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에 제주에는 엄청난 한파가 왔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게 큰 한파가 아닐지 모르지만 제주의 평상시 기온으로는 큰 한파였던 것 같다.문제는 농작물이었다. 월동작물들이 전부 냉해를 입은 것이다. 브로콜리, 양배추, 월동무 등 대부분이 얼어버렸다. 농가들은 어떠한 대책도 세울 수가 없었다.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농민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냥 빨리 날이 풀리길 바라는 것밖에 없었다.필자가 살고 있는 곳은 제주도 내에서 월동무를 최대로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기에 주변 농민들의 걱정을 바로 곁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농촌을 생각하면 넓은 농지와 푸르른 산이 먼저 떠오른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땔감을 태우던 시골 냄새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리운 냄새로 기억난다. 농촌이라는 공간이 주는 경관의 가치는 심미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휴양적 기능을 내포하며 도시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갖는다. 하지만 현재 농촌은 도시에서 떠넘겨진 유해·기피시설들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망가지고 있다. 농촌주민을 위한 사회서비스 구축과는 별개로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주거공간을 훼손하는 개발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이다. 난개발의 전형적인 모습을 전국 농촌지역 곳
김진표 국회의장이 또 한 번 양곡관리법 중재안을 내놨다. 자동시장격리 발동요건을 9% 초과생산이나 15% 가격하락으로 수정하고, ‘3~9% 초과생산 또는 5~15% 가격하락 시 국회가 정부에 매입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3~5% 초과생산 또는 5~8% 가격하락을 발동요건으로 했던 첫 번째 중재안보다 더 후퇴한 내용이다.2021년산 쌀값은 통계작성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다. 당시 전년 대비 초과생산량은 7.5%였고 늦은 시장격리, 역공매 최저가 입찰 방식까지 겹쳐 쌀값이 곤두박질쳤다.농민들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방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산불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피해 규모도 점점 더 심각하다. 수십 년 동안 애써 가꾼 숲이 찰나의 실수나 고의적인 방화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모습은 참담하다. 식상한 문구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소중히 물려줘야 할 금수강산 아닌가. 보다 철저한 산림관리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총체적인 환경정책이 필요하다.우리의 식목일은 누구나 알다시피 4월 5일이다. 1949년 제정된 이래 1960년 잠시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됐다가 이듬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지난해 대표적인 소멸 위험 지자체로 알려진 지역에서 열린 큰 행사에 참여하던 중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 몇 년 사이 인근 시·군을 오가는 시외버스 노선이 거의 없어져 서울과 지역 대도시를 오가는 버스가 몇 대 있는 정도였다. 이용자는 노인이나 학생 몇 명이 고작이었다. 지방소멸의 실상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대개 지방소멸의 원인을 저출산-고령화라고 한다. 맞다. 하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결국 농지문제가 있다. 농지소멸-농민소멸-농촌소멸-농업소멸-지방소멸은 ‘3농’문제-환경문제-도시문제-식량주
주민자치 시대를 열자면 현재 마을에 놓여 있는 녹록지 않은 상황을 냉정한 눈으로 보되,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마을자치의 경험과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앞선 글에서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마을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할까.우선 크든 작든 마을의 규모와 상관없이, 마을 내 민주주의 운영 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마을별 편차가 심할뿐더러 전국의 수많은 마을을 직접 들여다보지 못해 확증할 수는 없지만, 아직도 마을 대소사를 결정할 때 소수 몇몇 주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꽤 있다.
올해 노지 햇양파 수확이 시작됐다. 전라남도 고흥군이 선두다. 전국 양파 재배 농민들의 시선도 햇양파 수확 지역에 쏠려있다. 시세를 가늠하는 중요한 출발선이기 때문이다.다행히 최근 양파의 도매시장 경매가는 평년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지난 2년 계속 폭락하던 양파값이 겨우 회복하고 있기에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편에선 중국산 양파 수입 소식이 들려 향후 가격 전망을 흔들고 있다.지난해 이맘때 조생양파를 심은 농민들은 지난 1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작황 부진에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가격이라도 좋아야 손해를 줄일 수 있
농민은 자신이 재배할 농작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타인의 강요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판단으로 농사짓는 땅에 가장 잘 맞는 품종과 품목을 선택한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정책은 이러한 농민들의 기본 권리마저도 빼앗고 있다. 과거 벼 육종기술과 재배기술 등의 발달을 유인했던 다수확 품종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버렸다. 우리 사회는 쌀부족 문제를 해결해 식량위기를 겪지 않고 있지만, 농민들이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땀을 흘리며 오랜 세월 공들여 왔는지는 잊어버린 듯하다.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쌀 적정생산
3월, 겨울 방학을 끝내고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들도 개학을 맞이했다. 검은색의 겨울 점퍼가 얇은 코트로 바뀌고 화사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두운 경기 전망 속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로 봄의 따스함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봄과 함께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억눌려있던 마음도 여러 어려움도 훨훨 날아갈 만큼 가벼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끝이 나면서 농민들의 몸과 마음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못자리를 준비하는 분주함에 밭 갈기, 마늘과 양파 웃거름 주기에 하루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윤석열정부가 내놓은, 말도 안 되는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과 ‘주당 최대 69시간 노동’을 골자로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등은 ‘소통’을 앞세워 집무실을 옮긴 대통령 자신의 발언이 무색하게 정부와 국민 사이의 벽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이권을 가진 이들이 갖게 될 이익과 이권만을 우선 따진 뒤 일단 질러버리고 추후 당사자 의견을 취합하겠다는 식의 말 안 되는 행보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아무래도 대선 전 소통을 중시한 대통령은 대선 후 철옹성 같은 집무실 벽에 갇혀 국민적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농업에 청춘의 뜻을 바친 이들이 있다. 전국 200명에 가까운 청춘들이 머리 맞대 농업을 고민하는 ‘청년농업인연합회’. 고령화·소멸이란 단어로 상징되는 농업·농촌 현실에서도 푸릇한 봄 내음을 뿜어낸다. ‘청춘은 인생의 봄 시절’이라 했던가. 이 봄 청년농민들은 어떤 꽃을 준비할까. 전남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는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41)에게 들어봤다. 청년농업인연합회(청연)가 창립된 지 이제 6년 차다. 간단히 소개한다면?청연은 비영리단체로 2017년 발족했다. 청년농업인(청년농)을 대변해 농업정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산물 가격 불안정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농업계의 오랜 숙제다. 최근 물가급등에 따른 소비자 부담과 맞물려 농산물값 자체가 공격을 받으며 유통의 문제도 꽤나 화두에 오르긴 했지만, 농가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여론의 질타는 여전히 자주 일어난다. 떨어진 산지 가격이 농가를 강타하면 무작정 심고 길러서 그런 것이고, 가격이 높아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면 생산비 절감 노력이 없어서 그렇다고들 한다.생산효율의 증대와 비용감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급조절의 책임