016년 4월 총선은 야권이 승리하며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열렸다. 박근혜정권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 뒤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며 촛불항쟁이 시작됐으며 국회는 이같은 민의에 따라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다음해인 2017년 5월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김영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지난달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농민전략명부 후보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민중당은 비례명부 2번을 농민전략명부로 정한 바 있다. 민중당이 오는 총선에서 정당득표 3%를 획득할 시 당선이 유력한 순번이다. 오는 5일 전농 대의원대회에서 전농 후보로 확정을 앞두고 있는 김 전 의장을 만나 오늘날 농민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이유를 들어봤다.현 농정의 문제는 무엇인가?최근 정부가 WTO에서 쌀 관세율 513%를 지켰다고 혹세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농민의 정치세력화는 급진전되는 정세 변화와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농민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농민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농민의 손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정권을 세우자는 것이다.’2003년 11월 4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채택된 농민정치세력화 방침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농은 2000년 총선까지만 해도 정당참여를 하지 않았지만 신중한 토론을 거쳐 민주노동당을 통한 농민정치세력화에 뜻을 모으게 됐다.이어 다음해인 2004년 총선에 6명의 농민후보가 출마해 2명의 농민 국회의원이 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업은 1차산업이다. 흙바닥에서 작물을 키워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활동인 농업을 기반으로 우리는 생활을 꾸리고 문화를 향유한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식생활과 식문화다. 그렇기에 우리는 농업을 통해 식량주권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이야기한다.하지만 먹거리가 농업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먹거리지만, 농업 생산물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된다. 식용 작물의 부산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애초에 식용 이외의 목적으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경북 의성의 전통시장에는 대를 이어 100년을 영업하고 있는 솜틀집이 있다. 농민들이 수확한 목화를 가져오면, 100살 먹은 일제 기계가 ‘타르르르…’ 돌아가기 시작한다. 목화에서 씨를 발라내고 솜을 모으는 것이 조면기, 솜을 고르게 뭉쳐 모양을 잡는 것이 타면기다. 솜틀집 주인 양영섭씨가 조면기로 ‘목화를 안고’ 타면기로 ‘면을 타자’, 포슬포슬하게 각 잡힌 이불솜이 완성된다. 모든 게 신통방통한 광경이다.솜틀집이 100년을 꾸준히 영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에 드물잖게 목화를 심는 농가가 있기 때문이
[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점점 따뜻해지는 기후변화로 한반도에서 재배가능한 아열대 작물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한 작물은 더 이상 음식으로만 쓰이지 않고 자연에 무해한 친환경 생활용품으로도 쓰인다. 바로 ‘공심채’다. ‘모닝글로리’라고도 불리는 공심채는 동남아시아에서 흔하게 먹는 국민 채소인 동시에, 빨대로서 유용하게 쓰인다.공심채(空心菜)는 이름대로 속이 비어있는 채소다. 공심채의 텅 빈 줄기엔 얇은 막이 있는데, 이를 긴 막대로 뚫어주면 튼튼한 빨대가 된다. 흔하지 않지만 국내에서도 공심채를 접할 수 있다. 홍창욱 공심채농업회
[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식용 호두나무와 가래(못 먹는 호두)나무 9속 63종이 북반구 온대·아열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전라남도 장흥에 식용 호두나무도 아니고 가래나무도 아닌 유일무이한 호두나무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주인공은 약 300년 전 우리나라 자생 수종인 가래나무와 외래 수종인 식용 호두나무가 자연교배돼 나타난 장흥 귀족호도나무다. 귀족호도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1속 1종 밖에 없으며 그 열매는 특이한 형태를 띄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장흥이 서로 다른 기후대(남부 해안지역은 온대성 기후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경기 인천의 강화도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화문석이다.화문석의 한자는 꽃 화(花), 무늬 문(紋), 자리 석(席)으로 왕골(완초)을 이용해 꽃무늬 등을 넣어 손으로 직접 짠 돗자리다.강화도 화문석이 유명한 이유는 고려시대 왕실 진상품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1980년대엔 강화도에 화문석 장이 들어설 정도로 수요도 많고 생산량도 많았다. 집집마다 왕골을 직접 재배하고 화문석을 짜던 시절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농가의 주요 부업으로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수입 돗자리가 범람하며 수요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노인 한 명이 세상을 뜨는 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달리 말해 ‘역사’와 ‘전통’이 사라지는 일이라 볼 수 있다. ‘농촌소멸’ 이야기가 나오는 이 시대는, 5,000년 우리 농촌의 역사와 문화가 통째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의 시대이다.사라져가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남기고자 모인 농민들이 있다. 경상남도 거창군 웅양면 14개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농민들이 그들이다. 2016년 3월, 14개 마을 농민들은 “우리 동네를 알아보자”는 취지로 ‘하성(적화)마을역사연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 농민들은 고대부터 농업과 관련된 춤과 노래를 발전시켜왔다. 전통 춤 중엔 벼농사 과정의 쟁기질, 모내기 등 노동 과정을 형상화한 춤들이 많았다.벼농사 때 부르는 노동요도 있었다. 마을 사원의 승려는 농민들이 논에 들어갈 때, 쟁기질하는 물소의 이동에 맞춰 “오~ 암마(Amma)!”, “오~ 아포(Appo)!”라 ‘응원가’를 불렀다. 여기서 ‘오~’는 바다의 소리를, ‘암마’와 ‘아포’는 각각 어머니, 아버지를 뜻한다.마을 사람들은 집을 결코 외떨어져 짓지 않고 대가족마냥 모여서 집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전국적인 농민수당 도입 움직임과 공익형직불제 시행 등에 힘입어 최근 농업의 공익적 역할 및 다원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농업과 농민, 농촌이 가진 공익적 역할 등에 대한 개념과 영역은 대개 비슷하게 구분된다. 특히 문화적 기능으로서의 문화유산 보호 및 전통문화계승, 문화 전승 등은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농업의 공익적 역할·기능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아울러 지난 2018년 12월 17일 유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한 해 농사 시작을 알리는 영농발대식과 추수 전 풍년기원제, 대동놀이 등 농촌 지역사회서 치러지는 행사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우리의 소리, ‘농악’이다.지난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농악은 ‘공동체 의식과 농촌 사회 여흥 활동에서 유래한 대중적인 공연 예술 중 하나’로 정의된다. 그간의 산업화로 우리 농촌이 가진 농경사회 고유 모습은 퇴색되고 있지만 농악을 비롯한 우리 전통문화는 농민들에 의해, 농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의해 유지·보전, 계승되고 있다.특히 대부분의
[한국농정신문 한우준·박경철 기자]양파·마늘 생산농민들과 농림축산식품부가 가격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손을 잡는다. 그 형태는 의무자조금이다. 기존의 농축산자조금 조직들이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두 주체는 과연 어떤 생각으로 자조금이란 해법을 내세우는지 들어봤다. “수입물량 관리·유통구조 개선에 목숨 걸겠다” -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 자율성 확보에 대해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직 차원에서 자조금 참여를 결정했다그간 마늘 관련 정책은 농민 의견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탁상행정으로 ‘이럴 것이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마늘·양파 의무자조금은 농민 주도형 수급정책 모델을 지향한다. 때문에 농민들도, 농식품부도 기존의 의무자조금들보다 훨씬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핵심은 자율성·주체성 보장에 있으며 논의 초기부터 농민-농식품부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자조금의 자율성 화두는 일반적으론 기금 운용에 관한 것이다. 의무자조금엔 농가 거출금과 최대 1대1 비율의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다. 때문에 자조금의 운용을 대의원들이 의결했다 하더라도 다시 농식품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는 자조금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의무자조금은 오랜 기간 축산의 전유물이었다. 2004년 양돈을 필두로 한우·우유·계란·닭고기·육우·오리 등 2015년까지 7개 축산 의무자조금이 출범했다. 원예품목의 시작은 축산의 마지막과 맞물렸다. 2015년 인삼을 시작으로 친환경·백합·참다래·배·파프리카·사과·감귤·콩나물·참외·절화·포도 등 지난해까지 12개 의무자조금이 조성됐다.이들 품목은 모두 축산·과수·시설채소다. 자조금을 거출할 확실한 거점이 있거나, 조직화가 양호하거나, 계통출하율이 높은 품목들이기 때문이다. 농가 수, 특히 중소농의 수가 많
[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성공적인 의무자조금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중 하나는 선경험자의 조언과 고충을 들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다.자조금 협회 중 규모가 가장 큰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민경천 위원장은 “자조금이 잘 운용되기 위해선 자조금 목적에 맞는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농가들에게 용도를 잘 설명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출한 자조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면 농가는 이에 불만을 갖고 미납율이 높아진다는 것. 아울러 민 위원장은 “초기에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의 거출액이 적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소농이 사라지면 국가와 공동체도 망가진다. 소농을 배제하는 농정은 농민층을 양극화시킴으로서 절대 다수의 농민들을 가난하게 만든다. 농민들은 땅을 빼앗기며, 그 땅에서 자라던 토종작물도 사라지게 된다. 농업생산량도 감소하는 데다 오랫동안 유지된 지역공동체가 해체되며, 최악의 경우 농민들을 무법지대로 몰아넣는다.소농 배제 정책으로 공동체와 국가에 피해를 끼친 일부 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특히 멕시코 사례는 ‘농업선진국’을 표방하며 개방농정으로 나아가는 한국의 반면교사가 될 만하다.‘소농 보전책’ 제 손으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금 우리 밥상 위의 주요 농산물은 거의 대부분 소농들이 만들어낸다. 특히 밭작물 재배의 경우 현재 영세한 규모로 농사짓는 고령농이 세상을 떠나거나 그 후계농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대가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소농이 밭작물 생산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보기 위해 평균재배면적을 파악해 봤다. 통계청이 매년 진행하는 주요 밭작물 재배농가의 경지규모·판매금액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양파농가의 경우 전체 5만7,270농가 중 재배면적 2ha 미만인 농가가 4만3,200농가(전체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선언(농민권리선언)은 지난 2018년 1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최종 채택됐다. 국제농민운동단체인 비아캄페시나가 2008년 공식적으로 명문화한지 10년 만에 거둔 성과다.이 선언이 가리키는 농민은 누구이며 권리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다 보면 결국 중소가족농 혹은 소농이 가진 다기능성과 맞닿게 된다. 소농은 많이 쓰이는 정의이지만 명확히 규정된 바는 없다. 선언이 지향하는 바를 우리 사회에 적용하는 것도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농민권리선언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지난해 12월 24일 영광군에서 만난 이승헌(42)씨는 아버지 농사를 물려받아 4년 전 귀농했다. 생각보다 벅찬 농촌생활이었지만 마을 어른들의 도움으로 차츰 적응해가는 중이다. 최근엔 농민회 대마면지회 사무장을 맡아 마을좌담회 준비와 소식지 편집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청년소농이라 할 수 있는 그의 농사일기를 들어보자.귀농할 때 계획은?적게 벌고 자급자족하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오게 됐다. 그래서 사람들과 만남도 피하려 했는데 농촌생활이 그렇지 않더라. 농사를 지으려면 기계도 빌려야 하고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