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의 어느 여름 저녁, 목포항 부둣가 골목은 제주행 여객선을 놓친 피서객들로 북적거렸다.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낙담과 불평들이 쏟아졌지만, 멀리 서울 등지에서 내려온 여행객들 중 제주행을 포기하고 되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때 그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호객꾼들이 있었다.-자, 식사들 하세요! 숙박도 됩니다아! 우리 식당에 딸린 방에서 주무시고 내일 출발하세요!-이봐요, 아니 순서가 끝도 없이 밀렸는데 내일이라고 배를 탈 수 있겠어요?-앗다, 돈만 낫이 주면 내가 책임지고 가야호 태워줄 것잉께, 걱정 말고
일전에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서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인지라 굳이 소개를 안 해도 되었지만, 여럿이 모인 자리인 만큼 각자 가지고 있는 콩알만 한 직위라도 소개하며 공적인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KF94 비말 차단 마스크를 야무지게 쓰고서 말입니다. 하필 그날은 남편과 동행한 자리였는데, 진행자가 부부 중 한 명만 인사를 하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나서기를 싫어하는 남편이 외부활동이 많은 내게 양보를 했기에, 마이크를 넘겨받고서는 분위기에 맞다 싶은 몇 마디로 인사를 채웠습니다. 짧은 인사 후 진행자에게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Q. 우유 가격에 관심이 가 뉴스를 찾아보니 ‘생산비 연동제’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A. 통상 대부분의 농산물은 오로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공산품과 달리 자신이 생산한 농작물의 시장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는 농민들, 특히 1차 생산을 수행하는 농가들은 누구나 ‘생산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길 원합니다. ‘농작물을 기르는데 자원이 이만큼 투입됐으니, 생계를 위해 최소 본전이라도 치고 싶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요구이지요.그러나 실제로는 이윤은커녕
며칠 전 서울에 사는 4살배기 어린 손녀와 놀다가 문득 손녀에게 “할아버지는 뭐하는 사람이야?”라고 물었다. 별 기대 없이 물었는데 대뜸 ‘농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라고 다시 물었더니 “농장에 가서 딸기도 따 먹고, 고구마도 캐 먹고, 옥수수도 먹어 봐서 안다”는 것이었다.그러고 보면 나도 손녀의 눈에 비친 것처럼 농부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농지원부(농지대장)도 있고, 경영체 등록도 했으며, 지역농협 조합원이기도 하고, 친환경 유기농 인증도 받은 데다 소액이나마 친환경 자조금도 내기 때문이다. 서류상
농촌이 사라진다우리의 근본이우리의 바탕이
구리구리한 냄새가 마치 발냄새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구수한 맛으로 매니아 층이 확실한 식재료인 청국장. 이 청국장은 한약재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뽕잎과 개똥쑥을 대두(大豆)와 함께 발효시켜 만든 담두시라는 한약재가 일종의 청국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담두시에서 담(淡)은 싱겁다, 담박하다는 뜻으로 담두시의 맛과 성질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두시(豆豉)는 콩으로 만든 장이라는 뜻이니, 담두시란 담박한 맛이 나는 장, 즉 청국장을 뜻하게 됩니다.담두시의 효능청국장은 1g당 10억마리 이상의 유익균이 만들어집니다. 청국장을 섭취하면 인체
피서 철에 사람들이 몰려서 제때 배를 못 타거나 혹은 태풍주의보가 빨리 해제되지 않아서 목포에 발인 묶인 경우 가장 곤란을 겪은 사람은, 모처럼 육지에 볼 일이 있어서 나온 제주도 사람들이었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려던 사람들이야 여의치 않으면 집으로 되돌아가면 그만이겠으나, 제주도 사람의 경우에는 기약 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배 뜰 날 만 기다리는 수밖에.잠깐 일보고 돌아가려고 왔다가 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아 꼼짝 못 하게 된 제주 사람들에게, 우선 급한 것은 체재경비를 마련하는 일이었다.“전화가 됩니까, 송금을 받을 수가 있습니까.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Q. 식물성 대체우유가 무엇인가요?A. 5년 전 유럽여행 중 카페에 들러 카페라테를 주문한 적이 있습니다. 직원은 어떤 우유를 선택할 것인지 물어보더군요. 한국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귀리우유로 만든 라테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요즘에는 한국에서도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에 두유, 귀리유, 아몬드유 등 우유를 대신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우유를 마시면 소화가 잘 안 되는 유당불내증과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환경과 건강 등에
‘마스크!’ 아침마다 학교와 유치원으로 나서는 아이들에게 확인하는 말이다. 가방을 메고 가듯 마스크를 쓰는 일이 자연스럽게 되었으며, 17개월 막내도 밖에 나갈 때면 마스크를 껴달라고 입과 귀 사이에 손을 댄다. 상상도 못했던 일상이다.셋째를 임신하고 나서 코로나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첫째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지만 입학식 없이 집에서 EBS 방송을 보며 1학기를 보낸 후, 2학기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학교를 갔다. 하교 후에도 예전 같으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어둑해질 때쯤 마지못해 집으로 왔을 텐데 지금은 거리두기가
새해 첫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턴가 무덤덤하게 보내고 설렘 없이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새해 첫날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계란을 걷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금만 지체하면 얼어서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계란 동파 사고를 막기 위해 “아침 일찍~” 이것이 중요하다.일을 하다보면 ‘때’를 놓쳐서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다. 농사는 특히 더 그렇다. 올해 농사는 ‘때’를 놓쳐서 후회하는 일이 안 생기도록 신령님께 빌면서 한 해를 시작한다.
긴긴 겨울밤이 찾아 왔습니다. 자식들도 다 키워 이제 급할 것 없는 노년이라 “잠이 보약이다”란 말대로 잠을 푹 자고 싶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언제부터인가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겨우 잠들었다 싶었는데 깨어보면 한밤중이며, 더 이상 잠들기가 어렵기만 합니다. 내 몸에 무슨 변화가 찾아왔을까요?바로 멜라토닌이란 호르몬의 변화 때문입니다. 멜라토닌은 주로 밤에 분비되면서 잠을 이루게 만들어 주는 호르몬인데, 이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서입니다. 호르몬의 종류는 우리 몸에 1,000개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1970년대 들어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겠다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불어났지만 여객선의 수송능력은 한계가 있었던지라, 부두에 몰려나왔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표를 구하지 못한 채, 여관이나 여인숙에서 숙박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제주행 여객의 적체를 부채질했던 이유가 또 있었다. 걸핏하면 발령되는 태풍주의보였다.-아, 아, 승객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태풍주의보가 내려서 오늘 제주행 여객선 못 뜹니다!출항 시각이 임박해서 갑자기 이런 방송이 흘러나오면,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은 애꿎은 여객운송회사의 영업부 직원에게 매우 거칠게
얼마 전에, 서울의 한 신문사에서 여성농민들을 인터뷰하고 싶다며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 농민의 ‘농’자 마저 거론하지 않는 매체들이 대부분인데 흙 속에 묻혀서 보이지도 않는 여성농민을 굳이 들춰보겠다는 의지가 실로 가상하기까지 했다.신문사 기자가 이쪽의 사투리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내가 통역사 노릇을 하느라 인터뷰 자리에 같이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76세이고 논 500평, 밭 1,500평이 남편 명의로 되어 있다고.결혼 전, 그러니까 어렸을 때의 꿈이 무엇이었냐고 기자가 물었다. 먹을 게 없던 시절이라 눈 뜨면 끼니 해결이
Q. 발음도 어려운 CPTPP, 이게 뭔가요? 농민들은 왜 반대하나요? A. CPTPP는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의 줄임말로, 일본 주도로 캐나다·호주·브루나이·싱가포르·멕시코·베트남·뉴질랜드·칠레·페루·말레이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이야기합니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2017년 미국이 탈퇴한 뒤 2018년 12월 발효됐습니다. 이 협정으로 전 세
최근 젠더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여성가족부를 없애느니, 명칭과 기능을 바꾸느니 하는 문제가 사회적 논쟁으로 비화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정부 부처는 시대정신에 맞춰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있으면 얼마든지 폐기하거나 변형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그런 측면에서 정부 수립 이후 수십년 동안 존속돼 온 대한민국의 농림축산식품부가 나는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말 이러다간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부의 장관급 한 부처로 존립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따로 존재하는 이유를 정부 관료들은 점점 망각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간단히 말
뭐하고 돌아다니는 건지? 40여년 만에 최악의 추위라는데요. 겨울 추위라면 내 고향 제천과 내 처가 단양이 유명짜 하거든요. 그래도 오늘 아침 영하 18℃는 좀 매섭데요. 하루종일 4면이 바다인 제주와 4면이 내륙인 충북 농민들이 자매결연 맺고 ‘제주도 귤 재배 농민들 귤 제값 받기 운동’하느라 5톤 트럭 만차 1,600상자 귤 받아 널뛰기 하고 밤늦게 집에 왔어요. 콩 탈곡기 매달고 주인을 묵묵히 기다리는 트랙터는 “콩은 올해도 또 해 넘어 털려고?”라며 애잔하게 힐난하네요. “그래. 올해도 어느새 다 지나고 사흘 남았네. 내년에
머리 피부에 염증성 피부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머리가 뜨겁다, 각질이나 비듬이 잘 생긴다, 머리 피부가 붉어진다, 머리 속에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생긴다, 하루만 머리를 안 감아도 기름이 잘 낀다, 머리카락이 빠진다 등의 증상을 호소합니다.몸이 건강하려면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머리는 차가워야 하고 발은 따뜻해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머리는 뜨겁고 발이 차가운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가장 큰 이유는 현대인의 생활방식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상과 컴퓨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끊
1965년 8월 12일, 목포 앞바다에 진귀한 구경거리 하나가 등장했다. 사람들이 다투어 항구로 몰려나왔다. 상당수 시민들은 보다 좋은 자리에서 구경하려고 유달산 중턱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열흘 남짓 뒤에 제작된 (제431호)는 그 장면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지난 8월 12일 목포와 제주도 사이를 하루에 왕복하는 여객선 가야호의 취항식이 전라남도 목포항에서 있었습니다. 교통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가야호는 총 톤수 500톤으로 승객 442명과 200톤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연안 도서 간을
농촌살이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농촌 창업은 도전해볼 만한 일, 혹은 생계를 위해서 한 번쯤은 고려해보는 일인 듯하다. 도시에서 알고 지내던 동생은 애견힐링센터를 하고 싶다고 문의를 하고, 친한 언니는 명상치유센터를 운영하면서 원예치유체험장과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또래 친구는 커피체험농장을 하며 비누 등을 만드는 공방 카페를 하고 싶단다.이들은 먼저 농촌에 정착한 내게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에 대해 묻고, 대출 금액과 방법 등에 대해 물어왔다. 나는 이들에게 왜 농업·농촌이냐고 되물었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앞으로 먹고살려면 지원사업
Q. 최근 ‘타이벡’ 감귤이 눈에 많이 띄던데, 타이벡이 뭔가요? 품종 이름인가요? A. 마트에서 한창 판매 중인 ‘타이벡’ 감귤을 보셨군요. 타이벡은 미국 듀폰사가 개발·판매하는 합성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 제품의 이름이지만 통상적으로 물은 흡수되지 않으면서 공기는 통하는 흰색의 기능성 피복 소재를 의미합니다. 타이벡이 제품명이기 때문에 일각에선 타이벡 대신 ‘농업용 피복 자재’란 표현을 쓰자는 주장도 분분합니다.해당 피복 자재는 다른 과수에서도 많이 활용하지만, 감귤 재배 시 토양에 깔아 두면 여름철 빗물이 토양으로 흡수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